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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자살 예방: 교회는 왜 자살 예방에 나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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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6-03 ㅣ No.938

자살 예방, 누구의 몫인가 - 좌담 “교회는 왜 자살 예방에 나서야 하는가”

“생명문화 건설 위해서는 자살 예방 필수”


■ 일시 : 5월 25일
■ 장소 :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 사회 : 오혜민 기자
■ 좌담자
- 정성환 신부(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 김보미 수녀(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장)
- 홍강의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장,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 양수 교수(서울가톨릭대 간호대학)


교회는 그동안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생명 문제이자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자살 문제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예방과 방안 마련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대사회 안에서 급증하는 자살 문제를 교회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지를 성찰하며, 자살자와 유가족을 위한 사목적 배려 방안을 찾고, 나아가 자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사회: 현대사회 안에서 자살 문제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사회·심리·정신의학·종교 등 각 분야별로 바라보는 자살의 기본 의미에 이어, 현재 우리사회 내에서의 실태와 위험성 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정성환 신부(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이하 정) :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초기교회 300년까지는 자살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고, 신약성경에도 유다가 자살했다는 언급이 짧게 나와 있을 뿐입니다. 교회는 자살에 대해, 아우구스티노와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정의에 따라 자신의 몸을 해하는 것을 살인으로서 중죄라고 정의했고, 하느님의 피조물인 인간이 목숨을 끊는 것을 생명에 대한 도전과 하느님에 대한 거부로 바라봤습니다. 초기공의회는 이를 바탕으로 자살을 엄격히 단죄합니다. 1917년 구교회법에 자살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용납될 수 없다고 못 박았으며 장례미사를 금합니다. 하지만 1984년 현교회법에서는 자살이라는 구체적 용어를 빼고, 사회에 악표양을 보인 사람들에게 전례적 배려를 보여선 안 된다는 말로 묶어집니다. 교회도 여러 분야의 영향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자살 문제를 어떠한 한 가지 정의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선포, 자살자에 대해서도 하느님은 특별한 방법으로 구원해내실 것을 이야기합니다.

▲ 홍강의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장, 이하 홍) : 생명의 복음은 ‘죽음의 문화’와 함께 낙태와 자살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회는 낙태 반대운동을 열심히 펼쳤고 생명문화에 대해 외쳤습니다. 생명문화 건설을 위해 자살 예방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람이 왜 죽습니까. 힘들고 고통 받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교회 차원의 배려가 있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 양수 교수(서울가톨릭대 간호대학, 이하 양) : 자살은 다루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언급을 꺼리고 비교적 다루지 않아 왔던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이념 자체가 이웃사랑이 우선인데, 자살자와 그 이웃에 있어서는 미흡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살은 ‘나를 봐달라는 외침’입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 측면에서 이야기할 때, 자살 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 사회 : 자살은 그 도덕적 중대성으로 인해, 언급 자체를 피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자살 예방에 관한 사목적 배려나 교육 인프라 등도 부족합니다. 이러한 현실과 관련, 교회가 자살 예방에 관심을 보여야 하는 이유와 대책은 무엇인지요.

▲ 정 : 지난 2000년, 원목 신부로 일하면서 어떤 분의 자살 시도를 경험했습니다. 저도 당시 자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잘 몰랐고, 그 일로 인해 이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진 것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여러 가지 논의 끝에 장례미사가 치러졌고, 힘들어하던 유족은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경험을 하면서 자살 문제에 교회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위험성과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홍 : 한 사람의 자살로 인한 유가족의 고통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 사람이 자살하면 가족들과 지인들은 아픔의 순간에 놓이게 됩니다. 그들은 다시 자살을 할 가능성이 높은(high-risk) 그룹이 됩니다.

▲ 김보미 수녀(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장, 이하 김) : 직접 상담을 하면서 보면, 유가족들은 본인이 겪는 아픔보다 교회 안에서 충분히 위로 받지 못했다는 상처가 큽니다. 개인적 심리문제와 상담보다 장례미사와 연도 등 정보를 문의하는 전화가 많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유가족들도 아까 말씀하신대로 고위험군이라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연결을 시도합니다. 유가족들은 이중삼중의 죄책감을 갖습니다. 가족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과 교회 내의 냉랭한 시각으로 인해 많은 경우 냉담으로 이어집니다.

▲ 양 : 자살률이 급증하는 이때,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고, 도움을 주면 자살로 이어지지 않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습니다. 사회와 교회가 그것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자살 욕구가 들 때, 먼저 떠올리고 힘들다고 한 번이라도 호소하고 싶은 곳이 성당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 사회 : 원인 규명에 의한 자살 예방은 그 효력이 약하다고 들었습니다. 자살 예방은 어떻게 이뤄져야 합니까. 교회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자살 예방 방법이 있다면.

▲ 양 : 자살 예방 교육인 ‘게이트키퍼 교육’이 중요합니다. 주위 사람들 가운데 소외되고 우울한 사람들을 발견해 손을 잡아주면 되는 거죠. 전신자가 게이트키퍼가 되려면 자살 예방 교육을 배워야 합니다. 생명존중사상과 자살 징후 등을 자세히 공부하지 않아도, 어느 기관에 연결시켜줄 수 있을 정도만 돼도 자살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고통 받는 이웃의 범주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질환자나 우울증환자는 분명 우리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합니다. 자살의 근본원인이 되는 정신질환인 만큼 사랑이 필요합니다.

▲ 김 : 처음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할 때 교회적 부분을 제외하고 사회적으로 가르쳤었는데, 영성적 교육을 넣었더니 그 반응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일반사회의 자살예방 교육의 몫과 가톨릭 자살 예방 교육의 몫에는 다른 것이 있습니다. 요즘 자살 예방에 관심이 있는 교구의 성직자, 수도자들이 정보 공유를 청하고 있습니다. 인적자원도 공유가 되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 홍 : 게이트키퍼, 즉 발견자의 역할을 모든 사람이 해야 합니다.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도 교육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지요.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시행되면서부터 인적자원과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네트워크가 결성되는 것이 성패의 관건입니다.

▲ 정 : 현재 교회 안에서도 서울경찰사목위원회가 H.A.T(Happy Art Therapy) 등 전의경 자살 예방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고,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도 노인들의 자살을 방지하고 돌봄을 실천하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 영역에서 하는 것을 어떻게 묶고 연결할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교회는 왜 자살예방에 나서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 참석한 정성환 신부, 김보미 수녀, 홍강의 교수, 양수 교수의 모습.

- 사회 : 자살 문제와 관련해 특별히 교회가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 사회가 가톨릭교회에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안과 그 밖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홍 : 자살 예방 운동을 한 지 10여 년 정도 되는데 크게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것은 국민 전체가 호응하도록 하는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장 기초적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종교입니다. 사목자들이 핵심적 교회 가르침과 생명존중의 가치 등과 함께 사목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예방이 되지 않겠습니까.

▲ 양 : 가톨릭의 체계적 조직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것도 굉장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신자들이 있고요. 가톨릭 학교와 병원들을 묶어 연계해 교육이 이뤄져도 좋을 것입니다.

▲ 홍 : 고통의 의미와 생명존중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는 것은 정신과 의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 문제도 자살로 이어지는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인데, 그 정서적 지지망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교회의 역할이겠고요.

▲ 양 : 자살 예방이라는 기치를 큰 활자로 내어놓지 않더라도, 교회의 궁극적 목적 가운데 자살 예방이 이미 포함돼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 죽으려고 했느냐에 대한 원인 분석으로 자살 문제를 해결하려하기보다, 무조건적으로 자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마음이 모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 김 : 우선 교회 지도자들께서 자살 예방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신자들이 생명이라는 부분에서 지식이나 정보로 접근하기보다 하느님의 마음을 의식하고, 삶을 살고 주변을 바라본다면 삶 자체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정 : 복음화는 항상 시대의 징표를 따라가야 합니다.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자살 문제 또한 현시대에 맞는 열정과 표현방법으로 다가가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교회는 시대적 요청에 성실하게 응답하며, 사회가 내미는 손을 잡아주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6월 3일, 오혜민 기자, 사진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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