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8년 안동교구장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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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3-23 ㅣ No.285

2008년 부활 메시지


“나눔”을 통한 부활의 축복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26) 이처럼 우리는 주님의 부활 덕분에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고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2베드 1,4 참조) 이 얼마나 놀랍고 고마운 일입니까?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우리가 ‘온갖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으며,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는’(2코린 4,8-9 참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식탁에 앉아 빵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실 때에야 “눈이 열려”(루카 24,31) 그분을 부활하신 주님으로 알아보게 됩니다. 제자들은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는’ 그 모습에서 세상과 인간을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놓으신 예수님의 삶 전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식의 방법으로 자신의 생명을 나누어 주면서까지 그들과 하나 되기를 간절히 바라셨던 ‘최후만찬’ 때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입니다.(루카 22,19-20 참조)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금방 그들에게서 사라지십니다.(루카 24,31 참조) 여기에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은 제자들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다른 방법으로 부활하신 그분과 동행하라는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요한 6,33)이 되시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최근에 발표하신 성체성사에 관한 「사랑의 성사」라는 회칙에서 예수님과 함께 ‘세상에 생명을 주는 쪼개진 빵’이 되어야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을 특별히 강조하시고 계십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난 모든 사람에게서, 주님께서 “끝까지”(요한 13,1) 사랑하시어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신 형제자매들을 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성찬례를 거행할 때마다, 그리스도의 희생제사가 모든 이를 위한 제사이고, 따라서 성찬례는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에게 다른 이를 위하여 ‘쪼개진 빵’이 되어, 더욱 정의롭고 형제애가 넘치는 세상의 건설을 위하여 헌신하도록 촉구한다는 사실을 더 잘 인식하여야 합니다. 빵과 물고기를 불어나게 하신 기적을 생각하며,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당신 제자들에게 바로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 하고 권고하신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각자는 참으로 예수님과 함께 세상에 생명을 주는 쪼개진 빵이 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사랑의 성사」 88항)

 

부활은 “나눔”입니다. 진정으로 나누는 그곳에 부활의 기쁨이 있습니다. 특별히 힘없고 약하고 소외된 생명을 일으키고 살리는 일에 함께할 때 우리는 그 생명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로와 용서와 도움이 절박한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 때 그로 인해 우리는 부활의 증인이 되고 부활의 은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 진정으로 그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 때 결국 우리는 그들도 살리고 자신도 살게 되는 놀라운 부활을 함께 체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기쁘게 삶을 나눕니다.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해 가난하게 되신 예수님(2코린 8, 9 참조)을 따라 어려움에 처해 있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다정한 친구가 됩니다. 가진 것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서로 나누며 함께 살고자 합니다. 실제로 굶주린 사람, 목마른 사람, 나그네, 헐벗은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서며 그들과 부활의 삶을 나눕니다.(마태 25,35-36.40 참조)

 

그러나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대는 나눔을 통한 부활의 축복을 함께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진 사람들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점점 심화되고 있고,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생활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생활고 때문에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가족들도 있고, 돈 때문에 일어나는 범죄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행복의 조건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돈, 성공, 성취라고 대답합니다. 이러한 삶의 불균형과 분열과 갈등은 결국 영적인 가치보다는 물질적인 가치만을 강조하고 탐한 사회, 정치, 문화적인 주변 환경의 탓이 클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나눔보다는 경쟁을 부추긴 성공과 성취일변도의 교육 영향이 클 것입니다. 함께 사는 나눔과 행복의 기쁨을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에 전하지 못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책임 또한 크지 않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교우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생명의 빵이신 주님께서 우리를 ‘세상에 생명을 주는 쪼개진 빵’이 되라고 초대하십니다. 그리하여 온 세상이 함께 주님 부활의 축복을 맘껏 누리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세상에 오셨지만 세상은 아직 그분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제자들이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는’ 그분의 모습에서 그분을 부활하신 주님으로 알아보았듯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나서서 세상이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고 만날 수 있도록 초대합시다. 나누는 삶, 함께하는 삶을 통하여 부활의 축복을 이웃과 함께 누리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주님 부활의 기쁨과 축복이 충만하고 넘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합니다.

 

2008년 부활 대축일에,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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