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8년 군종교구장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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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3-23 ㅣ No.289

2008년 부활 메시지

 

 

친애하는 군종교구민 여러분!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빛나는 부활을 축하하며, 부활하시는 그리스도의 은총이 여러분 가정과 여러분들이 몸담고 있는 부대와 병영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외로운 격오지나 함정에서 근무하거나 뜻하지 않은 사고나 병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장병 여러분들의 가슴속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평화의 은총이 흘러 넘치기를 빌어 마지않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온갖 어둠을 몰아내시고 죽음의 승리자로 오늘 부활하셨습니다. 그토록 모진 억압의 굴레와 죽음의 질곡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말미암아 사랑이 죽음을 이기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하게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죽음보다도 강한 사랑의 승리를 우리는 노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우리가 불러야 할 이 부활의 알렐루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저곳에서 안심하고 노래할 수 있도록 아직은 걱정 많은 이 세상에서 알렐루야를 노래합시다. … 주변의 편안함을 기뻐해서가 아니라 곤궁 속에서도 위안을 찾기 위해 오늘 노래합시다. 방랑자처럼 노래합시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노래를 부릅시다. 곤궁 속에서 노래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하며 앞으로 걸어갑시다!”

 

그렇습니다. 이 부활의 기쁨은 아직도 이 세상에서 고달픈 순례자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힘과 용기를 줍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희망의 사람들이며, 빛과 평화와 기쁨의 사람들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마음 안에 “새 마음을 주고 새 영을 넣어 주시기에”(에제 36,26) 부활의 노래를 주님께 불러 드리고, 어둠을 밝히는 빛처럼 온 세상에 부활의 기쁨을 드러내야 합니다.

 

건국 60년이 되는 해에 우리는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보았습니다. 특별히 새 정부는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자’고 역설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이념의 잣대로 나라를 흔들어 왔으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답답하게 했던 정부가 이념의 벽을 넘어 국민을 섬기겠다는 모토를 내세우니 새 정부에 대한 기대에 국민들의 마음이 오랜만에 희망이 넘칩니다. 그러나 새 정부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습니다. 소수 지도자들의 노력 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건설하겠다는 국민들 모두의 협동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모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국민들입니다. 지난 IMF 시절 우리 국민들은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을 모으기도 했고 최근에도 태안 앞바다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죽어가는 바다를 살리기 위해 갯벌에서 땀을 흘리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배의 일원이 되겠다는 봉사자들의 미흡한 자세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었고, 결국 그들 중 일부가 탈락되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새삼 깨끗하게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섬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비워야 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한편 돌이켜 볼 때 국민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할 사람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사람들이 군인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벗을 위하여 목숨을 내어 놓아야” 하는 사람이며, 그러기 위해 부활을 향해 가는 예수님의 수난의 긴 여정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지난 사순 시기를 보내면서 용문산 헬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일곱 분의 영령들을 기억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아파하는 벗을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어두운 밤에 안개로 덮인 산을 넘고 하늘을 날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그분들이야말로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자랑스러운 사랑의 선교사들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평화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고, 국민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군인으로 부르심을 받은 여러분들이기에 그리스도의 부활은 참으로 기쁘기 한량없는 사건이며 축제입니다. 이 축제의 날에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수난과 죽음의 흔적을 보여 주셨습니다(루카 24,39). 그리고 성경에 기록된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는 고난을 겪고 사흘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함을 일깨워 주셨습니다(루카 24,46).

 

여기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 자신을 비우는 일입니다. 타인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비우시고 바치신 그리스도의 생애가 곧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케 한 힘이었습니다. 이 사랑의 힘은 결국 죽음을 극복하게 합니다. 따라서 우리도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처럼 남을 섬기는 마음과 자세로 우리 자신을 비워야 합니다.

 

주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어 주신 모습은 자기 비움의 실천적 예이며,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우리들이 이념을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아가고자 할 때 꼭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본보기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우리에게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하다”(갈라 5,6)고 강조하셨습니다. 목적 달성을 위한 실천이 실용이라면 무엇을 위한 그리고 누구를 위한 실천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를 비우는 섬김에서, 타인을 위한 배려의 실천에서 참된 사랑이 완성되어 부활을 계속 노래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길을 걸어가는 평화의 사도인 군인과 그 가족으로서 우리 스스로 먼저 진심으로 이웃을 섬기는 비움과 서로의 발 씻김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부활의 증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다시 한 번 부활을 축하드리며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광이 여러분 가정과 병영에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2008년 부활 대축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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