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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우리는 에너지 농부, 시민햇빛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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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4 ㅣ No.1055

[빛과 소금] 우리는 에너지 농부, 시민햇빛발전


최근 ‘시민햇빛발전’이라는 낯선 말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2011. 3. 11. 후쿠시마 재앙 이후 원전에 대한 두려움과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물, 바람, 햇빛과 같은 자연에너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이다. 서울시는 올해 기후변화정책의 모토를 ‘원전 1기 줄이기’로 정했다.

즉 30여만 가구가 사용하는 정도의 전력(800~1,000MW)을 아낀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서울 시민햇빛발전소 건립이다. 조명, 난방, 교통 분야에서 에너지를 효율화하여 절감하고, 동시에 학교, 관공서 지붕에는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시민햇빛발전과 에너지 자립마을 지원이 그것이다.

하지만 시민햇빛발전은 서울시가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자연에너지 생산에 힘써온 이들이 있었다. 경남 산청, 부안, 부산, 종로, 송파 등지에서 소규모로 햇빛발전소를 운영하던 소위 에너지 농부들이다. 청파교회, 부안성당은 먼저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였으며, 교육, 캠페인 적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민햇빛발전을 추진하는 서울, 시흥, 안산, 부천, 인천은 모두 상업발전을 목표로 한다. 즉 이윤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시민이 자금을 내 햇빛발전소를 만들어서 생산된 전력을 발전 자회사에 판매한다. 안정적인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것은 시민햇빛발전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용협동조합, 생활협동조합처럼 말이다. 햇빛발전 협동조합에 출자한 시민은 배당 이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익금으로 다양한 공익적 활동, 기부와 나눔을 실천한다. 또한, 자연에너지에 대한 교육을 하거나 관련된 사회적 기업들을 설립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가능하겠느냐고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올 연말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어 5인 이상만 모이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 최근 태양광 기술력의 향상, 설치비용의 급감 탓에 햇빛발전의 수익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신의 집이나 지붕 창고를 활용하여 햇빛발전 사업에 뛰어든 이들이 꽤 많다.

특히 인천은 바다에 접해있고, 많은 섬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바람과 일조량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 게다가 산업 단지, 항구, 항만 등 햇빛, 바람에너지 생산을 위한 지리적, 기술적 조건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발전 자회사, 관련 기업들도 있는데 여태까지 인천에 햇빛발전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빠르면 올가을, 늦어도 내년 초에 인천에서도 새로운 경제 이익 모델이자 사회적 협동의 본보기가 될 시민햇빛발전소가 어딘가의 지붕에서 운영될 것이다. 건물 지붕과 옥상에서 벼농사를 짓지는 못하지만, 에너지 농사는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민햇빛발전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에너지 농부이다.

교회도 이런 흐름에 발 빠르게 동참하기를 기대해본다. 인천교구 소속의 기관, 학교, 단체, 성당의 지붕에 햇빛발전소가 건설되어, 조만간 다가올 에너지 전환을 앞서 나가 맞이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2012년 7월 22일 연중 제16주일 인천주보, 박흥렬 바오로(인천교구 환경 사목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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