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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의 복음, 그 영원한 울림1: 생명의 교과서, 회칙 생명의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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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8 ㅣ No.1059

[생명의 복음, 그 영원한 울림] (1) 생명의 교과서, 회칙 「생명의 복음」

가톨릭 신자로서 교리 · 도덕적 내용 동의할 의무 지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가 1995년에 반포한 회칙 「생명의 복음」에 대한 해설을 시작한다.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을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천명하는 「생명의 복음」은 죽음의 문화가 판치는 이 시대에 생명의 문화를 건설할 것을 촉구하며 생명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전하는 사목교서다. 생명 문제에 관한 교회 교과서로 통한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애독을 기대한다.
 

천상의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지상의 생명 봉사자들에게 주신 편지

들어가며 : '얼떨결'의 성소와 '떠밀림'의 성소


서로를 모르는 신학교 입학 초기에는 '영웅적인' 성소 이야기들로 꽃이 핍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주눅이 들곤 했는데, 성소 동기가 너무도 평범해 '거저먹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여 고민 끝에 발견한 나름의 성소가 있습니다.

1960년대 한강 홍수로 다리가 끊겨 고립됐던 마을 사람들이 서둘러 나룻배를 띄웠습니다. 만원버스처럼 가득 탄 채 강 가운데를 지나는데, 갑자기 여인의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으악! 내 아기! 도와주세요!" 서로 밀치다가 그만 안고 있던 아기를 엄마가 강물에 빠뜨린 것입니다. 울부짖는 여인을 보면서도 "어이쿠!" "저걸 어째!" "누가 안 나서나!" 하고 탄식만 할 뿐, 무서워서 아무도 감히 뛰어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풍덩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웬 할아버지가 옷을 입은 채 뛰어들어 헤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뱃사공도 힘껏 노를 저어 마침내 할아버지가 붙잡은 아기를 건져 올릴 수 있었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배 위로 올라오자마자 다 젖은 할아버지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어떤 놈이 날 떠밀었느냐!"

세상의 거친 파도를 맞서 생명수호봉사자가 되는 일은 어쩌면 '얼떨결에' 그리고 '떠밀려서'야 가능한 성소일 것입니다. 어느 젊은 구역장 자매님이 자백합니다. "시간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제가 젊다고 얼떨결에 임명됐어요."

교회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얼떨결'의 성소를 받은 생명 봉사자분들을 '떠밀림'의 성소를 받은 사제 필자가 동반하겠습니다. 'Fabricando fit faber'라는 라틴어 속담처럼 나무를 다루면서 목수가 되듯이, 헤엄치면서 헤엄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인간 생명의 교과서'격인 회칙 「생명의 복음」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긴장감 내려놓고 목차대로 따라가며 읽어갑시다. 인용되는 자료와 외국어는 글의 매끄러운 전개를 위해 꼭 필요할 때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 : 회칙이란 뭔가요?
 
더 정확하게는 '회칙 서한'(回勅 書翰, encyclical letter)입니다. 간단히 '회칙'이란 "전 세계 교회에 대해 교황이 발표하는 공식적 사목교서로서, 그리스도의 교훈을 오늘의 사회, 윤리적 문제에 적용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특별히 교리적이고 사회적이며 권위를 지니고 있지만 그 자체가 무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 가르침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수정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자는 그 교리 및 도덕적 내용에 동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가톨릭대사전의 '교황문서'가 설명해줍니다.

원래는 그리스어 '회람'(回覽)에서 유래된 단어로, 교회 안에서는 교회 전체를 위한 사목교서인 '회칙 서한'(encyclical letters)과 더욱 장엄하지만 교회 일부만을 위한 사목교서인 '회칙 교서'(encyclical epistles)로 구분합니다. 사목교서로 이보다 더 낮은 권위를 지닌 것은 '교황 권고'(Apostolic Exhort ation)가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신설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결과물들을 교황님 명의로 발표하게 되는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첫 번째 '교황 권고'는 「가정 공동체」(1981년)였습니다.


나가며
 
앞으로 마음 아픈 사연ㆍ사건들이 인용될 텐데, 관련된 분들께 미리 심심한 위로와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일주일에 30분 정도만 시간 내어주십시오. 천상에서 이미 '지상에서의 승리'를 기뻐하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숨결이 우리네 생명봉사에 힘이 돼주실 것입니다. 다음에는 교황 문서와 문헌 이름을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평화신문, 2013년 5월 19일, 이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교육분과장,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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