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0년 전교주일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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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9-21 ㅣ No.246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전교 주일 담화

(2000년 10월 22일)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올 10월 22일에 거행될 연례 전교 주일은 교회의 선교 차원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요청하는 동시에, ‘만민’ 선교 활동의 절박성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만민’ 선교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이며, 모든 교구와 본당, 모든 교회 기관과 단체의 일”(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2항)입니다.

 

올해의 전교 주일은 하느님께서 자비로운 사랑으로 모든 인류에게 베풀어 주시는 구원을 경축하는 은총의 해인 대희년의 빛 안에서 더욱 풍부한 의미를 지닙니다. 예수님의 탄생 2000년을 되새기는 것은 선교의 기원을 경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파견하신 최초의 가장 위대한 선교사이시기 때문입니다. 말씀의 강생과 함께 시작된 선교 활동은 교회의 선포와 증언을 통하여 시간 안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희년은 교회 전체가 성령께 힘입어 새로운 선교 열정으로 일할 수 있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세례를 받은 모든 분에게 주님의 부르심과 우리 동시대인들의 요구에 응답하여 겸허한 용기로 복음 선포자가 되어 주시기를 특별히 또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저는 여러 주교님, 신부님, 수도자, 평신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로 다른 차원에서 커다란 어려움들을 참고 견디며 ‘만민’ 선교를 자신의 존재 이유로 삼고 있는 교리 교사들과 여러 사목 활동가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눈물을 흘리며 씨뿌리는”(시편 126,6 참조) 모든 사람들의 헌신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과 고통이 헛되지 않을 것이며, 참으로 다른 사도들의 가슴에 복음의 고귀한 목적을 위하여 투신하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누룩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교회를 대신하여 저는 그분들께 감사 드리며, 하느님께서 그들의 고결한 인내에 대하여 풍성히 보상해 주실 것이라는 말로 격려를 드립니다.

 

2. 저는 또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활동을 시작하거나 더욱 확대하였던 다른 많은 분들을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교회 안에서 예수님의 사명을 계속해 나가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광스러운 자격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요한 14,12) 하고 말씀하셨듯이, 파견받은 사람은 그리스도와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그분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각 사람은 자신의 특별한 생활 여건에 따라 협력하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은총과 자비의 시간인 이 때에, 저는 특히 온 교회의 힘이 새로운 복음화와 ‘만민’ 선교로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신자도, 어떠한 교회 기관도 만 백성에게 그리스도를 선포할 이 숭고한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3항 참조). 그 누구도 자신이 교회 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그리스도의 사명에 협력할 의무에서 면제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들도 내 포도원으로 가서 일하시오”(마태 20,7) 하신 예수님의 명령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의 적절한 것입니다.

 

3. 우리는 여기서 특별히 그리스도와 마찬가지로 목숨을 바쳐 피로써 신앙을 증언한 순교자, 그 많은 선교사들을 깊은 감동과 애정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가 다시 한 번 순교자들의 교회가 되었던”("제삼천년기", 37항) 20세기에도 이러한 순교자들은 무수히 많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의 신비는 그리스도인의 삶 안에 끊임없이 현존합니다. 제가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에서 말하였듯이, “그리스도교 역사에는 순교자들 곧 증인들이 무수히 많았으며, 이는 복음 선포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45항). 바오로가 필립비인들에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믿을 특권뿐만 아니라 그분을 위해서 고난까지 당하는 특권, 곧 그리스도를 섬기는 특권을 받았습니다”(필립 1,29). 바오로는 또한 그의 제자인 디모테오에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능력을 가지고 복음 전파를 위하여 자신과 함께 고난에 참여하라고(2디모 1,8 참조) 권합니다. 교회의 모든 사명, 특히 ‘만민’ 선교는 자신이 받은 사명에 충실하여 그리스도께서 가신 그 길, 곧 “가난과 순명과 봉사의 길,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자기 희생의 길”(선교 교령, 5항)을 인내하며 끝까지 따라가고자 하는 제자들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기념하는 신앙의 증인들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모범과 격려가 됨으로써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일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의무로 여겨지기를 바랍니다.

 

4. 이 일에서 그리스도인은 혼자가 아닙니다. 사실 인간의 능력과 선교 활동의 성과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선교 활동을 할 만한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아주 흔히 있는 솔직한 경험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힘은 우리를 “새 계약의 일꾼”(2고린 3,5-6 참조)으로 만드신 하느님에게서 나온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을 섬기도록 부르신 사람들을 결코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라. ……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하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당신 교회 안에, 특히 말씀과 성사 속에 영원히 현존하심은 선교의 유효성을 보장해 줍니다. 오늘날 이러한 선교는 자신의 연약함과 나약함 속에서 구원을 경험한 사람들에 의하여 수행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충만한 생명으로 부름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원의 경험을 자기 형제 자매들에게 증언하는 것입니다.

 

5.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현재 우리가 경축하고 있는 대희년은 앞으로 ‘만민’ 선교에 더욱더 투신하도록 요구합니다. 선교가 시작된 지 2000년이 되었지만, 지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이 아직 미치지 않은 지역이 지금도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부르심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를 만나는 기쁨을 체험한 사람은 그것을 혼자서만 간직할 수 없습니다. 그 기쁨을 다른 사람과 더불어 나누어야 합니다. 우리는 전세계에서 들려 오는 복음에 대한 소리 없는 요청에 응답하여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도 바오로가 두 번째 전도 여행에서 받은 요청이기도 합니다. “마케도니아로 건너 와서 우리를 도와 주십시오”(사도 16,9). 복음화는 사람들에게 베풀어지는 ‘도움’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사람이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초자연적 생명만이 인간 마음 속의 가장 깊은 열망들을 이루어 줄 수 있습니다. ……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나자렛 예수님을 선포하는 교회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을 닮는 길’ 곧 ‘더욱 인간답게 되는 길’을 열어 줍니다. 이는 고귀한 부르심을 깨닫고, 하느님께서 이루신 구원 안에서 그 소명을 온전히 이루도록 인류를 이끌어 주는 길입니다”(칙서 "강생의 신비", 2항).

 

우리는 또한 복음화가 인류에 대한 가치 있는 봉사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복음화는, 모든 인간을 당신께 결합시키시어 불의에서 해방되고 진정한 연대감으로 충만한 형제 자매로 만들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을 성취하도록, 인류를 준비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6. 이제 저는 특별히 ‘만민’ 선교를 수행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고자 합니다. 먼저, 저는 주교님들과 그들의 협력자인 성직자들, 동시에 남녀 선교 단체들의 활동을 떠올립니다. 선교 지역에서 활동하는 교리 교사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교리 교사’라는 단어는 누구보다도 선교지의 교리 교사들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 그들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날로 번창하고 있는 저 많은 교회들이 세워지지 못했을 것입니다”(교황 권고 "현대의 교리 교육", 66항).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교 교령은 그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민 선교 활동에 크게 공헌한 저 수많은 교리 교사들, 곧 사도 정신에 충만하여 커다란 노고로써 신앙과 교회의 확장을 위하여 독특하고도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준 남녀 교리 교사들은 찬사를 받아 마땅합니다”(선교 교령, 17항). 커다란 노고와 선교 열정으로 일하는 교리 교사들은 여러 가지 임무를 맡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확실히 매우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성직자의 부족으로 교리 교사들이 넒은 지역을 책임지면서 소공동체들을 이끌어 가고, 기도와 말씀의 전례를 주관하며, 교리를 설명하고 자선 활동을 계획하는 일이 많습니다.

 

교리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교리 교사 양성, 곧 “더욱 철저한 교리 교육과 교육학 훈련, 지속적인 영성 쇄신과 사도적 쇄신”(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73항)은 더욱더 필요합니다. 그들의 일은 언제나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온 교회가 교리 교사 양성 임무에 더욱 투신하기를 바랍니다. 교리 교사 양성은, 모든 선교 인력의 양성과 마찬가지로, 사목의 우선 과제입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인력 투자”인 셈입니다. 자신의 일을 위해 잘 준비된 복음선교자와 교사들만이 교회를 건설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밭은 넓고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아무 것도 줄 게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전례에서나 혼자 방에서 드리는 기도를 통해서, 또 우리의 고통을 하느님께 희생 제물로 봉헌함으로써 선교 활동에 동참합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종류의 협력입니다. 수많은 개별 교회에 절대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전교 주일 헌금은 모두 교황청 전교기구의 책임 아래 전세계의 선교 원조에 쓰입니다. 이 기회에 저는 74년 동안 해마다 전교 주일을 준비하고 하느님의 모든 백성에게 선교 의식을 불어넣으며, 어린이에서 어른, 주교에서 신부, 수도자에서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지역 공동체에서 선교사가 되어야 할 소명을 일깨워 주고 동시에 보편 교회의 요구에도 마음을 열도록 해 준 이 훌륭한 교회 기관에 대하여 깊이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교황청 전교기구가 촉진하는 선교 의식 고취와 협력은 하느님 백성에게 선교 활동을 하나의 선물로 제시합니다. 곧, 선교는 자신을 선물로 내어놓는 것이며, 온 교회를 위하여 자신의 영적 물적 재화를 선물로 내어 놓는 것입니다(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81항 참조).

 

더욱이 올해의 전교 주일은 세계 선교 대회 거행과 함께 로마에서 특별히 장엄하게 지내게 될 것입니다. 이 대회에는 예수님의 구원 메시지의 보편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서 모든 대륙의 지역 교회들을 대표하여 세계 곳곳에서 교황청 전교기구 회원들이 모이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아마도 제가 이 중요한 행사를 주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8.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제가 드린 말씀들이 선교 활동을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거룩한 2000년 희년을 경축하면서 “전체 교회는 새로운 선교 상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빛과 신앙의 즐거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사도적 열성을 배가하고, 하느님의 백성 전체를 이 높은 이상으로 교육하여야 하겠습니다”(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86항). 하느님의 성령은 우리의 힘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도록”(루가 4,18) 파견되신 예수님의 사명 안에서 그 능력을 드러내시는 성령께서 모든 신자들의 마음을 가득 채우시어(로마 5,5 참조) 우리가 주님의 일을 증언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며 신자들의 어머니이시고 성령께 온전히 순종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든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하느님의 계획에 “예” 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를 빕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위대한 ‘만민’ 선교에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는 여러분 모두와 여러분 공동체에 기꺼이 사도좌에서 특별한 축복을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00년 6월 11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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