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1년 라마단 파재절 경축 메시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10-01 ㅣ No.255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은 모슬렘 형제들에게 1422/2001 라마단 파재절 경축 메시지(첨부 파일)를 보냈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 번역문 전문입니다.

 

* 라마단은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로, 코란이 백성의 길잡이로 내려온 것을 기념하는 금식 성월(聖月)입니다. 속죄 기간이라는 종교적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유다교의 욤키푸르와 유사하지만, 라마단은 속죄보다는 신이 내린 명령에 대한 순종적 응답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됩니다. 이슬람교에서는 이 달 내내 동이 틀 무렵부터 땅거미가 질 때까지 음식, 술, 성교를 금하도록 계율로 정해두었습니다. 라마단의 시작과 끝은 믿을 만한 목격자가 이슬람 권위자들 앞에서 달이 떴다고 증언하면 공포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날이 흐릴 때는 금식이 지체되거나 연장되는 수도 있습니다. 이번 라마단은 12월 14일에 시작되었습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의

1422년(라마단력)/2001년 라마단 파재절 경축 메시지


과학 기술 시대의 인간 가치 증진

 

 

사랑하는 모슬렘 형제 여러분,

 

1. 올해도 라마단월을 마치며 금식을 끝내고 파재절을 경축하는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이 편지를 씁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보내는 이 메시지는 가톨릭 교회의 존경과 우정의 표시입니다. 이 연례 메시지에 대하여 많은 모슬렘 형제분들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아울러 이 메시지가 제안하는 성찰들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자 답장을 보내 주십니다. 우리는 보내 주신 답장만이 아니라 모슬렘과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살아가며 일하는 다른 많은 지역에서도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이행하신 특별한 종교적 의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저는 우선 이 세계가 겪고 있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사건들은 하느님 한 분만을 믿는 종교의 신자들에게 특히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경배하는 신자들은 이 세상에서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간에 정의와 평화, 일치와 사랑, 대화와 자유, 협력과 우애와 같은 영원한 가치들에 토대를 둔 문화를 건설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신자들과 선의의 모든 사람들이 연대와 형제애를 보여 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인간의 가치들을 온전히 존중하고 증진하는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올해 제가 여러분과 함께 성찰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의 인간 가치들과 그 가치들의 증진입니다. 우리는 교통 수단, 대중 매체, 정보, 의학, 유전학 등 모든 활동 영역이 과학 기술의 영향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진보로 지구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인간은 우주를 정복하러 나서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 기술 분야는 인간의 본질과 직접 관련이 있는 유전학입니다. 인간은 과학 기술의 힘으로 인간의 신비를 파헤치려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인간 생명 자체와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3. 또 다른 영역은 인터넷을 통하여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 전달(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 기술 분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와 지식과 통신 수단들을 발명하도록 인간에게 재능을 주신 창조주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인간이 이러한 수단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좌우됩니다.

 

4. 성서에서는 인간이 유혹을 받아 죄를 짓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인간의 마음은 자만심과 완고함, 표리 부동으로 기울기 쉽습니다(잠언 21,4; 욥기 41,16; 시편 11,3 참조). 인간 관계는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성찰하고 있는 코란에서도 인간이 자신들을 창조하신 분을 잊어버리고 언제나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으려는 유혹을 받는다고 일깨워 줍니다. 인간은 불의와 불신으로 기울기 쉽습니다(코란 14,34 참조). 그러나 참 행복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데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과학 기술의 도전을 포함하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바라보며 이렇게 단언하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현대 세계는 동시에 강하면서도 약하고, 최선을 이루거나 최악을 저지를 수 있으며, 자유와 예속, 진보와 퇴보, 형제애와 증오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은 스스로 불러일으킨 힘들이 인간을 억압할 수도 있고 인간에게 봉사할 수도 있으므로 그 힘들을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 인간 자신의 책임임을 깨닫게 됩니다”(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Gaudium et spes], 9항).

 

5. 그리스도인과 모슬렘 형제 여러분, 우리가 다른 종교 신자들과 선의의 모든 사람과 더불어 우리 손에 있는 이 새로운 수단들을 올바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위협을 받고 있는 지극히 중요한 인간 가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우리 함께 노력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먼저 임신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보호받아야 할 생명의 권리가 있습니다.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오고 하느님께 속하며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때에 하느님께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하느님의 가장 귀한 선물이며 하느님의 다른 모든 선물에 대한 전제 조건입니다. 다음으로는 인간의 존엄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권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이러한 가치들을 증진하여야 합니다. 사회 정의, 평화와 자유 역시 인간다운 삶과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에 필요한 중요한 가치들입니다.

 

6. 오늘날과 같은 과학 기술 시대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러한 가치들을 함께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열린 마음으로 우정을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입니다. 그러한 대화는 근본적으로 새로이 발견된 것들의 윤리적 차원에 관한 것이 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앞에서 말한 분야에 대한 협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와 협력은 모든 차원, 곧 지방과 지역, 국가와 전세계 차원에서 추구되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책임과 능력에 따라 이바지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공동 행동은 인류 전체, 곧 하느님을 그 기원과 목적으로 삼는 하나의 거대한 인류 가족과 관계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끊임없이 의지하며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일은 인간의 가치들을 증진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며,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



32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