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7년 제22차 청소년주일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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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5-11 ㅣ No.234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제22차 청소년 주일 담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 편집자 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세계 청소년 주일’(World Youth Day)을 거행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5월 마지막 주일’을 청소년 주일로 거행하고 있다(주교회의 1988년 추계 정기총회 결정). 이에, 올해 한국 천주교회는 청소년 주일을 2007년 5월 27일에 지낸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각 교구 별로 거행될 올해 제22차 청소년 주일을 맞아, 저는 여러분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라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것은 가능한가?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우며, 또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실수와 실패를 고려해야 합니까? 과연 사랑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의심하는 사람들까지도 있습니다. 감정적 실망이나 애정의 부족 때문에 사랑은 환상이고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단념해야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은 가능합니다. 저는 이 담화를 통하여 인류의 미래이며 희망인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참되고 성실하고 강하며, 평화와 기쁨을 낳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며,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자유로움을 느끼도록 하는 사랑에 대한 확신을 다시 일깨워 주고자 합니다. 이제 저와 함께 사랑의 ‘발견’을 향한 세 단계의 여정을 시작해 봅시다.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

 

첫 단계는 참 사랑의 원천에 관한 것입니다. 그 원천은 오로지 하나, 하느님뿐이십니다. 요한 사도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8.16)라고 선언할 때 이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요한은 단순히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존재 자체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랑의 원천을 가장 눈부시게 드러내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마주하게 됩니다. 한분이시며 삼위이신 하느님 안에서 성부와 성자의 위격은 서로 쉬지 않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이 사랑은 어떤 힘이나 감정이 아니라 또 다른 위격, 곧 성령이십니다.

 

 

하느님 사랑을 완전하게 보여주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신 하느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나타납니까? 이제 우리 여정의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하느님 사랑의 표징들이 이미 피조물 안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하느님의 내밀한 신비는 하느님께서 몸소 사람이 되신 강생을 통하여 우리에게 가장 온전하게 계시되었습니다.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사랑을 온전히 알게 되었습니다.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서 말씀드렸듯이, “신약 성경의 실질적인 새로움은 새로운 개념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러한 개념들에 살과 피를 부여하시는 그리스도 자신의 모습에 있습니다”(12항). 하느님 사랑은 십자가에서 전적이고 완전하게 드러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십자가는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신”(로마 5,8 참조)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각자 참으로 “그리스도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또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놓으셨다.”(에페 5,2 참조)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받은 인간이기에 그 어떤 인간 생명도 쓸모없거나 덜 귀하지 않습니다. 그분께서 열렬하고 한결같은 사랑, 가없는 사랑으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친히 사랑해 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눈에는 어리석음이요 많은 믿는 이들에게는 분개할 일인 십자가는 사실, 자신의 존재 가장 깊은 곳에서 십자가를 만나는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1코린 1,25). 더구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다음 그분의 수난 흔적을 영원히 지니게 된 수난의 십자가는 폭력과 보복과 배척의 근저에 놓인 하느님에 대한 ‘왜곡’과 거짓말들을 폭로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죄를 짊어지시고 인류의 마음에서 증오를 없애신 하느님의 어린양이십니다.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께서 가져오신 참된 ‘혁명’인 사랑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것

 

이제 우리 성찰의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그리스도께서는 “목마르다”(요한 19,28) 하고 외치셨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으신 그분의 뜨거운 갈망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 신비가 얼마나 깊고 강렬한 것인지를 인식할 때에 비로소 우리는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분을 사랑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에는 그분의 사랑에 힘입어, 필요하다면 우리 형제자매들을 위해서 우리 목숨까지도 내어놓겠다는 헌신이 따릅니다. 이미 구약 성경에서도 하느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 하고 말씀하셨지만, 그리스도의 새로운 점은,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심지어 적까지도 “끝까지”(요한 13,1), 당신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처럼 사랑하라고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언하기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이제 여러분이 특별히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할 일상생활의 세 분야에 관하여 잠시 생각해 볼까 합니다. 첫 번째 분야는 우리의 영적 가족인 교회로, 그리스도의 제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 여러분의 열정과 사랑으로 여러분이 소속된 본당, 공동체, 교회 운동, 청년 모임의 활동에 활기를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다른 이들의 복지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여러분이 한 다짐들을 충실하게 지키십시오. 주저하지 말고 약간의 유흥을 기쁘게 포기하고, 반드시 필요한 희생을 즐거이 받아들이며, 예수님의 복음을 특별히 또래 젊은이들에게 전함으로써 그분에 대한 여러분의 충실한 사랑을 증언하십시오.

 

 

미래의 준비

 

여러분이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을 키워야 할 두 번째 분야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에 대한 준비입니다. 여러분이 약혼을 하게 되면,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부부로서, 또 한 가족으로서 살아갈 미래에 대한 사랑의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도움을 받아 그러한 하느님의 계획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리스도교가 온갖 계명과 금지조항들로 사랑의 기쁨을 가로막고 남녀 간의 사랑에서 추구하는 행복을 완전하게 누리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흔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남녀의 사랑은 인류 가족의 기원에 있으며,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지는 부부는 하느님의 본래 계획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창세 2,18-25 참조). 부부로서 서로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굉장히 멋진 여정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노력을 요하는 ‘견습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부가 되기까지 매우 중요한 약혼 기간은 정결한 언행으로 지내야 하는 기대와 준비의 시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 여러분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관심과 배려를 기르고, 자제심을 실천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것들이 자신의 만족이나 행복만을 찾으려 하지 않는 참 사랑의 특징입니다. 약혼자와 함께 기도할 때, 여러분의 사랑을 지켜주시고 키워주시며 그 사랑이 모든 이기심에서 깨끗이 벗어날 수 있도록 주님께 청하십시오.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기를 주저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교 혼인은 교회 안의 참되고 온전한 성소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또한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직무 사제직이나 봉헌 생활로 부르실 때에도 ‘예’라고 응답할 수 있게 준비하십시오. 여러분이 보여주는 본보기는 참 행복을 찾고 있는 많은 다른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입니다.

 


날마다 사랑 안에서 자라기

 

사랑에 따르는 책임의 세 번째 영역은 수많은 관계로 이루어지는 일상생활입니다. 저는 특별히 가정과 학업, 일, 여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젊은이 여러분,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여러분의 재능을 키우십시오. ‘경쟁력’과 ‘생산력’을 갖추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사랑의 증인’이 되기 위해서 여러분의 능력을 계발하십시오. 직업 교육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사명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될 종교적 소양도 기르도록 노력하십시오. 특히 교회의 사회 교리를 깊이 연구하여 그 원리가 여러분이 세상에서 행동하는 영감과 지침이 되도록 하십시오. 성령의 힘으로 여러분이 새롭게 사랑하고 끈기 있게 노력하며 용감하게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여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빕니다. 사랑의 지평은 참으로 끝이 없습니다. 온 세상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성인들의 모범을 따라 ‘사랑에 뛰어들라’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저는 여러분에게 ‘사랑에 뛰어들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온 힘을 다하여 강하고 아름다운 사랑, 사랑으로 미움과 죽음을 영원히 무찌르신 분을 본받아(묵시 5,13 참조) 여러분의 삶 전체를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을 위한 선물로 기쁘게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랑을 하라는 말입니다. 사랑이야말로 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문화와 문명을 풍요롭게 만들어 인간과 온 인류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입니다. 성인들의 삶이 이를 보여 줍니다. 그들은 처음의 이 사랑을 전하며 반영하는 하느님의 진정한 친구들입니다. 성인들을 더 많이 알도록 노력하고 그들의 전구에 의탁하며, 그들처럼 살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마더 데레사의 예만 들어 봅시다.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은 예수님의 ‘목마르다’라는 외침에 즉각 응답하기 위해서 데레사 복자는 인도 캘커타의 거리들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녀가 바랐던 단 한 가지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에도 가장 가난한 이들의 얼굴에서 사랑에 목말라 하는 그분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알아봄으로써 말로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예수님의 목마름을 달래는 것이 되었습니다. 데레사 복자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하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였습니다. 하느님 사랑을 실천한 이 겸손한 증인의 교훈은 온 세계에 퍼져 나갔습니다.

 

 

사랑의 비밀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도 모두 이러한 사랑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 은총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주님의 도움만이 우리가 엄청난 임무 앞에서 달아나지 않게 하시고, 우리 인간은 생각할 수 없는 일들도 이룰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무엇보다도 성찬례는 사랑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학교입니다. 우리가 거룩한 미사에 규칙적으로 열심히 참석할 때, 또 우리가 성체 안의 예수님 현존을 지속적으로 흠숭하는 시간을 보낼 때,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를 더 잘 깨닫게 됩니다(에페 3,17-18 참조). 교회 공동체의 형제자매와 함께 성찬을 나누며 우리는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성모님처럼 형제자매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서둘러’ 실천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드니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이 주제에 관련하여 요한 사도는 빛나는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 이로써 우리가 진리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1요한 3,18-19).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바로 이러한 정신으로 각 교구에서 주교님들과 함께 이번 청소년 주일을 거행하기를 권합니다. 이것은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라는 주제로 시드니에서 열리게 될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여러분을 도우시어, 세상을 변화시킨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라는 외침이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질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저는 기도 중에 여러분 모두와 함께할 것이며, 진심어린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2007년 1월 27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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