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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구환경 이야기: 탄소의 변화무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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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3 ㅣ No.1051

[빛과 소금] 지구환경 이야기 - 탄소의 변화무쌍함


탄소는 지구상에서 13번째로 많은 원소이긴 하지만 지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지각의 0.2%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탄소 화합물은 다른 모든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의 수보다도 많다. 더욱이 탄소는 구조적 특성이나 크기의 적절함 때문에 새로운 화합물을 만드는 것이 용이하다. 또한 탄소의 수가 증가할수록 다양한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탄소 외의 원소가 주가 되서 이뤄진 생명체는 지구상에 없다고 할 만큼 탄소는 생명체 구성에 어떤 다른 성분보다 중요하다.

생명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탄소는 공기와 물, 땅 속, 그리고 생명체의 몸속에 이르기까지 일정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순환하고 있다. 공기가 아닌 다른 곳에 숨겨져 있던 탄소는 생명활동을 포함한 일상생활을 위해 필수성분과 에너지를 공급하자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야 되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는 이산화탄소로 바뀌어 공기 중으로 빠져나온다. 그리고 방출된 탄소는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요즘 그 균형이 깨져서 그렇지만, 원래 자연 상태에서는 일정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동시에 그만큼 다시 흡수되는 게 정상이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자연에 의한 자정기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열대우림 뿐 아니라 주변의 숲과 갯벌, 늪과 연못 밑의 퇴적층 등은 사람들만을 부양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나무와 풀, 그 속에서 살아가는 크고 작은 동물과 미생물들의 다양한 생명활동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동시에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부양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는 거대한 탄소저장고인 셈이다. 그렇지만 탄소저장고라고 해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것도 아니고 배출량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흡수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모든 활동과 대상을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아니면 얼마나 흡수하는지를 가지고 평가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에 자동차나 전기를 과도하게 사용했던 사람들에게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최근의 노력에 대해 여러 가지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발생량과 흡수량이 거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오래된 숲과 갯벌과 같은 습지에 대해서는 흡수량이 압도적으로 많지 않다는 이유로 홀대하는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숲과 습지의 보전과 복원을 공기 중 탄소 격리전략 중 하나로 적극 권고하고 있다.

이렇듯 ‘우등상’이 아닌 ‘노력상’에 초점이 맞추어진 작금의 온실가스 저감노력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껏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량을 균형있게 유지하면서 생명활동의 마당이 되어 주었던 기능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흡수량을 늘리기 위한 단기적인 노력만을 우선시하는 경향은 지금껏 숲과 갯벌을 파괴하고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이들의 원죄를 숨겨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에 관련한 온갖 주장과 억측 속에서 생명창조의 필수 재료였던 ‘탄소’를 통하여, 우리들의 잘못된 삶과 태도를 경고하고 벌하는 전지전능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생명과 건강한 지구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한 청지기로서의 깨달음과 삶과 행동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2010년 4월 25일 부활 제4주일 인천주보, 조경두 프란치스코(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환경사목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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