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7년 제12회 농민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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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7-07 ㅣ No.242

제12회 농민 주일 담화문


“우리 농촌을 살립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12회 농민 주일을 맞이하여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농민들과 이를 함께 걱정하는 모든 이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1994년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시작하고, 1995년 농민 주일을 처음으로 제정한 이래, 점점 어려워져 가는 농촌과 농민들의 상황을 특별히 주목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농민들의 아픔과 절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등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지향하는 국가 정책으로 인해 농민들이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먼저 우리는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절망하는 농민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이 앞으로 입게 될 피해를 감안해서 그들의 생존권을 보전하는데 최선을 다해주기를 촉구합니다.

 

사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현대의 물결 속에서 발생하는 농민과 약자들의 고통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1999년 아메리카 교회들에 대한 권고에서 경제의 세계화 현상과 신자유주의 체제의 부정적인 결과를 경고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연대할 것을 촉구하신바 있습니다. 또한 같은 해 아시아의 교회들에 보내는 권고에서도 “세계화의 많은 긍정적인 효과들을 인정”하지만 “세계화가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과 더불어 이루어졌으며” 특히 문화의 세계화가 “아시아 사회들을 세속주의적이며 동시에 물질주의적인 소비주의적 세계 문화 속으로 급속히 몰아가고” 있고 그 결과 “전통적 가정과 사회적 가치들의 침식이 일어나고”("아시아의 교회" 제39항)있음을 지적하셨습니다.

 

이렇게 교황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우리나라의 농업도 지속적으로 위축되어 왔고, 농촌 공동체는 급격히 붕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노령화되어 2006년 12월 1일 기준 전 인구의 6.8%인 330만 4천 명만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나마 60대 농가 경영주가 59%에 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농산물 수입 개방 정책은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크게 가중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농업은 시장의 원리만으로는 그 소중함을 다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농민들이 “쌀은 민족의 생명이며 나라의 주권”이라고 호소하는 것은 벼농사가 단순히 경제적 재화로서의 쌀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을 보전하고, 지하수를 만들어 내며, 홍수를 방지하고, 토양의 유실을 막으며, 기후를 조절하는 등 화폐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수많은 공익적인 기능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민족의 모든 문화가 벼농사와 연관되어 있음으로 “쌀은 우리 민족의 혼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는 농민들의 외침에도 다시 한 번 귀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세계화로 인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소외 없는 세계화”(요한 바오로 2세 “세계 평화의 날 담화”, 1998. 제3항)와 “인류의 참된 선에 초점을 두는 세계화”(베네딕토 16세 교황님, 2006년 사순시기 담화)를 촉구하고, 가난한 이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정의를 위한 연대와 평화를 권고해 왔습니다.

 

이러한 권고를 상기하며 우리는 지난 1994년 이래로 실천해온 도농공동체운동인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격려를 보내며, 이 운동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그 참된 의미를 지속적으로 구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창조 질서를 보전할 수 있는 생명의 농사법을 개발하고 보급할 뿐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형제자매들을 가족적인 연대로 일치시켜 줍니다. 도시와 농촌이 정성껏 가꾼 곡식을 서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누는 것은 자연과 우리 농촌을 살리는 것이며 생명의 농산물을 매개로 하여 하느님의 생명과 은총을 나누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농촌의 마을 공동체와 도시의 본당 공동체뿐만 아니라 교회의 많은 구성원들, 학교와 단체와 기관과 병원에서도 이 운동에 활발히 동참하여 생명 농산물을 나누며, 동시에 생명·공동체 운동의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실천 방식들을 개발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농사일을 통하여 하느님 창조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농촌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도시의 많은 교우 여러분의 노력이야말로 생명이신 하느님의 자녀로서 행하는 진정한 신앙고백임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농촌을 살리려는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어 우리의 농촌이 하느님이 주신 자연의 아름다움과 마을 공동체의 따뜻함과 더불어 길이 보전되기를 기도합니다.


2007년 7월 15일

제12회 농민 주일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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