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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신앙교리성 발표 문서, 복음화의 몇 가지 측면에 관한 교리 공지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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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7 ㅣ No.71

교황청 신앙교리성 발표 문서 “복음화의 몇 가지 측면에 관한 교리 공지” 해설


종교 선택은 자유니 권하지 말라?

 

 

-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복음화에 대한 투철하지 않은 사고방식은 교회의 본질인 복음화의 소명과 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2006년 6월 6일 의정부교구 레지아 선교 신앙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율동찬양을 하며 환호하고 있다. [자료사진]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지난 해 성탄을 앞두고 발표한 문서 “복음화의 몇 가지 측면에 관한 교리 공지”는 그리스도교 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복음 선포에 대한 교회와 교회 구성원들의 기본적 소명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있다.

 

 

선교 사명에 대한 ‘혼란’

 

하지만 이 공지가 발표된 가장 직접적인 동기 중의 하나는 문서에서도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 복음화의 사명에 대한 퇴색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서는 제3항에서 이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날 교회의 선교 사명에 관한 ‘혼란이 점증’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종교 문제에서 다른 이들을 설득하려는 모든 시도는 그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돌아서게 하고 가톨릭 신앙으로 개종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거나 ‘더욱 인간답게 또는 자신의 종교에 더욱 충실하게’ 살도록, 또는 ‘정의와 자유, 평화와 연대를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를 건설’하도록 권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제안한다.”

 

문서는 나아가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명시적으로 표명하거나 교회에 공식적으로 통합되지 않아도 구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에게로 돌아서도록 장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사고방식은 이미 우리 한국교회 안에서도 흔하게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다원주의, 종교적 다원주의가 그리스도교 교회의 만만치 않은 도전으로 발견되고 있는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이러한, 복음화에 대한 투철하지 않은 사고방식은 교회의 본질인 복음화의 소명과 의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미 신앙교리성이 지난 2000년에 발표한,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유일성과 구원의 보편성에 관한 선언 ‘주님이신 예수님’(Dominus Iesus) 안에서도 드러난다. 곧 세상에 열려 있는 자세를 견지하고, 다른 종교와 신념들 안에서 발견되는 선한 것들을 충분히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류 구원의 역사에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유일성과 구원의 보편성에 대한 인식이 퇴색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신앙교리성의 이번 문서 역시 복음화에 대한 보다 투철한 의식이 교회의 선교 사명에 대한 ‘혼란’으로 인해 퇴색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이 그 직접적인 동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복음화는 진리와 자유를 요구

 

이러한 문제의식에 바탕을 두고 문서는 크게 세 가지 차원, 즉, 인간학적 의미와 교회론적 의미, 그리고 교회 일치적 의미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학적 의미에 있어서 문서는 현대 사회와 문화 안에서 발견되는 상대주의에 대해 지적한다. 문서는 “몇몇 형태의 불가지론이나 상대주의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부인하지만, 실제로 인간의 자유는 진리와 분리될 수 없다”며 “이러한 진리 추구는 순전히 혼자 힘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다른 이들의 도움과 다른 이들에게서 받은 지식에 대한 확신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문서는 따라서 “다른 사람이 자유롭게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도록 이끌기 위해서 가르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인간 자유를 부적절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정당한 노력이며 봉사’”라고 확신한다.

 

복음화를 위한 노력은 결코 강요가 아니다. 그래서 문서는 복음화를 통해 “문화들은 복음의 진리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복음화를 통해 가톨릭 교회의 구성원들은 다른 전통과 문화의 선물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그리스도교의 복음화에서는, 강압이나 부적절한 회유 등 대화 상대의 존엄과 종교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회론적 의미에서 문서는 “그리스도교 복음화에서 ‘새 구성원들이 교회에 통합되는 것은 세력의 확대가 아니라, 하늘과 땅, 그리고 서로 다른 대륙과 시대를 이어주는 그리스도와의 친교망으로 들어오는 것을 뜻한다”고 확신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을 인용해 “종교 자유를 존중하고 촉진하는 것이 ‘진리와 선에 대하여 우리를 무관심하게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문서는 오히려 “바로 그 사랑이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진리를 선포하도록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재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서는 마지막으로 교회 일치적 의미에 대해서,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서 교회 일치 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지적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의 분열은 교회의 복음화 사명의 신빙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가톨릭 복음화가 이루어질 때, 가톨릭 신자들은 ‘그 나라의 전통과 영적 자산을 진심으로 존중하며 성실한 협력 정신으로’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복음화는 개종 권유가 아니라 대화로 이루어진다”고 확신한다.

 

 

아시아 교회의 도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이반 디아스 추기경은 문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문서가 아시아 민족과 교회들의 현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면서, “종교 다원주의 환경에서” 복음화는 “교회에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니지만”, “우리는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활발한 시기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현대에 특별한 도전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특별히 아시아 대륙에서의 복음화 노력과 관련해 “그리스도인들은 그 안에서 성령의 활동, 다시 말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말한 ‘진리의 씨앗’을 찾아서,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진리를 온전히 알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08년 1월 6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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