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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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목마른 하느님2: 생물학적 관점으로 본 물 - 창녕 우포늪 현장탐방, 물은 생명의 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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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20 ㅣ No.1024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 평화신문 공동기획] 세계 물 협력의 해 - 목마른 하느님

(2) 생물학적 관점으로 본 물 - 창녕 우포늪 현장탐방



- 까치 한 마리가 물을 마시려 우포늪에 찾아왔다. 국내 최대 자연내륙습지인 우포늪에는 600여 종의 동식물과 곤충이 산다.


봄이 되면 경남 창녕 우포늪은 연둣빛 새순의 물결로 넘실댄다. 봄바람이 늪 주변에 사는 왕버들과 개구리밥, 생이가래에 손짓하면 이곳에서 겨울을 난 기러기떼는 딱새와 황조롱이, 박새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국내 최대 자연내륙습지인 우포늪을 10일 찾았다.
 

봄바람 가득한 우포늪

'바람은 나무가 일으킨다'는 말이 있다. 얼었던 물이 녹으면 나무들이 땅속에서 힘껏 물을 빨아올리는데, 물을 머금은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면서 나비효과처럼 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시(詩)적 표현이지만, 나무가 물을 뽑아 올릴 때마다 실제 조금씩 흔들린다고 한다.

우포늪의 봄은 삭막했던 왕버들 가지에 물이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쑤시개처럼 메말랐던 고동색 나뭇가지가 옅은 연둣빛으로 보일 때면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봄이다. 물 덕분에 봄이 시작된다. 또 물이 있기에 깨알 같은 생명이 땅속에서 비집고 일어난다. 왕버들과 갯버들 등 줄줄이 서 있는 버드나무 가지들은 어느새 연둣빛 솜털들이 자라기 시작했고, 조팝나무에는 벚꽃처럼 흰 꽃이 만발했다.

 

- 먹잇감을 찾고 있는 남생이무당벌레와 썩은 나무에 둥지를 짓고 있는 쇠딱따구리.

 

 

우포늪은 2008년 창원에서 람사르 총회가 열리면서 람사르협약 습지로 소개된 덕분에 유명해졌다. 람사르협약은 습지 보호와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조약이다. 원래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우포늪 습지는 우포늪과 목포늪 등 네 개의 작은 늪으로 이뤄져 있다. 전체 면적은 231만㎡로 여의도 크기의 4분의 1이 조금 넘는다. 우포늪은 봄이면 호수같아 보이지만, 여름이면 개구리밥과 물옥잠, 가시연꽃 등이 수면을 가득 덮어 장관을 이룬다.

우포늪 생태해설가 이현휴(43)씨는 "늪(습지)은 물에 젖어 있는 땅 즉,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지역"이라며 "물가에 사는 새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을 품은 작은 생태계로,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자연 학습장"이라고 말했다.

 

 

늪이 품은 생명

 

에스키모인들은 화가 나면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똑바로 걷는다. 자연을 바라보고 걸음으로써 자기 안에 쌓인 화를 쓸어내고, 자연이 주는 온화한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 우포늪 전경. 우포늪은 여름에는 물이 안 보일 정도로 수생식물들로 뒤덮인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힐링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기에 스스로 자연스러워지려는 행동을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포늪의 쇠딱따구리가 버드나무에 구멍을 내다 일을 다 했는지 '찌이익'하고 운다. 남생이무당벌레는 나무 위를 기어 다니는 버드나무잎벌레들을 좇느라 분주하다. 늪 한쪽에는 까치가 목을 축이려 물가를 서성대고, 왜가리는 작은 물고기를 찾으러 날아다닌다.

봄에는 늪 수심이 50㎝가량이다. 물과 흙이 닿아 있는 땅에는 만지면 솜털처럼 부드러운 생이가래 씨앗이 해변의 모래처럼 많이 쌓였다. 생이가래와 개구리밥이 뒤섞여 물인지 뭍인지 헷갈리게 질척거린다. 더듬이 달린 개미 머리처럼 보이는 매자기 씨앗과 인디안벼라고 불리는 줄, 갈대가 이곳 철새들 보양식이다.

우포늪에서 만난 다양한 생명들의 오케스트라 연주(?) 덕분에 '내가 원시 생태계 속에 있나'하는 착각이 든다. 물 덕분에 다양한 생명이 사는 우포늪은 인간에게 '자연과 어울려 살라''천천히 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평화신문, 2013년 4월 21일, 이힘 기자]

 

 

전문가 기고 - 물은 생명의 혈액이자 근원



주위를 잠깐만 둘러봐도 참 다양한 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생물들이 다양하게 보일지라도 절대 예외를 찾을 수 없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이뤄져 있고, 세포의 모든 활동은 물이 바탕이 된다는 사실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 자체가 비록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도, 몸을 이루는 유기물질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모든 생명대사가 물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용매 역할을 한다. 그래서 물은 '생명의 혈액'이다.

모든 생명체가 물 없이 살지 못하게 된 생물학적 이유는 지구 생명체 역사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우주 폭발로 지구가 생겨났고, 강한 번개와 화산 폭발, 태양 에너지가 지구의 여러 가스를 버무려 유기물을 만들었다. 그 유기물들이 더욱 거대해져 서로 함께하는 상태가 됐다. 그리고 지금의 세포와 비슷한 형태의 원시세포가 만들어졌다고 과학자들은 믿는다.

그 후에 나타난 지구상 모든 생물은 그 때 있었던 세포로부터 유래한다. 처음 조상 세포가 지구에 탄생한 장소는 물이 존재하는 곳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화산이 폭발하는 바다 주변이나 뜨거운 진흙 물웅덩이 등 극한 상황에서도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이라는 분자가 지닌 특징 때문이다.

자연물 중에 물만이 온도에 따라 고체와 액체, 기체의 세 가지 형태로 바뀌며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생물세포는 50~80%를 차지하는 물에 의해 어느 정도 일정한 내부 상태를 유지한다. 만약 물 대신 알코올이 우리 세포를 만드는 바탕이었다면 지금과 같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몸은 70%가량의 물을 포함하고 있다. 살아 있는 상태는 몸 안에서 끊임없이 대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우리가 먹은 녹말을 분해하는 과정에 물이 필요하다. 물이 녹말 분자에 끼어들어 가야 한다.

따라서 모든 생물에게는 물이 필요하고,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에서만 살 수 있다. 바다 생물은 몸 안의 소금 농도를 낮춰 물의 농도와 양을 유지한다. 육지 생물은 그러한 재주가 없어 깨끗한 물이 존재하는 곳에서 산다.

담수 생물의 서식지는 작은 생태계다. 그 안에서 여러 생물이 서로 영향을 준다. 물의 얕은 표면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해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물속 생물이 숨 쉴 수 있게 한다. 강바닥 모래에 붙어 있는 미생물은 유기물을 분해해 물을 정화하며, 그 미생물은 작은 조개나 고둥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이들을 먹는 작은 물고기와 큰 물고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은 그곳에서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한다. 그곳 물의 상태와 그 안의 많은 생물은 오랜 시간 적응된 상태로 그렇게 살 수 있다. 사람이 오염 물질을 뿌리거나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금강에 설치된 공주보와 배제보에 관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보 때문에 정체된 물 표면이 강한 햇빛을 받아 표층 수온이 올라가는 바람에 겨울에 자라지 않던 녹조가 많이 자랐다. 이른 봄부터 때 이른 수질오염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습지나 철새 서식지가 보 때문에 사라지면서 겨울철에 있어야 할 가창오리와 고니, 청둥오리 등이 전혀 보이지 않고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흐르던 물이 멈추고 그곳에 서로 고리를 짓고 있던 생태계가 바뀐 탓이다.

물과 관련한 과학적 사실을 연구, 발표하는 잡지 「Hydrological Science Journal」에서 물 부족 사태를 예견하는 논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계적 물 부족 요인은 첫 번째, 인구 증가이며 두 번째, 지구 기후변화다. 세 번째는 국경을 넘나드는 강물의 운영이 꼽힌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 번째 요인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우리도 피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준비해야 한다. [평화신문, 2013년 4월 21일, 한징택 교수(서강대 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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