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6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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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7-12 ㅣ No.197

2006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에페소서 2,14)

 

 

평화의 하느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이 당신을 통해서 하나의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원하셨습니다(요한 17,21).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사명을 십자가의 신비로 완성하셨고, 당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모든 이들이 신분과 인종을 넘어서 하나가 되게 하셨습니다. 이 넘치는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과 화해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평화를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화해의 손길을 잡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악의 세력은 오늘도 우리를 욕망에 찬 인간으로 만들어 분열과 대립, 갈등과 다툼을 일으키게 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민족은 하느님께 주시고자 하는 평화를 간직하지 못했습니다. 분단이라는 민족의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었고, 지금도 심각한 분열과 대립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분단은 남과 북의 갈등을 넘어서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의 분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교회의 노력

 

우리는 분단의 역사로 고통 받고 있는 민족의 아픔에 충분히 동참해왔는지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봅시다. 우리는 분단 상황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슬픔과 고뇌, 기쁨과 희망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여기기 보다는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의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지 않았나 되돌아봅시다. 

 

그러기에 바오로 사도는 우리 신앙인이 화해의 사도가 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하느님에게서 옵니다.”(2코린 5,18) 

 

교회는 화해의 사도로서 그 직분을 수행하기 위해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형제적 나눔과 평화적 통일을 위한 기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각 교구와 수도단체와 선교단체는 북한 복음화를 위한 교회의 사명을 더욱 인식하며 대북 지원, 새터민 정착지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지속적으로 바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 가운데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실천하고자 헌신하는 많은 신앙인들이 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실적 고난

 

그러나 아직도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룩하기에는 현실의 정치·사회적 여건이 어렵기만 합니다. 첫째 계속되는 군사적 긴장입니다. 북한의 핵무장은 동북아 정세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은 난항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국과 북한의 불신은 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둘째 북한의 경제난입니다. 북한의 경제는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직면하였습니다. 많은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었고, 에너지난은 심각한 지경이며, 많은 주민들이 빈곤과 기아에 시달이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근본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부와 민간의 대북지원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셋째 열악한 북한의 인권상황입니다. 경제난과 북한 내부의 정치·사회적 불안은 주민들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넷째 남한 사회의 분열입니다. 아직도 통일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자리 하지 못하고 이념적 대결과 편향적 사고는 사회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볼 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우리 신앙인들의 희생과 기도와 구체적인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평화를 희망하는 삶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평화를 이룩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신앙은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우리가 동포의 어려운 형편을 이해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려는 희망을 품고 있는 한 하느님은 우리 민족을 위해서 놀라운 계획을 세우실 것입니다. 아니 사실 그러한 열매들이 맺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여러 기회를 통하여 북한 땅을 밟고 있으며, 개성에서는 남북이 함께 공장을 세워 물건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가 연결되어 시험운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평양교구장 서리이신 정진석 대주교님께서 추기경에 서임되는 기쁨도 있었고, 가까운 시일에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두 번째 방북이 있을 예정입니다. 

 

우리는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우리 주님의 명령을 따라서 분열된 우리 사회를 화해시키고, 갈라진 우리 민족을 일치시켜서, 이 땅의 평화가 이룩되는 날까지 평화의 도구가 됩시다. 

 

2006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운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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