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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제39회 군인주일 군종교구장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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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9-30 ㅣ No.204

2006년 제39회 군인주일 담화문

 

 

제39회 군인주일을 맞이하여 그 동안 군사목을 위하여 기도를 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군인주일인 오늘은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수고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을 기억하며 또한 이들을 돌보고 있는 군종사제들의 사목활동을 위해 아낌없는 기도와 후원을 보내는 날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최근 들어와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위기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동안 핵문제로 한반도를 불안하게 했던 북한이 급기야는 핵실험을 가시화시켰습니다. 또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정부의 평화적인 대처로 6자회담은 지리멸렬하여 성사되지 못한 가운데 한·미·일 관계는 더욱 악화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와 논란이 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으며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중요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생기는 극단적인 대립은 국론의 분열을 낳게 하고 이러한 대립에 휘말려 사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경제적인 불안과 안보걱정의 이중고를 겪는 힘없고 지친 서민들에게 사행성 오락에로 유혹하는 바다 이야기의 의혹과 법조비리는 정치인들 뿐 아니라 이 나라를 이끌 엘리트들마저 도덕성과 윤리가 타락되었음을 말해주고 있어 더욱더 슬픔과 암담함을 느낄 뿐입니다.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리는 어디에 희망을 두고 살아야 합니까? 겸손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나라를 맡기며 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굽어 살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안심과 희망을 주는 군

 

나라가 위기에 처해 국민들이 불안할 때 군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믿을 수 있는 튼튼한 보루이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평화와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것은 군대 외에 그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군이 최근 들어와 인식 뿐만 아니라 권위도 약해졌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이제 와서 그 누구를 탓해봐야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조국의 평화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칠 각오까지 되어있는 군인은 국민 모두가 아끼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애정을 쏟아 줘야할 사람들입니다.

 

사기가 충천해야 군은 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야말로 모든 국민들의 성원 속에 새로운 군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실 최근 들어와 군은 여러 가지로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몇차례 일어났던 총기사고, 군기강이 해이한 듯 보이는 사건들과 전투기 추락사고를 비롯한 각종사고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한편 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군의 주 구성원을 이루고 있는 병사들은 신세대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은 의지도 약하고 이기적이고 종교에 대해서도 관심 없으며,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할 만큼 다른 가치관과 윤리의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신세대 젊은이들의 집단인 군에서는 언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젊은이들이 군대생활을 통하여 많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군복무 전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군에서 체험합니다.

 

한국에 태어난 것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밤을 지새며 하는 경계근무를 통해 조국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렵고 힘든 일을 몰랐던 병사들이 수해와 산불로 재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기 위하여 땀을 흘리면서, 함께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더 나아가 인생과 종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최근 어느 부대를 방문하였을 때 이런 표어를 보았습니다.

 

“군은 종합대학이다.” “군복무에서 성공하는 것은 인생의 50%를 성공하는 것이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그 어느 곳에서 이런 체험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중요한 교육을 군에서 많은 부분을 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신앙과 종교에 무감각 하였던 신세대 젊은 병사들이 힘든 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고도 절실하게 교회를 찾게 됩니다.

 

군이야말로 신세대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체험하고 신앙을 체험하게 해주는 살아있는 학교이며 인생의 수련장입니다.

 

군은 이런 점에서 우리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를 위해서 밝은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입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마태 5,9)

 

이 시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평화입니다.

 

국가안보에 대한 불안으로 국민들은 평화를 아쉬워합니다.

 

전쟁의 위협이 없는 평화는 물론이지만 우리사회에 넘치는 분열과 갈등을 바라보며 나와 다른 생각이나 주장을 존중해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는 평화로운 마음을 아쉬워합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집단인 군은 새삼 우리를 안심시키고 희망을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사회와 희망 있는 교회를 만들기 위하여 군은 참으로 소중한 곳입니다. 새로운 군을 만들기 위하여 국민들과 신자 여러분의 특별한 기도와 성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오늘 군인주일을 지내며 전국의 모든 군인들, 특별히 군인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고 싶습니다. 

 

또한 여러분이 참으로 소중한 분들임을 모든 국민들과 함께 뜨거운 마음으로 고백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야말로 평화를 위하여 존재하고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예수님께서 산상에서 하신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라는 말씀에 위안과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또한 오늘 우리는 군종사제들을 비롯하여 군에서 일하는 수도자, 평신도 봉사자들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이들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 “젊은이들아, 와서 내 말을 들어라”(시편 34,11)라는 말씀을 하신 주님을 대신하여 황량한 벌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군복무를 하는 젊은이들은 머지잖아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사회의 일원이며 교회의 주인이 될 사람들입니다.

 

또 직업군인들은 이 땅의 든든한 평화의 파수꾼이 되는 일을 평생의 일로 삼겠다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참된 삶을 일깨워 주고 그리스도의 생명의 말씀을 전하며 세례를 주는 일처럼 희망적이고 비전이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 군인주일에 여러분이 해주시는 기도와 관심, 특별히 재정적인 지원은 군인들은 물론 이들을 위해 일하는 군종사제들과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사기를 높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를 빌며 감사를 드립니다.

 

2006년 10월 1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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