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5년 제24회 인권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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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12-01 ㅣ No.210

우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 제24회 인권주일을 맞이하여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가톨릭 교회는 예로부터 성경 말씀에 따라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창세기1, 26-28)으로서 존엄하고 그에 합당한 여러 권리를 갖는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모든 피조물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도록 불리었습니다. 인간은 바로 이를 위해 창조되었으며, 이것이 인간 존엄성의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하고, 인간 존엄성은 인권의 보장과 실현을 통하여 보증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주의와 소비주의가 만연한 나머지 인명 경시 풍조가 우리의 정신과 생활에 스며들어 인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사회와 국가의 진정한 발전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생존권을 비롯하여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절대적인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의식주의 권리와, 진료 등 정당한 사회적 봉사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인간은 병고, 노동력의 결여, 과부 신분, 노환, 실업 등에 처했거나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생존방법을 상실하는 경우에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갖습니다(참조: 지상의 평화 11항).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기본적인 품위를 지킬 수 없게 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빈곤입니다. 절대적 빈곤 상태에 내몰린 사람들의 처지는 흔히 대를 물려가며 세습되기에 정부는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여 지원해야 하며, 모든 신자들과 시민들도 서로 협력하여 시급히 빈곤을 퇴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 인구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나 있지만 오늘의 우리 사회가 있도록 노력한 주역들인 노인들이 우리 사회의 부담으로 치부되지 않고 또 다른 주역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합니다. 노인들도 긍지를 가지고 자신과 이웃의 발전에 힘쓰며 도움이 필요한 동료 노인들을 스스로 돕는 등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체계적인 노인복지 정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합니다. 

 

또한 북녘 동포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전하면서 우리는 북한 사회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특히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실현되기를 촉구합니다. 종교의 자유는 모든 자유 중에서 한 사회의 인간화 여부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인권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생명에 대한 권리가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무죄한 태아의 살인, 불치병 치료의 구실로 자행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의 연구와 비윤리적 목적에 이용되는 여성 인권의 유린 등입니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배아는 인간의 생명 자체입니다. 연구를 위해 생명을 파괴해서는 안 됩니다. 그 대안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권장합니다. 

 

둘째, 음지에서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 인간 존엄성을 유린당한 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정의에 어긋납니다.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셋째, 사형제도가 실정법으로 존재하고 그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전적으로 하느님께 속한 것이므로 국가라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비인도적인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종신형 제도로 바꾸어야 합니다. 

 

넷째, 아직도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이 남아 있습니다. 이것을 인도적으로 개선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수많은 선량한 서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하였고 그들의 가정과 삶을 파괴한 바 있는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는 건강하고도 성숙한 사회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국가가 노력해야 하며 개인이든 단체이든 모든 이가 함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살리도록 힘써야 합니다. 특히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우리 신자들은 생활 현장에서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제24회 인권주일을 맞이하여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바치신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2005년 12월 4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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