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6년 제6회 가정성화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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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12-21 ㅣ No.212

제6회 가정성화주간 담화


가정을 이끄는 힘은 기도입니다

 

 

†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축하는 성탄 축제와 함께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는 여러분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성가정 축일을 시작으로 온 가족이 함께 가정의 의미를 새기는 가정성화 주간을 맞이하였습니다. 가정성화주간은 가정의 숭고한 의미를 되살리고 용서와 화해로 가족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일치와 사랑의 공동체로서 새해를 맞게 하려는 취지가 있습니다.

 

가정은 세상 안에 세워진 가장 복된 곳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당신을 닮은 인간을 만드시어 세상을 다스리게 하시고 남자에게 여자를 불가분의 내조자로 주시어 서로 하나가 되어 가정을 이끌어 가도록 섭리하셨습니다. 이러한 가정을 통하여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1,28)는 창조주의 축복이 실현되고 출산을 통해 하느님의 모상(模相)인 인간을 생명을 전달하는 하느님의 협력자로 삼으셨습니다. 또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요한3,16) 마리아와 요셉 가정을 통해 구원사업을 이루시고 가정의 품위를 들어 높이셨습니다. 이렇게 구세주께서 마리아의 몸에서 육신을 취하시어 한 가정의 생명으로 오신 것은 가정이 바로 구원의 문이며 생명의 시작임을 알려 주시는 것입니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마르10,9) 이 성경말씀은 부부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가 들어 있습니다. 참된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자기 부모로부터 진정한 ‘떠남’ 이 있어야 합니다. 이 떠남은 마치 누에고치 속에 있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아 오르듯이 새로운 가정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성장기로부터의 떠남은 새로운 인간 관계를 시작하는 부부생활의 시작이며 독립적인 인격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참된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 다른 가정의 문화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기에 남편과 아내의 성숙한 관계와 일치를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서로를 위한 희생적 사랑과 배려가 가정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형성된 자기를 버리고 너를 통해 새로운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구원의 문이요, 생명의 시작인 복된 가정이 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혼의 시작인 부모로부터의 ‘떠남’이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고도 부모로부터 정신적, 경제적으로 떠나지 못하고 의존함으로써 둘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부모로부터의 의존적 생활방식은 부부의 깊은 유대를 방해하며 자녀교육의 의무조차 불성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혼인과 출산을 삶의 ‘필수요소’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아지고 혼인의 유대를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기보다 인간적인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맺고 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 혼인없이 동거하거나 이혼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의 붕괴는 청소년문제, 노인문제를 포함한 수많은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신앙마저 망각하거나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가정의 의미가 약화되고 이혼자들이 속출하는 현실 안에서 교회는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부부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의 핵(核)심인 부부가 무너지면 가정해체라는 엄청난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부의 깊은 유대와 이해를 위해서 혼인 전 자신들의 애정관을 주의 깊게 살피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으며 독립적인 삶을 준비하고 올바른 자녀관을 지니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교회는 자녀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탁아사업이나 방과후 자녀들을 돌보는 정책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장학제도를 통해 출산을 돕는 재원 마련에 힘써야 합니다.

 

또한 가정이 무너지지 않고 살아 있는 세포로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는 기도생활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는 주님의 말씀이 드러나는 최초의 공동체가 가정입니다.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사는 작은 가정 안에서 주님께 바쳐 드리는 기도 안에서 가족들이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며 가정의 힘과 정신적 일치를 얻게 됩니다. “성령의 은총을 내리시고 주님의 사랑을 이들(신랑과 신부) 마음에 부어주시어 부부의 신의를 항구히 지키게 하여 주소서”(혼인예식,74항)라는 성령의 초대는 사랑과 진리 안에서 가정을 일치시키며 가족간의 내적 유대를 강화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많은 부부들은 올바른 가정을 이룩하는 내적 유대와 사랑이 부족하고 진정한 ‘떠남’이 없는 의존적 생활형태로 주님을 모시는 참된 가정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혼(離婚)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이혼했다는 죄의식으로 교회를 뒤로하고 냉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가정공동체 73항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이제 교회는 이러한 어려움과 고통 중에 있는 가정들을 후원하고 그 가족들을 돌보아주며 그들이 복음의 조명 아래 살도록 도와야 합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1고린 12,26)라고 바오로 사도가 말했듯이 아파하는 지체들(이혼자)을 더 이상 교회에서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하루속히 그들이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하느님께 돌아올 수 있도록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만남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며 인생에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실현되는 가정이 병들지 않도록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가족에게 이름을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에페3,15) 항상 기도하는 공동체로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고통과 좌절의 늪 속에서 방황하는 가족들을 돌보는 가정사도직을 성실히 수행하여야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가족들이 함께 모여 화목한 가정을 설계하고 부부일치와 자녀사랑에 관심을 가지고 더 큰 가정성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며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우리 가정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합시다.

 

온 세상에 있는 모든 가정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가족에게 이름을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에페3,15),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안에서 우리 기도합시다.(요한 바오로2세 가정교서 2항)

 

2006년 12월 31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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