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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18대 대선에 즈음하여: 정의를 실천할 신뢰받는 인물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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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1-28 ㅣ No.988

[경향 돋보기 - 제18대 대선에 즈음하여] 정의를 실천할 신뢰받는 인물이어야


가을이 착하게 익어가고 있다. 특별났던 여름 혹서를 힘겹게 이겨내며 우리 모두는 선선한 가을을 열렬하게 기다렸다. 소담스러운 가을과 함께 대권에 도전하는 인물들은 국민들을 향해 자신을 알리기에 편할 날이 없다. 국민들에게 삶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우면서 희망이 넘쳐나는 세상을 반드시 구축해 내겠다는 다짐을 공약으로 쏟아내고 있다.

겨울의 초입인 금년의 12월이 여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이 가을철, 국민을 위해 차려낸 풍성한 잔칫상을 온전하게 나누어줄 신실한 주례자가 확정 공표되는 시점이 그때이기 때문이다. 금번 18대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더욱 엄격하면서 자신이 공표한 말들을 충실히 지켜내는 그러한 인물이 반드시 당선되어야 한다.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는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

이제 대통령선거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수립 이후 18번째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선의로운 역사발전은 시간의 경과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시대의 주인공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민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언제나 시대적 책임을 헤아려야 한다. 배움을 통해 생각을 바르게 하면서 우리들은 자신과 타인의 몫을 합당하게 산정·배분하는 의지를 평소에 익혀가야 한다. 그러한 인간에게 역사는 시대마다 ‘정의’라는 주제를 공동체 모두에게 제시하여 왔다.

정의는 “각자에게 그의 몫을 돌려주고자 하는 항구부단한 의지”라 하였다. 소수자와 공동체를 배려하는 ‘정의’를 고민하지 않거나 합리적 ‘공정’을 유린하는 인간 무리들에게 역사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주님은 정의와 공정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주님께서 내리시는 자애의 은총은 정의와 공정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우리 모두는 명심하여야 한다.

착한 가을 하늘보다 더 푸르고 투명하면서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하는, 그래서 임기 동안 국민들의 시름을 바르게 정돈시켜 내면서 정의가 활착하는 사회를 엮어낼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될 입후보자는 물론이고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 모두가 기본적으로 바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곧, 국민들을 위해 헌신할 심성과 역량을 길러온 이들만이 정책수립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사람은 겨울을 품고 있는 ‘동지’ 절기가 희망찬 봄을 낳기 위한 준비의 마디였음을 국민들에게 온몸으로 알게 하는 사람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부정의’와 ‘패거리’로 함축되는 한국정치의 나쁜 모습

우리의 지나간 정치장면들을 기억에서 되새겨보자. 우선 떠오르는 선명한 이미지는 ‘부정의’와 ‘패거리’다. 정치에 대해 “기대가 적어야 실망이 적다.”는 속담을 국민에게 각인시켜 준 이들이 정치하는 사람들이며, 더하여 “공약은 본래 남발하는 것이고 그를 이용하여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으로 정치에 대해 그릇된 지식을 심어준 주인공들이 바로 그간의 정치관계자들이다. 그들에게 ‘신뢰’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나아가 자신이 공표한 발언들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리하여 보여주었다.

공자는 정치에서 ‘신뢰’는 국가를 빼앗기고 생명을 버리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임을 제자 자공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던가. 놀라운 것은 자기 정도의 요령과 허세와 유들유들함을 가지려면 이런저런 연줄로 얽혀있는 패거리 무리에 속해야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공익을 농단하고 정의를 조소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임을 매뉴얼처럼 제시해 내기도 하였다.

‘말’이란 자신의 인격과 뜻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요령과 잔재주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고, 공직에서 높은 자리에 이르려면 이러한 말의 성찬과 함께 패거리에 합류하여야 하는 것임을 열심히 보여주었다. 그들은 또한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되, 공적 이익을 사적 이익으로 치환하는 능력을 인재의 판별준거로 삼는 듯하였다. 슬프다 못해 슬픔마저 상실당한, 무개념적 삶을 강요받아 온 국민들의 아픔이 정치사의 장면마다 너무나 진하게 녹아있다.

그런 틈바구니를 상처투성이로 지나온 많은 국민들은 그릇된 정치꾼들이 만들어내는 투기하는 사회상에 의존하여 돈을 움켜쥐고 물질에 취하면서 자기변신에 열중한다. 바름을 질식시키고 불공정을 획책하는 정치과정 속에서 이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전면에 부상한다. 부정의와 불합리는 적당히 넘기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가 한국사회이거늘, 이를 거부하는 자에 대해서는 인간됨의 부족이요 시세를 알지 못하는 부족한 인간이라는 여론을 만들어 벼랑으로 밀어버리기도 하였다.

불합리와 부정의를 기초로 무지막지하게 작동되어 온 패거리적 한국사회에 대해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패거리에 길들여진 무리들은 정의를 일으키는 자유정신과 다양성을 근본으로부터 배척한다. 자신이 살아온 이력 중에 들어있는 한 조각 명패에 의존하여 삶을 조작하는 ‘패거리’적 비루함은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사회의 요소요소에서 분파적이며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공과 사에 대한 구분의지도 갖지 못한 채 활개 치는 지연적 · 학벌적 · 종교적 패거리 모습은 정치를 비롯한 공적 영역에서 반드시 단절하고 폐기해야 한다.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신뢰받는 인물

국민들이 받아온 상처를 치유하면서 위대한 한국을 펼쳐 보일 웅지를 품은 대통령이라면 국민들이 나직하게 읊조리는 원망의 소리들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와 공정이 모든 영역에서 활발하게 작동하는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부정의로 왜곡된 공적 영역에 대한 교정을 위해서라도 정의에 집착하는 올바른 대통령을 한국사회는 고대하고 있다.

대통령인 자신을 산화시켜서라도 비민주적이며 부정의한 사회를 조장해 낸 병든 무리들을 권력의 영역에서, 공직의 영역에서 철저하게 베어내야 한다. 그러한 정지작업을 거친 다음에야 공정과 정의, 민주가 주류를 이루는 인간존중의 사회를 구축해 낼 수 있다.

신뢰가 인격화된 인물로서 ‘바름’으로 국민을 통합하고 지역사회를 균형되게 발전시킬 역량을 가진 인물, 그는 이 나라를 정의의 초석 위에서 민주가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선진국을 만들어낼 충직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인류를 영원한 희망으로 인도하는 ‘공교육’을 살려내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교육은 인류를 영원한 희망으로 인도하는 위대한 기재다. 태어남과 동시에 대학을 향해 살아가는 듯하는 작금의 한국사회의 무모한 행태를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반드시 합당한 교정방안을 찾아내 대수술을 단행할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존재로서 예의를 익히며 학문을 탐구해 가는 참된 교육현장을 정착시켜야 한다. 스승에게 바름을 배우고 교양 있는 민주시민의 기초를 형성하는 초중등의 공교육과정을 확고하게 정립해 내야 한다. 공교육을 붕괴시키고 사교육을 우선시하면서 부정의적 경쟁을 부추겨가는 현재의 파행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임시미봉으로 대응하여 온 교육현장들을 완전하게 변혁시켜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한국사회의 교육모습에 대해 마치 대학을 향해 달려가는 비교육과 부정의의 도가니로 인식하고 있다. 교육의 본질과 목적이 완전히 탈각된 교육현장을 내버려 둔다면 그는 절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인간을 평등하게 존중하며 정당함을 교학하고 타인과 더불어 행복을 일구어가는 교육혁명을 반드시 실천해 내야 한다.

사교육과 선행학습의 왕국에서 학동들의 인격성이 파괴되고, 부정의를 어려서부터 학습하며, 이기심만을 자신의 존재감으로 뭉쳐가는 이러한 교육현장을 절대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 자체에 대한 절대적 존중과 배려 위에 순수와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선의롭게 가꾸며, 인류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실력을 차곡차곡 함양해 갈 수 있는 즐거운 학교를 대한민국은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덕과 지와 체가 균형을 이루는 반듯한 사람을 육영하는 학교, 선생님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울려나오는 아름다운 학교를 선량한 국민 모두는 열렬하게 소망하고 있다.


‘공직부패’, ‘전관예우’를 반드시 척결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대통령은 100만여 명 공무원의 정점에 있으면서 실질적으로 그들에 대한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모범이자 전형을 보여줘야 하는 최고의 존재가 바로 대통령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공직자가 가져야 할 기본 몸가짐으로 ‘수신’과 ‘청렴’을, 더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깨치며 다듬는 존재로서 긴장감 어린 ‘자기규율’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의 지향점을 바르게 제시하면서 백성들이 당하는 어려움을 합당하게 풀어주고자 나날이 고뇌하며 인격을 도야하는 자기수양은 공직자에게 부여된 기본적 책무이다.

아울러 일상적 공무 수행과정에서 맞닥뜨린 미흡과 과오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 기초하는 자기개선 노력은 국록을 받아 사는 공직자가 일반백성에 대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태도이자 기본예의가 된다. 또한 법의 집행자인 공직자들은 법정신에서 근거하는 정의의 내용을 정밀하게 이해하고 체득하여 이를 올곧게 실천하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

공무원의 부정과 부패는 많은 국민에게 절망을 심어주는 것과 함께, 국민을 다시 부정의하며 부패할 수 있는 존재로 가르치는 가공할 위험을 안고 있다. 공무원의 부패는 국가경쟁력을 붕괴시키는 주범이 된다.

부정의한 공무원으로 한 번 판정을 받은 사람은, 공무원은 물론이고 일정하게 공적 영역과 관련하는 사적 직역에 두 번 다시 나아갈 수 없게 하여야 한다. 그러한 존재는 관여하는 부분마다 부정의를 섞어내는, 그래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한 것처럼 위장하면서 교활함과 궤변을 매달아가는 특징을 보유한다.

공직사회의 부정의와 부패는 사적 영역을 붕괴시키는 파괴력을 갖는다. 공직종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여있는 사적 영역의 종사자는 부패공무원의 부당한 법집행과 자의적 행정권행사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유린당함은 물론, 미래의 희망마저 위협당하는 공포에 내몰린다.

우리 사회의 상층을 휘감고 있는 ‘전관예우’라는 용어는 본래 뜻을 완전하게 전도시킨 부끄러운 의미로 쓰이는 대표적 단어이다. 예는 결코 이러한 부정이나 부패와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 전관에 대한 예우를 하려면 진정 경제적 · 정치적 측면에서 야합을 통한 사익의 추구가 아니라, 인격적으로 전임 공직자의 바름을 존경하여 그를 받들고 배우고자 하는 행위여야 한다. 선임자의 부정의와 천박은 후배마저 부패로 끌어들여 오염의 저수조 속에서 패거리를 이루어 유락하는 형상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되려는 인물은 한국사회의 공직부패에 대한 엄중한 단절을 확신시켜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공무원이 국민을 대함에 겸손하지 못하고, 공무원이 법의 규정에 따른 공정한 법집행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회는 그것 자체로 후진국이자 정의가 무너진 사회의 징표가 된다. 내용과 절차가 정의로움으로 채워진 법과 그를 집행하는 공무원이 바르게 결합하는 한국사회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게 되며 국제사회에서도 신망받는 선도국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존경받을 대통령의 등장을 기다리며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이 될 인물은 한국의 공무원사회를 부패 없는 공직사회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요령과 재주로 자기 영달을 몸에 익힌 공무원들은 시대변화를 두려워하면서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날 것을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대통령이 그들을 강제 퇴출시키는 용단을 내리게 될 터이다.

공직부패의 차단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삶의 의욕과 명예심을 고취하는 기초로 작용한다. 또한 국민이 공직자에 대해 갖는 신뢰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존경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견인하는 핵심동력이 된다.

한국사회의 희망적 변화는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와 정의에 기초한 법치의 구현에서 시작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낼 신념과 실천력을 가진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대통령 될 인물에 대한 판단과 투표를 통한 선택은 우리들 국민, 특히 그리스도인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 이종길 스테파노 -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부산교구 가톨릭교수회 회장이다.

[경향잡지, 2012년 11월호, 이종길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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