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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5년 제38회 군인주일 군종교구장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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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10-06 ㅣ No.167

제38회 군인주일 담화문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제38회 군인주일을 맞이하여 그 동안 한결같은 사랑으로 군 사목을 위하여 기도와 도움을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군인주일인 오늘은 조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을 기억하며 또 이들을 돌보고 있는 군종사제들의 사목활동을 위해 아낌없는 기도와 후원을 보내는 날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광복 60주년과 대한민국 국군

 

올해는 우리 나라가 광복을 맞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강제 체결된 이른바 ‘을사조약’으로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은 8·15 광복을 통해 암울한 질곡의 역사를 끝내고 자주적인 근대국가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일제 식민지시대, 주권상실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며 자주 독립 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설치한 국가조직이 군(軍)이었습니다. 즉,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동시에 우리의 국군(國軍)이 탄생하였습니다.

 

그러나 국군이 채 정비가 되기도 전에  좌우 이념논쟁 등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당시 변천하는 동서 냉전 체제의 굴레를 피할 수 없어 쓰라린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을 겪게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건군 초기에 민족 최대의 국난인 6·25 전쟁을 맞게 되었지만, 8·15 광복 정신에 확고한 건군이념을 갖고 있던 국군이 있었기에 이 땅의 자유와 평화는 흔들림이 없이 지켜졌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우선 북핵 문제와 6자회담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안보를 배경으로 한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국민들의 태도는 극단적인 대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정책수립과 그 대처에 우리는 불안함과 답답함을 느낍니다. 

 

여기에 국론통일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민족공조’와 ‘외세배척’ 그리고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은 지난 광복 직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지역간 · 계층간 · 세대간 분열과 갈등, 물질만능주의로 인한 소비 향락 산업의 극치와 개인주의 팽배 등은 오늘의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난날 이 땅의 우리의 선배들이 치른 희생과 설움을 망각한 듯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성원 속에 ‘새로운 軍’을 만들어 나가야…!

 

이러한 사회 · 정치적 혼란 속에서 우리 군은 최전방 소초(GP)에서 총기 난사 사고, 해군 제초제 사건 그리고 공군 전투기 추락 등 연이은 사고로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 사회가 갖는 군에 대한 인식은 참으로 어둡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학생 중 46%가 필요하면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답했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45.5%가 군에 지원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예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신세대 젊은이들의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곳이 군이며 그래서 그 어떠한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안고 있는 곳이 바로 군이기에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물론 요즈음 군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고들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군 스스로가 새로워지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겸허한 반성과 채찍질을 가해 병영 문화를 혁신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한 군인을 만들고 새로운 군을 만들기 위해 이제는 국민들도 좀더 군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군복무를 앞둔 젊은이들의 군복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국민들이 군을 격려하고 포용하며 사기를 북돋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26일 오전 훈련 중이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장병들이 급류에 휩쓸린 전우를 구하기 위해 강에 뛰어들었다가 4명이 익사하였습니다. 이들 장병들의 살신성인이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고 이들의 남다른 군인정신에 감탄했었습니다. 또한 8월 5일 창설 56년 만에 해병 1000기를 배출한 우리 나라 해병대는 미해병대가 부러워할 만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원입대의 관문을 뚫으려면 3대1정도는 기본이고, 대학 재학생이 제대와 복학을 맞추기 유리한 시기에는 최대 10대 1까지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우리 군은 이라크 자이툰 부대와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 곳에 파견된 평화유지군의 활동에서 보듯이 세계 선진국 군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은 물론 파병국 국민들로부터 더 큰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들!”(마태 5,3)

 

친애하는 형제 · 자매 여러분!

 

광복 60돌과 서른 여덟 번째 군인주일을 지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군에 대한 따듯한 격려와 사랑 가득 찬 기도를 여러분들과 함께 바치고 싶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 튼튼한 국방’이라는 인식아래 제2의 건군을 위해 진력하는 우리 군을 위해 기도합시다. 

 

특별히 군인들을 위한 기도 중에 지난 봄 선종(善終)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생각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재임기간 중 군인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군인들을 “평화에 대한 봉사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더욱이 돌아가시기 직전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들도 행복하십시오.”라고 마지막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이 ‘행복’에 대한 메시지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우리 군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입니다.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처음으로 집을 떠나 군이라는 낯선 환경과 제도 아래서 생활하는 군인들은 참으로 외롭습니다. 군복무를 수행하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어쩌면 병영은 오지이며 소초(GP)는 무인도입니다. 그래서 군인들은 참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들!”(마태 5,9)

 

그렇습니다. 군인들은 비록 ‘마음은 가난하지만 또한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들’이기에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천상행복’의 참된 수혜자입니다. 오늘도 전후방 각지에서 묵묵히 자기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에게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행복’을 전달하기 위해 군종교구 내의 모든 사제들과 교구민들은 모두가 하나 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 군인들의 마음이 가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군종 사제들은 더 열심히 사목하며 그들 곁에 있을 것입니다. 개신교나 불교에 비해 군 사목을 위한 성직자들이 부족하고 재정적으로도 너무나 열악하지만 “평화에 대한 봉사자”로서 군인들이 얻게 될 참된 천상행복을 군 사목 현장에서 이루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른 여덟 번째를 맞는 군인주일에 군 사목에 전념하는 저희들이 군인들을 위한 천상행복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오늘 군인주일에 여러분들이 주시는 기도와 관심, 특별히 재정적인 지원은 군인들은 물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군종 사제들에게 힘이고, 그들 안에 천상행복이 실현되는 하늘나라 건설에 큰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리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언제나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10월2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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