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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3년 제37차 홍보주일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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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8 ㅣ No.182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제37차 홍보주일 담화

(2003년 6월 1일)


「지상의 평화」에 비추어 본 진정한 평화에 이바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냉전의 암흑기에, 교황 요한 23세 복자의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는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희망의 횃불로 떠올랐습니다. 교황께서는 진정한 평화에 요구되는 것은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를 충분히 존중하는 것”(「지상의 평화」, 1항)이라고 선언하시면서, 진리, 정의, 사랑, 자유를 평화로운 사회의 네 기둥으로 꼽으셨습니다(「지상의 평화」, 37항 참조).

 

현대 사회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의 등장은 회칙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교황 요한 23세께서 과학 기술이 이룩한 “국가 간의 상호 이해 증진과 보급의 수단들”을 “공평하고 공명 정대하게” 사용할 것을 촉구하셨을 때 특히 염두에 두신 것은 매체였습니다. 교황께서는 “진리와 정의의 원칙을 무시하고 다른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정보의 유포”(「지상의 평화」, 90항)를 비난하셨습니다.

 

2. 「지상의 평화」 40주년을 기념하는 오늘, 사람들을 적대 진영으로 갈라놓았던 분열은 대부분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고, 세계 여러 곳에서는 아직도 정의와 평화, 사회 안정이 필요합니다. 중동과 다른 여러 지역의 테러, 분쟁, 협박과 대응 협박, 불의, 착취, 출생 전후의 인간 생명의 존엄과 신성함에 대한 공격 등은 우리 시대를 당혹스럽게 하는 현실입니다. 

 

한편, 인간 관계를 형성하고, 좋게든 나쁘게든 정치와 사회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매체의 힘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제37차 홍보 주일 주제로 정해진 ‘「지상의 평화」에 비추어 본, 진정한 평화에 이바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는 시기 적절한 것입니다. 세계와 매체는 교황 요한 23세 복자의 메시지에서 배워야 할 것이 아직도 많습니다. 

 

3. 매체와 진리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적인 도덕적 요구는 진리를 존중하고 진리에 봉사하라는 것입니다. 진리가 무엇인지를 추구하고 말할 자유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본질적인 것입니다. 이는 사실과 정보에 관련해서뿐만 아니라 특히 인간의 본성과 존엄, 사회와 공동선,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와 관련해서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중 매체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있습니다. 대중 매체는 생각을 나누고 사람들이 상호 이해와 연대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현대의 광장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황 요한 23세께서는 “윤리 질서와 공동선의 공통된 인식에 따라 사상을 표현하고 전파하는 진리 탐구의 자유”(「지상의 평화」, 12항)에 대한 권리를 사회 평화의 필수 조건으로 옹호하셨습니다.

 

사실, 매체는 흔히 진리에 용기 있게 봉사하지만, 때로는 사사로운 이해 관계, 국가적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편견, 물욕과 여러 잘못된 사상들을 퍼뜨리는 선전과 정보 왜곡의 앞잡이 구실을 하기도 합니다. 누구보다도 매체 종사자들 스스로, 또 교회와 다른 관련 단체들도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도록 매체에 가하는 압력에 저항하여야 합니다. 

 

4. 매체와 정의 교황 요한 23세 복자께서 「지상의 평화」에서 보편적인 인간 선에 대하여 감동적으로 말씀하셨듯이, 모든 개인과 민족은 “보편적 공동선, 곧 전 인류의 공동선”(132항)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매체의 세계적 영향력은 이 점에서 특별한 책임이 있습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매체가 흔히 특정 이익 집단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체가 삶에 미치는 영향의 본질 자체가 요구하는 것은, 예를 들면 계층 갈등, 지나친 민족주의, 인종 우월주의, 인종 청소 등의 이름으로 어느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반대하는 데에 매체가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반대하는 것은 진리와 정의를 거스르는 중대한 잘못이며, 종교적 신념에 대한 차별입니다. 종교적 신념은 인간 존엄과 자유의 가장 깊은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체는 사건을 정확하게 보도하고, 쟁점을 올바로 설명하며, 다양한 관점들을 공정하게 제시함으로써, 사회 모든 차원의 인간 관계에서 정의와 연대를 증진할 엄중한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불평과 분열을 그럴듯한 말로 덮어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그 원인을 밝혀 내어 이해시키고 해결하라는 뜻입니다. 

 

5. 매체와 자유 자유는 참된 평화의 전제 조건이며, 평화의 가장 귀중한 열매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매체는 진리에 이바지함으로써 자유에 이바지합니다. 매체가 거짓을 유포하거나 사건들에 대하여 불건전한 정서적 반응의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진실에서 벗어날 때에 그것은 자유에 장애가 됩니다. 사람들이 진실하고 충분한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때에만 공동선을 추구하고 책임 있는 공적 권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매체가 자유에 이바지하려면 매체 스스로 자유로워야 하며, 그러한 자유를 올바로 사용하여야 합니다. 매체는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만큼, 순전히 상업적인 이해 관계를 초월하여 사회의 참된 요구와 이익에 봉사하여야 합니다. 공동선을 위한 매체 관련 공공 법규가 많이 있지만 정부의 규제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특히 취재 기자와 해설자들은 자신의 도덕적 양심의 요구를 따르고, 부유층과 정치 권력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진실을 ‘날조’하라는 압력에 저항할 중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회의 약자들에게 개인적 사회적 발전에 필요한 정보 이용의 길을 열어 주고 매체의 내용을 결정하고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와 정책을 세우는 데에, 그들이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6. 매체와 사랑 “화를 내는 사람은 하느님의 정의를 이룰 수가 없습니다”(야고 1,20). 냉전이 한창일 때에, 교황 요한 23세 복자께서는 평화의 길이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단순하지만 심오한 생각을 밝히셨습니다. “전쟁 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고, 상호 신뢰에 의해서 참된 평화가 확립된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지상의 평화」, 113항).

 

커뮤니케이션 매체는 현대 세계의 핵심 주역이며, 신뢰를 쌓는 데에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매체는 어떤 사건에 대하여 단 며칠 만에 자기 목적에 맞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여론을 조성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엄청난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진리와 선에 대한 드높은 투신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매체 종사자들은 불신의 벽을 허물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고려할 줄 알며, 민족과 국가들을 상호 이해와 존중, 또 이를 넘어 화해와 자비로 불러모으고자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세계 모든 곳에서 평화에 이바지할 특별한 의무가 있습니다. 

 

“증오와 복수심이 만연하고, 죄 없는 사람들이 전쟁 때문에 고통받고 죽어 가는 곳에서,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진정시키고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자비의 은총이 필요합니다”(요한 바오로 2세, 크라코프-라기에브니키의 하느님의 자비 성당에서 한 강론, 2002. 8.17., 5항).

 

이 모든 것은 힘든 과제이지만, 매체 종사자들에게 결코 지나친 요구는 아닙니다. 그들은 사명감과 직업 의식을 통하여 진리와 정의, 자유와 사랑의 주역이 되고, 자신들이 하는 중요한 일을 통하여 “자유를 갈망하고 사랑으로 활성화되고 완성되며 정의의 길을 가면서 진리 위에 기초한”(「지상의 평화」, 167항) 사회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번 홍보 주일에 매체 종사자들이 그들의 소명인 보편적 공동선에 이바지할 과제에 전적으로 부응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기도 드립니다. 그들의 개인적 성취만이 아니라 세계 평화와 행복의 많은 부분이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강복하시고 지혜와 용기를 주시기 바랍니다. 

 

바티칸에서

2003년 1월 24일

성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 학자 기념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원문 : Holy Father’s Message For the 37th World of Social Communications “Communications Media at the Service of Peace”: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 5(1778), 영어판, 2003년 1월 29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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