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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시복시성운동: 한국 교회 근현대 신앙의 증인 시복시성 추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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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0-02 ㅣ No.846

[경향 돋보기 - 한국 교회 근현대 신앙의 증인 시복시성운동] 한국 교회 근현대 신앙의 증인 시복시성 추진 현황

 

 

교황청에서는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새순교자위원회’를 결성 하고, “우리 시대의 최근까지 신앙에 대한 배척 때문에 피를 흘린 모든 이를 미래에도 기억하자.”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뜻을 담은 「순교자에 관한 성찰과 지침」을 1996년에 발표하였다. 이 지침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20세기에 들어 그리스도교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친 이들에 대한 조사 작업을 실시하였다.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 1997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한국 교회 20세기 순교록」 작성을 위한 조사 작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하기로 결정하고, 1999년 12월 10일 215명(나중에 8명을 추가로 제출하여 총 223명)의 새 순교자 명단을 확정하여 사도좌에 제출하였다.

 

 

한국전쟁 순교자들의 시복시성 추진 과정

 

한국전쟁 순교자들은 순교자들이 있는 교구에서 나름대로 연구하고 순교행적을 조사하며 순교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왔다. 그런데 순교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나 증인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상황에 직면하여 주교회의에서는 2009년 4월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를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각 교구에 보내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때 자료를 보내온 교구는 서울, 평양, 광주, 대전, 수원, 인천, 제주 등 7개 교구였다.

 

주교회의 2009년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한국 교회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도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에서 맡아 추진하도록 결정하였다. 이에 주교회의 사무처는 각 교구에서 보내온 자료를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로 이관하였다.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는 2009년 12월 시복 조사 자료 제출 교구 담당자 제1차 회의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회의실에서 가졌다. 각 교구에서 제출한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대상자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으며, 자료 가운데 약전으로 정리가 안 된 교구들은 약전을 작성하여 2010년 11월 회의에 제출하기로 하였다.

 

주교회의 2010년 춘계 정기총회(3월)에서는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안건을 통합 추진하기 위하여, 교황청 시성성의 권고에 따라, 한국 주교회의가 ‘근현대 신앙의 증인’의 시복 통합 추진자(청구인)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확인하고 승인하였다.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는 1901년 제주교난 순교자들과 한국전쟁 전후에 공산당의 박해로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 그 밖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이 포함된다.”며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통합 추진 선언문을 확인하고 승인하였다.

 

2010년 5월, 제2차 교구 담당자 회의를 대전교구 가톨릭청소년교육원에서 가졌다. 여기서는 지난해 12월 회의의 진행상황을 점검하였다.

 

지난 회의 이후,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하여 각 교구에 질문지를 보내어 알아본 내용과 이전부터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상황을 정리하여 싣는다.

 

 

해당 교구의 진행 상황

 

서울대교구 : 시복시성준비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를 발족한 뒤 2010년 6월 18일 첫 회의를 열어 안중근 의사 등 566명에 대한 시복 작업에 착수하였다. 자료의 양이 워낙 방대하고 교구간 이동자가 많아 선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현재 시복 추진 자료와 대상자 명단을 준비하고 있다.

 

평양교구 : 평양교구는 평양교구 사무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30년 전, 평양교구 창립 50주년 준비 사업의 일환으로 김득권 신부, 김진하 신부, 김경하 씨 등 평양교구 출신 신부들과 신자들이 자료 수집을 시작하였다.시복 대상자는 공산 치하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앙의 귀감이 되는, 곧 마지막까지 성직자, 수도자, 신자로서 모범을 보이신 분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 25명의 약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홍용호 주교를 비롯 13명의 성직자,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의 수녀 2명, 신학생 1명과 7명의 평신도가 그 대상이다. 또한 메리놀 회원으로 초대 평양교구장, 초대 교황사절이었던 페드릭 번(방) 주교도 함께 조사 중이다.

 

평양교구의 경우 공산군에게 끌려는 갔으나 순교 여부가 밝혀진 바가 없어, 이미 30년 전에 자료 준비는 하였지만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순교자가 아니라면 증거자로 추진하려 한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김일성 집무실 문서를 미국이 확보하여 가져갔다. 개신교의 한 목사가 이 문서를 열람하여 개신교에 대한 탄압과 목사들의 체포 · 처형에 관한 자료들을 확인하고 복사해 온 일이 있었다. 평양교구 사무국에서도 미국 국립 문서고를 열람할 예정이다. 교회의 지도자들에 대한 처형은 김일성에게 보고가 되었을 것이므로 자료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월남하지 못한 10명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의 수녀들 중에도 새로운 순교자가 밝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광주대교구 : 광주대교구에서는 ‘광주교회사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첫 학술회의는 2003년 7월 27일 개최되었다. 한국전쟁 순교자로는 안 브렌난 몬시뇰과 고 쿠삭 신부, 오 브라이언 신부 등 성직자 3명과 전기수 그레고리오 신학생, 고광규 베드로 신학생 등 평신도 5명에 대하여 약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상자는 사료를 통해 검증되고, 학자들이 연구하여 확인된 순교자들을 기준으로 하여 선정하였다. 물론 순교하였다는 기록은 있지만 이 기록을 뒷받침해 줄 다른 사료나 근거 자료가 나오지 않은 순교자들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 중에 있다.

 

2010년 11월 회의에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에 약전을 제출하고, 순교자 현양을 위해 전 교구민의 관심을 이끌어낼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영광의 순교자 이화백의 자료를 꾸준히 찾고 있다.

 

대전교구 : ‘대전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고, 실무는 교구기관인 내포교회사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먼저 기록과 증언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직접 현장을 답사하여 확인하고 자료를 보충하였다. 대상자들 가운데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의 경우, 프랑스의 각 교구에 공문을 발송하여 자료를 수집하였고, 그 친척들과도 연결하여 자료를 보충하였다.

 

자료 조사는 2005년부터 사적으로 진행하였고, 2007년부터는 교구장의 지시를 받아 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시복 대상자들은, 신앙과 교회 직무상의 이유로 피살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를 기준으로 선정하였다.

 

현재 추진 대상자는 총 17명으로 공세리 주임이었던 뷜토 신부를 포함한 성직자 10명과 본당회장이었던 윤갑수를 포함한 평신도 7명이며, 약전은 이미 작성된 상태이다.

 

현대 신앙의 증인들의 경우 아직도 목격 증인들이 살아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더욱 폭넓게 증언을 수집할 계획이고, 또한 그분들의 순교 사실뿐만 아니라 덕행에 관한 것도 추가적으로 수집하여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수원교구 : ‘수원교회사연구소’에서 시복시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순교자들에 대한 조사는 1997년부터 이루어졌는데 첫째, 수원교구의 공문을 통하여 교구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신자들이 교구청에 해당 순교자들에 관한 사항을 알리도록 하는 방식을 통하여 이루어졌으며, 둘째, 수원교회사연구소에서 교회 내외 문헌자료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추진하였다.

 

시복 대상자들 곧, ‘근현대 신앙의 증인(순교자)’의 선정 기준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중에 가톨릭 신앙 때문에 강제로 목숨을 빼앗긴 분들로 정하였다.

 

수원교회사연구소가 교회문헌 조사를 통하여 한국전쟁 전후로 순교하신 성직자 11명을 조사하고 관련 사실을 정리한 적은 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교구민의 증언과 자료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것이고, 연구소 자체적으로도 문헌자료 조사와 관련 증언 채록 등을 통하여 근현대의 순교자 명단을 좀 더 보완한 뒤, 순교자의 약전을 작성할 계획이다.

 

인천교구 : 인천교구는 아직은 담당 기구가 없는 상태로, 정광웅 신부(중3동 주임신부)가 담당하고 있다.시복추진사업은 많지는 않으나 아직 직접 증인이 살아있고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상황이라, 증인들의 직접 증언과 관련되는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약전 준비 대상자는 송해붕 선생과 박순집 증거자 2명이다. 송해붕 선생의 경우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자료를 수집하여 일단락된 상태이며, 박순집 증거자의 경우는 작년부터 다시 새로운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있다.

 

이미 교구 안에서 그 이름이 알려지고 평판이 알려져 있는 사람들로, 우선은 신앙을 위한 순교와 증거의 여부, 그리고 타의 모범이 되는 증거의 삶을 그 선정 기준으로 하였다. 앞으로 송해붕 선생의 경우는 자료를 다시 정리하는 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며, 그리고 위원회가 구성되고 여건이 허락된다면 세미나 등을 통해 학술적인 접근도 실시할 것이다.

 

제주교구 : 교구 시복시성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제주교구는 2000년 6월 첫 회의를 시작하여 시복시성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으며 추진위원 임명과 위원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일하고 있다. 현재 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은 각 교구의 시복시성위원회들의 역할과 비슷하다. 다만 교회사 안에서 볼 때, 제주교구의 시복 대상자는 신축교안(1901년)의 박해 중에 순교한 분들이다. 이때 신부님들의 복사였던 신재순 아우구스티노와 근현대 신앙의 증인으로 추정되는 2명을 확인 조사 중이다.

 

자료들이 아직 부족하고, 그동안 찾아내고 정리한 것들이 충분하지 않아 차근차근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11월 회의를 위한 약전 준비를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이고, 가능한 한 교구신자들의 관심을 높이려는 현양운동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 「한국교회 20세기 순교록」에 포함된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총 37명으로 덕원수도원 소속 28명, 연길수도원 소속 4명, 보이론 수도원 소속 1명, 원산수녀원 소속 4명이다.

 

이들의 시복시성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지역주교들의 권한이라고 밝힌 「순교자에 관한 성찰과 지침」에 따라 이들의 시복시성을 추진하였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2007년 2월 개최된 성 오딜리아 연합회 평의회의 권고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2007년 춘계 정기총회의 격려로,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곧 1949년부터 1952년까지 순교하였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성 베네딕도회 소속 수도자들과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교구 소속 사제들을 시복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밟아나가기로 결정하였다.

 

2010년 4월 15일부터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와 김치호 베네딕도 신부와 동료 순교자들” 38위 시복시성에 대한 시복 재판이 왜관수도원에서 진행 중이다.

 

 

맺으며

 

2010년 11월 시성시복주교특별위원회에 각 교구가 준비한 약전이 모일 것이다. 그러면 한국전쟁 순교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며, 이 약전을 바탕으로 시복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 류한영 신부는 근현대 순교자들의 시복시성 추진에 가장 큰 어려움은 명확한 순교사실 증명에 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며 순교의 목격증인이 사라지거나, 죽음을 목격한 증인이 없기 때문이다. 목격 증인이 없는 경우, 박해자와 박해의 죽음을 증명할 자료나 신학적인 논증, 그리고 확인 작업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도 어언 60년이 지났다.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신앙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목숨을 바쳤다. 신앙인인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위대한 용기를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우리는 그분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정성껏 기도하고, 또 다른 신앙의 증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향잡지, 2010년 9월호, 오동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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