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5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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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종 [fpyc] 쪽지 캡슐

2005-01-13 ㅣ No.150

 

2005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 담화문


교회의 유일한 기초이신 그리스도 (1고린 3,1-23)

 

“여러분이 서로 시기하고 다투고 있으니 여러분은 아직도 육적인 사람들이고 세속적인 인간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여러분이 세속적인 인간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나는 바오로파다.‘ 하거나 “나는 아폴로파다.” 하거나 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예수라는 기초가 놓여 있으니 아무도 다른 기초는 놓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기 기만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고린토 공동체에서 분열의 이유는 신앙의 어떤 기본 교리들을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적인 이기심과 교만으로 구원받지 못할 묵은 인간적 행태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데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많은 영적 선물을 은총으로 받았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어떤 사람들이 그를 떠받들며 자신들을 바오로파라고 할 때 공명심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행한 모든 일들은 자신의 힘으로 수행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그들에게 각각 맡겨 주신” 임무를 수행하였을 따름이다며 전적으로 주님의 은총에 의지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느끼고 있는 상호간의 긴장과 갈등 등이 우리 신앙의 본질에서 비롯되는지, 아니면 기꺼이 남을 섬기려는 자세나 바람 대신, 남의 행동을 좌지우지하려는 세력을 과시하려는 인간적인 욕구에서 야기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해결책은 임무에 대한 겸손으로 일치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교회들이 함께 살아가며 익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동료이며, 하느님께서 놓으신 유일한 기초이신 예수 그리스도 위에 세워진 건물들이라는 깨달음을 통하여 우리는 서로 힘이 되어 줄 수 있고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은총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2004년 11월에 로마 근교에서는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이 반포된 지 4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 학술대회에서도 가톨릭과 정교회와 개신교의 대표자들이 모여 분열의 탓을 캐기에 앞서 서로의 잘못을 먼저 뉘우치고 주님께 용서를 청하자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러한 정신에서 2005년 일치 기도 주간은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신앙직제위원회가 공동으로 준비하여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치를 위한 기도에 동참하도록 호소하였습니다. 가톨릭교회와 개신교가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자료를 공동으로 준비하였을 뿐만 아니라 올해 처음으로 공동 발간하였습니다. 이러한 협력으로 새 시대를 열고, 나아가 그리스도인 일치를 향한 작은 걸음을 내딛는 데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회칙 「하나되게 하소서」(1995)를 통해 “일치운동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사도들로부터 이어받은 유산’의 완전한 내용과 이 신앙의 유산이 요구하고 있는 삶의 모든 요구가 공동체들 안에 참으로 현존하도록 서로 돕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영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의 협력이 없다면 완전한 친교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일치 운동이 교회의 본질에 해당하는 사명이자 요구라는 것을 외면하고 체면 치레나 의전적인 연례 행사로 그친다면, 이 일치운동은 주님께서 유언으로 남겨주신 말씀을 저버리는 결과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성령의 역사하심에 순응하면서 각 공동체들이 지니고 있는 주님의 은사를 소중하게 존중하려는 정신과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그 동안 복음적 사랑을 해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회개하며 주님의 자비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그 회개란 형제적 사랑을 심각하게 해치는 배타 행위, 용서의 거부, 오만, 상대편을 단죄하는 복음에 어긋나는 고집, 그릇된 편견에서 비롯된 경멸 등에 대한 자각”(5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 한국 교회는 일치기도 주간을 맞이하면서도 갈라진 형제들에 대한 진정한 아픔을 느끼고, 이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절실한 노력에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신 지 전혀 알지 못한 오래 전에 서양에서 벌어졌던 분열을 신앙의 유산인양 그대로 받아들여 서양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들보다 훨씬 더 비 복음적으로 서로를 적대시했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서로에게 용서를 청하고 주님의 자비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금번 일치기도 주간을 맞으면서 진정 “하나되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마음 깊은 데서부터 간절하게 바쳐 우리나라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일치를 향하여 더욱 성숙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성령의 역사하심을 청합시다.


  2005년인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평화와 상호 협력이 요구되는 해입니다. 아직도 지구 한편에서는 전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거나 인종 차별로 빈곤과 기아의 극심한 고통 가운데 신음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진과 해일로 수십만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서로 협력하여 지구촌의 대재앙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여야 하겠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교가 인류가 당하고 있는 대재앙을 극복하고 인류에 평화를 가져오는 희망의 등대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갈라진 그리스도교 공동체 형제들과 참된 일치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일치기도 주간을 맞이하여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갈라진 형제들과 친교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동시에 우리 민족의 분단을 종식시키고 평화 공존을 위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일치운동은 일년에 한 두 차례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우리 일상생활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주님,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미 놓여진 유일한 기초 위에 그 누구도 다른 기초를 놓을 수 없습니다. 저희는 이 기초 위에 집을 완성하여 저희 자신이 하느님의 거처가 되도록 하기는커녕, 때로는 이 집을 파괴하기도 하였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주님, 저희를 구원하시어, 저희가 일치를 위하여 일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베풀어주시며 저희 안에 주님 교회의 일치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일깨워 주시어 저희가 일치를 위하여 일할 수 있게 하소서. 아멘.


                                                 2005년   정월  18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위원장 김 희중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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