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5년 제20차 청소년주일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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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149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2005년 제20차 청소년주일 담화


“우리는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1. 올해 우리는 제19차 청소년 주일을 거행하며, 과월절을 지내러 예루살렘에 간 그리스 사람 몇이 “예수님을 뵙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2,21) 하고 간청한 내용을 묵상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2005년 8월에 제20차 세계청년대회를 거행하게 될 쾰른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우리는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이 말씀은 다음 세계청년대회의 주제입니다. 이 주제로써 모든 대륙의 젊은이들은 마음속으로 동방박사들의 여정을 따라, 그들처럼 만민의 메시아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신심 깊은 전통에 따라 동방박사들의 유해를 공경하고 있는 곳도 바로 이 도시입니다.

 

그리스도의 빛이 이미 동방박사들의 마음과 정신을 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낯선 길을 따라 결코 쉽지 않은 먼 여정을 시작하며 용감하게 “박사들은 길을 떠났다.”(마태 2,9)고 복음사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동방에서 본 별을 따르기 위해(마태 2,2 참조) 주저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동방박사들을 본받아 젊은이 여러분도 전세계 각지에서 쾰른으로 가기 위한 ‘여정’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신앙의 자세로 영적으로 세심한 준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그 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마태 2,9). 그 별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다 동방박사들이 이른 곳은 베들레헴이었습니다. “이를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였습니다”(마태 2,10).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인도하실 때에 이용하시는 표징을 알아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이끄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의 마음은 참으로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낄 뿐 아니라, 그분을 만나 뵙고 싶은 강렬한 바람과 순순히 그분을 따르려는 인내력을 느낍니다.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았다”(마태 2,11). 얼핏 보면 이 말에 특별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아기는 다른 여느 아이들과 달랐습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시지만, 당신의 영광을 다 내어놓으시고(필립 2,7 참조)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은 우리 가운데로 내려오시어, 우리에게 하느님의 영광을 보여주시려고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우리의 천상 본향인 천국에서 온전히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누가 그보다 더 큰 사랑의 표징을 생각해 낼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와 같은 인간 조건을 취하시고,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당신 생명을 내어주시기까지(필립 2,6-8 참조) 당신 자신을 낮추신 하느님의 신비 앞에서 그저 놀라워할 따름입니다. “그분은 부요하셨지만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분이 가난해지심으로써 여러분은 오히려 부요하게 되었습니다.”(1고린 8,9)라고 바오로 성인이 우리에게 일깨워 주듯이, 그분은 가난한 모습으로 죄인들에게 구원을 주시러 오셨습니다. 그 너그러운 사랑에 대하여 어찌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3. 동방박사들은 ‘빵집’이라는 뜻의 ‘베들레헴’에서 예수님을 발견하였습니다. 베들레헴의 초라한 마구간 밀짚 놓여 있던 “밀알”이 죽어서 “많은 열매”(요한 12,24)를 맺게 될 것입니다. 나중에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하시면서 당신 자신과 당신의 구원 사명에 대하여 말씀하실 때에 빵의 표상을 자주 사용하시곤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요한 6,36.41.51)와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초라한 구유에서 십자가 위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구세주께서 가신 길을 충실히 따를 때 우리는 인류를 구원하신 그분 사랑의 신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구유에 눕히신 그 아기는 십자가에서 못 박히시게 될 인간인 동시에 하느님이신 분이십니다. 성체성사 안에 계시는 분이 바로 그 구세주이십니다.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그분은 겉보기에 초라한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마리아와 요셉과 양치기들의 경배를 받으셨습니다. 축성된 성체에서 우리는 당신의 몸과 피, 영혼과 신성 안에 성사적으로 현존하시는 그분을 경배합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 주십니다. 그러므로 미사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완전히 바치신 분과 갖는 참된 사랑의 만남이 됩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그분께서 여러분을 “어린 양의 혼인잔치에”(묵시 19,9) 초대하시면 주저하지 말고 그분께 응답하십시오. 그분께 귀 기울이고, 올바른 마음의 자세로 제대의 성체에 다가가십시오. 특히 올해는 제가 온 교회에 선포한 성체성사의 해(2004년 10월-2005년 10월)입니다.

 

4. “그들은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마태 2,11). 동방박사들은 모든 민족이 기다리고 선지자들이 예언한 분, 마리아가 품에 안고 있던 그 아기를 알아보고 경배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성체성사 안에서 그분을 경배할 수 있으며, 그분이 우리의 창조주, 우리의 유일한 주님이시며 구원자임을 받아들입니다.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 동방박사들이 메시아께 드린 예물은 참된 예배를 상징한 것이었습니다. 황금을 바침으로써 그들은 임금이신 그분의 신성을 강조하였고, 유황을 바침으로써 그분께서 새 계약의 사제이심을 인정하였으며, 몰약을 바침으로써 인류를 아버지와 화해시키기 위하여 자신의 피를 흘리게 될 예언자를 찬미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여러분도 여러분 삶의 황금을 주님께 바치십시오. 이 말은 그분의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하며, 사랑으로 그분을 본받기 위하여 여러분의 자유를 바치라는 말씀입니다. 그분의 영광을 찬미하며 바치는 여러분의 열렬한 기도의 유황을 그분께 분향하십시오. 여러분의 몰약을 그분께 바치십시오. 이는 해골산에서 마치 죄인처럼 돌아가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셨던 참 인간이신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마음에서 나오는 애정을 바치는 것입니다.

 

5. 그분을 여러분 삶의 가장 높은 자리에 모시고 하나이신 참 하느님으로 경배하십시오. 우상 숭배는 언제나 존재해온 유혹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리스도교 신앙과 맞지 않는 신심 실천을 통하여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공과 권력의 그럴싸한 신화를 믿도록 몰아치는 압력도 아주 강합니다. 하느님을 우주의 에너지로 제시하거나 그 밖에 가톨릭 교리와 일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느님을 제시하는, 일시적인 신성(神聖)의 개념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거짓된 환상이나 일시적인 유행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슬프게도 그러한 것들은 흔히 정신적인 공허만을 남길 뿐입니다. 부와 소비주의, 때때로 대중 매체에 악용되는 교묘한 폭력의 유혹을 물리치십시오.

 

참 하느님을 경배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우상 숭배에 저항하는 참된 행동입니다. 그리스도를 경배하십시오. 그분은 여러분의 미래를 건설하고 세계의 정의와 연대를 증진하기 위한 반석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평화의 임금이십니다. 곧 모든 인류 가족을 형제자매로 만들 수 있는 용서와 화해의 근원이십니다.

 

6. “박사들은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다”(마태 2,12). 복음서는 동방박사들이 그리스도를 만난 뒤 “다른 길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들려줍니다. 이처럼 길을 바꾸는 것은 회개를 상징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사람은 그분께서 바라시는 참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요한 4,23-24 참조) 회개를 요청 받습니다. 이는, 바오로 사도가 쓴 대로,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마 12,1)이 됨으로써 그리스도의 행동을 본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이 세상의 사고방식에 맞추어 살지 말고 새로운 마음으로 변화함으로써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를 분간하도록”(로마 12,2) 하여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리스도께 귀 기울이고 그분을 경배함으로써 우리는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때로는 영웅적인 결심을 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참된 행복을 바라시기 때문에 요구가 많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버리고 사제직이나 봉헌 생활 안에서 당신을 따르라고 요구하십니다. 이러한 요구를 받는 사람들은 ‘예’라고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분의 제자로서 기꺼이 그분을 따라 나서야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봉헌 생활이라는 특별한 형태의 성소 이외에도, 세례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특수한 성소가 있습니다. 이 또한 성덕을 통해 표현되는 ‘숭고한’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삶[교황 교서 "새천년기"(Novo Millennio Ineunte), 31항 참조]에 대한 성소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분의 복음을 받아들일 때에 우리의 삶은 변화하며, 우리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주려는 마음이 솟구칩니다.

 

우리 동시대인들 가운데는 아직 하느님의 사랑을 알지 못하거나 다른 하찮은 것들로 자신들의 마음을 대신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관상한 사랑을 하루 빨리 증언해 주어야만 합니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세계청년대회에 참여하라는 초대는 세례를 받지 않았거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여러분에게도 해당됩니다. 여러분도 절대자를 갈망하고, 여러분의 존재에 의미를 줄 ‘무언가’를 찾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리스도께 돌아서십시오. 그러면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7.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교회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하여 참된 증인을 필요로 합니다. 교회는 예수님을 만나 삶이 변화된 사람들, 이러한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교회는 성인들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모두는 성덕으로 부름 받았습니다. 그리고 거룩한 사람들만이 인류를 쇄신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에 앞서 이 영웅적인 복음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에게 종종 그들에게 의지하여 그들의 전구를 기원하도록 촉구합니다. 쾰른에서의 만남을 통하여 여러분은 그들 가운데서 독일의 사도인 보니파시오 성인이나 쾰른의 성인들, 특히 우르술라 성인, 대 알베르토 성인, 십자가의 테레사 베네딕타(에디트 슈타인) 성인, 그리고 아돌프 콜핑 복자와 같은 사람들에 대하여 더 잘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들 가운데서 저는 특별히 알베르토 성인과 십자가의 테레사 베네딕타 성인에 대하여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동방박사와 같은 마음 자세로 열정적으로 진리를 추구하였으며, 자신들의 지적 능력을 신앙을 위하여 바치는 데에 주저하지 않음으로써 신앙과 이성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이 쾰른을 향해 나아갈 때에, 저도 기도로써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성체성사의 여인”이시며 슬기로우신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여러분이 가는 길에 힘이 되어 주시고, 여러분의 결심에 빛을 비추어 주시며, 여러분이 참되고 좋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도록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을 모두, 인간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의 염원을 만족시켜 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신 당신 아드님께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2004년 8월 6일

카스텔 간돌포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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