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5년 제91차 세계 이민의 날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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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26 ㅣ No.153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2005년 이민의 날 담화


문화 간 통합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이민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올해 이민의 날 담화에서는 통합적인 시각에서 이민 현상을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통합이라는 말을 이민들이 그들을 받아 주는 나라의 진정한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하지만, 이 말의 개념이나 이 말의 관행은 정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최근의 훈령 "이민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Erga migrantes caritas Christi)(2.42.43.62.80.89항 참조)에 의거하여 이 말의 개념을 정의해 보고자 합니다.

 

"이민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에서는 통합을, 이민들에게 그들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억누르거나 잊도록 만드는 동화(同化)로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그들에 대해서 ‘몰랐던 점’들을 발견하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참된 가치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서로를 잘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통합은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고 그 사회와 문화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다양한 선물들을 더 잘 반영할 수 있게 하는 오랜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민들은 심한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하여 현지의 언어를 배우고, 노동법과 근로 조건 준수와 같은 사회 통합에 필요한 단계들을 열심히 밟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통합의 다양한 측면들을 모두 다루기보다는, 통합이 문화적 측면에 미치는 몇 가지 영향에 대하여 여러분과 더 깊이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2.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만나면 누구나 흔히 정체성의 충돌을 경험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여기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민들은 새로운 환경 속으로 들어갈 때, 특히 그들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가치들이 없는 곳에서 흔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됩니다.

 

이민이 전세계적인 현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정체성도 인정하는 균형 있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사실, 한 나라 안에 여러 문화들이 사회 평화와 국민의 자유가 달려 있는 법과 질서를 보존하면서 정당하게 존재하는 현상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자기와 같게 만들려는 흡수 방식도 배제하여야 하지만, 인종격리정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태도로 이민들을 소외시키는 방식 또한 배제하여야 합니다. 이민들과 지역민들의 차이점만을 보려는 태도를 거부하는 열린 사고방식으로(2001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12항 참조) 진정한 통합의 길("유럽 교회"(Ecclesia in Europa), 102항 참조)을 추구하여야 합니다.

 

3. 그러므로 다원주의 환경에서,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 사이에 단순한 관용을 넘어 일치에 이르게 하는 대화의 필요성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민 집단들과 지역민들을 단순히 평행선상에 놓게 되면 문화 간에 벽이 생기거나 그들 사이에 단순히 피상적인 관계나 묵인의 관계가 수립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달리 문화들이 서로를 풍요롭게 하도록 장려하여야 합니다. 곧, 참된 이해와 사랑의 정신으로 서로의 문화를 알고 서로의 문화에 개방적이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성령의 초월적인 활동을 의식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여러 문화들 속에도 상호 이해를 위한 확실한 전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고귀한 종교적 인간적 요소들”(사목 헌장[Gaudium et Spes], 92항)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점들을 존중하는 원칙과 보편적 인권의 토대가 되는 공통적이면서 양도할 수 없는 가치들에 대한 보호가 일치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럴 때에 우호적이고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시민 이성의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또한, 언행이 일치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든 피조물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마르 16,15 참조). 물론, 그들은 복음을 선포할 때 다른 사람들의 양심을 존중하여야 하며, 바오로 성인이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권고하였듯이(에페 4,15 참조), 언제나 사랑의 수단에 의지하여야 합니다.

 

4. 전 세계 청소년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제가 여러 번 언급하였던 이사야 예언자의 표상을(이사 21,11-12 참조) 여기에서도 사용하여 모든 신자들에게 ‘새벽의 파수꾼’이 되라는 권유를 드리고 싶습니다. 새벽의 파수꾼으로서 그리스도인들은 무엇보다도 도움을 요청하는 수많은 이민들과 난민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하며, 더욱 개방적이고 일치된 사회의 새벽을 알려 줄 희망의 미래를 적극적인 노력으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모든 것이 어둠에 싸여 있는 듯한 때에도 하느님께서 역사 안에 현존하시도록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우선 의무입니다.

 

모든 민족과 모든 언어를 당신께 불러 모으시고자 하는(이사 66,18 참조) 하느님께 이러한 바람을 기도에 담아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깊은 사랑으로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200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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