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5년 제20차 청소년주일 서울대교구장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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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5-28 ㅣ No.161

2005년 청소년 주일 메시지


그리스도는 우리를 살게 하는 힘입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언제나 저의 기쁨이고 희망입니다. 여러분이야말로 우리 교회를 생기넘치는 곳으로 변화시킬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인 가치보다는 물질적이고 외형적인 가치들을 좇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판치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일수록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큽니다. 푸르른 인생의 봄을 맞이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솔직한 땀방울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 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라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명동 성당 입구에 여러분들이 언제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 만남의 장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저의 마음의 작은 표시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바람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내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외적인 미모에만 신경을 쓰고, 쇼핑을 하느라 돈과 시간을 허비합니다. 때로는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을 따돌리거나 괴롭히고, 성실하게 노력하여 정정당당히 경쟁하기보다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점수를 얻고자 합니다. 기성세대 뺨칠 정도의 조직력을 갖추고 집단으로 폭력을 서슴지 않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세상의 가치기준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오늘 우리는 청소년주일을 제정하시고 청소년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셨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황께서는 올해로 스무 번째 맞이하는 세계청소년의 날(청소년주일)이 제정되기 2년 전, 부활주일을 맞아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십자가를 맡기셨습니다. 이는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던 그리스도야말로 이 시대의 청소년이 본받고 따라야 할 분이심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교황께서는 청소년들이 자칫 접어들기 쉬운 길은 십자가의 길과 반대되는 길임을 잘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시고 스스로 먼저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일치와 사랑과 평화의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은 하느님께서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얼굴이 잘 생겼건 못생겼건,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돈이 많건 가난하건, 정상이건 비정상이건 하느님께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하느님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스러운 당신의 자녀들로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게 한 것도 바로 이런 사랑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십자가의 길은 세상의 기준에 비추어보면, 손해 보는 길이고 바보들이나 가는 길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이 길이야말로 참된 친구를 얻을 수 있는 길이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참으로 잘 살게 되는 길입니다.

 

금년은 성체성사의 해인데, 마침 청소년 주일을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에 지내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청소년들을 특별히 초대하고 계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올해 독일 쾰른에서 거행되는 제20차 세계청소년대회 메시지에서 “어린 양의 잔치”(묵시 19,9)의 초대에 기꺼이 응답하고 정성껏 준비하여 주님을 모시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요청하셨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요한 6,51)을 모시는 일을 주저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성체성사야말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며, 십자가의 길은 참 생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미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성체조배를 통해 주님의 참된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배울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밀떡의 형상 안에 현존하시면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참된 음식이 되어주시는 주님의 마음을 배워 익힙시다. 주님의 성체를 모시고 이웃들에게 ‘빵’이 되어주는 사람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야 말로 이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변화시켜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새 교황 베네딕도 16세께서도 즉위미사 강론에서 청소년들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시면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 마음을 활짝 열어 드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분께 마음을 열고, 그분의 십자가의 길을 따르게 되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하고, 우리의 삶이 고달프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 우리 자신을 열어드릴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무한한 기쁨과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 우리 자신을 바침으로써 그리스도로부터 백배 천배로 되돌려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참된 친구이시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사목자, 교사 그리고 부모 여러분들에게도 당부하고자 합니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길, 십자가의 길이 올바른 생명의 길임을 청소년들에게 분명히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파견되었듯이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파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요한 20,19). 청소년들에게 그리스도의 메시지와 모범을 전달해야 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느긋하면서도 자신만만하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성체성사의 해를 맞이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청소년들과 함께 성체조배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그리스도께 자신을 내어드리고, 주님과 함께 새로운 활력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합시다. 

 

2005년 5월

국 천주교회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니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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