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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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6-12 ㅣ No.164

200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

 

 

사랑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올해는 우리 민족이 광복의 기쁨을 맞이한 지 60년 회갑이 되는 뜻 깊은 해이고 남한과 북한의 두 정상이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지 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아직도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 대립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으며 긴장 상태에서 불안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빠르게 성장해 나갈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남북한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기로 하였고 이산가족들이 서로 상봉할 수 있도록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가며 남북한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 경제를 균형 발전시키고 상호간에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으나 지난해에는 조문파동과 대량 탈북자 입국 등으로 경색국면을 맞았으며 올해 초에는 북한이 핵무기보유를 선언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유엔안보리에 북핵문제를 회부해 경제제재를 하겠다는 암시를 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경제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현실을 바라보면서 남북의 분단이 가져온 상처의 깊이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불신과 반목의 시절을 보내면서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를 주게 되었으며 그 깊은 불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힘들게만 느껴집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분단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는데 우선해야 할 남한 사회에서도 좌파 · 우파 · 진보 · 보수라고 서로 불신하고 배척하는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 교회 안에서도 북한과 북쪽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 북한을 지원하는 방식과 화해와 협력에 대한 의견에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창조된 사람들이 서로의 다양한 모습을 너그럽게 포용하고 서로 인격을 존중하며 화해하여 평화를 실현하기를 바라십니다. 

 

이제는 남북한이 서로 벽을 쌓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 보다는 자기와 다른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주님 안에서 열린 공간을 마련하여 남북한과 남남의 냉전 문화를 해소하는데 힘을 모아 대립의 문화에서 공존의 문화로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가치관이 다르면 적이고 보수고 혁신이라고 폄훼하기보다는 서로 합의의 기반이 정착 할 수 있도록 진정한 대화를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한민족은 좌파와 우파로 갈라지기 이전으로 되돌아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 되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화해·일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유다인과 이방인이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버리시고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에페소서 2장 14절)” 만드셨기에 우리의 정성 어린 기도를 들어주실 것입니다. 

 

특별히 교회는 신앙 안에서 남북이 함께 살아가는 일을 준비하는 사업들에 형제자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교형 자매 여러분께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빌며, 북측의 형제·자매에게도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과 평화의 인사를 보냅니다.

 

‘평화를 빕니다.’

 

2005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에

김운회 주교(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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