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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친교의 영성을 사는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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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309

친교의 영성을 사는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1.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그리워라, 뜨거운 임의 입술, 포도주보다 달콤한 임의 사랑. 임의 향내, 그지없이 싱그럽고 임의 이름, 따라놓은 향수 같아 아가씨들이 사랑한다오. 아무렴, 사랑하고 말고요. 임을 따라 달음질치고 싶어라. 나의 임금님, 어서 임의 방으로 데려가주셔요”(아가 1,2-4).

 

사랑을 다룬 지혜 문학서인 구약성서 ‘아가서’의 앞머리에 있는 솔로몬의 노래 가운데 일부를 옮겨보았다. 『해설판 공동번역 성서』(일과 놀이)는 그 서언에서 “이 사랑은 인간 사랑인가, 아니면 하느님 사랑인가?”를 묻고 나서 “우리는 아가가 이 두 사랑을 뗄 수 없게끔 노래한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인간이라는 피조물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하느님을 닮게 창조되었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한국평협’으로 약칭)가 2004년 3월에 시작한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캠페인을 줄여서 ‘아가 운동’이라고도 부르고 있는데, 이는 ‘아가’가 ‘아름다운 가정’의 준말이기도 하거니와, 하느님께서 가정에 주시는 선물인 ‘아기’가 곧 ‘아가’이며, 구약성서 ‘아가서’의 내용이 사랑으로 가득 차있다는 점도 유의해서 붙인 이름이다. 요한 복음사가는 “사랑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께로부터 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7-8)라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 사랑과 하느님 사랑, 곧 형제를 사랑하는 것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친교의 영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 교서 『새 천년기』에서 “우리가 하느님의 계획에 충실하고 세계의 가장 깊은 열망에 부응하고자 한다면, 교회를 친교의 원천이며 친교의 학교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막 시작된 천년기에 우리가 당면한 큰 과제”(43항)라며 ‘친교의 영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교는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가?

 

친교는 먼저 ‘서로 간의 사랑’(요한 13,34-35)을 통한 사랑의 증거로써 이루어져야 하고, 교회 신비 자체를 구현하고 계시하는 영역이 친교의 영역(42항)이다.

 

교황 교서를 좀 더 읽어보자. “(…) 먼저 친교의 영성을 장려하고, 어디에서나 그것을 교육의 지도 원리로 삼아야 합니다. 곧 일반 사람과 그리스도인을 교육하는 곳이든, 제단의 봉사나 봉헌생활자, 사목 활동가를 양성하는 곳이든, 가정과 공동체를 육성하는 곳이든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친교의 영성은 무엇보다도,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삼위일체의 신비에 대한 마음의 관상을 가리킵니다.” 43항은 계속해서 “우리 주위의 형제자매들의 얼굴에서 빛나는 삼위일체의 빛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친교의 영성은 또한 우리 사랑의 형제자매들을 신비체의 심오한 일치 안에서, ‘나의 일부인 사람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러할 때 우리는 형제자매들의 기쁨과 고통에 동참하고, 그들의 바람을 느껴 알며 그들의 요구에 마음을 쓰고, 그들과 깊고 참된 우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친교의 영성은 또한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것을 하느님의 선물, 곧 그것을 받은 형제자매를 위한 선물일 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선물’로 여길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끝으로, 친교의 영성은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위하여 ‘양보하며’, 남의 짐을 져주고(갈라 6,2), 언제까지나 우리에게 붙어다니면서 경쟁심과 출세욕, 불신과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기적인 유혹을 물리칠 줄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평협이 전개하는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운동은 이와 같은 친교의 영성에서 출발하고, 가정과 사회에서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며,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이러한 사랑이 성삼위의 사랑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곧 형제 안에서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랑으로 가정과 세상을 아름답게 가꿈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뜻을 이 땅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3.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평신도들의 결의

 

오늘날 우리네 가정이 위기에 처한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현상이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대부분의 교구가 가정성화를 위한 사목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가운데, 2005년도 사목교서를 ‘가정’을 주제로 다루면서 주교회의가 공동으로 마련해 대림시기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 8월 대전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 제8차 총회도 ‘생명을 지향하는 아시아 가정’이라는 주제로 열려 ‘완전한 생명문화를 지향하는 아시아 가정’이라는 문서와 ‘아시아의 하느님 백성과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한국의 목자들과 아시아 여러 지역교회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 중 제1순위로 내세운 가정문제를 한국평협은 지난 3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정기총회 참석자 일동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결의함으로써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캠페인을 시작했다.

 

- 우리는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일 가정기도를 바치겠습니다.

- 우리는 매일 가족이 함께 성서를 읽고 대화하겠습니다.

- 우리는 가정 성화를 위해 교회 사도직 단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 우리는 이번 총선거에서 가정이 건전한 후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겠습니다.

 

 

4. ‘아가 운동’의 추진 방법과 내용

 

한국평협 정기총회 참석자들은 위와 같이 결의하면서 각 교구 평협별로 이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으며, 이에 따라 서울대교구 평협은 산하에 가정사목위원회를 신설하고 가정·사회 사목연구소를 설치,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건강한 가정을 지켜내고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서울대교구 평협이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하지만 모든 가정과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 운동으로 승화되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그 추진 내용을 보면 한국평협의 결의 내용을 좀 더 세분화해서 구체적인 실천사항까지 적시해 나갔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시행한 것도 있고 앞으로 해나갈 내용도 있다.

 

1)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항들을 실천해 나가기로 한다.

① 우리는 수시로 가족 구성원을 위해 화살기도를 바치겠다.

② 우리는 매일 밤 10시에 가족들이 모여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성서를 가족과 함께 읽도록 하겠다. 같은 시각에 모이지 못하는 가족들은 각자 있는 위치에서 가족과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③ 우리는 매일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다.

④ 우리는 매일 생명문화의 확산과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⑤ 우리는 아름다운 가정운동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의의 모든 단체와 협력하겠다.

 

2) 가정기도문 배포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기도문 20만 장을 4월에 제작, 배포한 데 이어 10월에 다시 5만 장을 추가로 제작해서 배포했다.

 

3) 엠블럼 제작 홍보

이 캠페인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엠블럼을 제작하여 홍보하고 있다.

 

4) 스티커 제작

엠블럼을 활용한 차량 부착용 또는 다른 용도로 스티커 30만 장을 제작하여 전국에 배포했다.

 

5) 엠블럼을 사용해서 티셔츠를 제작해 각 본당 주임신부, 학교 등에 보급한 바 있다.

 

6) 심포지엄

불교, 개신교, 가톨릭이 함께 참가하는 범종교 연합으로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구현을 위한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손병두 한국평협 회장은 불교 신도회장과 두 차례 만난 바 있다.

 

7) 독후감 모집

평화방송과 함께 가정 관련 서적을 읽은 독후감 공모를 계획하고 있다.

 

8) 사진 공모전

회원 단체인 가톨릭 사진가회와 함께 12월 우리은행 본점 갤러리에서 가정을 주제로 사진 공모전을 개최한다.

 

9) 3대 가족 사랑 캠페인

불교와 천주교 신자들이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에 이르는 3대가 함께 식당에 오면 한 사람의 식사대금을 받지 않는 운동을 정부, 사회단체, 불교와 공동으로 전개하며, 고궁, 박물관, 음악회 등을 입장할 때에도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10) 공익광고 추진

밤 10시 사랑의 종 울리기, 가족 사랑 시간 만들기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인다.

 

11) 출산장려정책 대정부 건의

 

12) 생명윤리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 제시와 확산

민법 개정시 가정·가족보호조항을 삽입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13) 청소년 유해 인터넷 사이트 금지 운동

 

14) 함께하는 운동

이웃과 함께 전개하고, 교구의 벽을 넘어서 모든 교구 평협과 교회 내 운동·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그 결실이 매우 클 것이며, 시너지 효과 또한 엄청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한국평협은 모든 구성원과 신자들이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대교구 평협과 한국평협은 이미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제8차 총회 기간 중이던 8월 20일 손병두 회장을 통해 각국 주교 등 고위 성직자와 참석자들에게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캠페인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이 운동 엠블럼이 새겨진 티셔츠를 나누어 준 바 있다.

 

 

5. 전망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방법과 내용으로 아름다운 가정 건설을 위한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아름다운 사회, 아름다운 세상을 건설하자는 것이 이 운동의 기본 방향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정이 가는 곳으로 사회가 간다.”고 말한다. 가정은 교회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세포이며, 교회의 중심이 바로 가정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보면, 우리가 노력해서 아름다운 가정을 건설해 나갈 때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세상이 아름답게 펼쳐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의 구현은 우리 모두의 꿈이자 실현 가능한 목표이다. 그러나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인간적인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달려서는 안 될 것이다. 성과의 양과 함께 질도 고려해야 하고, 영적인 측면을 소홀히 하지 않음으로써 혼(魂)이 빠진 운동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친교의 영성에서 추구할 수 있고, 친교의 영성은 곧 일치를 말한다. 

 

『새 천년기』는 특히 “환상을 갖지 말라.”면서 우리가 이러한 영성을 따르지 않는다면 외적인 친교 조직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한 외적 조직들은 친교를 표현하고 발전시키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영혼이 없는 장치, 친교의 가면이 될 것입니다”(43항).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서로 간의 사랑이 가족 간에 꽃피고, 이 사랑이 이웃과 사회에 널리 번져갈 때,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은 찾아올 것이다.

 

[사목, 2004년 11월호, 최홍준(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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