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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장애인들의 대희년의 날 주교회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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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3 ㅣ No.64

장애인들의 대희년의 날 메시지


장애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1. 5월의 첫째 주일은 "장애인들의 대희년 날"입니다. 신체적, 정신적인 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는 형제 자매들에게 대희년의 기쁨과 은총을 선포하는 동시에,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랑 안에서 특별한 친교를 나누기를 요청하는 날입니다.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오셨으며, 그분의 활동은 일차적으로 고통 속에서 도움을 찾는 사람들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구원에 이르는 고통], 16항 참조). 예수께서는 "소경이 보게 되고 절름발이가 제대로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해지고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이 복음을 듣는다"(루가 7,22 : 마태 11,5 참조)라는 말씀으로 당신의 신원을 분명히 밝히셨습니다. 따라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난하거나, 고통을 받으며, 소외되는 이들'에게 특별히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며, 그들에게 사랑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일은 대희년을 지내는 그리스도인의 당연한 임무 중 하나입니다.

 

2. 1999년 12월 말 현재 우리 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인구수는 약 110만 명(보건복지부 통계)입니다. 그런데 현재 보건복지부나 보훈처 등에 등록이 되어 다소의 혜택을 받고 있는 지체장애인이 약 50만 명, 시각장애인이 약 5만 명, 청각 및 언어장애인이 약 7만 명, 정신지체장애인이 약 8만 명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추정 장애인수와 등록 장애인수 사이에 약 40만이라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커다란 차이에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제대로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하겠습니다.

 

그 동안 사회가 발전하며 장애인들의 복지가 많이 개선되어 오기는 했지만, 장애인들의 입장에 설 때 아직도 많은 점들이 미흡하다 하겠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장애인들이 일터에서 먼저 실직을 당하거나, 사회 여러 분야에서 불편이나 불이익을 받으며, 나아가 사회의 관심 밖으로 소외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일하고 살아가며, 필요한 경우 사회로부터 마땅한 도움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더욱 보완되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3. 친애하는 장애인 여러분! 장애인들의 대희년 날을 맞아, 무엇보다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을 듣고 또 그분을 바라보기를 권고하는 바입니다. 그분께서 이룩하신 구원은 십자가라는 고통을 통하여 성취되었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증거로 그리스도께서는 교회와 인류에게 고통에 관한 하나의 특별한 복음을 전해 주셨습니다"([구원에 이르는 고통], 25항).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고통이 지니고 있는 구원의 능력을 의식하시면서 당신 자신의 고통을 향하여"([구원에 이르는 고통], 16항) 마주 나아가신 분입니다.

 

장애인 여러분들은 장애에 따르는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고통에 직면해 있으며, 그 고통에 불가피하게 "왜?"라는 물음을 던지는 동시에([구원에 이르는 고통], 13항 참조), 비장애인들이 결코 겪어 보지 못하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 고통은 때로 자신을 내적으로 더욱 소모시키는 좌절이나 실의로 몰아갈 뿐 아니라, 삶에 대한 사랑이나 기쁨마저 앗아가는 참담한 고통으로 이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일찍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의 고통 중에 이렇게 부르짖으셨습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태 27,46) 하지만 죽음을 앞에 두고 처절하게 마음의 고통을 미리 겪으셔야만 했던 그분께서는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태 26,39.42) 하고 기도하셨습니다.

 

4. 이렇게 인간 고통에 새로운 구원의 빛을 던져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고통받는 모든 이들이 고통이 지니고 있는 구원의 의미와 능력을 깨닫기를 원하시며, 나아가 아주 심오하고 특별한 방법으로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이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는 이렇게 응답하셨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기꺼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내 몸으로 채우고 있습니다"(골로 1,24).

 

장애인 여러분! 여러분이 겪는 고통 속에 감추어져 있는 특별한 은총을 발견하고, 여러분이 받는 고통이 "그리스도처럼 다른 형제 자매들의 구원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확신"([구원에 이르는 고통], 27항)으로 가득 차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보다 앞서 고통과 절망의 절정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신뢰하며, 아버지의 뜻에 전적으로 의탁하고 순종하신 주님을 본받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5.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교황 성하께서 "고통의 복음"에 속한다고 하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루가 10,25-37)를 되새깁시다. 이 비유는 "고통 중에 있는 우리 이웃에 대한 우리 각자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지적해 주고 있습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고 그 곁에 멈추어 서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착한 사마리아 사람입니다"([구원에 이르는 고통], 28항). 멈추어 서서 타인의 고통에 자비심과 동정심을 가지고 물질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사람이 착한 사마리아 사람입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만나는 장애인들에게 마땅히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들에게 지극한 사랑과 관심을 보이며, 나아가 실제적으로 그들에게 효과적인 도움을 가져다주는 일에 적극적으로 헌신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대희년의 기쁨이 장애인들에게도 단지 내적 기쁨일 뿐 아니라 외적으로 드러나는 기쁨([제삼천년기], 16항)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행동과 깊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가([구원에 이르는 고통], 30항 참조) 가르치는 대로, 모두가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줌으로써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사목헌장, 24항 참조) 은총의 대희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6.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2000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다시금 장애인 형제 자매 여러분에게 대희년의 은총과 기쁨, 사랑과 평화가 충만하기를 빕니다. 또한 장애인들에게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들의 고통이 구원에 이르는 고통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헌신해 오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을 기도하는 바입니다.

 

2000년 5월 7일 장애인들의 대희년 날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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