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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5회 농민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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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3 ㅣ No.68

2000년 제5회 농민주일(7월 16일) 담화문


"온 땅은 본래 하느님의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7월의 셋째 주일은 농민들의 대희년이자 한국 주교회의가 제정한 농민주일입니다. 올해로 다섯 번째 맞는 농민주일은 고된 농사일을 통해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농민들에게 한마음으로 감사하는 주일입니다. 또한 점차로 그 가치가 망각되고 있는 농촌과 농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더욱 널리 확산되기를 기원하는 날입니다.

 

지금 우리의 농촌은 무분별한 농축산물 수입, 상대적인 농가 소득 저하, 만성적인 농가 부채, 지속되는 농촌 붕괴 현상 등 여러 문제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또한 금년 봄 구제역 파동과 밀, 보리 등 겨울 작물의 흉년은 농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습니다. 더군다나 전세계적으로 농산물의 무역 자유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어서 우리 농촌의 생산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함이 없이 물질적 풍요와 편리만을 무한정 추구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정보화와 세계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물결은 선진국 중심의 안녕과 번영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어 모든 인류의 진정한 발전과 복지에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제3세계의 농촌 붕괴 현상 역시 지구적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생명과 환경 파괴' 현상의 하나라 하겠습니다. 총체적으로는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외면, 지구 생태계 파괴, 기상 이변, 자원 고갈, 국가 간 빈부 격차의 심화, 수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식량난 등 수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바로 이와 같은 위기 현상에 대해 한국 교회가 제시하는 대안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농촌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깨닫고, 생명 중심의 가치관을 재정립하며, 도시와 농촌에 공동체를 건설하여 도·농이 공동체적으로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일에 앞장서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운동을 '생명·공동체 운동'이라고 부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대희년의 기본 정신은 "하느님의 드높은 주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본래의 하느님의 것이며(신명 10,14), 인간은 단지 그것을 올바르게 이용하도록 하느님으로부터 위임받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서는 희년이 되면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로 되돌려 드리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레위 25,8-55). 그것들은 곧 본래의 창조 질서, 평등과 조화와 공생의 질서로 돌아가라는 촉구입니다.

 

대희년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대안적인 생활 양식을 만들어 가라는 부르심에 충실하기를 다짐해야만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현대 사회는 그 생활 양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는 한 결코 생태학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 13항)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극단적인 편리함과 효율성의 추구를 벗어나 생명 중심적인 문화를 건설하고 자연 친화적인 생활 양식을 영위해 나가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농민주일을 맞이하여 농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기며, 농민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아울러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새 하늘 새 땅'을 위한 대안 운동으로 다시금 자리가 매겨지고 확산되어 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 모두의 참여를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2000년 제5회 농민주일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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