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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33회 군인주일 군종교구장 담화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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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33회 군인주일(10월 1일) 담화문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군인주일인 오늘은 조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이들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군종사제들의 사목활동을 위해 아낌없는 기도와 후원을 보내는 날입니다.
군인들은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남·북으로 대치되어 전쟁의 위험 속에서 언제나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나라의 현실 속에서 군인들은 우리를 안심시켜 주고 편히 살 수 있도록 지켜 주는 평화의 파수꾼들입니다. 요즈음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군대 안에서도 '전쟁을 넘어 평화로'라는 슬로건이 외쳐지고는 있지만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군대는 우리 국민들의 든든한 파수꾼이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 나라는 큰 나라들 사이에 둘러싸여 역사적으로 많은 외침을 받아 왔으며 지금도 그 위험은 남아 있으므로 우리 나라는 강하고 튼튼한 군대가 절대로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의 역사를 통해 볼 때 군인들은 조국의 평화와 생존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앞장섰고 때로는 귀중한 생명까지 바친 사람들입니다. 그야말로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요한 15.13)" 사람들이 군인들이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처럼 군인들은 "국민들의 안정과 자유를 지켜 주는 봉사자"로 평화 건설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입니다. 군인들을 위해 기도 드리고 군 사목에 협력하는 군인주일은 바로 우리 자신들을 위한 날이며 우리 가족, 우리 아들, 우리 형제들을 위한 날이며 우리 사회와 우리 교회를 위해 소중한 이땅의 젊은이들을 위한 날입니다.
대한민국의 건전한 남자라면 누구나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대에 입대하게 됩니다.
혈기 왕성하고 저마다 인생을 설계하는 시기에 치르게 되는 군대생활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기회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한 교육이 부재되어 있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살아온 많은 젊은이들에게 군대는 살아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장소입니다.
더욱이 올바른 가치관이나 인생관과 종교관을 생각해 보지 못한 가운데 하게 되는 군대생활은 이들에게 세상일들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판단하게 해 줍니다.
군대는 그야말로 훌륭한 인생의 도장이며 이들에게 인격과 신앙생활을 지도하고 있는 군종신부는 그 어느 곳에서보다 훌륭하고 보람 있게 젊은이들을 위한 사목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예전부터 군대를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물질만능주의와 사치와 소비문화의 풍토 속에서 개인주의에 젖어 살아온 젊은이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빈곤한 상태에서 군대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종교가 쉽게 다가오고 급기야는 선택의 기회가 제도적으로 쉽게 주어지게 됩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군대생활을 통해 종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은 지난날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지난해(1999년) 연말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의하면 청년에 해당하는 20세에서 29세까지의 남자 세례자 수는 전국 통계가 13,173명이었는데 그 중에 군종교구에서 세례받은 숫자는 7,376명이었습니다. 14개 교구를 모두 합친 5,797명보다 훨씬 많은 젊은이가 군대에서 세례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세례받은 젊은이들을 잘 돌보고 제대할 때 다시 그들의 지역 본당으로 돌려 보내 주는 군종사제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많은 교구에서 선교를 교구 사목의 핵심으로 삼고 방안을 모색합니다. 군대에 가 있는 젊은이들에게 선교의 시선을 돌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군 선교 지원은 시급하기도 하고 중요한 모든 교우들의 몫입니다.
모든 종파들이 이 사실을 깨닫고 저마다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개신교는 물론 불교도 우리 가톨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십 배의 많은 재정을 군 선교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군 선교의 역사가 오래되었는데도 군인주일은 튼튼하게 뿌리 내린 모든 교회의 주일이기보다는 의례적으로 치르는 감동 없는 주일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가 더욱 정신적으로 윤리적으로 어려워지고 문제를 많이 안고 있을수록 젊은이들에게 향해지는 관심은 커야 할 것입니다.
군인주일은 우리 젊은이들인 군인들에게 기도와 관심을 쏟고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날입니다. 그 동안 군 사목을 위하여 쏟아 주신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랑과 후원에 감사 드리며 우리 군종교구민과 모든 사제들은 맡겨진 일들을 성실히 수행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 모두의 정성어린 기도와 따뜻한 후원을 부탁 드리며 주님께서 평화와 사랑의 축복을 내려 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2000년 10월 1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0 219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