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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1년 제34회 군인주일 군종교구장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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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81

2001년 제34회 군인주일(10월 7일) 담화문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군인주일을 맞이하여 전후방 각지에서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군인들과 또 이들을 돌보고 있는 군종신부들과 함께 여러분 모두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군 사목을 위하여 기도해 주시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해마다 20만 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군대에 입대하고 또 같은 수의 젊은이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하는 군대는 참으로 소중한 곳입니다. 군대는 국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하여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정과 학교에서 곱게 자라기만 했던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적응하기는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동시에 군대는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성숙시키고 인생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곳이기도 합니다.

 

군종교구는 이러한 젊은이들을 비롯하여 직업 군인들과 그 가족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76명의 군종신부들은 이들을 위하여 황량한 벌판과도 같은 곳에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입니다.

 

군인들은 대한민국 영토라면 전방 산골짜기이든, 외로운 섬이든, 그 어느 곳에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군종사제들은 이들을 찾아가 미사를 드려주고 상담을 해 주고 친구와 목자 노릇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많은 젊은이들이 힘들고 외롭고 지루할 수 있는 군 생활을 하면서 종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은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한국천주교 교세통계를 보면 전체적으로 세례자가 줄어 들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이것은 개신교나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전부터 세례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개신교는 그 돌파구를 군대로 돌려 군 선교 연합회를 만들어 종파를 초월하여 막대한 재정 지원과 선교 전략을 세워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군 안에서는 널리 알려진 비젼 2020이라는 선교 전략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전략은 한국 개신교가 합심하여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간 해마다 20만 명의 젊은 군인들에게 세례를 주자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이 성공하면 2020년이 될 때 명실공히 우리나라는 개신교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례 주는 방식에는 큰 문제가 있지만 지난 몇 년간 실제로 이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였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군 선교에 얼마나 큰 관심을 보였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봅시다.

 

우리는 흔히 군 선교는 초코파이 하나만 주면 저절로 된다고 너무나도 쉽게 생각합니다. 물론 군에서 초코파이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초코파이로 병사들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신앙인으로 변화시켜 선교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새로운 모색

 

물론 군대에서는 일반 성당에서처럼 장기간 교리교육을 하여 세례를 주기에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26개월을 한 곳에서 지내는 그들에게 세례를 주어 잘 관리만 한다면 군대처럼 선교의 결실을 맺기 좋은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해 저희 군종교구의 사제들은 선교에 대한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세워 열심히 노력한 결과 사상 유례 없는 결과를 냈습니다. 한 해 동안 2만 명 가까운 병사들에게 세례를 주었고, 올해도 그 이상의 목표를 세워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주고 선교를 하는 데는 열성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신부님들이 성당에 찾아오는 병사들에게 간식이라도 충분히 주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군종교구는 1년 예산이 이천만원 미만인 본당이 많고 그래서 군종신부들이 자신의 봉급을 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 어떤 신부님들은 신병교육대에 성당과 교리실을 지어주면 세례를 많이 줄 수 있겠다고 하며 조르기도 하고, 군인들에게 교리를 직접 가르치고 있는 수녀님들은 교리실을 지어달라고 애원하기도 합니다.

 

한국 천주교의 미래와 우리 한국 사회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입니까?

 

그 일은 바로 교회와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또 그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쉴 새없이 오고 가는 군대에서 군종신부들이 열심히 사목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이제 군인주일을 맞이하여 여러분들의 기도와 지원을 부탁 드리며,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해 볼까 합니다.

 

첫째, 선교의 어려움과 한계를 느끼는 우리 교회는 이제 그 해결을 위한 돌파구로서 군 선교에 새로운 중요성을 느끼고 군 사목에 많은 지원을 해 주십시오. 이러한 지원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군인주일 헌금은 물론 많은 교우들이 군종후원회에 가입하여 주시고, 군 성당과 교육관과 교리실을 짓는데 은인이 되어 주십시오.

 

둘째, 최근 서울을 비롯한 일부 도시의 몇몇 본당들이 자매 결연을 맺고 있습니다만 군 성당과 자매 결연을 맺는 본당이 많이 생겨 재정적인 도움 뿐 아니라 교류를 통해 사목 및 전례가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군종사제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부대를 위해서는 인근 본당에서 특별한 관심과 사목적인 배려를 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셋째, 군대에는 수녀님들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많은 수도회에서 군 선교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수녀님들이 절대 부족한 실정입니다. 토요일과 주일만이라도 찾아와 교리를 가르치고 군인 신자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수도자가많아진다면 더 없는 기쁨이며 힘이 될 것입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

 

한국 교회가 군 사목을 한지도 어언 50년이 되었습니다. 1951년부터 종군 신부들이 보수도 받지 않고 군인들을 위해 사목하기 시작하여 올해로서 군 사목 5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50년 군 사목의 기틀 아래 새로운 모색으로 군 선교를 목표로 삼고자 하오니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 드립니다.

 

초기 종군신부들에게 보냈던 한국 교회의 아낌없는 정성과, 34년 간을 한결같이 군인주일을 통해 보여 주셨던 여러분의 사랑을 오늘도 아낌없이 보내 주십시오.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오늘하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바로 여러분 자신이 해 주십시오. 젊은이의 선교는 우리 모두가 지금 당장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언제나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 하시길 기원합니다.

 

2001년 10월 7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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