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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문화사목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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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9 ㅣ No.239

문화 사목의 이해

 

 

한국 가톨릭 교회는 '문화 사목'이라는 말을 아직도 매우 낯설어 한다. 반면에 개신교는 '문화 사역'에 익숙해져 있다. 이미 개신교는 지난 80년대부터 문화에 대한 사목적 관심을 보여 왔고, 최근에는 다양한 문화 사역을 펼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시대가 변하였는데도 최근까지 과거의 시대에 적용되어 왔던 전통적인 사목 방식을 고수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사목에 따르면, 수직적인 위계 질서 안에서 성직자의 권위주의에 의해 평신도는 종속적이고 순종적인 관계에 놓여 있고, 신자들이 일종의 불특정 다수인 대중으로 여겨지며, 교회 울타리 안에서 개인적 신심과 영성에 치우친 형태로 사목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목의 결과로, 천주교 신자 4백만이라는 교회의 괄목할 만한 외적 성장을 이룩했음에도, 그 화려함 뒤에 쉬는 신자의 증가, 주일 미사 참석자 감소, 신자 증가율 감소, 청소년과 청년 숫자의 격감, 비효율적 교리교육 등의 심각한 문제점들이 대두되고 있다.

 

교회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이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사목 형태를 취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문화의 복음화가 이 시대의 근본적인 과제임을 인식하면서 교회는 구체적인 실천으로써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인 '문화 사목'을 받아들여야 한다. 교회는 문화 사목을 수용하는 가운데 자기 쇄신을 이루어 가고, 교회 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세상과의 대화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본 논문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문화 사목에 대한 이해이다. 문화 사목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해 전반적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 본 논문은 먼저 기존 사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둘째로, 이 논문은 문화 사목의 필요성과 개념을 기술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 사목의 방법론을 통찰하고자 한다.

 

 

1. 기존 사목의 실태

 

본 논문은 모든 사목 분야에 걸쳐 현실을 파악하고 평가하기보다는, 세 가지 측면, 곧 사목의 목표인 선교, 사목의 주체이면서 대상과 관련된 인적 요소, 사목의 방법에 국한시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선교 면에서는 한국 교회의 교세 분석을, 인적 요소 면에서는 성직자, 청소년, 여성, 노인을, 그리고 방법 면에서는 [현대의 복음 선교](1975년)에서 언급한 선교의 방법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최근 서울대교구가 추진하는 시노드에서 행한 실태 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지만, 한국 교회는 모든 사목 분야에 걸쳐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의 세기로의 변화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의식, 각종 사목의 내용과 형식, 신학의 방법론과 교회관, 신심 형태, 신앙 체험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에 총체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자기 비판과 함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현재 교회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선교

 

한국 교회는 1970-1980년대에 이루었던 괄목할 만한 외적 교세 성장과는 달리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둔화 현상을 겪고 있다. 다음의 표는 지난 5년 동안의 한국 천주교회 교세 통계 중에서 신자 총수에 대비하여 영세자, 냉담자, 그리고 주일 미사 참여자 비율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것이다.

 

위의 한국 천주교회 교세 통계를 보면 소폭이긴 하지만 신자가 증가하여 2001년 현재 한국 전체 국민 총수의 약 8% 정도 되는 4백만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매우 우려할 만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우선, 새 영세자의 증감 추이가 1999년까지 증가해 오다 다음 해부터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거리 선교나 가두 선교를 통해 상당한 입교자를 배출해 왔고, 2000년 대희년을 맞아 대대적인 선교 운동을 펼쳐 왔다. 그럼에도 영세자 비율의 하락 현상은 이제 외형적인 교세 성장을 이룩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한국 천주교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는 쉬는 교우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에 냉담자 비율이 전신자의 30%였지만 2001년 현재 33.7%로 해를 거듭할수록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단지 1998년에 29.9%로 냉담자가 약간 줄어든 현상은 당시 한국 사회가 IMF 시대를 맞아 경제적 고통을 겪을 당시로 신앙에 귀의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일시적 감소 현상을 보였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냉담자율을 1990년 말부터 살펴볼 때, 1990년 말 23.27%에 불과했던 냉담자가 점차적으로 증가세를 보여 2001년 말에는 33.7%라는 기록을 나타냈다. 냉담자율이 매우 급격한 상향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세 번째로, 주일 미사 참여율은 점차적으로 하향선을 긋고 있다. 1997년에 30%이던 주일 미사 참여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되어 2001년에는 27.7%로 현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한국 사회가 점점 여가 사회로 옮겨 가는 가운데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주일 미사 참여율이 더욱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의 통계 분석 결과는 외적인 신자 증가에도 기존 신자들의 이탈 또는 냉담 현상이 심각함을 보여 주고 있으며, 한국 교회의 내적 쇄신 및 복음화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영세자와 주일 미사 참여자의 감소 그리고 냉담자의 증가 현상은 한국 천주교회가 선교와 사목의 새 틀을 짜야 할 때가 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군사목의 영역을 제외하고 일반 사회에서 새 영세자 비율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직접적이고 양적인 선교와 함께 질적이고 간접적인 선교 전략인 '문화의 복음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문화의 복음화를 사목적으로 실천하여 신자들이 성사 생활을 비롯한 교회 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적극적인 대안인 '문화 사목'이 요청된다.

 

2) 인적 요소

 

교회 안에는 사목의 주체이면서 대상이 되는 계층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직분에 따라 성직자와 평신도로, 연령별로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 장년, 노인으로, 성에 따라 남성과 여성으로, 단체의 성격에 따라 사목회, 레지오 마리애, 꾸르실료, M.E., 빈첸시오, 성가대, 성모회, 선종 봉사회, 헌화회, 자모회, 각종 후원회 등으로, 그리고 취미나 취향에 따라 문화적인 동아리들로 존재하고 있다. 과거에는 직분, 연령, 그리고 단체의 성격에 따른 계층화를 통한 사목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 취미, 또는 취향에 따른 계층화가 기존 계층 안에서조차 세분화되면서 사목의 주체뿐만 아니라 대상의 분화 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분화 현상은 이 시대의 사회 분화와 여기에 토대를 두고 지배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가치관인 다원주의와 개인주의의 확장에 따라 나타난 결과이다.

 

사회적으로는 물론 문화적으로 다양성이 수용되면서 계층의 분화가 심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교회는 이에 적합하게 응답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목을 펼치지 못하고, 아직도 구시대적 사고와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목의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첫째로, 직분상 사목의 핵심 주체라고 할 성직자의 권위주의가 사목을 수행하는 데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성직자와 평신도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주임 신부의 독단'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직자의 독단적 태도는 평신도들을 교회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에 한국 사회는 사회적 민주화의 물결과 인터넷과 같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뉴미디어의 대중화로 정보의 독점을 통한 성직자의 권위를 약화시키면서 권력의 수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둘째로, 교회의 현재이면서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 계층을 현대 사목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사목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청소년을 교회의 미래 주인공으로만 규정짓는 사목자들의 의식이다. 청소년을 미래의 교회에서 주역이 되는 존재로 인식한다면 현재의 청소년은 단지 미성년이며 주체로서 살 수 없고 오로지 기성 세대의 감시와 통제의 대상에만 머물러 있게 된다. 따라서 현재에서 배제된 청소년은 사목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청소년 계층은 1970-1980년대만 해도 학생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본당 주일 학교를 다녔다. 그 당시 그들은 오로지 학생이라는 단일한 정체성에 한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주일 학교 형태는 일반 학교의 연장으로 생각되고, 청소년들은 교리 공부하는 학생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청소년 문화가 생성되면서 청소년의 정체성이 다양화하기 시작하였다. X세대, N세대, 1318세대 등의 신세대 등장은 이제 청소년층이 학생이라는 단일 정체성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청소년 문화는 늘 변화 과정에 놓여 있지만, 현 교회는 다원화되는 청소년 문화를 충분히 식별하지 못한 채 1990년대 이전의 청소년 사목 방식에 고착되어 있다.

 

셋째로, 사목의 주체이자 대상으로서 가장 역동성을 보여 온 계층 가운데 하나는 여성이다. 근대 사회 안에서 여성은 가부장적 제도 아래 사적 영역인 가정 안에서 가사에 전담해 왔지만, 정보 사회로 진입하면서 그들은 다양한 사회 참여를 통해 공적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과거에 본당 레지오나 구역 활동에 전적으로 투신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본당 활동 이외에도 경제적 활동에 참여하거나 에어로빅, 수영, 기타 문화 강좌 등 자기 실현을 위한 문화 활동을 즐기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본당 운영을 위해 구역장, 반장, 또는 단체 간부들과 같은 직책을 맡아야 하는 여성 봉사자들의 참여도가 점점 낮아질 현실에 있다. 더군다나 사목자들 중에는 아직도 여성 신자들에게 순명과 겸손의 수직적 관계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여성 정체성을 보이는 이 시대에 교회는 여성 신자들을 끌어 안기 위해서 이들의 관심을 끌 문화적 접근으로써 사목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넷째로, 현대 사회 문화 속에서 사목의 주체이자 대상 측면에서 면밀하게 주목할 계층으로 노인들을 들 수 있다. 노인 계층은 과거의 경우 부분적으로 본당 노인 대학에 입학하여 본당별로 준비한 교과 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아왔다. 그러나 요즘은 노인 중에도 식자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노동과 생산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등으로 나누어지고, 더 나아가서 이들 가운데서도 취미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을 즐기고자 하는 문화적 욕구가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다. 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한국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지역 단위별로 노인 종합 복지관을 설립하여 이에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상황을 보면, 노인 대학을 운영하는 본당은 현재 서울대교구 220여 개 본당 중 100곳 정도로 반수에 미치지 못하고, 참석하는 노인들의 수는 100여 명 정도로서 대부분이 여성 노인들이다. 또한 노인들의 다양한 계층에 대한 고려가 없이 획일적으로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것을 비롯하여 노인 대학의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일부 노인층은 지역에서 운영하는 노인 종합 복지관을 선호하기도 한다.

 

3) 선교 방법

 

교황 바오로 6세의 교황 권고인 [현대의 복음 선교]는 교회가 전통적으로 수행해 온 복음 선교의 내용, 방법과 구분되는 새 시대를 여는 기점이었다. 과거의 복음 선교는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교하고,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고 기타 다른 성사를 주는 것”을 "복음화 활동의 전부로 생각하여 복음 선교의 풍부하고 복잡하고 동적인 참모습을 ......빈약하게 하거나 그르치게 할 위험이 있다.”(17항)라고 문헌은 지적했다. 여기서 복음 선교의 내용은 '외방 선교'에 국한되어 있고, 선교의 방법도 설교, 교리, 세례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전통적인 사목 실천도 이 같은 복음 선교의 내용과 방법에서 유래해 왔고, 사목의 목적은 개인의 영혼 구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를 수용한 [현대의 복음 선교]는 완전한 복음 선교를 위해서 "개인의 삶에 밀접한 가정 생활, 사회 공동 생활, 국제 관계, 평화, 정의, 개발 등”(29항)의 다양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 시대의 사목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의 복음 선교]는 "어떤 방법으로 복음 선포를 해야 효과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4항) 하는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해 8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40-48항). 생활의 증거, 생명력 있는 강론, 말씀의 전례, 교리교육, 홍보 수단의 이용, 개인 접촉, 성사, 그리고 민간 신앙, 이 8가지 방법은 사목의 구체적인 실천 내용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한국 교회가 이러한 내용들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는 자못 의문스럽다.

 

(1) 생활의 증거

 

가장 궁극적인 선교 방법은 생활의 증거이다. 여기서는 일정하게 "개인 접촉” 차원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인데, [현대의 복음 선교]는 "끊을 수 없는 하느님과의 친교로 봉헌하고 동시에 무한한 열성으로 이웃에게 봉사하는 생활의 표양은 복음 선교의 첫째 수단이다.”(41항)라고 말한다. 최근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 생활에 대한 통계 조사에서, 선교를 위한 바람직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행동과 표양을 통한 모범”(34.9%), "소외되고 억눌린 이들에 대한 봉사와 나눔의 실천”(32.5%),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에 대한 입교 권유”(23.0%)로, 이 세 가지가 전체의 90.4%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직접적인 입교 권유 방식보다는 행동과 표양을 통한 모범, 사회적 봉사와 나눔의 실천 등 좀 더 간접적인 선교 방식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교회는 모범적 행동과 표양을 보이는, 자기 복음화된 신자가 되도록 사목을 해 왔는가? 자기 복음화가 된다는 것이 신앙과 삶의 괴리가 없는 상태라면, 오늘날의 사목은 신앙이 삶 안에 육화될 수 있도록 이끌어 왔는가? 현실적으로 한국 교회 안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신앙과 삶의 분리 현상'이다. 가톨릭 신자의 신앙 생활에 대한 통계 조사는 이러한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가톨릭 신자로서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이 답한 것은 "신자답게 살지 못한다는 죄의식”이었다. 또한 "신자들이 언제 교회를 떠나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가?”라는 질문에 "신자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실망”과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들은 신앙이 삶 안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함을 말해 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다시 말해서 기존 사목의 방식으로는 생활의 증거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개인 구원에 치중한 신앙으로 신자들을 이끄는 전통적인 사목은 삶의 정황, 다른 말로 삶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가 전 국토의 유흥화로 변한 지금 본당 울타리를 몇 발자국 벗어나면 술집, 단란 주점, 러브 호텔, 성인 나이트, 사주 카페, 등의 유흥 업소들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 많다. 또한 각종 매연과 쓰레기로 공기와 물이 오염되어 생태계마저 위협을 받는 심각한 환경 문제에 접하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삶의 환경에 대해 교회는 사목적 견지에서 그에 마땅한 응답으로써 비판, 대항, 그리고 정화라는 예언자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 전례와 성사와 강론

 

"전례는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頂点)이며,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전례 헌장, 10항). 따라서 교회가 행할 기초 사목은 전례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전례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미사와 그 밖의 성사 및 준성사, 성무일도, 성스런 행렬, 성체 강복식 등이 포함된다. 특히 전례가 "하느님과 구원되어야 할 인간들과의 결합이며, 끊임없는 만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목은 전례를 통해서 하느님과 인간의 삶을 밀접하게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례와 삶이 통합되지 못한 '화석화한 전례'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가톨릭 신자들이 신앙 생활을 하면서 어떤 점에 대해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답은 "신자답게 살지 못한다는 죄의식”(28.7%), "매주 미사 참례 의무와 복잡한 교회”(13.6%), "판공성사”(9.8%) 순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전례에 해당되기 때문에 합치면 총 23.4%에 이른다. 이러한 비율은 첫 번째 답의 비율과 비슷할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첫 번째 답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신자들의 죄의식은 주일 미사에 정기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전례가 신자들에게 생활화되어 있지 않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현재 음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고전적인 성가, 수동적인 참여, 현실과 유리된 경본 내용, 상징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거행되는 전례 행위들, 삶의 정황과는 무관한 강론 등으로 미사 전례가 미사 참석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전례가 생동적이지 못하고 매우 침체되어 있다. 특히 강론은 사목적 효과를 충분히 거두기 위한 것이고, 특별한 힘과 위력을 가지고 있어 복음 선교를 위해 특수한 역할을 하는 것임에도, 삶의 맥락을 놓치고, 하느님 말씀을 성서의 텍스트에 가두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 생활에 대한 통계 조사에서 나타나듯이, 미사 강론의 중점에 대해 물었을 때, "신앙인의 삶의 자세”가 다른 어떤 대답보다도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결과는 신자들이 희망하는 강론 내용이 삶과 연결된 살아 있는 강론이 되기를 바라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강론이 생명력 있고 "복음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현대 문명이 낳은 이기들을 사용하도록 우리를 종용하고 있다.”([현대의 복음 선교], 42항)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말씀의 사목인 강론은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각종 성사를 삶과 별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각 성사의 의미를 삶 안에서 찾고 관련시켜 성사가 생활화되도록 다각적인 사목적 프로그램이 요청된다.

 

(3) 교리교육과 홍보 매체 활용

 

복음 선교의 또 다른 방법으로 교리교육과 홍보 수단을 지적할 수 있다. 교회가 사목적 차원에서 신자들의 재교육, 예비신자 교육, 주일 학교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교육의 방법이 대단히 고답적이며 시대에 뒤져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가톨릭 교리 신학원의 교과 과정은 신학 및 교리교육 위주로 편성되어 있고,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 편제를 보이고 있다. 또한 몇몇 교과 과목 또는 강사 개인의 의지에 따른 교수 방법론에 의해서만 주입식, 이론, 암기 형식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 다른 예로, 서울대교구 소유 건물인 가톨릭 회관은 교구민들의 교육이나 각종 세미나와 모임을 위한 장소로 매우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3층과 7층에 각각 200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여 교육이나 세미나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강당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강당 안에서 매일 수시로 신자들을 위한 교육이 이행되고 있지만 영상이나 인터넷 활용을 위한 기자재 제반 시설이 없고, 이용 단체 중 거의 대부분이 미디어 활용 없이 주로 구두로 또는 인쇄 미디어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교회가 행하는 현재 교육은 과거의 주입식 교육, 곧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엄격하게 구분된 가운데 교육자가 일방적으로 피교육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현대의 복음 선교]는 선교를 위해 사목자가 홍보 매체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인간 지성이 날로 발전해 가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힘있는 수단을 교회가 활용하지 않는다면 하느님 앞에 죄송스럽지 않을 수 없다”(45항).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목자가 모든 사목 분야에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식이 매우 결여되어 있다. 강론, 교리교육, 피정, 전례 등에서 미디어가 접목됨으로써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도 사목자들은 미디어의 사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교회의 선교 사명](1991년)은 "그리스도교 메시지와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하여 단순히 홍보 수단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현대의 홍보 수단으로 조성된 '새로운 문화'안에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37항)라고 선언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는 곧 새로운 의사 소통 방법을 말하며, 이러한 방법의 출현은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을 요청하는 것이다.

 

(4) 민간 신앙

 

[현대의 복음 선교]는 복음 선교의 마지막 방법으로 민간 신앙을 제시한다. 민간 신앙은 지역 공동체의 주체인 기층민(민중)을 통해 전승되어 온 조직화되지 않은 전통 신앙이다. 무교 또는 무속 신앙은 한국에서 민족의 삶과 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쳤고,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종교인 불교와 유교의 토착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한국적 토착화를 위해 "적절히 선도되고 특히 복음 선교의 방향으로 선도된다면 가치 있는 것이 될 것이다”(48항).

 

과거에 한국 전통 의례였던 조상 제사를 금지함으로써 한국 천주교회는 100년 가까운 박해의 역사를 낳게 되었다. 당시 교황청은 동양의 전통 문화를 배척하는 문화 제국주의적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복음을 지역의 문화와 분리시킨 결과였다. 최근에 한국 가톨릭 고유의 상장례 문화가 정착되면서 전통 문화의 토착화가 실현되고 있어서 문화의 복음화 전망이 밝다고 하겠다. 그러나 한국인의 심성에 깔린 종교적 열성과 교묘하게 결합된 무속적 요소와 기복 신앙이 그리스도교적 영성의 발달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문화 사목은 문화적으로 한국적 전통에 접근하기 때문에 민간 신앙의 기복적인 요소를 찾아내고 복음의 빛으로 정화시키는 데 유용할 것이다.

 

 

2. 문화 사목의 이해

 

지금까지 한국 교회의 전통적인 사목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한계 상황들을 살펴보았다. 선교, 인적 요소, 기존 사목 방법의 문제점들은 이제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으로서 '문화 사목'이라는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문화 사목은 교회 내에서 가장 최근에 와서 쓰이기 시작했지만, 정확한 의미와 개념은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문화 사목의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사목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1) 사목의 기존 개념

 

사목이란 용어는 교회 안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의미와 내용이 매우 폭넓어서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는 교회 안의 사목자들 하면 주교나 신부라는 성직자를 연상하고, 어떤 이들은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행하는 교회 활동의 총체를 언급하기도 한다. 사목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역사 안에서 특정한 교회관과 특정한 사목 실천 사이에서 빚어진 내용들이 축적된 결과이다.

 

사목은 본래 백성을 맡아서 기른다는 뜻으로, 임금이나 지방 장관 등을 일컫는 용어였다. 그러나 성서적으로는 마치 양을 치는 목자가 양 떼를 돌보듯이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보살피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내용이 교회사 안에서는 성직계의 교직자들이 하는 활동으로 이해되었고, 16세기 이후부터는 성직자가 성사 집행을 하는 내용으로 극소화시켜 이해하였다. 따라서 과거의 사목은 성사 집전을 통해 영혼을 보살피는 일에 국한되어 있었고, 오로지 성직자의 고유 임무로만 규정하였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전통적인 사목 개념은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매우 수동적으로 전환시켜 왔다.

 

2) 사목의 새로운 개념

 

사목을 좀 더 넓은 개념으로 수정하게 된 계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비롯된다. 이 공의회에 따르면, "사목이란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서 나오는 '인간 구원의 봉사'(주교 교령, 35항) 활동이다. 과거에는 영혼을 보살피는 일을 사목이라 하여 이를 오로지 성직자의 임무로 보았으나, 오늘날에는 널리 '보편적 구원의 성사'(교회 헌장, 1항)인 교회가 세상과 관련을 맺는 모든 활동을 두고 사목이라 일컫는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목의 임무 수행자와 사목직도 상당히 포괄적이다. "사목은 성직자의 독점이 아니다. 교회의 다른 구성원들에 의해 수행되는 활동까지도 사목일 수 있다. 성직자나 평신도 또는 수도자가 주도하는 설교, 교리 교육, 예배, 성사, 기도, 증언, 교육, 상담, 영적 지도, 가난한 이들과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인권 수호 및 애덕 활동, 그리고 교회가 사람들의 구원을 위하여 행하는 다른 활동들 예컨대 해방 활동, 사회 및 인간 발전 활동 등도 사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급속히 본당과 교구 사목이 변화되어 교육, 전례, 그리고 사회 정의에 대한 사목으로 확장되고, 더 나아가 평화, 정의, 그리고 사회 봉사 사목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하게 된다.

 

사목의 새로운 이해가 과거의 개념에 비한다면 매우 획기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하겠다. 이것은 가톨릭 교회가 성사적이고 제도적인 교회관에서 봉사적이고 대화적인 교회관으로 전환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사목의 주체에는 성직자만이 아니라 수도자나 평신도도 포함된다. 교회의 사목은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공동 책임 안에서 일치시키는 공동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청소년 사목의 주체는 성직자이고 청소년은 사목의 대상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청소년을 사목의 주체로 하는 '또래 사목'(Peer Ministry)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 교회는 최근에 새로운 사목 개념을 구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당 주임 신부들은 본당에 파견된 수도자들이나 평신도 사목 위원 또는 봉사 활동자 모두를 공동 사목자로 수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성직자들은 아직도 제도적 교회관 속에서 수직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도 있다. 사목 활동 역시 성직자들이 영혼을 돌보는 일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 경제, 문화적인 분야에서 정의와 생명 수호를 위해 적극적인 사목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성직자와 평신도 간의 분리된 고유 활동 영역에 고착되어 있는 일부 성직자들은 설교, 교리교육 및 영적 대화 등의 신앙 생활에 대한 봉사와 성사 집행을 답습하는 구시대의 사목 활동을 고집하고 있다. 이러한 사목자는 급변하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사목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목은 시대에 따른 변화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그것은 교회가 세상과 관련되어 하는 모든 일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공시적인 특성을 지닌 복음을 늘 변화를 겪는 통시적인 세상에서 실현해야 한다. 오메라(O'Meara)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교회의 피가 역사라면, 그리스도 공동체의 육신은 문화이다. 교회가 하느님 나라를 대신해서 행동하기 위한 형태는 시간과 장소의 문화에서 나온다.” 교회 역사는 어떻게 여러 다른 문화와 역사가 교회 사목을 변경시키거나 강화시켜 왔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므로 세상에 대한 열린 시각이 필요하며, 시대의 징표, 곧 교회가 몸담고 있는 시공간의 역사와 문화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교회가 효과적으로 구원을 중재하려면 이 시대의 징표를 정확히 읽고, 그에 적합한 사목을 행해야 한다. 더군다나 정보화와 세계화의 과정 속에 놓여 있는 이 시대의 코드를 문화로 인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교회는 문화를 통해서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사목 형태로 전환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으로서 문화 사목을 이 시대의 긴박한 요청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3) 문화 사목의 개념

 

(1) 사목과 문화

 

복음과 문화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초대 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하느님 나라에 관한 복음의 실천인 사목 역시 각 시대와 장소의 문화 속에 변천해 왔다. 이 사실을 놓고 볼 때, 사목은 엄밀히 말해 '문화의 사목'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문화 사목'은 이미 교회가 시작된 후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온 모든 사목의 본래적 형태이다. 따라서 문화 사목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도 아니고, 이 시대에만 적합하고 시대가 지나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문화 사목은 노동, 농민, 경찰, 직장, 빈민, 병원과 같은 여러 사목 분야의 하나도 아니고, 여성, 청소년, 주일 학교, 노인과 같은 계층이나 연령별로 이루어지는 사목 중의 하나도 아니다. 문화 사목은 정확히 말하자면 문화적 접근을 통한 사목이라 할 수 있다.

 

(2) 문화 사목의 정의

 

우리는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로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의 사목을 '문화 사목'이라고 더욱 강조할 수 있다. 이 시대의 복음화는 [현대의 복음 선교]가 말하듯이 '문화의 복음화'이다. 문화 사목은 문화의 복음화를 신앙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실천이며 방법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복음을 준비할 때, 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의 일차 목표는, 복음의 근원적인 활력을 문화에 불어넣어 내부에서부터 그 문화를 새롭게 하고, 문화를 이루는 인간관과 사회관, 그리고 인간, 가정, 교육, 학교와 대학, 자유와 진리, 노동과 여가, 경제와 사회, 과학과 예술에 대한 개념을 하느님의 계시에 비추어 변화시키는 것이다.

 

오늘날 문화 사목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복음과 신앙의 토착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문화의 복음화와 복음의 토착화는 같이 이루어지며, 서로 호혜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문화 사목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표지이며 선교의 유효한 도구가 되는 토착화가 동시적으로 또는 앞서서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우선적인 토착화 대상은 신학 분야일 것이다. 한국적 신학의 토착화는 한국 가톨릭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전례, 교육, 교회관, 사목 형태와 내용, 신앙 생활 등을 이 시대 한국 사회에 적합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3) 문화 사목의 차원

 

문화 사목은 문화의 복음화를 현실적으로 구체화시킨 실천 내용이며 방법이기 때문에 세 가지 차원을 지니고 있는 문화의 복음화에 각각 대입하여 논의될 수 있다. 다음의 관계표는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열거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분이 상황에 따라 명확하지 않거나 중복 또는 혼용될 수도 있다.

 

① 문화에 의한 복음화 --- 문화에 의한 사목적 접근

② 문화를 통한 복음화 --- 문화를 통한 사목적 접근

③ 문화에 대한 복음화 --- 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

 

① '문화에 의한 사목적 접근'은 그리스도교 문화를 중심으로 시도하는 새로운 토착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 문화를 준거의 틀로 삼아서 대중 문화 또는 전통 문화를 그리스도의 메시지에 부합하는 형태로 토착화함으로써 새로 형성된 교회 문화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사목을 주도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교회는 전통 문화의 토착화에 많은 시간, 인력, 재정을 투자해 왔지만, 사실 우리의 삶의 지배적인 문화인 대중 문화의 토착화에는 거의 무관심한 실정이다.

 

② '문화를 통한 사목적 접근'은 일반 문화를 수단과 방법으로 활용하여 사목의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연극, 음악, 영화, 비디오, 정지 영상, 동영상 등이 교리교육이나 전례, 강론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대중 문화는 이 시대의 새로운 언어이며, 특히 영상, 이미지, 음악이라는 언어는 신세대인 청소년들과 쉽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③ '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은 일반 문화를 일종의 사목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우리 주변에는 생명을 위협하고 도덕성을 변질시키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되어 있다. 사형 제도, 낙태, 안락사, 인간 복제 기술 등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문화 현상에 대해 사목자는 방관하지 말고 예언자적인 자세로 비판, 고발, 저항해야 하며, 생명과 사랑의 대안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그러나 죽음의 문화 중에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죽음을 유발시키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가운데는 우리의 의식과 삶에 천천히 해악을 미치면서 잘못된 가치관이나 허위 의식을 심어 주는 '보이지 않는 테러'를 끊임없이 가하는 각종 매스미디어 문화도 있는 것인데, 교회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비판 의식을 갖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런 문화의 해악이 직접적이지 않기 때문에 사목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으로는 교회 안팎으로 다양한 문화 사목이 실천되고 확산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열거하고자 한다.

 

 

3. 문화 사목을 위한 전제 조건

 

1) 문화 개념에 대한 인식의 변화

 

교회 지도자들은 이 시대에 걸맞은 문화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성음악, 성미술, 조각 등의 고급 문화만을 문화로 인식하고 일상을 지배하는 대중 문화를 저급 문화로 취급하는 이원론적 문화 개념은 더 이상 이 시대에 유효하지 않다. 또한 전통적이고 고유한 민족 문화만을 문화로 생각하는 문화 인류학적 인식도 세계화된 문화적 현상들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는 상징, 기호, 코드로 시대를 대변하면서 문화적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되는, 일상 안에서 행사되는 권력의 장으로서의 문화 개념이 필요하다.

 

교회 안에서 수직적이고 획일적으로 행사되어 온 성직자의 권위주의가 수평적이고 쌍방향적인 문화 코드를 실천하는 신자들에게 흔들리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여성 신자들이 교회의 가부장적 제도의 모순에 조금씩 눈을 뜨고 교회 내에서 올바른 여성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 사목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공유한 상징, 코드, 기호에 맞게 사목을 실천하는 것이며, 올바른 문화 권력 형성이 교회 안에서 이루어져 그것으로 복음화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교회 지도자들은 적합한 문화 개념을 지녀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수평적이고 쌍방향적(interactive)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와 쇄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문화 사목은 요원할 것이다.

 

2) 문화 사목을 위한 문화 교육

 

과거 근대 사회에서의 교육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교육자가 정보가 부족한 피교육자에게 획일적이고 주입식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지식 정보 사회에서 교육이란 피교육자가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면서 깨닫는 과정이 중요시되고,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서 어떻게 하면 유익한 정보를 획득하여 활용하는가 하는 창의성을 길러 주는 방식, 곧 '문화 교육' 형태로 나타난다. 과거 교육 방식은 교과목 간의 구분이 뚜렷한 반면, 현대의 문화 교육은 그 구분을 무너뜨리고 서로 공조하여 통합 교육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게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교육 연극'이 새로 부상하고 있다. 연극이 교육에 도입되어, 역할극, 즉흥극, 창조적 드라마 등으로 교육 내용이 구성될 때 교육의 효과가 배가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문화적 접근을 통한 문화 사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문화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구나 본당에는 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예비자 교리, 성서 강의, 신자 재교육, 주일 학교 교육 등의 정기적, 비정기적인 교육들이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행해지는 강의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 말과 인쇄물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방식은 수강자들을 지루하게, 수동적으로 교육에 임하게 만든다. 어떠한 교육이든 미디어를 활용하거나 예술을 접목시킨다면 커다란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일례로, 본당에서 순교자 성월에 미사 중에 간단한 순교자 성극을 공연하였는데, 의외로 거의 모든 신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거나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열 마디 강론보다 성극을 통한 순교 상황의 재현이 순교의 의미를 새기는 데 훨씬 효과가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연극의 활용뿐만 아니라 영상 미디어 역시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제는 교회가 문화 교육에 지대한 관심과 투자를 할 때이다.

 

3) 문화 사목 프로그램 개발

 

사실 사목의 실천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사목자가 강론을 하거나, 수녀나 교리교사가 교리를 가르칠 때 미디어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영상이나 음악 또는 그룹 작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교육 담당자가 직접 제작하거나 프로그램을 짤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시간, 기술, 또 재정 부족으로 본인이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기성 프로그램들은 주로 전문가들이 제작해야 한다. 현재 교회 안에서는 매스컴을 사도직으로 하는 수도회에서 책, CD, 비디오 등을 생산하고 유통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인 본당 사목자나 교리교사들이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쉽게 접목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특별히 정지 영상, 플래쉬(Flash)나 비디오를 볼 수 있는 동영상과 같은 최근의 문화 소비를 위한 프로그램이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좀 더 시대에 맞는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기존의 미디어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프로그램 개발이 요청된다.

 

최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가는 '주5일 근무제'는 신자들의 신앙 생활에 급격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교회는 문화 사목적인 대책을 세우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피정이나 성지 순례라는 교회의 전통적인 프로그램을 이 시대에 맞게 성, 나이, 수입, 시간, 지역 등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교회 안팎으로 대중화,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여행과 레저와도 적절하게 접목되어 어느 정도는 상품화되어야 한다. 종교의 상품화가 교회에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문화 사목의 일종인 관광 사목도 모든 교구의 홍보 담당처에서 서로 유기적이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펼쳐갈 필요가 있다. 특히 주일 미사를 빠지는 신자들을 고려해서 매주일 방영되고 있는 평화 방송(PBC-Cable TV)의 주일 중계 미사 시청을 권고하는 사목적 배려와 중계 미사 프로그램 계발을 위한 투자도 있어야 한다.

 

4) 가톨릭 문화 센터의 필요성

 

"가톨릭 문화 센터는 그 지역 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고 문화를 복음화하고 신앙을 토착화하면서 부딪치는 시급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다. 가톨릭 문화 센터는 '사도 바오로의 정신에 따라'(1데살 5,21-22 참조), 문화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활동하며 문화를 증진하는 모든 사람과 활짝 열린 토론을 통하여 얻는 접점에서 출발한다”([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1999년), 교황청 문화평의회). 이 문헌이 주장하듯이 문화 사목을 위해서는 한국 교회에 '가톨릭 문화 센터'의 설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문화 사목을 위한 이론적 연구, 프로그램 개발과 실천, 관련 문화 단체의 활성화,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각종 자료 수집 등 참으로 실천할 사항들이 많다. 가톨릭 문화 센터가 교회 안에 조속히 세워져서 문화의 복음화를 위한 문화 사목의 활성화를 선도할 한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목, 2003년 4월호, 김민수(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서울대교구 신수동 천주교회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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