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신학ㅣ사회사목

[문화사목] 문화를 통한 사목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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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9 ㅣ No.241

문화를 '통한' 사목적 접근

 

 

문화 사목 중에는 대중문화를 도구나 수단으로 활용하여 사목의 효과를 높이는 '문화를 통한 사목적 접근' 방식이 있다. 연극, 음악, 영화, 비디오, 정지 영상, 동영상, 인터넷 등이 교리교육이나 전례, 강론, 다양한 행사에 접목하여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대중문화는 이 시대의 새로운 언어이며, 특히 영상, 이미지, 음악이라는 언어는 신세대인 청소년들과 쉽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최근에 한국 천주교회는 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사목인 문화 사목을 점차 수용하는 추세이며, 대부분의 경우 사목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중 문화를 활용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가장 보편화된 문화 사목 중의 하나인 '문화를 통한 사목적 접근'조차 교회 안에서는 아직도 소수에 의해 실천되고 있으며, 대다수는 이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구, 수도회, 본당, 단체 등 복음화와 사목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에 문화나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자재가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용 방법이 미숙하거나, 또는 콘텐츠의 부족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교회 현실을 개선하자는 의미에서 이 논문은 '교회가 문화(또는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여러 측면으로 강조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문화의 활용은 문화를 '통한'(through) 사목 실천의 도구나 수단의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화와 '함께'(with)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개방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회의 선교 사명」(1991년)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메시지와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하여 단순히 매스미디어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현대의 매스미디어가 조성한 '새로운 문화' 안에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37항). 

 

여기서 미디어와 문화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미디어는 이 시대에 정보를 전달하고 오락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미 우리 삶에 필수적인 환경이 된 미디어는 인간의 사회화, 세계관과 가치관의 배양, 그리고 사회 여론 수렴의 첨병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는 단순한 홍보 수단일 수도 있지만 문화를 생성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문화는 '대중적으로 매개된 문화'(mass-mediated culture)인 것이다. 미디어를 통하지 않는 문화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여가 문화 역시 미디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여가 산업의 바탕에서 형성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는 문화의 일부분이다. 문화가 삶의 총체적인 양식이지만 미디어는 삶의 구성 요소 중의 하나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미디어보다는 좀 더 광범위하게 문화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디어 사목'이 아닌 '문화 사목'이라고 하는 것이다.

 

문화를 수단이나 도구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삶의 차원으로 고려하면서 이 글은 먼저 교회의 적극적 문화 활용에 대한 필요성을 신학적으로 반성한다. 둘째로 이 글은 교회가 문화를 활용하기 위한 기본 원칙들을 성서의 안목을 통해 제시한다. 셋째로, 미디어 활용에 관한 교회 문헌을 살펴본다. 넷째로, 교회의 문화 활용 실태와 바람직한 활용의 예, 그리고 미디어 활용의 수용과 한계를 열거한다. 마지막으로, 문화 활용에 따른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문화를 통한 사목적 접근'의 신학적 반성

 

1) 신학적 커뮤니케이션

 

교회가 문화나 미디어를 활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체적인 구원 역사가 하느님의 자기 소통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교황청 사회 커뮤니케이션 평의회 의장인 존 폴리(John Foley) 대주교는 하느님의 사목적 커뮤니케이션 계획에 따른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사목적 커뮤니케이션의 첫 번째 계획은 '창조'였다고 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았다고 하셨다. 두 번째 사목 계획은 '계시'였다. 하느님은 특별한 진리를 전하셨다. 하느님은 인류가 당신 자신과 그들 자신에 대해 알기를 원하셨다. 세 번째 사목 계획은 '육화'였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고, 말씀이 육이 되셨다. 네 번째 사목 계획은 '복음화'와 관련된다. 창조의 의미, 계시의 풍요로움 그리고 육화의 엄청난 실재를 쉽게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1)

 

하느님의 사목적 커뮤니케이션 계획에 따른 당신의 끊임없는 자기 소통은 교회 역시 인간과 이 세상을 향하여 문화나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야 하는 중대한 근거가 된다. 하느님께서 사목적 커뮤니케이션 계획에 따라 어떻게 자기 소통을 해 오셨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작업이 '신학적 커뮤니케이션'(Theological Communication)이다. 교회는 이러한 신학적 반성을 통해 이 세상의 커뮤니케이션 현상(또는 문화 현상)을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틀(framework)을 지니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신학적 커뮤니케이션은 삼위일체론, 계시론, 그리스도론, 교회론, 그리고 윤리 신학이라는 영역을 다루는 가운데 정립될 수 있다.2)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삼위일체의 내적 커뮤니케이션 반영이 하느님의 외적 활동, 곧 창조 작업이다. 피조물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형상이며, 특히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다(창세 1,27). 이러한 이유로 인간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따라서 삼위일체적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이며 기준이 된다. 

 

삼위일체적 커뮤니케이션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과의 대화와 소통으로 연장된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 아브라함, 모세, 그리고 예언자들과 대화하신다. 하느님의 계시는 역사 안에서 당신을 드러내시고, 시대에 따라 변천하는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며, 꿈이나 환상과 같은 시각적 수단에 의존하기도 한다. 하느님의 자기 소통의 직접적인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이며, 육화의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모델이고 그리스도교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최종적 준거점이다. 계시와 육화 안에서 하느님의 삼위일체적 자기 소통은 교회를 통해서 세상 끝날까지 계속된다. 교회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 제도, 전령, 성사, 친교, 그리고 종이라는 다양한 교회관을 보여 왔고, 그에 상응한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드러내 왔다. 궁극적으로 교회는 '회복된 커뮤니케이션의 장소'가 되어야 하며, 예수님을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이며 기준'([새로운 시대], 6항; [커뮤니케이션 윤리], 33항; [교회와 인터넷], 12항)으로 제시하여 인간 행위뿐만 아니라 사회적 행위에까지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행위들과 판단이 하느님과의 관계성에서 유래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신학적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의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전 지구적 차원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실천을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일종의 '해석 틀'을 제공하고 있다. 이 해석 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때에 비로소 교회는 이 세상의 모든 현상과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미디어를 선교와 사목에 활용하려 한다면, 또한 대중 문화를 제대로 읽고 문화의 토착화를 시도하려 한다면, 그리고 문화에 대한 비판과 문화 창조를 수행하려 한다면 반드시 신학적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해야 한다.

 

2) 커뮤니케이션 신학

 

교회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출현하여 대중화할 때마다 영향을 받아 왔고, 더 나아가 본질적 사명인 선교를 위해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기억력을 바탕으로 한 구술 문화(oral culture)는 성서의 내용과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확산시켜 왔지만, 기록 문화(writing culture)의 등장은 고도의 정확한 암기력을 불필요하게 만들었고 대신에 사상을 다룰 수 있는 철학과 신학의 발전을 이루었다. 월터 옹(Walter Ong)은 인간 사고의 발달에서 저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구술로 묘사되는 언어와 사고는 분석적인 정확성이 없다."3)고 강조한 바 있다. 기록 문화는 중세기에 필사 문화(copying culture)로 이어지면서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스콜라 신학의 발전에 기여했다. 1450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자본주의 발달과 종교 개혁의 확산에 커다란 공헌을 하였고, '독서 대중'(a reading public)의 출현과 자국어의 사용으로 점차 가톨릭 교회의 정보 독점력을 약화시키며 세속화를 촉진하였다.4) 

 

최근의 전자 문화(electronic culture)는 시청각적으로 이야기꾼이 되어 삶의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함으로써 유사 종교적 기능을 실천하고 있으며, 교회도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매체를 소유하거나 이용하여 복음적 가치관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매스미디어로 자리매김한 인터넷은 자체의 익명성과 개방성으로 교회 전통에 도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반면에 하이퍼텍스트적(hypertextual) 연결 가능성으로 다양한 신앙 실천(선교, 영성, 신학, 사목 등)의 장을 열어 놓고 있다.

 

이처럼 교회는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새로 등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왔듯이, 오늘날도 교회가 개인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화나 미디어를 활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용을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입장에서 신학을 바라보는 '커뮤니케이션 신학'(communicative theology)이 선행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신학은 신학적 언어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신학은 커뮤니케이션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신학을 조명하는 커뮤니케이션 신학은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신학이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 준다. 신학이 '하느님에 관한 말씀'(Deus + Logos)이기 때문에 말씀 자체는 시대의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하느님을 서술하는 말씀이 인쇄 매체 시대에 분석적이며 추상적이었다면 영상 시대에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특히 인터넷은 텍스트, 소리, 그리고 이미지를 가지고 동시에 정보를 구성하기 때문에 신학의 방법론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신학은 단지 학문적 영역으로 고착되어 있으며, 신학의 교수법도 문자와 텍스트의 인식 차원에 머물러 있어서 현대 세계와는 무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신학은 신학 자체를 현대 세계, 일상적인 삶, 그리고 구체적인 상황과 체험에 바탕을 둔 문화적 맥락에서 '신학을 행함'(doing theology)으로 이끈다. 신학은 자주 성직자나 학자들과 같은 교육받은 엘리트들의 산물과 동일시되고 있다. 신학이 고도로 전문화된 지적 활동으로 규정될 때 신학은 소수 엘리트들의 전유물인 고급 문화가 되어 일상적인 삶과는 무관한 것이 된다.5) 추상화되고 학문적인 신학은 당대의 문화적 맥락, 특히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와의 연관을 통해 살아 있는 신학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회는 반드시 현대 문화와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교실 안에서 판서나 인쇄 매체를 통한 교리교육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음은 하나의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매스미디어는 신학에 관심을 가지고 미디어 세계에서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고 있음을 최근의 동향을 통해 알 수 있다. 예전에 방영된 '수호 천사'(SBS TV)나 현재 방송되고 있는 '천사의 손길'(Touched by an Angel; PBC-TV)과 같은 TV 드라마나 각종 TV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천사의 모습은 천사론(Angelology)을 언급하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999년)는 주인공을 구원자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나 텔레비전은 끊임없이 이 세상의 선과 악에 대한 문제와 탄생, 혼인, 죽음, 인간적 고뇌를 다루고 있다. 수컵(Soukup)은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 세계는 "학문적 신학이 오랫동안 지녀왔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에 신학과 종교적 담론이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6)고 말한다. 따라서 신학은 더욱 커뮤니케이션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2. '문화를 통한 사목적 접근'의 기본 원칙들 

 

문화나 미디어를 활용하는 데 따르는 기본적인 원칙들은 신학적 반성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 속에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구약에서는 하느님께서 직접 또는 예언자들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당신의 백성과 소통하시지만, 신약성서에서는 예수님께서 말씀과 기적을 통해 보여 주신 독특한 방식에서 기본 원칙들을 찾아 볼 수 있고, 사도들이 예수님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1) 구약 안에서의 원칙들

 

(1)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이 서로 나누는 사랑의 관계 속에 이루어지는 삼위일체적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이며 기준이 된다. 따라서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인격적이며 관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개인, 그룹, 사회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그에 따른 문화들이 자주 인간을 소외시키거나 상품화시킴으로써 비인격화와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경향이 짙다. 미디어의 사목적 활용은 인격적이고 관계적인 사랑을 회복시키고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

 

(2)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자기 소통과 유사하게 인간 커뮤니케이션은 하느님과의 대화, 인간 상호 간의 대화로 이끌어야 한다. 획일적이며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전달 모델'(Transmission Model)7)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대화로 이끌 수 없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자주 권위적 태도를 드러내기 때문에 대화를 중단시키며, 죄는 다름 아닌 이 같은 비커뮤니케이션(non-communication)의 표시이다. 창세기에서 바벨탑 사건은 서로 대화하고 이해할 수 없게 된 비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이다.8) 또한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한 미디어든지 수단과 도구로만 사용한다. 따라서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고, 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의례적 모델'(Ritual Model)이 교회 커뮤니케이션에 바람직하다. 인간 사이의 상호 관계성 안에서 경험하고 이해하며, 서로 대화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를 단지 도구로 간주하기보다는 삶의 방식인 문화로 수용한다. 궁극적으로 미디어의 활용은 서로 간의 대화와 다양한 문화 생성을 지향해야 한다. 

 

(3) 하느님의 계시가 다양한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졌듯이, 교회는 이 시대에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에덴 동산에서(창세 2,16) 그리고 하느님께 죄를 지은 아담(창세 3,18)과 카인(창세 4,6)에게, 그리고 나중에는 노아(창세 9,1)에게 언어를 통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행하셨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예언자들을 통하여 간접적인 언어 활동을 하셨다. 특히 그분은 시각적인 수단(사물, 꿈 또는 환상 등)을 통해 당신을 계시하셨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부르실 때 일상적 매체인 불타는 떨기 나무를 이용하셨다(출애 3,1-12). 곧 하느님께서는 일상적인 사물을 매개로 하여 당신의 존재를 알려 주신 것이다.9) 꿈은 성서 기록에서 긍정적 의미를 가진다. 하느님은 베델에서 야곱에게 꿈을 통해서 나타나셨고(창세 28,10-22), 요셉은 꿈의 해석 은사를 얻었다(창세 41장). 또한 하느님께서는 환상을 통해 소통하신다. 예를 들어 주님을 보았던 이사야의 환상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이사 6,1-3), 요한 묵시록 4-5장에 나타난 요한의 환상 등은 나중에 교회의 전례 의식과 음악, 미술에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시각적 영상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전례나 교회 안에서 시각적 상징들은 언어의 한계를 넘어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한다.

 

2) 신약 안에서의 원칙들

 

(1) 완전한 소통자 예수

 

신약성서에 나타난 미디어 활용은 근본적으로 육화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그 원칙을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 매스컴위원회 총무인 아일러스(Eilers) 신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당대 사람들과 소통하셨는지 몇 가지 예를 제시하고 있다.10) 

 

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환경이 커뮤니케이션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그분의 출생, 목수의 아들로서의 사회적 지위, 광야에서 지낸 40일, 십자가상 죽음 등). 

 

② 예수님께서 가시는 곳(회당, 성전, 시장, 집, 거리, 호수, 산 등)은 어디든 하느님의 자기 소통을 표현한다. 

 

③ 소통을 위해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수단은 그 시대의 언어와 비언어를 망라하는 모든 범주에 이른다. 그분의 설교와 가르침, 대화, 제자들과의 나눔, 니고데모와 같은 개인적 만남 속에서 예수님은 언어적으로 소통하신다. 또한 그분은 기적, 치유, 만짐, 땅 위에 글을 쓰심, 성전에서 장사꾼을 추방하심 등과 같은 행위를 통해 비언어적 소통을 하신다. 그분은 비유, 우화, 은유, 격언, 이야기뿐만 아니라 평범한 언어를 사용하신다. 

 

④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시고 관계를 맺으시고, 백성의 삶의 경험에서 시작하시며, 성서에 기반을 두시고, 종말론적 차원에서 죄 때문에 막혔거나 방해받은 소통을 회복시켜 주신다. 한마디로 예수님은 "완전한 소통자"([일치와 발전], 10.11항; [교회와 인터넷], 12항)이시다. 

 

(2) 사도들의 복음 선포

 

① 사도들이 복음을 선포하고자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였듯이, 오늘날 교회도 복음을 선포하고 사목을 실천하는 데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도행전이 전하는 바오로 사도의 개종 사건(9,1-19)에서 여러 미디어가 등장한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도중에 주님은 하늘에서 내린 빛과 소리, 사울로 불리던 바오로의 눈을 뜨게 하시고 세례를 준 아나니아 자신과 그가 보았던 신비한 영상 등 인간의 회심을 위해 여러 가지 미디어를 사용하셨다. 시각적, 청각적 미디어뿐만 아니라 아나니아 자신이 매개체가 된다. 궁극적으로는 개종한 바오로가 이방인의 사도로 하느님의 도구가 된다.

 

② 당대 문화를 통해 사도들은 복음을 선포하였듯이, 이 시대의 현대 문화를 복음화에 활용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신비로운 영상을 통해 당시 유다인들에게 부정하다고 여겨 먹지 못하게 규정되었던 네발 달린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레위 11,14-18; 11,29-30; 11,13-23)들을 베드로 사도에게 먹으라고 지시하신다. 문화 선교에 오랫동안 투신해 온 박양식 개신교 목사는 이 사건을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방인은 하느님께 버림받았기 때문에 절대로 구원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 왔던 편견을 깨뜨리고자 하느님은 오랫동안 먹지 못할 것으로 여겨 왔던 것을 먹게 하셨다. (…) 변할 것 같지 않은 베드로의 사고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 하느님은 유다인의 음식 문화를 건드리셨다. (…) 이방인 선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베드로의 사고 방식을 음식 문화를 통해 바꾸어 가시는 하느님의 행동은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문화 선교 전략 가운데 하나이다.11)

 

 

3. 미디어 활용에 관한 교회 문헌 고찰

 

교회가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현대화(Aggiornamento)의 기치 아래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최되었고, 그 중에서도 대중 문화의 주류를 이루는 매스미디어에 관한 교회의 관심 속에 [사회 매체 교령](1963년)이 발표되었다. 그 이후 매스미디어와의 관계를 자세히 다룬 사목 훈령인 [일치와 발전](1971년)이, 그리고 이 훈령의 반포 20주년 기념으로 두 번째 훈령인 [새로운 시대](1991년)가 반포되었다. 이러한 문헌 이외에도 교회는 여러 다른 문헌을 통해 교회의 선교와 사목을 위한 대중 문화와 미디어의 중요성을 다루었다. 또한 매년 홍보 주일에 전 세계 교회를 향해 사회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새로운 주제로 교황님의 홍보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교회가 시대적 징표를 정확히 읽어 왔고 그에 합당한 원칙과 지침을 여러 문헌을 통해 발표해 왔다는 것은 분명 시대의 선구자적 자세임에 틀림없다. 매스미디어에 관한 최초의 교회 문헌인 [사회 매체 교령]에서 그 당시 흔히 사용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정보 전달의 의미를 가진 '매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용어 대신에 '쌍방향'을 강조하는 '사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일치와 발전]이 교회를 비롯하여 인류가 일치하고 발전하는 데 매스미디어 역할의 중요성과 매스미디어 종사자와 수용자 양쪽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는 것은 그 당시 대중 사회의 속성을 깊이 파악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시대]에서 정보 사회와 뉴미디어 시대에 대비하여 교회가 사회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사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가히 시대의 정곡을 찌른 것이다. 

 

이처럼 교회가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 문헌들을 통해 시대에 적절한 사목적 대응을 해 왔지만 현실적으로는 행동과 실천으로 구체화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단지 역사적 문서로서 이상향에 그치고 마는 사례를 자주 체험하게 된다. 그 이유로는 교회 각 구성원들이 대중문화 또는 매스미디어에 관한 교회 문헌의 내용에 대해 무지하거나 그 내용의 실천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교회가 미디어를 선교와 사목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여러 번 주장되어 왔지만 정작 그 내용의 실천은 극히 소수에 해당되는 현실이다. 여기서는 교회 문헌에 나타난 미디어 활용에 관한 조항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사회 매체 교령](1963년)

 

"가톨릭 교회는 (…) 구원의 소식을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힘으로도 선포하고 또 사람들에게 그 매체의 올바른 사용에 대하여 가르치는 것이 자기 의무의 일부라고 여긴다. (…) 신자들이 또한 이 매체의 도움으로 온 인류 가족의 구원과 발전을 추구하도록 가르치고 지도할 임무가 거룩한 목자들에게 있다"(3항).

 

"(…) 시대와 환경이 요구하는 대로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여러 가지 사도직 활동에 지체 없이 효과적으로 적극 활용하도록 노력하며……"(13항).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을 시의 적절하게 양성하여 사도직의 목적에 이 매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15항).

 

2) [일치와 발전](1971년)

 

"홍보 수단의 적절한 이용은 하느님 백성 전체의 사명인 것이다"(4항).

 

"신학 과목, 특히 윤리 신학과 사목 신학의 적당한 자리에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내용을 설명해야 하고……"(108항).

 

"주교, 사제, 남녀 수도자, 평신도들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 사회 이론을 가지고 이 분야에서 그리스도교 교육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홍보 수단을 직접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해지며 최신 지식을 계속 배워 익혀야 한다. 또한 홍보 종사원들과 경험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홍보에 관한 여러 문제들을 깊이 연구해야 한다"(110항).

 

"미래의 사제와 남녀 수도자가 현대 사회 생활에서 소외되거나 무력한 사도가 되지 않으려면, 신학교나 기숙사에서 공부하는 동안에 이미 매스미디어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매스미디어 사용법을 배워 두어야 한다. 이런 지식은 이른바 신학교 교육에 통합되어야 한다. 날로 더욱 심하게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받는 현대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사도직을 수행하려면 이런 교육은 절대 불가결의 조건이 된다"(111항 : 가톨릭 교육성성, "사제 양성 기본 지침", AAS, XLII(1970년), 321-384면, 특히 4항과 68항 참조).

 

"매스미디어가 가끔 교회와 세상 간의 유일한 지름길일진대 이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땅에 묻어 버리는 셈이다"(123항).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계실 때에 당신을 가장 완전하신 '정보 제공자'로 보여 주셨고, 사도들은 당시의 매스미디어를 이용하였듯이, 오늘의 사도직도 현대에 발전된 매스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126항).

 

"모든 매스미디어 분야의 세심한 관찰, 사목 활동의 원만한 계획, 사도직 각 분야에서의 매스미디어 활용 등은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다"(165항).

 

3) [새로운 시대](1991년)

 

"우리는 사제들과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이나 매스미디어와 연관된 문제들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방안과 실제적인 프로그램을 수립하도록 촉구하는 바이다"(3항).

 

"사회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현대 사회에서 재복음화와 새 복음화를 겨냥하는 교회의 계획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11항).

 

"가톨릭 미디어 작업은 전체 교회 활동 중에 단순히 하나를 더 보태는 것이 아니다. (…)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사목적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계획을 총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실질적으로 모든 사도 임무, 사도직 그리고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에 기여하기 때문이다"(17항).

 

"우리는 교구, 주교회의 또는 평의회들이 사목 계획 속에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포함시키도록 강력하게 권고한다"(21항).

 

"커뮤니케이션은 사회 봉사, 교육, 복음화와 관련된 문제들을 포함하는 모든 사목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한다는 관점이 고려되어야 한다"(23항).

 

"교회의 직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 곧 신학생, 사제, 남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되 이를 핵심적인 요소로 인정해야 한다"(28항).

 

"교회 내의 커뮤니케이터들, 신학생,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테크놀로지, 경영 그리고 윤리, 정책 문제에 대한 강의, 워크숍, 세미나 등을 개최해야 한다"(28항).

 

4) [현대의 복음 선교](1975년)

 

"교회가 나날이 더 완전해지는 인간 기술이 만들어 낸 힘있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45항).

 

5) [교회의 선교 사명](1990년)

 

"그리스도교 메시지와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하여 단순히 홍보 수단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현대의 홍보 수단으로 조성된 '새로운 문화' 안에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37항).

 

6) [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1999년)

 

"사목자들이 양성 과정에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대하여 교육을 받는다면, 대중 매체에 대한 가톨릭 신자들의 참여는 더욱더 효과적일 것이다"(33항).

 

"문화에 대한 참된 사목 활동은 (…) 새로운 복음화에 결정적이다"(39항).

 

"갖가지 형태로 이루어지는 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은 사실, 교회가 복음 선포의 사명을 완수하도록 돕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떠한 목적도 없다"(39항).

 

7) [아시아 교회](1999년)

 

"교회는 대중 매체를 사목 계획과 활동에 철저히 통합시키는 방법을 연구함으로써,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복음의 힘이 개인과 모든 민족에게 훨씬 더 깊은 영향을 미치고 하느님 나라의 가치가 아시아 문화에 스며들도록 하여야 합니다. (…) 매체를 활용한 교육은 매체의 결과에 대한 비평을 포함하여, 사제와 신학생, 수도자와 교리 교사들, 평신도 전문가들, 가톨릭 학교와 본당 공동체에 속하여 있는 학생들에 대한 양성에서 그 몫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매체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엄청난 효과를 생각할 때, 가톨릭 신자들은 다른 교파의 교회들과 교회 공동체들의 구성원들, 그리고 또한 다른 종교들의 신봉자들과 함께 매체 안에 영적이며 도덕적인 가치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교대의원회의 교부들과 함께, 저는 아시아에 만연한 상황들에 적절한 관심을 보여 주고 있는 사목 훈령 [새로운 시대](Aetatis Novae)의 지침들에 따라, 국가와 교구 차원에서 매체들을 위한 사목 계획을 발전시키도록 격려합니다"(48항).

 

 

4. 문화 또는 미디어 활용의 예와 그 수용의 한계

 

1) 문화 또는 미디어 활용에 관한 교회 실태

 

매스미디어에 관한 교회 문헌들은 오래 전부터 교회가 시대에 적합한 문화 또는 미디어를 활용하여 사목적 접근을 하도록 권고해 왔지만 한국 가톨릭 교회의 현 상황은 이를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서는 교구, 수도회, 본당, 단체 등에서 문화나 미디어를 얼마만큼 활용하고 있는지 현 실태를 알아보고자 한다. 부분적으로는 공식적인 통계 조사에 따르겠지만 그 밖에는 개별적인 실태를 들어가며 파악할 것이다.

 

(1) 교회 미디어의 활용 실태

 

교회 내부에는 선교와 사목을 위한 다양한 미디어가 존재하고 있다. 방송, 신문, 인터넷, 도서, 잡지, 주보, 단체 소식지, 음반, 비디오, CD, 카세트, 사진, 각종 팸플릿 등이 교회 내 복음화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평화신문·평화방송·가톨릭신문이 신문과 방송 분야에서, 성바오로딸회·성바오로수도회·생활성서사·가톨릭출판사·분도출판사·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톨릭대학 출판부·크리스챤 출판사·성서와 함께 등은 도서나 잡지 분야에서, 성바오로딸회와 성바오로수도회, 성베네딕도회 등은 음반, 비디오, CD, 카세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은 교구, 본당, 수도회, 단체, 개인의 차원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교회 안에 여러 종류의 미디어가 존재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 문화 생산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수용자의 수요가 매우 미약하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각종 문화물의 생산자에게 수용자의 소비 취향과 상황을 고려한 생산과 마케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평화방송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시청률이 다른 케이블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신앙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전해 주는데도 시청률 저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공중파 방송이나 다른 케이블 TV가 재미와 오락을 전할 뿐만 아니라 평화 TV에 비해 막대한 인적, 재정적, 기술적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교구가 본당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각종 사목 프로그램에 평화 TV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평화방송 자체가 교구 내 단체 가운데 하나로 취급되고 자체적인 예산으로 운영되는 어려움이 있다. 평화방송 라디오는 평화 TV보다 인지도가 높다는 이점이 있지만 방송 출력이 5kw이기 때문에 난청취 지역에는 평화방송 라디오가 보급되기 어렵다. 또한 선교 방송인가 아니면 상업 방송인가 하는 평화방송 라디오의 정체성 결정에 고민이 따르고 있다.

 

평화신문과 가톨릭신문을 많이 읽거나 어느 정도라도 읽는 구독자까지의 열독률은 39.3%로 별로 높지 않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12) 교회 신문이 매주 담아 내는 내용은 교회 소식뿐만 아니라 신앙인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로 꾸며져 있다. 그러나 신자들이 교회 신문을 읽는 비율이 너무 낮다. 이것은 신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성직자들의 권유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 신문은 교구와 성직자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관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더 나아가서 언론의 매우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인 비판 기능이 매우 약하다.

 

2000년도 가톨릭 신자들의 교회 출판 서적에 대한 열독률 통계 조사에 따르면, '많이 읽는다'는 6.2%, '어느 정도 읽는다'는 34.3%, '별로 읽지 않는다'는 30.9%, '거의 읽지 않는다'는 28.6%로 응답자의 40.5%가 간헐적으로나마 교회 서적을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3) 전체 신자 수의 59.5%는 교회 서적에 관심이 거의 없는 셈이다. 교회 잡지를 어느 정도 읽고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31.1%로 교회 서적보다 열독률이 더욱 낮다. 이와 같이 전반적으로 인쇄 미디어를 담당하는 교회 내 출판사들의 공통된 문제는 일선 본당 신부들의 무관심, 뉴미디어와 다양한 여가 문화의 출현, 경제적 불황, 교회 출판사들의 생산 전략과 마케팅 부족, 그리고 신자들의 책임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진다.14)

반면에 교구 주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5.8%가 주보를 열독하는 것으로 나타나 교회 출판물 가운데 가장 높은 열독률을 보였다.15) 따라서 주보는 교회 내 가장 강력한 미디어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례 안내와 소식지의 기능뿐만 아니라 교회 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원활한 교회 내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 본당이나 단체의 미디어 활용 실태

 

거의 모든 본당이 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는 텔레비전 세트는 구비되어 있는 편이고, 성서나 신앙에 관련된 비디오 테이프를 대체로 보유하고 있지만 목록에 없는 비디오 테이프는 성바오로 서원에서 대여받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일학교나 예비신자 교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통한 비디오 테이프의 활용에 따르는 문제로는, 먼저 그 활용 빈도가 낮아 간헐적으로 일년에 몇 번 정도 사용하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서 대상 비디오 테이프의 내용이 구시대적이거나 해외 프로그램의 더빙, 활용 시간에 부적합한 상영 시간(running time) 등의 문제가 따른다.

 

최근 본당에서는 텔레비전 세트 이용보다는 빔 프로젝터(Beam Projector)를 사용하여 비디오뿐만 아니라 파워 포인트(Power Point)를 통한 멀티미디어 형식을 취하는 추세이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등장으로 교회가 더욱 다양한 사목적 접근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첫째로, 아직도 빔 프로젝터를 보유하지 못한 본당이 많다. 영상 장비 중에 가장 기본 장비임에도 일선 사목자들의 관심이 부족한 결과이다. 둘째로, 성당이나 강당 공간이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게끔 건축 당시에 고려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당 제대 쪽에 흰 벽이 있다면 영상 스크린을 설치할 필요 없이 자연히 그 벽을 스크린으로 이용할 수 있다. 셋째로, 사목적 활용을 위한 멀티미디어 장비가 본당에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사목자나 평신도 지도자 대부분이 그 장비를 사용할 능력이 없어 사장되는 경우도 있다. 사목자나 평신도 지도자를 대상으로 하는 멀티미디어 활용 프로그램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멀티미디어 장비가 갖추어져 있고 미디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다 하더라도 당장 사용 가능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애로 사항이 있다. 미디어의 사목적 활용을 위한 콘텐츠 개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본당이나 단체에서는 빈번히 여러 가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구두로 강의를 하거나 인쇄물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과거 근대 산업 사회에서 교회가 미디어에 접근한 방식이 오늘날 정보 사회에서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것은 교회가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서울대교구에서 가장 많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장소로 명동 가톨릭 회관을 꼽을 수 있다. 그 회관의 3층과 7층에 있는 대강당에서는 거의 매일 매 시간 각종 단체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어떠한 멀티미디어 장비도 갖추고 있지 않다. 7층 강당의 고정된 영상 스크린을 제외하고는 빔 프로젝터나 이동 스크린,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커넥터 등 어느 것도 구비되어 있지 않다. 그만큼 성직자와 평신도를 포함한 교회 지도자들이 사목을 위한 미디어 활용 인식에서는 시대에 뒤처져 있다. 

 

(3) 피정과 연수 장소의 미디어 활용 실태

 

피정이나 연수 프로그램의 종류가 많고 방법도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미디어를 활용하는 예가 많다. 음악, 정지 영상, 동영상 등을 활용할 때 프로그램의 질과 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피정이나 연수 장소에 멀티미디어 장비와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텔레비전 세트는 대부분 준비되어 있지만, 고정화된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은 찾아볼 수 없다. 피정이나 연수 참가자 측에서 모든 장비를 준비해서 가져와 설치해야 한다. 피정이나 연수 장소를 운영하는 교구나 수도회의 관계자들이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결과이다.

 

2) 문화나 미디어 활용의 사례

 

(1) 고급 문화의 대중화

 

성미술, 성음악, 교회 건축, 전례 등에 관한 교회 예술 문화가 대중화 작업을 통해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다. 2002년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 본당 문화관이 '꼬스트홀'로 개관하면서 교회 공연 문화의 전당으로 거듭나 교회 문화의 확산에 이바지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평화 화랑과 가톨릭 출판사의 가톨릭 화랑에서 가톨릭 미술가나 조각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여 교회 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교구나 인천교구는 주보 첫 면에 주일 복음에 해당하는 성화를 통해, 평화 TV는 '함께 보는 교회 미술' 프로그램을 통해 복음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가톨릭 문학상이나 평화 문학상 등을 통해 교회 문학도를 발굴해 내고 기존 소설가와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여 복음적 가치관을 보여 주기도 한다. 가톨릭과 관련된 합창단의 정기 연주회나 성시간에 성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신앙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2002년에 극단 아리랑이 연극 '정약용 프로젝트'를 연출하였듯이 일반 극단이 가톨릭 내용을 다루기도 하고, 역시 같은 해에 면형 강학회의 '님이여! 나를 찾았나이다.'라는 순교극은 복음 정신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여 보는 이의 신앙을 굳게 만들기도 한다.

 

(2) 전례에 활용

 

미디어가 전례와 접목하여 전례의 활성화와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북돋운다. 전례 중의 가장 핵심이 미사 성제이지만 오늘날 신자들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참여로 매우 정적이고 고착화되어 생명력을 잃어가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미사에 미디어를 활용한다면 더 활기 있고, 능동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성가가 대부분 수록된 가톨릭 성가집과 함께 생활 성가집을 활용한다면 미사에 한층 생동감을 줄 수 있다. 생활 성가는 현대 가요의 곡과 리듬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사에 도입될 때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많은 본당에서 중고등부 미사나 청년 미사 때 밴드와 함께 생활 성가가 불리고 있다. 둘째, 미사나 각종 전례 의식(십자가의 길, 성모의 밤 등) 중에 정지 영상, 동영상, 또는 연극을 사용할 때 신자들은 전례의 의미를 더욱 깊이 깨닫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2002년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에서 개최한 '영상 연극 미사'에서, 미리 편집된 영화 '나자렛 예수'를 미사 시작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곳곳마다 영상으로 보여 주었고, 복음 말씀인 자캐오 이야기(루가 19,1-10)를 각색하여 구두로 선포되는 강론을 대신해 연극으로 보여주었다. 2003년 사순 시기에 본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연극으로 보여 준 결과 많은 신자들이 예수님의 수난의 길에 눈물을 흘리며 온 마음으로 참여하는 효과를 보았다. 셋째, 성직자가 미사 중에 강론을 할 때 가끔씩 영상이나 연극을 사용한다면 매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부분의 강론이 구두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영상 커뮤니케이션은 시청자에게 현장성과 즉각성을 부여해 준다. 2002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아프간 난민을 돕자는 취지로 미사 중에 2차 헌금을 걷게 되었다. 당시에 공중파에서 미리 녹화한 아프간 난민에 관한 다큐멘터리 비디오가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5분 정도로 강론 시간에 신자들에게 보여 준 결과 평소 때보다 2배 많은 헌금이 들어왔다. 또 순교자 성월 때에 주일 강론을 대신해서 20분 정도 순교자에 관한 연극을 보여 주었을 때 신자들은 과거 순교자들이 당했던 고통을 몸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3) 각종 교리교육에 활용

 

초등부·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육, 예비신자 교육, 신자 재교육에 각종 미디어가 활용될 수 있다. 우선, 중고등부 주일학교는 교리 교육 자체만으로 운영되어서는 그 효율성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청소년 문화를 활용한 동아리 체제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영상, 밴드, 인터넷 등은 청소년들의 코드와 잘 맞는다. 예를 들어, 영상 동아리는 비디오 캠코더로 찍어서 편집하여 영상을 보여 준다. 찍고 편집하는 작업을 배워야 하는 기술적인 면도 있지만, 어떤 내용을 만들어 내는가의 콘텐츠 측면도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내용적인 면에서 복음적 가치관을 습득할 수 있다. 세례성사를 배우는 시간이라면 캠코더를 이용하여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본다. 본당의 각계각층을 인터뷰 대상으로 하여 "세례성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하는 질문에 응답하는 모습을 찍고 편집하여 본다면 청소년 스스로 세례성사의 의미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또한, 본당에서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예비신자 교리나 신자 재교육에 멀티미디어를 활용한다면 주입식이나 획일적인 강의에서 벗어나 참여와 체험의 교육이 될 것이다. 기존의 비디오를 사용할 수 있다. 성바오로딸회, 성바오로수도회, 베네딕도 수도회 등에서 생산되는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하거나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다. 예비신자들이 처음 서로 만났을 때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제거하고 서로 간에 대화할 수 있도록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 준다. 만일 마땅한 기존 비디오 테이프가 없다면 비디오 캠코더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 직접 해당 내용의 장소나 사람을 찍어 편집한다. 본당 각 단체를 비디오 캠코더에 담아 예비신자들에게 소개할 수도 있다. 아니면 TV에서 드라마, 뉴스,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 등을 녹화하여 교육에 관련된 부분만을 편집하여 보여 줄 수 있다. 교리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TV를 단지 재미와 오락으로만 수용하지 말고 교육 내용과 형식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녹화하거나 눈여겨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한 교육 내용을 구두나 인쇄물에 의존하기보다는 파워 포인트로 컴퓨터 안에 슬라이드를 만들어 빔 프로젝터로 보여 준다면 지루하지 않고 적극적인 강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4) 피정이나 캠프에 활용

 

'영상 피정'이나 '음악 피정'이 확산되고 있다. 가톨릭 영상 선교 모임 '밝은 세상'은 매년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 피정의 집에서 여러 영화와 함께하는 사순 피정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2003년 초에 대전교구 솔뫼 성지 피정의 집에 서울대교구 역삼동 본당 청소년들이 80여 명 몰렸다. 이들은 가톨릭 문화 복음화 사업단 '띠앗누리'가 기획한 '음악 피정'에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참가하였다. 그런데 쉬운 발성법 연습부터 시작해 찬미의 몸짓, 떼제 기도, 성서 구절을 따서 노랫말을 만들고 직접 작곡까지 하는 '우리가 만드는 창작 성가', 청소년 성가 100% 활용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차례로 접하였다.

 

돈보스코 정보 문화 센터16)는 매년 정보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청소년 영상 캠프를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캠프 기간 동안 연출, 연기, 카메라, 내레이션, 음향 등 영상 제작을 자신들이 직접 해 보고, 작품에 대해 서로 나눔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대해 탐구하고 정체성을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을 가진다. 

 

(5) 인터넷 문화의 활용

 

사이버 공간 시대에 인터넷은 세계를 네트워크화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뉴미디어로써 한국 사회에서 이미 생활화되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교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터넷 선교와 사목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해 왔다. 각 교구, 본당, 수도회, 단체, 개인 차원에서 정보 교환, 공동체 형성, 채팅, 이메일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교회와 인터넷](2002년) 문헌은 인터넷 문화의 복음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인터넷은 재복음화와 새로운 복음화와 전통적인 만민 선교 활동을 포함하는 복음화, 교리교육과 그 밖의 교육, 소식과 정보, 호교, 운영과 관리, 사목 상담과 영성 지도 등 교회의 여러 활동과 계획에 적합하다(5항).

 

인터넷은 도구의 차원을 넘어서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교회는 활용의 차원을 벗어나 모든 선교와 사목 활동에 인터넷 문화를 밀접하게 연관시키는 정책이 가능하다. 인터넷을 통한 예비신자 교리교육과 신자 재교육이 실행될 수 있다. 광주대교구는 2003년 초부터 인터넷 통신 교리를 실시하고 있고, 광주 월산동 본당은 2002년부터 인터넷 온라인 교리실을 마련하여 누구든지 본당 홈페이지를 접속하여 교리를 배울 수 있게 하고 있다. 물론 교리교육이 동영상을 통해 원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교회 내에서 인터넷 TV도 선교에 한몫을 하고 있다. 2002년부터 '인터넷 인천 방송국'이 성직·수도자(Cyber-Jockey) 방식의 독특한 진행과 꾸밈없고 편안한 프로그램 편성으로 매일 수십 여 명의 고정 청취자가 방문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 인터넷 선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평화방송의 인터넷 TV는 언제든지 원하는 평화방송 TV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는 VOD(video-on-demand)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평화신문과 라디오 역시 on-line과 AOD(audio-on-demand) 시스템으로 필요한 정보를 신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17)

 

인터넷 대화방은 청소년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본당이나 교구의 자유게시판은 좋은 방향으로 운영될 경우 교회 구성원 사이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만들어 준다. 또한 본당이나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지 영상, 동영상, 음악, 문자 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은 신앙을 돈독히 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3) 문화나 미디어 활용의 한계

 

(1) 가톨릭 시각에서 문화와 미디어를 수용해야 한다

 

가톨릭이라는 해석의 틀을 통해 문화와 미디어를 수용하지 않고 무조건 사용한다면 자칫 비복음적 가치관을 여과 없이 전달할 수 있다. 영상물의 내용에서부터 미사 전례에 사용되는 생활 성가, 밴드, 그리고 다양한 문화 활동 등은 반드시 커뮤니케이션 신학의 입장에서 분별하여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상물이나 문화 활동 중에는 뉴 에이지를 지향하는 내용이나 형식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생활 성가를 미사 전례에 적용하는 데에도 어느 부분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다. 

 

(2) 미디어 활용은 메시지 전달의 보조적 수단이다

 

교리교육이나 미사 전례에 미디어를 활용하여 높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미디어가 주된 것이 될 때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디어의 사용은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것인데, 교리교육 시간의 전체를 미디어 활용으로 하는 경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부차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미사 전례, 특히 청소년과 청년 미사에 보컬 그룹이나 밴드가 사용될 때 매우 생명력 있는 미사가 되지만 자칫하면 그룹이나 밴드가 지나치게 부각되어 미사의 참된 의미가 손상될 수 있다.

 

(3) 인터넷 안에서는 성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

 

신자들이 인터넷을 활용하여 자신의 신앙을 고양시키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미사, 고해성사, 세례성사, 혼인성사 등은 실천될 수 없다. 물론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영성체의 효과는 없다. [교회와 인터넷]에서는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가상 현실은 성체성사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실체적 현존, 다른 성사들의 성사적 실재, 인정이 넘치는 인간 공동체의 공동 예배를 대신할 수 없다. 인터넷에는 성사가 없다(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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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ohn P. Foley, "Forward: Communications planning for the Third Millennium", Pastoral Planning for the Social Communication, ed.`Victor Sunderaj, Paulines: Montreal, QC, 1998년, 6-7면.

2) 김민수, "신학적 커뮤니케이션", [시간과 영원 사이의 진리], 정의채 신부 사제 수품 50주년 기념 논문집,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2003년, 359-388면 참조.

3) Walter J. Ong, Orality and Literacy: The Technologizing of the Word, Methuen: New York, 1982년, 104면. 

4) Elizabeth L. Eisenstein, The Pringting press as an Agent of Chan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New York, 1979년, 304면. 

5) Kathryn Tanner, Theories of Culture: A New Agenda for Theology, Fortress Press: Minneapolis, 1997년, 69`-70면.

6) Paul A. Soukup, Communication Theology as a Basis for Social Communication Formation, Paper presented at Bishops' Institute for Social Communication, Bankok, 2001년, 4면. 

7) 여기서 언급되는 '전달 모델'과 '의례 모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James W. Carey, Communication as Culture, New York: Routledge, 1988년, 13-23면 참조.

8) Carlo Maria Martini, Communicating Christ to the World, trans. Thomas M. Lucas(S.J.), Claretian Publications: Diliman, Quezon City, 1996년, 6면.

9) 장경철, "미디어 활용을 위한 신학적 이해", [21세기의 도전과 문화 선교], 대한 예수교 장로회 사회부 편, 한국장로교출판사, 2000년, 46면.

10) Franz-Josef Eilers(SVD), Communicating in Community, 3rd eds., Logos Publications:Manila, 2002년, 53-55면.

11) 박양식, [성경에서 찾은 문화 선교 전략], 예영 커뮤니케이션, 2002년, 22면.

12) 가톨릭신문사, [가톨릭 신자의 종교 의식과 신앙생활], 가톨릭 신문 창간 70주년 기념 신자 의식 조사 보고서, 2000년, 116면.

13) 위의 책, 123-124면.

14) 김민수, "외면당하는 교회 서적의 현실과 제안", [사목] 268호(2001. 5.), 99-105면 참조.

15) 가톨릭신문사, 앞의 책, 119`-120면 참조.

 

[사목, 2003년 6월호, 김민수(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 서울대교구 신수동 본당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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