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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 틴스타: 성교육이 아니라 생명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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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2 ㅣ No.647

[가서 보니]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 틴스타 - 성교육이 아니라 생명운동입니다

 

 

성인의 책임감의 맥락에서 본 성교육

 

1980년 미국에서 낙태가 합법화되었다. 이후 120만 명의 십대 미혼모가 생겨났고, 해마다 40만 건의 십대 낙태가 이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십대들의 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미국 의료선교수녀회의 한나 클라우스 수녀는 십대 임신의 원인이 성인의 책임 있는 판단의 부재와 자신의 생식력에 대한 몰이해에 근거한다는 것을 알았다. 한나 수녀는소녀들에게 빌링스의 배란법을 통하여 생식력을 자각하도록 가르쳤고 이러한 생식력의 가치를 이해한 소녀들에게서 행동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를 기초로 여러 신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이 참여하여 만든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이 틴스타(Teen STAR)다. 지금 틴스타는 세계 35개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틴스타는 ‘성인의 책임감의 맥락에서 본 성교육(Sexuality Teaching in the context of Adult Responsivility)’란 뜻이다. 우리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변화를 이 경험을 통해서 발견하게 함으로써 성의 사회, 심리, 영적 제 가치를 전인적으로 통합하여 총체적으로 성을 이해하고 성에 대한 정체감을 정립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식력 자각을 통해 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성교육이 피임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다면 틴스타의 성교육은 생명을 출발점으로 한다. 틴스타가 말하는 성교육에는 ‘가치관’ 들어있다. 이 가치관 속에는 언제나 ‘생명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에 틴스타의 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얼마나 사랑받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교사, 학생, 부모의 신뢰 속에 진행되는 교육

 

성교육은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어떤 성적 주체로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고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니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성적 주체를 길러내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그럴 듯하게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대답은 교육현장에서 충분치 않고 가정에서는 성을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결국 폐쇄적인 성문제가 성폭력, 미혼모, 낙태율의 증가 등 사회문제로 나타난다.

 

틴스타는 하루 이틀에 끝나는 1회용 성교육이 아니다. 학습 내용과 체험, 그리고 주기적인 생식력을 이해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1~2학기 12주 이상 장기적으로 서서히 그리고 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신과 이성에 대한 개념 인식’, ‘부적절한 매체 경험 나누기’, ‘성적 느낌과 욕구를 깨닫고 이에 대처하기’, ‘혼인서약의 의미, 책임, 몸의 영성적인 의미’ 등을 통해….

 

남녀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세세한 배려도 필요하다. 여자는 점액관찰법 등을 통해 생식력을 자각하고 그것의 신비와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남자는 하루동안 일어나는 감정의 주기를 관찰하고 그 원인과 결과를 따져보는 방법으로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 감정의 주인으로 살도록 해준다. 그 때문에 틴스타는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의 깊은 신뢰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성교육의 일차적인 권리와 의무는 부모에게 있으므로 부모의 동의도 필요하다. 그래서 틴스타는 적절한 성교육을 지도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부모모임을 운영한다. 부모모임은 틴스타에 참여한 학생들의 부모들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학생 틴스타 프로그램 시작 전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 3회에 걸쳐 실시한다.

 

틴스타는 진행 중에 개별적인 후속상담도 한다. 15명 내외의 소그룹, 토론 위주로 진행하는 한 시간 정도의 과정 가운데 15분 정도 개별 상담을 통해 학생들이 성과 생식력에 관한 가치관을 스스로 정립하게 돕는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프로그램

 

틴스타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92년이지만 한국 틴스타 본부(www.teenstar.or.kr ☎02-755-2629)가 발족된 2004년부터 널리 퍼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100여 곳의 학교와 성당, 시설 등에서 교육이 이루어졌고 또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8일 서울 대방동에 있는 돈보스코 직업훈련원. 15-19살의 청소년 20명이 참여한 틴스타 프로그램에 함께했다. 아이들은 음란물, 이성에 대한 관심과 성적 욕구를 솔직하고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리고 이날 아이들은 평가서에 이렇게 적었다.

 

“올바른 성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쾌락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행동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걸 알았다.” “성교육은 몰래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바르게 진지하게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 몸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사실도.” “나 자신의 몸이 소중한 것처럼, 여자들의 몸도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안하다, 내 몸아! 앞으로는 너를 아끼고 사랑할게.”

 

이날 아이들을 지도한 틴스타 교사 안병욱 사비노 씨는 “틴스타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요. 주일학교는 학교를 보완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잖아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성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심어줄 수 있어요. 틴스타는 하느님이 주신 좋은 기회죠. 성에 대해 인식이 바뀌면 청소년의 성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세상도 더 좋아지겠죠.”

 

성에 대해 아는 것은 자기를 알아가는 것이고, 결국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 인간의 생식력이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협조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일깨워주는 틴스타 프로그램은 고작 임신이나 성폭력을 예방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성교육을 대체하고 낙태율, 청소년 성범죄율이 높은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 건강한 성에 대한 인식을 다지는 유효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한국 틴스타 대표인 배 마리진 수녀(착한목자수녀회)의 말처럼 2% 부족했던 우리의 성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별처럼 빛나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여 부모의 동의와 참여가 필요한 틴스타 프로그램이 부모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 소외지역의 청소년에게도 혜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틴스타는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부모와 자녀 그리고 교사가 참여해 생명을 존중하고, 다른 생명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생명문화운동입니다.”

 

[경향잡지, 2007년 9월호, 글 ? 사진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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