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5일 (화)
(녹)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큰길과 울타리 쪽으로 나가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

교회문헌ㅣ메시지

2002년 서울대교구장 사목교서 및 세부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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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seoul] 쪽지 캡슐

2001-11-10 ㅣ No.44

2002년도 사목교서


하나되게 하소서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과 가정, 본당 공동체를 포함하여 교구민 모두에게 하느님께서 은총과 평화를 풍성히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이 땅에 주님의 정의가 올바로 세워지고, 이 세상에 화해와 용서를 통한 평화가 실현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민 전체가 한 마음이 되어 적극적으로 시노드에 참여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1. 교회의 창문을 연 시노드

 

요한 23세 교황님은 세상 속에서 교회의 창문을 활짝 열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였습니다. 보편교회는 이 공의회를 통해 먼저 교회 자신이 누구이며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에서 교회는 어떻게 하느님을 경배하고 어떻게 복음을 선포할 것인지를 가르치면서 구원의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교회의 사명은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교회헌장, 1항)를 통해 온 인류가 구원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이 기쁜 소식이 선포되는 각 지역에 새로운 교회를 세우고, 문화를 복음적으로 변화시키며, 동시에 그 지역 문화 속에 복음을 뿌리내리게 하는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첫 번째 시도가 예루살렘 공의회입니다. 사도들은 교회의 당면 문제 때문에 모여 회의하고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습니다(사도 15,1-35; 갈라 2,1-10 참조). 사도들은 이 회의를 통해 이방인을 유다인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들임으로써 보편교회로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바오로 6세, 그리고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과 정신을 추진하고 완성해 나가기 위해 2년이나 4년에 한 번씩 주교 시노드를 소집하였습니다. 교황의 여러 사도적 권고 문헌들이 주교 시노드를 통해 탄생되었고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은 현대 사회에서 교회가 복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좋은 지침서가 되고 있습니다. 교구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세계 주교 시노드의 연장선상에서 그리고 각 지역교회의 차원에서 오늘의 세상 안에 구원의 여정을 가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미 1980년대부터 세계의 많은 지역교회는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며 그 지역사회 안에서 교회의 자기 신원을 재발견하고 교회의 사명을 새롭게 정립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2. 교구 시노드

 

이제 서울교구라는 지역교회도 자신과 주변 세상을 다시 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우리 교구는 본당 230여 개, 700여 명의 사제, 2500여 명의 수도자 그리고 신자는 130여 만 명이나 됩니다. 이는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복음전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분들에 힘입은 결실입니다. 그러나 교구가 커지다 보니 안고 있는 문제도 많습니다. 날로 냉담자는 증가하고 많은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사회생활의 한 부분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본당과 교구 공동체가 대형화되어 구성원간의 대화와 협력이 부족하고 교회의 본질인 일치와 친교가 저해 받고 있습니다. 청소년층은 갈수록 교회로부터 멀어지고 기존의 교리교육, 전례가 청소년들에게 기쁨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구가 안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과 아픔을 극복하고자 우리 교구는 1990년대에 들어서서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라는 장기적 사목방향 하에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신자들은 소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중심으로 모여 친교를 나누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왔습니다. 또한 많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소공동체를 통해 양성되어 ‘참여하는 교회’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열매 못지 않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산적해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입니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 정보화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화를 통하여 세계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힘과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윤리의식과 가치관은 점점 와해되어 가고 있습니다. 계층에 상관없이 사회 지도층까지 부패가 만연하고 부모, 스승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입니다. 이같이 우리 교회는 현대의 상황이 던지는 과제들 앞에 서 있습니다. 참으로 교회의 어깨에 달린 임무는 무겁고도 막중합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모든 세대를 통하여 그 시대의 특징을 탐구하고 복음의 빛으로 그것을 해명해 줄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사목헌장, 4항).

 

이제 교회는 과연 구원의 징표와 도구로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성찰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우리는 서울교구라는 지역교회의 모습과 한국의 서울이라는 지역사회의 특성은 물론 교구민의 소망을 종합적으로 조망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토대로 하여 오늘의 우리 사회가 하느님 나라에 좀더 다가가고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교회가 세상 구원의 성사가 되기 위해서 먼저 교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를 식별하여 사목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하는 교회상을 재확인하고, 그 교회상에 서울교구의 모습은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를 규명하면서 공의회가 제시하는 교회상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교구 시노드입니다. 

 

 

3. 모두가 하나되게 하소서

 

교구 시노드의 3차 년도에 들어선 지금 교구장인 저에게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예수님의 기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들려옵니다. 왜냐하면 교구 시노드의 성패는 모든 교구민이 하나가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작년 5월과 6월 두 달 동안 교구 내 모든 신자들, 신학생들, 수도자들,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이 있었습니다. 많은 의견들이 기탄없이 나왔습니다. 성직자와 교회운영에 관한 문제가 많이 거론되었고 청소년 사목의 활성화와 신자 재교육의 필요성, 예비신자 교육과 수도자 쇄신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 등의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번 의견수렴을 통해 새로운 교회상을 정립하자는 여러분의 바람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제안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시노드 준비위원회에서는 1) 평신도 2) 수도자 3) 성직자 4) 청소년 · 청년 5) 선교 · 교육 6) 교회 운영(교구 및 본당) 7) 사회 복음화라는 7가지 주제를 의제로 선정해 줄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저는 이 건의를 교구민 전체의 뜻으로 받아들여 교구 시노드의 의제로 확정하였습니다.

 

금년에는 이 의제들을 중심으로 다시 여러 차례에 걸친 의견수렴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설문조사를 비롯한 각종 토론회, 연수회, 발표회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문화 행사와 축제 마당이 지역이나 지구별, 혹은 교구 차원에서 열릴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내용과 교구 시노드의 의제에 대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여 교구민 여러분에게 교육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드릴 것입니다. 이 모든 준비 과정을 거치고 난 후 2003년도에는 교구 시노드가 본회의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특별히 강조한 것 중의 하나가 교회의 쇄신에 있어서 평신도의 역할입니다. 주님의 포도밭에는 평신도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지금도 “당신들도 내 포도원으로 가서 일하시오”(마태 20,7)라고 말씀하시면서 시노드라는 포도밭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계십니다. 신자들이 적극 동참하기 위해서는 사목자들이 먼저 관심을 표명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연적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교구 시노드를 치룬 교구들의 공통된 경험입니다. 그리고 교회와 세상에 항상 그리스도를 힘있게 증거하고 있는 수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합니다.

 

교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주님께 희망을 두고 시노드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성령께 우리의 마음을 열어 놓읍시다. 분명 “성령께서는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이십니다”(로마 8,26).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을 위해서 하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1고린 15,58)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으로 위로드립니다. 

 

2001년 11월 5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정진석

 

 

2002년도 사목교서 세부지침

 

 

아래 세부지침을 본당과 지구, 수도회 및 각급 교회 기관의 실정에 맞게 적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교구 시노드

 

(1) 교회 내 각종 모임에서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교구 시노드가 될 수 있도록 기도를 바쳐 주십시오. 앞으로 있을 기도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주십시오.

 

(2) 교구 시노드에서 다루게 될 의제별로 본당이나 지역, 교구 차원에서 열리는 토론회나 발표회 등 의견 수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십시오. 특히 본당의 여러 모임에서 논의될 의제의 세부 사항에 대한 토론자료를 통해 많은 이들의 의견이 교구 시노드 의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3) 교구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교구 차원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교구 시노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소공동체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심화 교육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 주십시오.

 

(4) 앞으로 개설될 ‘시노드 학교(가칭)’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 내용에 대한 강좌를 비롯하여 교구 시노드의 의제에 대한 다양한 강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자 재교육의 장이 될 ‘시노드 학교’에 많은 협조와 참여 바랍니다.

 

(5) 그 밖에 있을 교구 시노드의 다양한 문화 행사와 축제 마당에 동참해 주십시오.

 

 

2. 쉬는 신자들에 대한 공동체의 관심과 노력

 

(1) 쉬는 신자를 하느님께로 다시 초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본당공동체에서 함께 모색하고 실천해 주십시오. 특히 구역 · 반소공동체가 쉬는 신자를 다시 하느님께로 초대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2) 예비신자 시기부터 소그룹 예비신자 공동체를 구성하고 구역 · 반소공동체 모임에도 참석하여 교회의 친교를 체험하게 해 주시고, 새 영세자들의 신앙 성장을 위해 일정 기간 특별한 사목적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나눔식 교리 정신으로 만든 「함께하는 여정」교리서 사용 권장).

 

(3) 그 밖에 여러 가지 가정 문제와 혼인 장애 등의 사유로 쉬는 신자, 전출입 신자 등에 대해 본당 사목자와 공동체는 각별한 사목적 배려를 기울여 주십시오. 

 

 

3.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

 

(1) 구역 · 반소공동체가 복음에 맛들이며 친교를 바탕으로 선교의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모임의 횟수를 점점 늘려 주십시오.

 

(2) 남 · 여 구역장 반장들을 위한 피정, 교육, 성지순례를 마련해 주십시오.

 

(3) 구역 · 반소공동체가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이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는 활동이 무엇인지 찾아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4) 본당 사목계획 수립시 각 구역(지역)별 사목계획을 수렴해 주시고, 일반 신자들이 이러한 자발적 활동을 통해 세상 안에서의 평신도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십시오.

 

 

4. 사회사목

 

(1) 각 지구 및 본당의 사회복지분과를 사회사목분과로 확대, 조정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사회사목분과 위원회에는 가능하면 다음의 사회사목 분야의 위원들을 선정하여 사회사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오(경찰사목, 교정사목, 노동사목, 민족화해, 빈민사목, 사회복지, 정의평화, 한마음한몸운동, 환경사목).

 

(2) 사회사목부 각 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교육 및 연수, 세미나 등에 적극 참여하여 사회사목 봉사자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3) 지구 및 본당에서 일하는 청년, 장년들이 가톨릭노동청년회 및 가톨릭노동장년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고,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해 주십시오.

 

(4) 각 본당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봉헌해 주시기 바라며, 북한이탈 주민 가구에 대한 복지지원 운동에 동참해 주십시오.

 

 

5. 청소년, 청년 사목

 

(1) 전체에서 개인으로: 청(소)년은 공동체의 운영과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청(소)년 개인과의 인격적 만남도 중요합니다. 청(소)년 개인과의 관계 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2) 획일에서 다양으로: 청(소)년 사목을 위해 전례, 봉사, 행사, 교육보조기자재의 사용 등에 있어 다양한 방법과 차원에서 많은 시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본당으로 찾아오는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기 보다 지역의 많은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상식에서 전문으로: 청(소)년 사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청(소)년 사목자와 청(소)년의 전문적 양성입니다. 끊임없이 양성되고 그로 인해 다른 청(소)년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양성과 교육에 힘쓰시기 바랍니다. 

 

(4) 물질적 지원에서 정신 · 영성적 지원으로: 청(소)년 사목의 문제가 제기되면 늘 먼저 언급되는 것이 예산부족입니다. 그보다 진정으로 청(소)년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사목 방향과 지원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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