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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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1999년 제16회 자선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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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1999-11-29 ㅣ No.22

1999년 자선주일 담화문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대희년의 마지막 준비를 합시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1.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기쁨으로 경축하여야 할 대희년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금년은 이러한 대희년을 준비하기 위한 마지막 해로 성부의 해이며 동시에 사랑의 해입니다. 교황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하여"(마태11,5; 루가 7,22) 예수님께서 오셨음을 상기하면서,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에 역점을 두고 대희년 준비의 마지막 해를 지내도록 하셨습니다(제삼천년기 51항 참조).

 

따라서 대희년에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기쁨으로 경축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그리스도인의 사랑 실천을 통하여 전해져야 합니다. 이러한 사랑 실천은 사랑을 받는 가난한 이들 뿐 아니라, 사랑을 주는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

 

2. 우리는 구세주의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금년의 구세주 탄생은 2000년 대희년을 여는 크나큰 축제일입니다. 나자렛의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4,18-19)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주님의 은총의 해가 가난한 이들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세상의 유일한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가장 겸허하고 비천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그분은 가난하게 탄생하셨을 뿐만 아니라, 가장 가난한 자로 사셨으며, 가장 가난한 이들을 벗으로 삼으셨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사랑과 자비로 감싸 안으셨으며, 가장 가난한 자로 죽으셨습니다.

 

대림시기는 바로 이처럼 가난한 이들을 자신과 동일시하신 그리스도의 삶을 우리의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입니다.

 

3. 오늘날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자신들의 소리를 낼 수 없는 힘없는 이들이며, 인간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를 획득할 수 없는 빈곤한 이들이고, 사회로부터 편견과 질시로 주변으로 밀려난 이들이며,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한 소외된 이들입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이처럼 힘없고, 빈곤하며, 밀려나고, 소외된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인간보다는 물질을, 타인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함께 살아가기보다는 경쟁만을, 남을 섬기기보다는 지배하기를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조류의 무한경쟁 속에서 가난한 나라는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위기도 이와 같은 조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화와 조류는 가난한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4. 주님의 은총의 해는 가난한 이들이 기쁨을 누리는 해입니다.

 

이 기쁨은 단지 내적인 기쁨일 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드러나는 기쁨이며(제삼천년기 16항), 하느님의 자비가 가난한 이들에게 전해질 때 일어날 수 있는 기쁨입니다.

 

자비는 관심이며,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하는 관대함이며, 그 아픔과 고통에 대한 치유입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졌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자비의 사랑'을 드러내 보이시면서 더 나아가 우리들도 사랑과 자비에 따라 삶을 영위하도록 '요구'하십니다(자비로우신 하느님 3항).

 

대희년 준비의 마지막 해에, 또한 2000년 대희년을 여는 구세주 탄생을 눈앞에 둔 이 대림시기에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자비가 우리의 사랑 실천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전해져, 그들이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헌신하시기 바랍니다.

 

1999년 자선주일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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