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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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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05

정부의 사회 안전망 구축과 교회의 역할

 

 

1. 여는 말

 

지난 1월 6일 노동부 장관은 1999년 실업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계절적 요인과 구조 조정의 여파로 1/4분기 동안 모두 35만 명 정도의 추가 실업자가 발생, 실업자 수는 2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실업자 200만 시대를 공식 언명한 것은 민간에서 이미 1998년 중반에 실업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한 데 비해 뒤늦은 감은 있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경제 위기로 얼마만큼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1997년 11월 국가 부도 위기에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 이후 한국 사회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전쟁의 참혹한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을지라도 온 국민이 경제 공황과 같은 심리적 압박에 눌려 있다. 35년 간의 고성장 저실업 상태에서 기적적인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풍요를 누리며 살아오다가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아 대량 실업이라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1964년 공식적 실업률이 8.4%인데, 35년 후인 지금 9%의 실업률로 35년 전으로 되돌아간 사태는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는 IMF 체제 직전 1997년의 실업률이 2.6%였는데 1년 후인 1998년 11월에는 7.3%로 3배 이상 껑충 뛰었고, 몇 달만에 다시 9%로 뛰었음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우리 나라 경제가 이처럼 추락한 것은 경악스러운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200만 명의 실업자는 그 가족을 포함하여 적어도 1,000만 명의 국민이 생존의 위협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가 갑작스럽게 다가오게 된 내적 외적 원인에 대한 분분한 논의가 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그 동안 우리 나라가 추구하여 온 경제 발전이 사상누각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이 위기 속에서, 세계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였던 한국 경제의 추락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갖고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 의회 조사단의 경제 위기에 처한 아시아 지역 방문 보고서는 아시아의 위기를 거시적 관점에서는 세계 경제 구조에서 그 깊은 원인을 찾고 있다. 특별히 급속한 금융 자유화, 이와 연관된 세계 금융 기관의 부정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분석은 아시아 경제 위기가 세계화로 표현되어 온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에서 비롯한 것으로 찾고 있다. 한편 미시적 관점에서는 아시아 각국 경제 발전 모델 자체에서 원인을 찾고 있는데 대외 의존적 경제 정책, 정경 유착에 기인한 부패 구조, 방만한 금융 제도 등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1998년 8월 천주교 국제 기구와 국내 단체들이 참여한 아시아 경제 위기에 관한 국제 연찬회에서도 대략 비슷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 모든 사태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사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같은 경제 위기에서 가장 심각한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1967년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 [민족들의 발전]에서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하여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회칙은 비록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는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불의하고도 불공정한 세계 경제 질서는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깊은 고통을 안겨 주리라는 사실을 적시한 바 있다. 

 

1998년 11월 9일 대우 경제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 국민의 고통 지수는 1997년 1.5에서 1998년에는 20.9로 14배가 급상승하여 OECD 국가 중 가장 큰 삶의 고통을 나타내고 있다. 이 수치는 단순히 물가 상승률, 실업률과 소득 증가율만을 따져 산출되었는데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 갑작스럽게 '준비 안 된 실업 사태'를 맞은 한국의 저소득층의 실제 고통 지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여 만 명의 실업자 중 가장 고통을 받는 실업자들은 저소득층으로 그 일부는 실직 노숙자로 거리를 헤매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 도시 빈민 지역 주민 등 저소득층은 심각한 생계비 부족을 겪고 있으며 이는 그 동안 평균 소득이 30% 감소된 데 기인한다. 도시 서민의 급속한 빈민화, 빈곤층의 가정 해체, 실업 가정의 스트레스성 가정 폭력 증가, 실직 가족의 중 / 고등학생 25만 명의 학업 포기, 가정 해체에 따른 어린이와 노약자의 유기 등 이제 경제 위기는 사회 문화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 복지를 최종 책임져야 할 국가가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어떠한 준비된 제도를 가동하고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은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복지 사회 구현을 중요한 국정 지표로 삼고 다양한 사회 복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70년대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사회 보장 제도가 그것이다. 고성장 저실업 시대에 마련, 확대되어 온 사회 보장 제도가 오늘날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얼마만한 사회 보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사회 안전망’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논점은 현행 사회 보장 제도가 사회 안전망의 구실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제도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 충분한 제도가 아니라면 대안 또는 보완되어야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국가의 불충분한 제도 속에서 이를 보완할 민간, 특히 종교 복지 기구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 

 

 

2. 사회 보장 제도와 사회 안전망

 

사회 안전망(Social Safety Net)은 말 그대로 사회 구성원이 삶에 필요한 제반 여건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를 최종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안전망은, 곡마단의 줄타는 자가 줄에서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상 추락 직전에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그물망이다. 튼튼하고 촘촘한 그물망이 쳐져 있다면 생명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지상 추락과 다름 없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회 복지적 관점에서 사회 안전망은 사회 구성원들이 삶의 주기에서 직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위험에서 그들을 보호하여 주는 각종 제도적 장치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는 특별히 소득의 중단과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여 기본적인 생계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 안전망이 사회 구성원을 사회적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예측할 수 있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포괄적 성격을 가져야 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위험에서 보호될 수 있도록 보편적 성격을 가져야 하며, 최저 한도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국민 기본선(National Minimum)을 보장하여야 한다. 

 

우리 나라의 사회 보장 제도는 크게 나누어 사회 보험과 공적 부조 와 사회 복지 서비스로 되어 있는데, 일부 학자는 사회 보험과 공적 부조만을 사회 보장 제도로 보고 사회 복지 서비스는 별도의 제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 구분이야 어떠하든 이 세 분야의 사회 보장 제도가 오늘날과 같은 경제 위기 때문에 겪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경감시키거나 해소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사회 안전망은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고실업 사회에서 근로자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고용 보험, 산재 보험, 공적 연금 제도는 세계 노동 기구(ILO)가 정한 사회 보장 기준에 따르면 고용 보험은 57%의 근로자를, 산재 보험은 31.2%의 근로자를, 그리고 공적 연금 제도는 31.5%의 근로자를 각각 배제하고 있다. 대부분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인 이들은 실업, 산재 등의 위험 발생시 사회 보장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며 충분한 재산이 없는 경우 곧바로 가계 파탄과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사회의 빈곤층을 위한 공적 부조는 생활 보호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으나 여러 가지 미비점이 있고 더욱이 오늘날 경제 위기에서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대단히 불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곧, 오늘날 빈곤의 문제는 사회 최빈곤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거 중간 소득층에까지 확대되어 장기 실업자, 영세 사업장의 실직자, 일용 노동자, 기타 영세 도시 빈민을 망라한 일반적인 빈곤 계층에게도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확대된 빈곤층에게까지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사회 복지 서비스 분야(노인, 아동, 청소년, 장애인, 여성, 부랑인 등)에서도 복지 전달 체계, 시설 지원 등 기존의 여러 문제점을 지닌 상태에서 경제 위기로 인한 새로운 복지 서비스의 욕구를 채워 가는 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 밖에도 복지 관련 부분인 교육, 보건 의료, 주택, 환경과 같은 영역까지도 경제 위기에 따른 새로운 도전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문제가 있다.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 사회 보장 제도의 전면적 확충과 재정비, 기존 사회 복지 행정 체계의 효율적 재편과 함께 새로운 문제에 응답하기 위한 자원의 확보와 새로운 제도의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3.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부의 방안

 

한국의 사회 보장 제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 중반 이후이다. 이것이 가능하였던 이유는 연평균 10% 내외의 경제적 고도 성장에서 실업률도 2% 내외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사회 보장 제도는 고성장 저실업이라는 환경적 조건 아래에서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사회 보장 제도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상호 관련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 민간 부문은 개인의 시장 소득(market income)과 기업 복지 부문에서 부담하는 체제로 정착이 되었고 이 밖에 가족의 복지 기능도 보조적 기능을 가졌다. 시장 소득은 개인의 소득인데 이를 통해 의료, 주거, 노후 보장 등의 문제를 개인이 부담하는 형태로 정착되어 각종 건강 보험, 교육 보험 등이 저소득층에까지 확산되어 GNP 대비 개인 부담 보험료가 1980년의 1.64%에서 1994년에는 9.16%에 달하여 보험 시장은 세계 6위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기업 복지 부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자와 그 가족에 대한 위험 보험 부담에 기업이 나누어 부담하는 제도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중소 기업과 영세 기업 근로자와 임시 고용, 일시 고용은 기업의 부담 능력 부재로 정착되지 못하였다. 가족의 복지 기능은 전통적인 가족 문화 속에서 이루어져 왔는데 가족 구성원과 친인척 간에 상호 지원 체제가 상존하여 왔기에 보조적 기능을 할 수 있었다. 공공 부문에서의 사회 보장 제도 기여는 국가 재정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기반으로 단시간에 사회 보장 제도가 확산되어 왔다. 그러나 부처간의 조정 기능 약화와 냉전 구조에서의 국방비 우선 지출,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으로 국가 재정 확대에 비례한 사회 복지비 지출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회 복지비 지출은 GDP 대비 3-4% 정도밖에 안 되었으며, 이 중 사회 복지 서비스 예산은 보건 복지부 예산의 10-12% 수준으로 대단히 열악한 상태였다. 사회의 최저 소외 빈곤 계층에 대한 최소의 지원은 생활 보호 대상자, 저소득 노인, 장애인 등 시장 소득이 없는 이들에게만 이루어져 왔다. 

 

국민 정부 출범 이후 이와 같은 열악한 사회 보장 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회 보장 발전 5개년 계획이 1998년 7월에 발표되었다. 그 주요 내용은 (1) 전 국민 사회 보험 시대의 정착, (2) 국민 기초 생활의 보장, (3) 보편적이고도 예방적 복지 서비스의 확충, (4) 사회 보장 기반의 조성 등이다. 물론 향후 5년 간의 복지 수요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주요 사업 추진 분야와 추진 연도를 명확히 제시하고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해 정리해 놓은 것은 과거에 비하여 진일보한 감이 있다. 그러나 용어상으로는 ‘균형된 복지 국가’라는 복지 이념과 복지관을 쓰고 있으나 추진 내용을 보면 복지를 경제의 종속 변수로 보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잔여적 개념의 복지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세부적인 사업 내용에서는 아직도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는 재원 조달 방안과 정부 부처간의 협의 과정에 대한 언급이 나타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져 있어 선언적인 인상을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보건 복지부가 발표한 1999년도의 사회 복지 주요 시책은 공공 부조 확대와 사회 안전망 체계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경제 위기에 따른 대량 실업 발생으로 소득 분배의 악화, 가족 해체 등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복지 수요가 발생되었고 인구의 가족 구조의 변화, 산업화 등에 따라 다양한 국민 복지 수요의 급증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책은 사회 안전망의 사각 지대에 있는 저소득 실직자 등 한계 계층을 보호권으로 편입, 보호하여 사회 안전망 체계를 구축하고 근로 능력이 없는 저소득 계층에게는 최소한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한편, 근로 능력자에게는 취업 기회 제공 등으로 자활, 자립 기반을 조성하여 생산적 복지 기능을 강화하고 노인, 장애인, 아동, 여성 등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다양하고 질 높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여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복지 정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을 담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시책이 과거 정부에서와 같이 선언적으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사회 보장 발전 5개년 계획과 1999년 보건 복지부의 구체적 시책을 보면, 그 동안의 사회 보장 제도를 개혁하고 경제 위기로 나타나게 될 새로운 복지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오늘날 사회 복지 학계, 사회 복지 민간 단체, 시민 운동 단체 그리고 종교 사회 복지계는 사회 보장 제도와 사회 안전망 구축에 대한 활발한 문제 제기와 대안 논의를 하고 있고, 정부가 이러한 논의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을 거시적 관점에서 고려하고 있는 정부 당국으로서는 비록 경제 위기에 따른 사회 보장 제도 확충과 사회 안전망 구축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타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로 실제 시행하는 데에 여러 가지로 민간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4. 국민 기초 생활 보장법 제정의 필요성

 

IMF 체제 1년을 지내면서 경제 위기의 최대 희생자들인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 방안으로 민간 단체들이 모여 입법 청원한 법이 ‘국민 기초 생활 보장법’이다. 이 법은 사회 보장 제도의 사각 지대에 있는 한계 계층 실직자들을 사회 안전망 안에 포함시키고 생활 보호 제도를 획기적으로 늘려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고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에 대하여는 생계, 주거, 의료, 자녀 교육 등 4대 기초 생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법이다. 현행 생활 보호법은 아무리 빈곤하여도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실업자는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대상자 선정 방식 대신 빈곤선(최저 생계비) 아래에서 생활하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은 소득이 있다 하더라도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에게 최저 생계비에 맞추어 소득의 차액만큼을 지급하고, 이들에게 주거 임대료 보조 및 융자를 실시하며, 의료 보호 제도에 편입하여 고액 의료비에 대하여는 정부 보조를 하고 자녀 교육에서는 고등학생까지 학비 면제와 학용품 구입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경제 위기 이후 20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비자발적 실업자이면서도 실업 급여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생활 보호 제도에도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임시직, 일용직, 5인 미만의 영세 소규모 사업 근로자와 그 가족으로 저소득층이다. 고용 보험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한다 하더라도 그 시기는 1999년이고 실제 실업 급여는 2000년 이후가 되므로 그 동안 이들에 대한 생계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실업 급여 기간도 최장 기간이 6개월이며 대부분 3?개월이면 실업 급여 기간이 끝나게 되어 있어 그 이후는 생계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한시적 생활 보호 제도도 1998년 한 해에 한정되어 실시되고 대상자 수도 전체 실업자 중 일부인 31만 명으로 한정되어 있다. 정부의 실업 대책은 그 동안의 경위를 보면 임시 방편적이고 단기적 대책으로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생활 안정 자금 대부는 개인 파산자만을 양산하고 있고 참여율이 저조한 공공 근로 사업은 실효성이 없는 상태이다. 

 

이 법은 이러한 현행 사회 보장 제도의 미비점을 보충할 뿐만 아니라 이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며, 특히 이 법의 제안이 정부의 발의가 아니라 그 동안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이들의 문제 제기뿐 아니라 그들을 위하여 일해 온 많은 사회 단체, 시민 단체, 학계, 사회 복지 단체와 종교계가 함께해 온 결과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1월 말까지 아직도 국회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5. 사회 복지 서비스의 확대

 

사회 보장 제도에서 사회 보험과 공적 부조 못지않게 중요한 부문이 사회 복지 서비스이다. 사회 복지 서비스는 가정의 복지 제공 기능이 현저히 약화된 이들에게 사회가 공동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데 노인, 버려진 영유아와 아동, 청소년, 장애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 가정을 떠나 일정한 주거 없이 떠돌아다니는 부랑인들이 중요한 사회 복지 서비스의 대상자들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사회 복지 서비스는 중앙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의 복지 관련 부서와 민간 복지 시설에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민간 복지 서비스는 시설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특징이다. 큰 틀 안에서 교회 사회 복지도 이 민간 부분의 시설 중심 사회 복지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서비스는 공급자(민간 부분에서는 시설 책임자) 중심의 서비스로 주민 참여도가 극히 낮다. 이것은 지역 사회가 참여하는 사회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주민의 욕구는 고려하지 않고 시설 책임자 마음대로 서비스 체계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악한 시설 운영의 개선을 위해서는 시설 책임자가 자원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가 필요하다. 또한 시설의 폐쇄적 운영, 지원 수준의 열악성, 전문 요원의 부족, 전문성의 결여로 서비스의 질이 현저히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열악한 사회 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협력, 효율적인 복지 행정 체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 동안 정부는 이 분야에 대단히 소홀했다. 더구나 근래의 경제 위기로 이 분야의 복지 수요는 갑자기 늘어나 가뜩이나 열악한 조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 복지 시설 기관이 이 수요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회 보장 발전 5개년 계획은 이 분야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과 추진 계획을 담고 있는데 그 요지는 (1) 가족 및 지역 사회 중심의 복지 서비스 강화, (2) 고령화 사회에 대한 노인 복지의 확충, (3) 장애인 복지 증진과 사회 참여 확대, (4) 아동의 건전 육성과 권리 보장, (5) 저소득층 여성의 생활 기반 조성 등이다. 우선 보편적, 예방적 복지 서비스란 용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복지 서비스 강화에서 여전히 양적인 면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질적인 면에서 개선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 또한 복지 서비스와 관련하여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의 양성, 배출, 배치, 재교육에 대한 언급도 없다. 마지막으로 자원 봉사 협의체를 구성하여 수요와 공급을 조정한다고 하였지만 그 구체안이 명확하지 않다. 

 

1999년도 보건 복지부 사회 복지 주요 시책 방향도 주로 정부 차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얼마를 하여 준다는 것만 나타나 있지 사회 복지 서비스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 복지 시설의 서비스 질을 높여가는 관점의 시책으로는 미흡한 감이 있다. 선진국은 사회 복지 서비스를 민간 사회 복지 시설과 기관의 자발성에 의존한다. 곧, 정부는 민간 복지 시설 기관을 전면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보조성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데 이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동안 민간 복지계의 여러 문제를 일부 수렴하는 자세로 우리 정부가 바뀌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아직도 최종 결정권을 정부가 행사하는 관료주의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 복지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복지 서비스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민간 복지 시설과 기관의 의견을 겸허히 수렴하고 그들의 현장 전문성에 과감히 맡겨 주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6. 교회 사회 복지의 기능과 역할

 

교회는 본성적으로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하여 가진 바를 나누는 것을 교회 사명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2000년 교회 역사를 통해 교회가 이들에 대한 관심과 참여, 투신을 잊어버린 적이 없다. 교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에게 다가간다. 긴급한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는 긴급 구호적 지원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개발적 방법으로, 가난한 이들의 문제가 사회 구조에서 파생된 것이면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 운동적 방법으로,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는 이들에게는 복지적 접근 방법을 쓴다. 한국 교회도 한국전쟁 후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수많은 구호 사업을, 1960년대에는 많은 개발 사업을,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나타난 새로운 가난한 계층을 위한 사회 운동을, 1990년대에는 사회 복지적 방법을 써 왔다. 오늘날 경제 위기에서 교회는 이러한 다양한 방법으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역동적인 사회 변화와 복합적인 사회 문제 앞에서 지금까지의 미시적 관점의 접근만으로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경제 위기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 요구에 응답하기 위하여 거시적 관점에서 사회 현실에 대한 새로운 분석과 성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 정책에 관한 비판적 협조는 교회의 사회 복지 활동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 될 것이다. 그 동안 교회 사회 복지 활동이 소홀히 다루어 왔던 정부와의 건설적 대화, 일반 사회 복지계와의 교류, 특히 타종교 사회 복지계와의 협력은 교회 사회 복지에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되었다. 

 

한국 교회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효율적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전국의 1,000여 개에 이르는 본당 조직은 지역 사회에서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내어 이들의 문제를 알아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식별하여 본당의 인적, 기술적, 재정적 자원을 동원하여 적절한 도움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국적 조직망이다. 본당에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단체와 기구가 이미 조직되어 있다. 사회 복지의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600여 개의 시설 기관은 또 다른 축으로서 사회 복지 조직이다. 이 많은 시설과 기관이 효율적인 운영의 묘를 살려 간다면 사회 복지의 모든 분야에서 다양하고도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상위 구조로 모든 교구에 사회 복지회(국)가 설치되어 있어 본당 사회 복지와 관할 구역 내의 사회 복지 시설들과 기관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교회 사회 복지 시설과 기관은 분야별로 전국적 협의체를 만들어 시설 기관간의 정보 교육, 조정, 전문성 훈련, 공동 사업 계획을 수행할 수 있다. 전국적 조정 기구로는 주교회의 산하에 사회복지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이와 같은 사회 복지 전달 체제가 효율적으로 기능한다면 민간 사회 복지 기구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교회 사회 복지의 특성은 자발성과 유연성과 헌신성이다. 이는 신앙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IMF 체제 이후 교회 사회 복지의 자발성과 유연성, 헌신성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상위 구조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미 교회의 사회 복지 특성은 시작되었다. 많은 본당이 실직 가정을 돕는 운동을 시작하였고, 많은 현장 조직도 실직 노숙자들을 위하여 긴급 구호적 급식과 쉼터를 마련하였으며, 사회 복지 시설과 기관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받아들였다. 여러 교구에서는 정부 대책 기관과 부서에 접촉을 하여 이들을 위한 자원과 행정적 협조를 이끌어 내었다. 특히 서울대교구 사회 복지회는 중앙 정부, 서울시와의 끈질긴 토론과 협상으로 많은 가시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었다. 민간 단체와의 협력 체제도 IMF 체제 이후 활발히 추진되어 종교계 사회 복지 대표자 협의회가 탄생되어 대(對) 정부 창구 역할을 하게 되었고, 시민 단체와의 협력으로 여러 가지 법률 개정, 새로운 입법 제안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실업 극복 국민 운동 본부와의 협조 아래 빈곤 가정에 대한 생계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 위기는 교회 사회 복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열어 주었다. 곧 실직 노숙자와 생계 곤란 가구에게는 새로운 긴급 원조를, 경제 위기로 가정이 해체된 이들에게는 시설 입소와 전문적 사회 복지 서비스를, 경제 문제로 발생된 새로운 빈곤 계층에게는 정부의 사회 안전망 구축을 요구하는 사회 운동적 방안을 모색하게 하였다. 

 

 

7. 닫는 말

 

오늘날 우리 나라는 고통스러운 저성장 고실업의 새로운 사회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여야 하는 사회 안전망인 기존의 사회 보장 제도는 이 새로운 사회 변화에는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새로운 사태에 적합하고도 효율적인 새로운 사회 보장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저성장 고실업의 경제 체제에서 최대의 희생자들인 한계 계층 저소득층이 우선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 복지 서비스 체제도 확충되어야 한다. 교회 사회 복지는 이러한 사회 보장 제도를 정부가 마련하는 데 비판적이면서도 건설적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자원을 동원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교회는 오늘의 위기를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교회로의 변화를 이루어 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별히 2000년 대희년을 앞둔 이 시점에서 대희년의 기쁨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늘날 교회의 사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목, 1999년 3월호, 최재선(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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