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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칼럼: 불치 난치병 치료, 배아줄기세포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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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71

[생명칼럼] 불치·난치병 치료, 배아 줄기 세포만 가능한가?

 

 

1. 인간 배아 간세포의 생산과 과학적 치료적 활용에 관한 선언

 

배아 간세포를 마련하기 위하여 살아 있는 인간 배아를 생산하고(하거나) 활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대답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아니오’이다.

 

1) 완전한 생물학적 분석에 기초할 때, 살아 있는 인간 배아는 배우자가 결합하는 순간부터 확실하게 결정된 신원을 가진 인간 주체이며, 바로 그 때부터 통합적이고 지속적이며 점진적인 발전을 시작하므로, 그 후의 어떤 단계에서도 단순한 세포덩이로 간주될 수 없다.

 

2) 따라서 그 주체는 인간 개체로서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배아를 위한 것이 아닌 모든 개입은 그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3) 전망이 밝은 치료 과정에 사용될 다른 분화 세포들을 마련하기 위하여 간세포를 활용하는 것과 같이, 좋은 것이라 여겨지는 어떠한 목적도 이러한 개입을 정당화할 수 없다. 좋은 목적이라도 그 자체로 나쁜 행위를 옳은 행위로 만들지는 못한다.

 

두 번째 윤리 문제는 다음과 같다. 복제된 인간 배아를 생산한 다음 배아 간세포를 만들기 위하여 그것들을 파괴하는, 이른바 치료 목적의 복제를 실행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대답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아니오’이다. - 모든 종류의 치료 목적의 복제는 배아를 생산해서 간세포를 얻기 위하여 그것들을 다시 파괴하는 행위를 수반하므로 불법이다.

 

세 번째 윤리 문제는 다음과 같다. 배아 간세포와 거기에서 얻은 분화 세포들-다른 연구원들이 공급해 주는 것이든 상업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든-을 활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대답은 ‘아니오’이다. 공식적이든 아니든 주된 행위자의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목적에 참여하는 행위는 제외하고, 문제의 경우는 인간 배아를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간 배아의 생산과 조작에 질료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출처 : 교황청 생명학술원, 2000. 8. 25)

 

 

2. 줄기 세포(Stem Cell)란 무엇인가?

 

줄기 세포란 세포 분열을 시작해서 간이나 심장 등 구체적인 장기를 형성하기 직전 단계의 세포로 증식해서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이러한 줄기 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각종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재생함으로써 난치병 극복을 향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줄기 세포를 얻는 방법에는 크게 발생과정이 끝난 성인이나 태반에서 얻을 수 있는 성체 줄기 세포와 수정 후 4-5일 이내에 형성된 포배(blastocyst)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 배아 줄기  세포가 있다. 두 종류의 줄기 세포는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배아 줄기 세포는 증식 및 자가 재생산이 용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한 개의 세포로부터 210여 종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전능 분화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에 성체 줄기 세포는 증식이 어렵고 쉽게 분화되는 경향이 강한 대신에 여러 종류의 성체 줄기 세포를 사용하여 실제 의학에서 필요로 하는 장기재생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식 된 후 각 장기의 특성에 맞게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3. 치유와 회복의 성체 줄기 세포

 

1998년 톰슨 박사 등에 의해 인간의 배아에서 분리한 배아 줄기 세포가 체외에서 배양되고 여러 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알려진 이래, 배아 줄기 세포를 특정조직으로 분화, 환자에 주입하면 조직을 재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속에 관련 연구 소식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러나 줄기 세포와 관련하여 21세기 시작을 장식한 더욱 큰 경이는 성인이 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성체 줄기 세포가 각종 인간의 난치병을 정복하기 위한 결정적인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인데, 이러한 연구 결과들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인간이 성체 줄기 세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1958년 유고슬라비아의 대형 원전사고가 일어난 즈음이었다. 이 사고로 여기서 일하던 6명의 물리학자들이 대량의 방사선피폭을 당했다. 이로 인해 이들의 골수가 심하게 파괴되어 혈구 감소증으로 죽어가고 있을 때,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이식했더니 피폐화 된 이들의 골수가 뚜렷이 살아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조혈 모세포라고 하는 성체 줄기 세포가 이러한 파괴된 조직을 근원적으로 복구하는 재생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의 많은 연구들이 밝혀낸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종류의 재생작용을 하고 있는 줄기 세포가 비단 골수뿐 아니라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장기에 준비되어 있어, 심지어 한번 손상되면 다시는 재생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던 신경이나 심장, 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가 체념했던 많은 질병들이 작은 불씨처럼 살아있는 이들 줄기 세포로 말미암아 재생, 치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성체 줄기 세포가 가지는 치유와 회복의 능력이 이미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날아든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4. 줄기 세포를 얻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5. 성체 줄기 세포(중간엽 줄기 세포)의 가치와 유용성

 

첫째, 성체 줄기 세포는 배아 줄기 세포처럼 기형종과 같은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염려가 없다. 즉 의학적으로 매우 안전하다. 더군다나 몸 안에 이식되면 각 장기의 특성에 알맞게 스스로 분화되는 특성이 있다. 심지어 원래의 장기와 다른 제3의 줄기 세포를 이식해도 줄기 세포 자신이 그 장기의 세포로 변하여 필요한 장기 재생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능력, 곧 분화의 유연성이 있다.

 

둘째, 배아 줄기 세포는 면역학적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수십만 개의 줄기 세포주 은행을 확보하거나 유전자 조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체 줄기 세포는 면역학적 거부반응을 배아 줄기 세포보다 훨씬 쉽게 비켜 나갈 수 있다.

 

셋째, 성체 줄기 세포는 이식된 후 몸 안에서 증식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식된 후 오랫동안 장기재생의 효과가 유지될 수 있어 치료효과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의학적 적용상의 장점과 더불어 수많은 종류의 난치 질환들이 성체 줄기 세포에 의해 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1세기 첨단의학과 생명공학의 장을 열어갈 새로운 가능성들이 제시되고 있다.

 

 

6. 정리

 

국내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히스토스템(Histostem)에서 2003년 5월 27일, 세계 최초로 탯줄 혈액에서 ‘중간엽 줄기 세포(Mesenchymal Stem Cell)’를 분리, 배양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동안 성체 줄기 세포인 ‘중간엽 줄기 세포’의 분리, 배양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와 같은 신기술 개발은 전 세계 생명공학계에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러한 기술 개발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배아 줄기 세포가 불치.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유일한 대안이라고 여겨온 일부 생명공학자들과 이를 바탕으로 기업적 이윤을 추구해 온 관련 산업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된다.

 

나아가 현재 과학기술부의 협조 아래 보건복지부가 주관해 추진하고 있는 생명윤리 법안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체세포 핵이식 연구의 ‘선별적’ 허용 부문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배아복제 허용 조항을 삭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이자, 윤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없는 교회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쾌거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각종 언론을 통해 일부 생명공학자들과 생명공학 벤처 기업에서 주장한 줄기 세포에 대한 두 가지 착각은 분명 지적되어야 한다.

 

첫째, 배아 줄기 세포만이 난치병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에게 배아 줄기 세포에 의해서만 난치병 정복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일방적으로 심어주었다.

 

둘째, 성체 줄기 세포가 배아 줄기 세포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고 가치가 뒤진다고 일방적으로 성체 줄기 세포의 단점만 부각시켜 온 점이다. 줄기 세포 연구의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올바르게 이해할 때 우리 시대는 더욱 의미 있는 줄기 세포를 통한 미래의 희망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성체 줄기 세포의 효용성과 가치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정부 관련 부처는 물론, 생명공학 벤처기업과 언론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성체 줄기 세포의 연구를 위해 교회는 물론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해야 할 것이다. 

 

[월간빛, 2003년 8월호, 이창영 바오로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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