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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칼럼: 불임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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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77

[생명칼럼] 불임 수술

 

 

1. 부부 관계에 관한 근본 규범들

 

* 부부 행위

 

불임 수술을 통하여 새 생명을 출산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상실시킴으로써 각 개별 행위뿐만 아니라 전체 유기체 자체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한다면, 이를 기꺼이 생명에 봉사하려는 단순한 소망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수단으로든 또는 목적 자체로든 출산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직접 불임 수술은 도덕규범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합법적이지 못하다. 어떠한 ‘징후’를 이유로 내세우는 불임 수술이라 하더라도 공공 권위가 이를 허가할 권리는 없으며, 무고한 인간 생명에 해를 끼치는 불임 수술을 지시하거나 수술할 권리는 더더욱 없다. <출처:교황 비오 12세, “부부 관계에 관한 근본 규범들”(1951.10.29.), The Human Body: Papal Teachings, 161-162면>

 

 

2. 가톨릭 병원의 불임 수술

 

1) 생식 능력을 생식 불능으로 만드는 것이 그 본질상 유일하고 직접적인 효과인 모든 불임 수술은 직접 불임 수술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임신 결과 예견되거나 염려되는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려는, 주관적으로는 올바른 의도나 동기라 하더라도 불임 수술은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또한 생식 능력 자체에 대한 불임 수술은 언제나 거의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 개별 행위에서 이루어지는 불임 시도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금지된다. 불임 수술은 인간의 존엄과 불가침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어떠한 공공 권위도 공공선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정당화할 수 없다.

 

2) 가톨릭 병원들과 관련하여 ;

 

(1) 그 자체로(본질상) 피임의 목적을 가진, 다시 말해 신중한 성행위의 자연스러운 결과를 방해하는 행위에 협력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승인 또는 허가되었더라도 절대 금지된다. 병원 규정에 따라 직접 불임 시술을 공식적으로 승인하거나 또는 더 나아가서 이를 집행하거나 시술하는 것은 본질상 객관적으로 악한 것이다. 가톨릭 병원이 그러한 시술에 협력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한 협력은 가톨릭 병원에 맡겨진 사명에 거스르는 것이며, 도덕률의 본질적인 선포와 수호에 반대되는 것이다.

 

(2) 유형적(물질적) 협력에 관한 전통적인 가르침은 요구되는 협력과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협력, 즉 직접적 협력과 간접적 협력 사이의 적절한 구분을 고수하면서 그 유효성이 유지되며, 상황에 따라 매우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3) 상황의 요구에 따라 유형적 협력의 원칙을 적용할 때에는 진행 상황을 적절히 설명함으로써 추문이나 오해를 불러올 소지를 신중하게 피해야 한다.<출처:신앙교리성, “가톨릭 병원의 불임 수술”(1975.3.13.), Vatican Council II, 제2권, 1982년, 454-455면>

 

 

3. 자궁 분리 관련 문제들에 대한 답변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추기경들은 정례 회의에서 검토한 문제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답변들을 내놓는 바이다.

 

- 질문 1:자궁이 심각하게 손상되어(예를 들면, 출산 또는 제왕 절개 중에)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에 즉각적이고 중대한 위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의학적 판단으로써 자궁을 완전히 제거(자궁 절제)해야 할 경우, 그 결과로써 생길 수 있는 여성의 영구 불임에도 이 수술을 감행하는 것이 정당한가? * 답변:정당하다.

 

- 질문 2: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에 당장은 위험이 없다 하더라도 장차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 산모에게 위험이 미칠 만큼, 어떤 경우에는 매우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을 만큼자궁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예를 들면, 여러 번의 제왕 절개 수술 때문에), 임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미래의 위험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하여 자궁을 제거하는 것(자궁 절제)이 정당한가? * 답변:정당하지 않다.

 

- 질문 3:위의 2번에 진술된 상황에서 자궁 절제 수술 대신 의사에게는 한층 더 간단하고 여성에게는 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임신 가능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불임을 돌이킬 수도 있는, 역시 ‘자궁 분리’라고 불리는 난관 결찰을 하는 것은 정당한가? * 답변:정당하지 않다.

   

* 설명

 

첫 번째의 경우, 자궁 절제가 영구 불임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예상된다 할지라도 직접적인 치료의 성격을 지니므로 정당한 것이다. 사실 이는 의학적 판단으로써 자궁을 제거하여야 하는 자궁 질환의 상태(예를 들면, 다른 방법으로는 멈출 수 없는 출혈)이다. 자궁 제거는 미래의 임신 가능성과 관계없이 여성에게 닥칠 현재의 심각한 위험을 피하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윤리적 관점에서 2항과 3항에서 진술된 상황의 외과 수술과 ‘자궁 분리’의 경우는 다르다. 이 경우들은 교황청 신앙교리성 문헌 《가톨릭 병원의 불임 수술(Quaecumque Sterilizatio AAS 68, 1976년, 738-740면, 1항)》에서 “그 유일하고 직접적인 효과는 생식 능력을 생식 불능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는 직접적 불임 수술의 윤리 범주에 들어간다. 이 문헌은 또한 “임신의 결과로써 예견되거나 염려되는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려는, 주관적으로는 정당한 의도와 동기를 가지는 것이라 하더라도 직접적 불임 수술은 절대적으로 금지되고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출처:신앙교리성, “자궁 분리 관련 문제들에 대한 답변”, Origins 24, 12호(1994.9.1.), 211-12면>

 

 

4. 정리

 

그리스도교 전통 윤리신학에서는 직접 피임과 간접 피임을 분명히 구분해서 가르쳐 왔다. 곧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불임을 유발시키는 직접적인 의도를 가지는 모든 피임 방법은 명백히 비윤리적이라고 가르쳐 왔다. 반면 유기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는 피임 방법은 결과적으로 불임을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치료의 한 방법으로써 의도적 피임은 정당하다고 가르쳐 왔다.

 

앞서 여러 문헌들에서 가톨릭 교회의 불임 수술에 관한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기에, 여기서는 정리해 보는 차원에서 불임 수술에 대한 윤리적 평가만 제시하겠다.

 

첫째, 인격의 불가침해성이다. 곧 인간은 거저 받은, 선물로 받은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자신의 육체에 대해서 절대적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주인이 아니라 단지 충실한 관리자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 존재의 단일성이다. 곧 인간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영혼과 육체가 일치된 하나의 단일한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의 육체는 자신이 객체로 취급할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육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당한 치료 목적 외에 자의로 자신의 육체에 상해를 준다면 그것은 자신의 본성을 스스로 거스르는 행위이다.

 

셋째, 성의 이중적 의미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분명 불임 수술은 성의 일치의 의미와 출산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분리시키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곧 성의 의미에서 출산의 의미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직접적으로 거스르는 행위인 것이다.

 

넷째, 인간의 윤리적 선은 인간의 가장 큰 선이다. 무엇보다도 불임 수술의 문제를 단지 생물학적·육체적 관점에서만 보아서는 안 되며, 전체 인간적인 관점, 곧 인간 존엄성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불임 수술은 육체적 선을 거스르는 행위일 뿐 아니라 인간 고유의 실재를 희생시키는 행위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면서 인간의 윤리적 선을 파괴시키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행위자(불임 수술을 의도하는 부부)의 의도와 상황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객관적 규범을 결코 소홀히 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지속적 불임의 상태가 주는 심리적 영향(성의 남용 등)을 고려해 볼 때 영구 불임 수술의 죄성은 더욱 크다 하겠다. 

 

[월간빛, 2004년 2월호, 이창영 바오로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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