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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칼럼: 인간 배아 연구,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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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81

[생명칼럼] 인간 배아 연구, 무엇이 문제인가?

 

 

1.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인간 배아에 대한 존중

 

(1) 본성과 주체성을 고려한 인간 배아에 대한 존엄성은 무엇인가?

 

신앙교리성 <인공 유산 반대 선언>에서 발견되는 가르침을 다시 상기하는 바이다. 곧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된다. 그것은 그 자신의 성장을 가지는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인 것이다. 만일 그것이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면 결코 그것이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 유전학은 이 자명한 불변의 원리를 확인해 준다. 이 생명체가 자라나서 충분히 독자적인 특징을 지닌 한 사람이 될 프로그램이 수정되는 첫 순간부터 인간 생명의 모험이 시작되는데, 모든 잠재력이 각기 제자리를 발견하고 행동할 태세를 취하려면 꽤 긴 시간이 요구된다.”

 

이런 가르침은 어디까지나 명백하며 수정에 의해서 생성된 접합체(두 개의 생식 세포의 핵이 결합되어 생겨나는 세포)는 이미 새로운 인간 개체로서 그 생물학적 주체성이 인정된다는 최근의 인간 생물과학적 발견들에 의해서 더욱더 확인이 되고 있다.

 

(2) 인간 배아와 태아에 대한 연구나 실험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떤 목적도 그것이 아무리 과학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사회에 이익이 아주 확실한, 훌륭한 것이라 해도 살아 있는 배아에 대한 실험은 그 생존 가능성이나 자궁 안팎 어디에서건 관계없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어른들에 대한 임상 실험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명시적 동의도 태아의 생명과 온전성을 자유로이 관리할 수 없는 부모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인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 배아나 태아의 형체는 그것이 고의로 유산된 것이어도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이들의 죽음이 확인되지 않고, 부모 또는 어머니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로 훼손이나 부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죽은 배아나 태아를 다룰 경우 고의적인 유산에 동조했다거나 이들 태아에게 해를 끼쳤다는 증거가 없도록 철저히 보호될 도덕적 요구가 필요하다. 한편 죽은 태아에 대해서도 어른들 시체에 대해서와 같이 일체의 상업적 거래는 부당하며 따라서 이런 일이 없도록 금지되어야 한다.

 

(3) 체외 수정(in vitro fertilization)으로 얻은 배아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어떻게 하나?

 

체외에서 얻은 인간 배아도 어디까지나 인간이며 따라서 그들의 생명권과 존엄성은 그 존재의 시작에서부터 존중되어야 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생물학적 물질’로 인간 배아를 만들어 내는 일은 부도덕하다.

 

통상 체외수정을 시켜 배아를 만드는 경우, 이들 배아가 모두 어머니 자궁 속에 착상되는 것이 아니고 더러는 파괴되고 만다. 인공 유산에 대해서 교회가 비난하듯 인간 배아에 대한 이런 행위들에 대해서도 교회는 이를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공적 정자 주입(artificial insemination)’에 의해서건 ‘분체생식(twin fission)’에 의해서건 순전히 연구를 목적으로 실험실적으로 얻은 인간 배아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중대한 잘못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우리의 마땅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출처:신앙교리성,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1987.2.22), Origins 16 : 40호(1987.3.19), 701-702면>

 

 

2. 생명의 복음

 

63. 낙태의 윤리성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인간 배아에 대해 행해지는 최근의 조작 형태들에 대해서도 역시 적용됩니다. 이러한 조작들은 비록 그 자체로는 합법적인 목적을 위해서 행해지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배아에 대한 살해를 수반합니다. 이 배아 살해는 배아 실험에서 발생하며, 배아 실험은 몇몇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인간 배아의 생명과 그 온전함에 대한 존엄성을 유지하며 그들에게 부당한 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그 개체의 건강 증진과 생존 및 치료를 위해 실시하는 의학적 조치에 대해서는 합당한 것으로 지지해야 하지만”, 인간의 배아나 태아를 실험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들이 인간으로서 지닌 존엄성을 침해하는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출생한 아기들을 존중해야 하는 것과 똑같이,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합니다.<출처: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생명의 복음”(1995.3.25), Origins 24 : 42호(1995.4.6), 711면>

 

 

3. 정리

 

몇 년 전에는 생식 세포의 복제를 통해서 인간 복제가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생식 세포와는 전혀 상관없이 체세포 복제를 통해서도 무성 생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생명 기술의 발전이 이제 단성(單性), 무배우자 생식을 가능하게 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똑같은 개체인 복제 인간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인체에 장기를 이식할 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이른바 ‘녹아웃(knock out) 돼지’를 복제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한다. 곧 사람 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제거해 거부 반응 없이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복제 돼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생명 과학 기술의 발전은 유럽 선진국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생명 과학 육성이라는 정부의 방침 아래 생명 공학계는 물론 기업들의 엄청난 도움과 협력으로 우리나라의 생명 과학 기술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은 인간의 체세포를 이용한 개체 복제의 금지, 임신 목적 외의 배아 생산 금지, 배아 이용은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를 목적으로 한 연구와 시술로 제한하는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러한 시안들이 인간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여 주는 것으로, 특히 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법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 반대이다. 왜냐하면 우리와 똑같은 인간 생명체인 배아를 복제해서 질병 치료에 이용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한 인간을 다른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로써 근본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가증스럽고도 잔인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 배아 복제 및 연구 실험은 모든 종류의 치료 목적을 정당화해서 살아 있는 생명체를 파괴하고 살해하는 만행으로써 현재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저항 능력이 전혀 없는 연약한 인간 생명체의 생명권을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서 강제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다.

 

이미 교황청 생명학술원에서는 2000년 8월 25일 <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생산과 과학적 치료적 활용에 관한 선언>을 통해서 인간 배아 줄기 세포 연구에 관한 교회의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간 배아는 배우자가 결합하는 순간부터 확실하게 결정된 신원을 가진 인간 주체이며, 바로 그때부터 통합적이고 지속적이며 점진적인 발전을 시작하므로, 그 후의 어떤 단계에서도 단순한 세포 덩이로 간주될 수 없다. 따라서 그 주체는 인간 개체로서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배아를 위한 것이 아닌 모든 개입은 그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한마디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은 인간 배아나 인간 배아 줄기 세포의 연구는 그것이 치료의 목적이든 아니든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문제는 배아 복제 과정을 통해 수많은 인간 배아들이 손상 받으며 상당 부분의 인간 배아들은 폐기 처분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작은 인간들이 현미경 아래에서 갖은 폭력을 당하며 무참히 살해되는 셈이다. 생명 윤리학자들이 21세기를 현미경적 폭력의 시대라고 이미 예고한 바와 같이 항거할 수 없는 나약하고 연약한 인간 배아는 거대한 폭력 앞에 노출되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우리 가톨릭 교회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인간 생명권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 생명에 관한 교육에서 좀더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곧 생명 교육, 생명 윤리에 관한 교육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나아가서는 생명 과학 산업계와 생명 과학자들에게 인간 배아 실험의 위험성을 경고함으로써 종교와 국가가 함께 질병 치료의 다른 대체 치료책을 개발하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월간빛, 2004년 6월호, 이창영 바오로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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