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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의 문화: 쓰촨성 지진과 저출산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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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9-30 ㅣ No.596

[생명의 문화] 쓰촨성 지진과 저출산의 비극

 

중국 혹독한 산아제한 정책 30년, 경제 살렸으나 인간 존엄성 파괴

 

 

중국정부는 국가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이 인구증가라고 단정하고 1979년부터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 결과 중국은 가구당 평균 자녀 수를 6명에서 1.8명으로 줄이고 4억 인구를 감소시켰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 정책은 합리적이고 매우 실용적이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행과정에서 비인도적이고 반생명적인 무자비한 추진으로 말미암아 영아 살인(낙태)을 비롯해 인명경시와 가정해체 촉진 등 엄청난 부작용이 초래됐다.

 

얼마 전 중국 쓰찬성에서 지진으로 7만 여명을 헤아리는 사망자와 1000만 여명을 헤아리는 이재민이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해서 우리를 울리고 있다. 그 곳에서는 가족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 특히 자녀 잃은 부모 1만 여명과 고아 4000여 명이 울부짖고 있다. 이 비극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유물론자들의 만행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날림으로 지어진 학교건물이 붕괴된 지역에서 외동아이를 잃은 부모들 통곡이 그치지 않고 있다. 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형제는 물론이고 친척마저 없어서 오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찾아갈 곳이 있고 쉴 곳이 있어서, 인정을 주고받아야만 비로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부모를 잃은 어린이를 누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으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누구를 기대하고 살아가겠는가?

 

우리나라도 이번 중국의 참사에서 '한 자녀 가정'의 문제점이 한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여기는 이기주의가 팽배해서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으며, 가정해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만일 어떤 대형 참사가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지금의 중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본래 가정에서, 부모형제와 친척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아가도록 돼 있다. 설사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이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사고에서 부모를 잃게 되더라도, 그 어린이는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큰어머니, 작은 어머니, 외삼촌, 고모, 이모 등 친척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친척들은 당연히 어린이 양육을 자임했던 아름다운 전통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그러나 불과 이삼십년 전만해도 다정한 친척이었던 이모, 고모, 숙모, 삼촌 등은 핵가족 내지 한 자녀 내지 두 자녀가정이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우리 주위에서 사라졌거나 잊혀지고 있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중요한 원인은 중국처럼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비인도적 인구조절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산아제한을 촉구하는 포스터가 곳곳에, 심지어 학교교정에도 나붙었고, 시시각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누구나 실감하도록 인구통계를 가리키는 탑이 큰 역마다 서 있었다. '아들 딸 구별하지 말고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구호가 요란했다. 우리가 잘 사는 방법은 오로지 인구를 줄이는 데 있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정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혹독한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래서 예비군 훈련을 가면 정관수술을 강요당했고, 보건소도 산아제한을 강권하는 곳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종내에는 1973년 국회에서 토의도 생략하고 낙태를 합법화하는 모자보건법이라는 악법까지 만들어 냈고, 낙태왕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아무튼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세계에서 출산율이 최저인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배금주의자들이 돈을 버는 데 지장을 주고, 자식교육에 드는 비용부담이 겁나서 자식을 낳지 않으려고 한다고 한다.

 

도처에서 가정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형제간에, 부모자식간에, 돈 때문에 소송사건이 더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혼율과 자살률도 세계에서 매우 높은 나라로 알려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한마디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간이고 가정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고 있거나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실 때 사람의 아들로 오셔서 마리아에게서 잉태되어 태어나시고 엄마의 품에서 젖을 먹고 거룩한 가정에서 자라나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8년 6월 29일, 진교훈 명예교수(서울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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