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의 문화: 청소년 자살 예방과 윤리 교과 교육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9-12 ㅣ No.771

[생명의 문화] 청소년 자살 예방과 윤리 교과 교육 - 청소년 가치, 윤리 교육 강화

 

 

최근 통계를 보면 청소년 자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건수는 2006년 108명, 2007년 142명, 2008년 137명, 2009년 202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는 2008년보다 무려 47%나 급증했으며, 처음으로 한 해 자살건수가 200건이 넘었다. 청소년 사망 원인 중 자살이 교통 사고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교회의 자살 반대

 

교회는 자살에 단호히 반대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명의 복음」 회칙에서 "자살은 중대한 비윤리적 행위"이며, 자살에는 "자기애의 거부" 그리고 "이웃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들과 전체 사회를 향한 정의와 자비의 의무 포기"가 담겨있으며, 자살의 본질은 "생명과 죽음에 대한 하느님의 주권에 대한 거부"라고 지적했다.

 

전 교황청 생명학술원장 엘리오 스그레치아(E. Sgreccia) 주교는 현대 사회에 요청되는 생명 윤리 원칙을 정식화하면서 특별히 육체 생명의 근본 가치 원칙을 강조했다. 육체와 영혼이 하나로 결합된 전체로서 인간에게 육체 생명은 인간 존재를 완전하게 하는 중요한 한 부분이다.

 

나아가 육체 생명은 인간 존재를 존속시키고 인간 존재의 여러 활동과 가치를 발전시키려는 출발점이다. 따라서 육체 생명은 인간 존재에게 가장 근본이 되는 가치이다. 자살은 이러한 육체 생명의 근본 가치를 부정하는 그릇된 행위이다.

 

 

아노미적 자살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에밀 뒤르껭(E. Durkheim, 1858-1917)은 자신의 책 「자살론」에서 자살은 개인적 행위가 아니라 사회의 특정한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며 사회가 심한 아노미 현상을 겪게 될 때에 사회 통합력이 약해져서 자살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아노미(anomie)란 '신의 뜻 또는 법의 뜻의 무시'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아노미아'(anomia)에서 나온 말로서, '사회 규범의 동요ㆍ이완ㆍ붕괴 등에 의해 일어나는 혼돈 상태 또는 구성원의 욕구나 행위의 무규제 상태'를 의미한다. 공통된 사회 규범의 약화는 사회 구성원에게 혼돈 또는 무규범 상태를 겪게 하며, 이는 결국 자살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뒤르껭의 분석이다.

 

청소년 자살에서 보통 두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사회와의 통합이 결여돼 초래되는 자살이다. 사회와의 통합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청소년은 가정, 학교, 지역 사회 등에 적절히 의존하지 못하고,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하면서 깊은 고립감을 느껴 자살에 이르기 쉽다. 서로에 대한 연대감이 약화되고 고립된 개인주의가 확장되면서 이러한 유형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의 두 번째 특징은 자기 자신을 규제할 적절한 규범이 없는 상태에서 초래된다는 점이다. 사회적 통합이 약화돼 사회가 개인을 규제할 힘을 상실해 일종의 무규범 또는 가치 혼란 상태가 일어나고, 이러한 아노미적 혼란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 자살을 예방해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이끌려면 장기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에는 무엇보다 청소년을 위한 가치 및 윤리 교과 교육의 강화가 포함돼야 한다. 최근 들어 정부는 창의ㆍ인성 교육 강화를 위해 초ㆍ중ㆍ고 교육과정 개정, 대입 수능 체제 개편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윤리 교과 교육의 중요성

 

그러나 그 내용이 생명의 문화 관점에서 볼 때는 미흡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교육 현장에서는 국ㆍ영ㆍ수 교과의 비중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생명 가치의 소중함을 전하는 도덕 및 윤리 교과 교육은 크게 축소되고 있다.

 

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관을 가진 성인으로 학생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 정책은 이러한 교육 목적에 제대로 부합하고 있지 못하다.

 

점증하는 청소년 자살은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접근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효율성에만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 상호 간의 연대성ㆍ타인에 대한 개방성 및 봉사 등에는 어떠한 자리도 내어주지 않는 경향, 완전히 개인주의적 자유에 매몰되어 가고 있는 경향,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생명에 대한 권리조차도 협상 가능하고 흥정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 등을 극복하려는 근본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관을 전하는 도덕 및 윤리 교과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평화신문, 2010년 9월 12일, 홍석영 교수(경상대 윤리교육과)]



59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