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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 인터뷰: 현대인 마음의 병, 생명경시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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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10 ㅣ No.646

[가톨릭 인터뷰]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

 

“현대인 마음의 병, 생명경시가 원인”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는 생명 수호의 올바른 방향과 실천 내용에 대해 말하면서 특히 올바른 법과 정책 마련을 통한 의식과 문화 창조를 강조했다.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으로 대한민국 생명윤리계가 또 한 번 술렁였다. 비단 인간 배아 연구 뿐 아니라 각종 생명경시풍조는 심각한 인간 생명 훼손의 결과를 낳고 있다.

 

교계뿐 아니라 생명윤리계 내에서도 첨예한 의견 대립이 불거진 시기에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리노 피지켈라(Rino Fisichella) 대주교로부터 생명 수호의 올바른 방향과 실천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적인 신학자 중 한명으로, 생명학술원장과 교황청 라테란 대학 총장,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시성성 위원 등의 소임을 맡아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생명학술원은 가톨릭교회 가르침에 따라 생명과 윤리의 가치를 연구, 수호하는 구심점으로 현재 과학과 철학, 신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80여명이 활동 중인 기관이다.

 

4월 30일 열린 서울성모병원 개원 기념 국제학술대회 강연을 겸해 방한한 피지켈라 대주교는 교회언론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야만적인 행태’라고 지적하며, 다른 연구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윤리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무엇보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올바른 법과 정책을 마련해야 구체적인 의식과 문화를 이끌어나가고 또 창조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책과 법이 바뀌면 구체적인 행동법칙이 바뀌고, 나아가 그 시대와 미래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과 정책이 생명을 지키지 않는다면 죽음의 문화가 확산될 뿐이지요.”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는 생명 수호에 있어서 법과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법과 정책을 만들기 위해 신자들도 투표 등에서 실질적인 실천을 보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피지켈라 대주교는 이탈리아 국회의원 모임의 지도사제로서 법과 정책이 인간 삶에 도움이 되도록 돕는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대주교는 한국에서도 올바른 정치인을 내세우는데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서도 여러 의?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의학적인 난제들을 풀지 못한 것을 증명했지만, 성체줄기세포와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2000여 가지 이상의 성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윤리적인 면에서는 물론 의학적으로도 소득이 없는 배아 연구를 왜 계속하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는 교회나 국가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연대해야 합니다. 이러한 때 더더욱 올바른 정책이 실현되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무엇보다 현대인들이 교회가 가르치는 지혜에 대해 잘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갈수록 문제점이 늘어가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그대로 바라볼 수많은 없다고 역설한다. 현대인들이 간과하는 생명의 문제에 대해서는 올바른 의식을 고취하고 해결책을 제시해나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당면한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진리를 알 수 있도록 이끌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특히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와 뜻을 알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현대사회 생명경시풍조와 관련해서 피지켈라 대주교는 “현대인들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디로 향해 가야하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 대표적인 원인”이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만연한 병이 바로 ‘마음의 병’”이라고 밝혔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면 뿐 아니라 영적인 면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당면한 고통이나 각종 문제점들을 생물학적인 면에서만 고려한다면 자칫 생명을 경시하는 등의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배아 연구를 비롯해 낙태와 성문란 등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서도 “영적인 존재로서 그리스도인 정신의 핵심인 사랑을 올바로 깨닫게 되면 그 사랑의 실천을 위해 생명을 수호하는데 더욱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피지켈라 대주교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근간으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대인들이 진리와 만날 수 있도록 인간의 존엄성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회의 가르침을 공허하다고 생각하고, 그 역할이 실질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대답이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최근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생명학술원이 최근 가장 심각하게 고려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 중 하나는 인간 생명의 시작 및 마지막과 관련된 문제다. 인간 배아 연구의 경우 생명이 그 시작부터 위협을 받는 중요한 사안이다. 안락사 문제도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됐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을 자유롭게 결정하길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생명은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생명은 자연적으로 다할 때까지 존중해야 합니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현대인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안락사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통과 죽음 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병에 걸려 자신의 약함을 체험하는 것은 우리가 생명의 참된 본질을 깨닫고, 그 질병에 대항할 힘에 대해 알려주는 기회입니다. 즉 건강의 힘은 생명의 본질을 깨닫게 해줍니다. 고통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현대인들에게 올바른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더욱 큰 의미를 띈다. 그 가운데 피지켈라 대주교는 건강과 관련한 인간의 권력 남용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현대 사회 안에서 인간은 생명과 죽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착각이 오히려 자신을 굴복시키고 멸망시킬 것이라는 면을 잘 깨닫지 못한다.

 

“인간의 지식이 진보해 자연과 피조물 안에 깊이 숨겨진 신비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기뻐할 일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어 자연에 대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은총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권력의 주인은 아닙니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과학과 의학 등은 인간 삶에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부분”이지만 “의미 없는 약속으로 미화하지 않고, 항상 윤리적이고 정의로울 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의학도 ‘인간화’를 촉진하고 ‘인간화’를 성취하게 할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화’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고, 인간이 지닌 본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과정의 하나다. 이러한 인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존엄성이 수반돼야 한다. 과학이 더욱 책임감 있게 발전해야 할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피지켈라 대주교는 “의학에 있어서 진정한 인간화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존엄성을 갖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몇몇 사람들만의 혜택을 위해 생명을 파괴하면서 인간 배아 연구를 지속하는 것도 건강에 대한 권력 남용의 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의·과학이 발전할수록 영적인 가치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과학의 윤리성을 회복하고, 발전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질 때 참다운 행복에 이를 수 있습니다.”

 

끝없는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행복에 이르지 못한 오늘날, ‘마음의 병’에 대한 성찰을 더욱 강조하는 피지켈라 대주교의 조언이었다.

 

 

리노 피지켈라 대주교 약력

 

1976년 - 사제수품

1980년 - 교황청 그레고리안대 신학박사

1998년 - 로마교구 보좌주교 임명

2002년 - 교황청 라테란대학교 총장 임명

2008년 -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임명, 교황청 신앙교리성 · 시성성 위원

 

 

주요저서

 

‘진리의 길’, ‘신앙, 의미에 대한 응답’, ‘신자들로부터 세상 속으로’, ‘사라진 정체성’ 등

 

[가톨릭신문, 2009년 5월 10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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