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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은 그 자체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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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3 ㅣ No.649

[경향 돋보기] 생명은 그 자체로 목적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지난 5월 16일 “개악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며…”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에 개악된 생명법과 생명윤리에 관한 신자들의 올바른 인식을 돕고자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에게 서면 인터뷰를 하였다. 성명서 내용은 주교회의 누리집(www.cbck.or.kr) ‘보도자료’에서 볼 수 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법으로 표기)이 지난 5월 16일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생명윤리위원회는 개악된 이번 생명법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개악이 되었습니까? 개악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난자 매매를 부추기는 개악된 생명법

 

2005년부터 시행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그 시행 초기부터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지적되었고, 이른바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태 이후 사회 각계에서는 이 법률을 개정하고자 진지한 논의를 진행시켜 왔습니다.

 

이 법률은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를 허용함으로써 온전한 인간생명인 인간 배아를 조작, 파괴하는 것을 국가의 법률로 허용하고 있다는 윤리적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또한 이러한 연구를 위해 여성의 난자가 무분별하게 기증, 채취될 수 있다는 윤리적 문제점도 지적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법률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주요 정책들을 심의하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정부 위원들을 전체의 1/3로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위원회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사회 각계에서는 매우 분주하게 시도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파장에 다다른 17대 국회는 회기의 마감을 불과 며칠 앞두고 개악된 법률안을 상정하여 통과시킨 것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 그 이전의 법률이 안고 있는 심각한 윤리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내용은 그대로 둔 채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를 위해 난자를 기증하는 여성들에게 난자 채취에 따른 실비보상을 해주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실비보상이라는 것은 난자 채취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 등에 대해 돈을 지불한다는 의미인데, 예컨대 난자 채취 과정에서 병원을 드나드느라고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일당을 지급하고, 또 교통비라든가 보상비를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기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난자 매매라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입니다.

 

난자 매매를 부추기는 법안은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또 난자 기증에 대한 실비보상은 결국 가난한 여성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난자기증에 대해 일정한 금액을 지불한다고 하면 결국 돈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여성들만 몰려들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악된 법률에서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것은 유전자은행의 설립이 매우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새 법률은 유전자은행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설 유전자은행의 설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예산까지 지원함으로써 국가가 해야 할 유전자 정보 보호라는, 국민의 인권에 관한 매우 중대한 사안을 소홀히 할 위험이 매우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 5월 16일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일종의 대안입법에 의한 법률입니다. 다시 말해 2005년 12월 29일에 국회를 통과한 생명법을 개정한 법률입니다. 이번 기회에 기존의 생명법이 안고 있는 윤리적 문제점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법률은 누구든지 임신 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임신 목적으로는 배아 생산을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임신 목적으로 배아를 생산하여 사용하고 남는 이른바 잔여 배아는 냉동하여 보관하고 있습니다. 대개 불임 클리닉 병원에서 배아를 생산하고 냉동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냉동 배아는 보존 기간을 대략 5년 정도로 계산합니다. 5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왕 폐기할 배아를 이용해서 연구와 실험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급기야 폐기처분해야 할 잔여 배아를 폐기하지 말고 연구나 실험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유전자 주홍글씨에 묶인다면

 

희귀병 또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 잔여 배아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합니다. 잔여 배아의 활용은 결국 생명의 파괴와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지 시간적으로 먼저 태어난 기득권자들의 폭력이자 횡포입니다. 아직은 자기 결정권과 자기주장을 시간적으로 먼저 태어난 기득권자들에게 맡기고 살아가는 가난한 배아의 생명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위적인 배아 생산을 허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배아 역시 인간의 생명입니다. 생명 그 자체는 신성하고 거룩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생명 그 자체는 목적입니다. 배아라 할지라도 난치병과 희귀병을 치료하는 수단으로 남용되거나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 가운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임상적으로도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안전성도 탁월합니다. 많은 생명과학자들이 줄기세포가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연구,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배아줄기세포 대신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기존의 생명법은 유전자 검사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의 결과는 낙태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염려가 큽니다. 유전자 검사의 정보를 이용한 우생학적 차별과 유전자 계급의 출현을 부추길 것이고, 끝내는 우리 모두 유전자 주홍글씨를 이마에 달고 다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유전자 낙인을 찍어 평생을 유전자의 낙인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결과도 초래될 것입니다.

 

 

이번에 개악된 ‘생명법’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더욱 훼손되었다고 성명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말하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요? 그리고 개악된 ‘생명법’으로 훼손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어떤 것인지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인간의 생명은 생물학적 재료가 아니다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선사하신 가장 귀중한 선물입니다. 따라서 그 자체로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생명은 언제나 존중되고 보호받아야만 합니다.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은 바로 생명의 복음입니다. 생명의 복음이 바로 기쁜 소식입니다. 예수께서는 당신 사명의 핵심을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습니다”(요한 10,10)라고 요약하십니다.

 

그분은 생명의 하느님이시고, 인간을 죽이려고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라 살리려고 오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으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생명으로 부름을 받았다는 것은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는 것을 의미하고,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한한 인간의 생명이 무한하고 영원한 하느님의 생명에 동참하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고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그 시작에서부터 마지막 끝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이라도 거룩하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악된 법률은 인간의 생명을 임의로 폐기할 수 있는 생물학적 재료와 같이 간주함으로써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온전한 인간 생명인 인간 배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연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명을 파괴하는 행태의 연구를 국가가 허용하고 있으며, 새로이 개정된 법률에서도 이 내용에 대해서는 그대로 변함없이 허용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생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파괴하고, 생명의 생물학적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의 난자까지도 돈으로 매매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이기에 이 법률은 결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법률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생명이십니다”(요한 1,4) . 하느님은 생명 자체이시기 때문에 죽임 대신 살림을 본질로 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것으로만 고집하시지 않고 나누어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신앙하는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인간에게 자신의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 주시고자 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시어 육화하셨습니다. 생명은 생명을 필요로 하고, 생명이 생명을 살립니다. 생명을 위해 또 다른 생명에 헌신하는 것은 하느님의 존재 방식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아 인간의 생명을 살리시는 존재 방식을 보여주심으로써 교회가 세상을 향해 선포해야 할 희망의 근거를 마련해 주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생명에 대해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는 하느님의 존재 방식을 선포해 왔습니다. 생명은 하느님에게 그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에 개악된 ‘생명법’에서는 여성의 난자를 사실상 매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합법화한다 하더라도 윤리 도덕적으로는 매우 불의한 일입니다. 이러한 ‘합법적인 불의’에 대하여 역사 속에서 교회는 어떠한 자세를 견지하였는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교회는 합법적일지라도 불의한 것에는 반대한다

 

여성의 난자를 이용한 생명공학의 연구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년 전 영국에서는 여성의 난자를 몸 밖으로 채취하여 수정시키는 체외수정이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고, 그 뒤 난자가 필요한 연구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7년에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하였고, 이제는 우리나라도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아니하는 국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발전은 결국 인간 배아 연구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주었고, 이에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선두를 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연구는 인간의 몸을 마치 기계로 취급하는 연구이며, 특히 여성의 난자를 다량으로 필요로 하는 연구이기에 윤리적으로 매우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가톨릭 교회는 당연히 반대하는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여성의 난자를 몸 밖으로 채취하는 일은 여러 과정의 인위적인 조작이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이 인간의 본성을 크게 거스른다는 차원에서 가톨릭 교회는 줄곧 반대하였습니다. 시험관 아기라든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이러한 과정을 포함하는 난자 채취를 요구하고, 이러한 점에서 가톨릭 교회는 여성의 몸에 대한 존중과 인간 생명에 대한 조작의 비윤리성 차원에서 엄격하게 반대하는 태도를 표명하는 문헌을 발표해 왔습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987년에 “생명의 선물”이라는 문헌을 발표하였으며,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1995년 이후부터 복제배아연구에 대한 윤리성의 문제에서부터 생명에 대한 조작 문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의 문헌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신자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했으며, 신자 국회의원들의 의식과 역할에 대해서 말을 합니다. 앞으로 이들의 의식을 고취시키는 노력과 새로운 법 개정을 위한 노력들을 어떤 식으로 진행시켜 나갈 수 있을까요?

 

새 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참으로 안타깝고 또 유감스러웠던 것은 지난 5월 16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통과되었다는 점입니다. 17대 국회의원들 가운데 약 1/4 가까이가 천주교 신자였음에도 법안에 대해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 법안에 대해 가톨릭 교회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그들이 전혀 몰랐거나, 아니면 그들 자신이 통과시킨 법안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전혀 몰랐거나, 가톨릭 교회의 일원이면서도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만일 첫 번째 입장이었다면 가톨릭 교회가 이 문제에 대해 신자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꾸준하게 신문 광고 게재, 성명서, 담화문, 태도의 발표 그리고 자료 발간을 통해 가톨릭 교회의 태도를 알렸고, 또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서 표결하기 직전까지도 국회의원들과 개별 접촉하면서 이 법안의 부당성을 호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안은 통과되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국회의원들의 정체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떳떳하게 교회의 가르침을 대변할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낍니다.

 

제18대 국회의원들 가운데도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입법 활동에 종사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교회 역시 그분들이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면서 입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국회 내에 생명윤리를 공부하고 또 연구할 수 있는 모임이 결성되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모임이 생겨난다면 진지한 연구를 통해 진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간의 생명을 사랑하는 정신이 담겨있는 ‘생명법’으로 개정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기대어 신자들에게 강조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언제나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은 하느님의 사랑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생명의 문화 건설은 올바른 인간 의식 회복으로 시작되고, 이는 하느님 의식으로 돌아갈 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경외하고 하느님에 대한 신앙으로 재무장하는 것이 첫 번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주신 삶을 사는 것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늘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 곁에서 그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셨던 예수님에게서, 우리 역시 우리 주위에서 스스로 보호할 힘도 전혀 없는 약한 생명을 사랑하는 삶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어머니 배 속의 아기를 무참하게 죽이면서도 마치 당연한 일인 듯이 선을 가장하는 사람들에게, 또는 사회의 제도를 향해서 “안 됩니다!”를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선사하시는 생명에 대해 언제나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의 선물로서 생명을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생명을 통해 하느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우리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신자 여러분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먼저 생명이신 하느님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의 문화 건설을 위한 여러 노력 가운데 생명 사랑을 위한 다양한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교회는 인간 문제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매우 풍요로운 가르침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신다면 먼저 내 주위부터,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다양한 형태의 죽음의 문화에 맞서 용기 있게 반대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내 주위에 만연된 죽음의 문화가 어떤 것인지, 우리 사회가 또는 우리의 법률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 신자들 역시 우리 사회의 여론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님의 삶이 그랬듯이 우리의 생명까지도 내어놓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함께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 노력은 어느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을 내어 주시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의 생명사랑을 본받아 신자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가장 구체적으로 작은 생명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생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 주교. 마산교구 교구장으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이다.

 

[경향잡지, 2008년 7월호,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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