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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환경소위원회: 생태위기 시대에 그리스도인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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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7 ㅣ No.662

[19+4] 환경소위원회 - 생태위기 시대에 그리스도인의 소명

 

 

1. 문제의 심각성

 

인간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가 심각한 생태적 위기에 처했습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자원 남용과 개발로 생태계 각 지체들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서 그와 연관된 지체에서부터 전체 생태계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의 남용으로 지구 온난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해마다 더해가는 기상이변으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의 희생을 치르고 있습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홍수와 가뭄이 빈발할 것이며, 허리케인과 태풍은 강력해지고, 사막화가 확대될 것입니다. 이는 무수한 생물종을 멸종시키고, 농업 생산량의 감소를 초래하며, 전염병을 창궐시킬 것입니다. 국제연합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위원회(IPCC)’는 2007년에 발표한 제14차 보고서에서 이처럼 지구 미래에 심각한 전망이 일부 극단적인 환경주의자들의 경도된 주장이 아니라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었습니다.

 

보고서는 앞으로 8년 안에 온난화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심각한 재난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에 더하여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 온난화가 테러보다 더 심각하게 지구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전쟁만큼이나 인류에게 심각한 위험이 지구온난화”라고 언급하는 등, 지구 온난화 문제는 인류가 살 수 있는 하나뿐인 행성에 심각한 위기임에 틀림없습니다.

 

막대한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땅과 물이 병들고,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땅속의 생물과 공중의 생물, 강과 바다의 수중 생물들도 함께 병들어 갑니다. 이 때문에 땅과 강과 바다의 생물들로 생명을 이어나가는 인간생명은 각종 환경 호르몬에 노출되어 기형아 출산, 아토피, 생리 이상, 각종 암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2. 문제의 원인 - 자연에 한 모든 것은 나에게 하는 것

 

이처럼 인간이 자연에 가한 고통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시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고통을 주고야 맙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은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며, 그 반대의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환경문제는 인간에게든 자연에게든 억압과 착취를 통해 고통을 가하는 것으로, 인간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영역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생태학적 문제의 심각성은 인간의 도덕적 위기가 지닌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다(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고 지적하신 바 있습니다.

 

또한 얼마 전 교황청 내사원은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칠죄종”(일곱 가지 대죄)을 발표하였는데, 그중에 ‘환경파괴’를 가장 첫째가는 대죄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인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과학실험’과 세 번째‘DNA 조작과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또한 환경문제와 관련이 있는 조항들입니다. 또한 다섯 번째인 ‘소수의 과도한 축재’에는 지구의 다양한 피조물 중에서 소수를 차지하는 인간이 자신만의 편리와 안락을 추구하고자 나머지 피조물을 과도하게 착취하는 것도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낙태’의 문제는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로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의식과 연관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세계화 시대의 칠죄종은 그중 다섯 가지가 직간접으로 환경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그리스도인의 책임

 

사실 교황청은 1972년 스톡홀름 국제연합 인간환경 회의에서부터 환경에 관한 중요한 국제회의가 있을 때마다 교황님의 메시지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꾸준하게 표명해 왔습니다. 이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주신 세상의 피조물들을 잘 돌보고 보살피라는(창세 1,26-28 참조)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깨닫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모든 그리스도인의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의식이 신앙과 직결되는 것임을 말해준다고 하겠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신앙인들은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하며, 환경을 보존하는 일은 신앙인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교황청의 이러한 인식과는 다르게 한국 교회는 환경에 대한 의식이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가톨릭 농민회활동,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등을 통해 환경을 살리는 일들을 열심히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신자와 일선 사목자들은 환경을 살리는 일을 다양한 사회운동 가운데 한 부분쯤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민간 시민단체가 주도적인 환경운동을 하다 보니 그러한 생각을 지닐 수도 있겠으나, 앞서 교도권의 가르침과 신앙적인 관점에서 간단히 살펴본 바와 같이 환경운동은 사회만의 몫이 아닌 우리 신앙인의 본질적인 몫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1년 8월에 정의평화위원회 산하에 환경소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하여 왔습니다. 환경문제가 어느 특정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으므로 지구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교황청은 물론 세계 교회와 함께 연대하고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의 실천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또한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펼쳐지는 무분별한 개발로 벌어지는 생태계 파괴문제에 교회가 적극 대처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가장 큰 과제는 이러한 생태계 보전 문제가 우리 신앙인들의 본질적인 임무임을 인식하고 실천하려는 생태신학, 생태영성 연구와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살리는 일, 그것은 우리 영혼을 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시키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조건입니다. 오염된 공기와 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것은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로운 하느님 나라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구 생태계의 생명을 푸르게 회복시키고자 우리가 겪어야 하는 불편과 고통과 희생은 새로운 형태의 순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녹화시키는 것이므로 녹색 순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위대한 순교자들의 후손인 한국 교회가 환경소위원회와 더불어 녹색 순교의 정신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이동훈 프란치스코 - 원주교구 사회복지 시설 ‘살레시오의 집’ 원장이며, 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08년 5월호, 이동훈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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