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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올바른 선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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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426

올바른 선거 문화

 

 

올바른 선거 문화 정착을 위한 제언 - 임명재(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관리관)


1. 대통령 선거의 의의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선거는 국민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70% 이상의 국민이 선거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국가적인 큰 행사이다. 이러한 국가적인 행사를 앞두고 선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선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어떻게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은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며, 민주 정치에 있어 필요불가결한 가장 중요한 절차라고 말한다. 그러나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이 공명정대하게 진행되어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선거 결과에 대하여 승복하고 진정한 국민 통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만이 선출된 공직자가 정통성을 갖고 국민들에게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게 되어 맡은 바 공직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공명 선거의 중요성

 

조선 순조 때 최한기(崔漢綺)가 지은 [인정](人政) [선인문편](選人門篇)에 수록된 내용으로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再選擧)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즐거움과 근심은 선거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어진 자를 뽑아 바른 정치를 펴면 세상 모든 백성들이 평안하게 되나, 그른 자를 뽑아 정치를 잘못하게 되면 세상 모든 백성은 근심과 걱정으로 지내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공명선거의 중요성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뿐만이 아니라 과거 전제 군주 국가에서도 강조되었는데 정치를 담당할 인재를 등용하는 데 사심 없이 공정하게 널리 인재를 구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였던 것 같다. 또한 공명선거의 중요성은 공직을 담당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특정 직무를 담당할 사람을 선출하는 데서도 마찬가지라 고 생각된다.

 

공직 선거의 잘못된 폐해가 우리 국민 생활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피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나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심각한 폐해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가까운 예로는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이르렀던 멕시코나 아르헨티나를 들 수 있다. 오늘날 그들의 경제가 파탄에 이를 정도로 피폐해진 것은 잘못된 정치 지도자를 선택함으로써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국론이 여러 갈래로 분열된 것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IMF 경제 위기를 통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이 선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3.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의 역할

 

대통령은 누가 당선되든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며, 국가의 대표로서 모든 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여 국가 발전을 이룩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효율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먼저 공명 정대한 선거 과정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선거에 참여했거나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당선된 대통령을 지지했거나 낙선한 다른 후보자를 지지했거나를 불문하고 우리 국민 모두의 대통령인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 당선된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 화합을 통한 지속적인 국가 발전을 이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국민이 직접 뽑는 대통령 직접 선거 제도를 다시 실시하게 된 지난 1987년 이후 세 차례에 걸친 대통령 선거에서는 불행히도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정치 자금 시비와 상대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흑색 선전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기보다는 갈등과 분열, 지역 감정 심화 등으로 국정 혼란을 초래하였으며 그 혼란에서 비롯되는 많은 피해는 우리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예측하기 어려운 세계 경제의 침체,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위기, 그리고 북한의 핵 개발 의혹으로 낙관만 할 수 없는 한반도 정세 등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속적인 국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명 정대한 선거 과정으로써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이번 제16대 대통령 선거만큼은 선거 과정에 불법적인 정치 비용이 많이 드는 금권과 조직에 의한 선거 운동을 근절하여 불법적인 정치 자금에 관한 시비를 불식시켜야 한다. 또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후보자 상호 간의 비방과 허위 사실 유포 등을 배격하여 새로이 당선되는 대통령의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공명선거를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것이다.

 

4. 선거 참여자들의 바른 자세

 

과거의 잘못된 선거 문화를 청산하고 새로운 선거 문화를 형성하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른 선거 문화가 반드시 오랜 세월을 통해서만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지난 6월 한·일 월드컵 경기에서 보여 준 우리 국민들의 역량과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여 공명 선거 실천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간다면 이번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반드시 올바른 선거 문화가 뿌리 깊게 정착되리라고 확신한다.

 

공명선거 문화의 정착은 선거 관리 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질 수 없다.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이 함께 노력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국가 사회가 어려울 때 정의가 무엇인지를 행동으로 보여 주었던 종교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라 하겠다.

 

1) 정당/후보자의 역할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통령 선거의 규범인 선거법을 철저히 준수하여야 한다. 정정당당한 경쟁만이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국민들에게 국가 비전과 실현 가능한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여야 한다.

 

국가를 이끌어 갈 비전과 정책 제시 없이 상대 후보자의 약점을 들추어내는 부정적인 선거 전략을 구사한다면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선거판을 비방과 흑색 선전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국민들의 선거 참여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선거 후에도 국정 혼란 등 후유증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선거 과정에 소요되는 정치 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대하여 투명하게 운영하여야 한다. 불법 선거 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기업들에서 검은 돈을 받아 선거에 사용한다면 당선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부정부패 척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거 결과 당, 낙이 결정된 후 낙선된 후보자는 대승적 자세로 진심으로 당선자를 축하하고 국정에 협조하여야 한다.

 

2) 유권자의 역할

 

선거에서 유권자가 갖는 가장 큰 권리는 참여이고 가장 중한 의무 또한 참여이다.

 

"나 하나쯤이야 누구를 뽑아도 달라질 것 있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뽑을 사람이 없다."라는 식으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민주 시민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행 선거 제도는 입후보한 사람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여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고 설령 지지하는 후보자가 없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차선의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다면 앞으로 공직에 입후보하려는 사람들은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 기준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어 점진적으로 더 훌륭한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금권이나 조직에 의한 선거 운동의 영향력이 적어지게 되므로 이러한 불법 선거 운동이 발붙일 수 있는 소지를 없앨 수도 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잘못된 선거의 피해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하여 학연, 지연 등 각종 연고에 따른 투표 행태나 비방·흑색 선전에 현혹되지 말고 후보자의 자질과 그가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을 보고 합리적으로 투표하여야 한다.

 

3) 언론계의 역할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언론 매체들이 대통령 선거의 입후보 예정자들의 행보와 언행은 물론 지지율 변화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언론사들이 선거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입후보 예정자들의 정견, 정책이나 자질에 대하여 검증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선택에 필요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여전히 경마식(競馬式) 보도 행태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보도를 의도적으로 확대 또는 축소 보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언론 매체가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각 정당에서 논평, 보도 자료 등의 이름으로 내보내고 있는 비방과 인신 공격 그리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불확실한 내용에 대해서는 보도를 자제하고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검증 등 후보자 선택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발굴하여 유권자들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4) 종교, 시민 단체의 역할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여러 종교가 혼재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종교 갈등이 없이 서로 조화롭게 성장해 나가는 사례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종교는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서 시대에 따라 의병, 독립 운동, 민주화 운동 등의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지켜 오면서 국가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시민 단체도 또한 우리 사회에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양적, 질적으로 팽창하고 있고 영향력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의 대통령 선거는 세계 경제 불안에 따른 경제의 위기 극복, 남북한의 평화적인 통일, 지역 갈등의 해소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여야 할 지도자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국가 사회의 정신적 지주인 종교 단체와 공명선거 추진 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시민 단체의 책임은 매우 크다.

 

종교, 시민 단체가 먼저 앞장서서 불법 ,타락 선거 운동을 배격하고 공명선거 정착을 위하여 노력한다면 이번 선거는 분명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선거 관리 기관의 역할

 

1994년 3월 여야 합의로 통합 선거법이 제정된 이래 대통령 선거 1회, 국회 의원 선거 2회, 지방 선거 3회 등 전국적 규모의 선거를 6회나 치르면서 이제 금품·음식물 제공 또는 선심성 관광 등을 이용한 매표 행위, 공권력을 동원한 선거 개입 현상 등 건국 이후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금권·관권 선거 시비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는 선거 관리 주무 기관인 선거 관리 위원회의 지속적인 공명선거 풍토 조성 노력, 검경찰 등 사직 당국의 단호한 법 집행, 유권자의 정치 의식 향상 및 시민, 사회, 종교 단체 등 각계각층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가능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사조직을 이용한 선거 개입, 비방과 흑색 선전 등 국민 사이에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불법 선거 운동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하여 우리 선거 관리 위원회에서는 기본적인 선거 관리 업무의 정확하고 공정한 관리뿐만 아니라 불법 선거 운동 행위에 대해서는 검경찰 등 사직 당국과 협조하여 엄정 조치함으로써 불법 행위를 할 경우 반드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을 인식시켜 공정하고 깨끗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국정을 책임지게 될 최고 지도자 선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5. 결론

 

대통령 선거일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선거의 진정한 의미와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국가적인 어려움을 정확히 인식하여 이번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반드시 공명하게 치르겠다는 마음을 한데 모아 지속적으로 범국민적인 공명선거 실천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면 새로운 공명선거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앞으로 남은 기간이 결코 부족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실천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과거의 잘못된 선거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 다만 이것을 고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물론 새로운 선거 문화를 짧은 기간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정당이나 후보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고통을 참아 이겨내려는 노력이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과거의 잘못된 연고주의와 금권, 조직, 비방, 흑색 선전에 따른 선거 형태를 과감히 청산하고 비전과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면서, 선거법을 준수하는 새로운 선거 문화를 정착시킬 때다. 우리 모두 범국민적인 공명선거 실천 운동에 적극 참여할 때다.

 

 

올바른 선거 문화 풍토 정립을 위한 제언 - 이지현(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1. 낡은 정치, 유권자의 힘으로 바꾸자

 

세상은 바뀌었지만 구시대 정치는 변하지 않았다.

 

하루를 고되게 일하고 퇴근해서 저녁 뉴스를 시청하는 많은 국민들이 정치 뉴스를 보면서 정치권에 얼마나 많은 환멸과 불신, 냉소를 느끼고 있는지 정치인들은 상상해 본 적이 있을까?

 

올해 정기 국회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문제, 부정부패 청산 문제, 정치 개혁 문제를 내팽개치고,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각 당의 '의혹 터트리기'와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막을 내리고 있다. 또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권력의 양지를 좇아 당적을 바꾸고 줄서기 행렬에 나서는 철새 정치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또 한 번 개탄하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은 지난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 시민들의 폭발적인 지지 속에 전개되었던 총선 시민 연대의 활동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총선 시민 연대의 활동은 유권자들의 대반란이었다. 유권자들이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 정치인, 구태 정치, 낡은 정치를 유권자의 손으로 심판했던 통쾌한 경험이었다. 21세기를 맞아 처음으로 치르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그들만의 선거', '그들만의 잔치'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는 지난 총선 때와 같은 '유권자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 유권자가 스스로 '킹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2. 낡은 정치 청산은 유권자의 몫

 

국민들은 이번 대선이 새로운 국가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세기에 국가 백년 대계의 초석을 다지는 선거로서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과 꿈을 심어 주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과 격차를 줄이고, 대외적으로는 민족 갈등 해소와 평화 분위기 안착으로 국제 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이번 대선 출마자들은 국민들의 기대와 깨끗한 선거 문화 조성, 진정한 정책 대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선거 문화 개혁은 유권자의 참여와 감시, 비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제 유권자들은 안방 정치를 넘어 선거의 장으로 나아가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는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치를 바꾸는 소중한 동력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천문학적인 돈이 오고가는 혼탁한 돈 선거, 지역주의에 의존한 낡은 선거, 인신 공격이 난무하는 혐오스런 선거를 유권자들이 참아낼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3. 2002 대선을 진정한 정책 대결의 장으로

 

이번 선거는 군부 독재를 청산하고, 문민 정부, 국민의 정부로 이어져 왔던 점진적인 민주화의 흐름에서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소임을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짜임새 있는 판단의 기준과 변별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오로지 유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최근 여러 시민 단체와 각종 매체가 분야별, 영역별 후보 정책 검증에 한창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각각의 후보가 어떠한 국가 경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 보고, 비교해서 후보들이 정책 선거에 성실히 임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가 변화해야 정치도, 정치인도 변화하는 것이다. 지역 감정 조장 후보, 돈을 뿌려 유권자를 기만하는 후보, 인신 공격을 일삼는 저질 후보는 유권자의 손으로 선거판 밖으로 과감히 떨쳐 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 법정 선거 비용이 현행법으로 35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례에 비추어 보면 이번 선거에서도 수천억 원의 선거 자금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것은 곧 보통 사람 같으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 결국 국민의 피땀으로 메워야 하는 돈이 음성적으로 정치권에 유입되어 부정한 선거를 조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 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후보 진영은 저마다 소액 다수의 후원금 모금으로 이번 선거를 치를 것이며, 선거 자금의 사용 내역을 반드시 공개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선거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막대한 선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현행 정치 자금법은 정치 자금 수입·지출의 투명성 확보가 유명무실하다. 특히 정치 자금의 수입 부분에 대한 유효한 검증 장치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또 정당의 회계 보고에 대한 검증 장치가 부족하여 선거 후에 보고하는 회계 내용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이에 지난 달 참여 연대 등 시민 단체들은 국민 세금으로 선거 공영제(TV 매체를 통한 선거 홍보비 국고 지원)를 이루는 대신 후보측은 정치 자금의 수입, 지출 시 수표 사용이나 카드 사용을 의무화함으로써 음성적인 정치 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하여 정치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정치권은 겉으로는 조속한 입법을 공헌하고 있지만 정기 국회 폐회일이 5여 일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도 정치 자금법 개정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치권은 말로만 정치 자금 투명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정기 국회 회기와 관계없이 선거법과 정치 자금법 개정을 신속히 이루어야 할 것이며, 주요 정당이 선거 자금 조달과 사용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개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이번 대선부터 개정된 법 테두리 안에서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제도는 국민의 대표자에게 통치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제도적 절차로서 무엇보다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고 대표 선출로 전환될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은 선거 운동을 지나치게 규제하여 선거의 자유를 해치는 면이 있고, 이에 따른 정치적 의사 형성에 지장을 주고 있다. 따라서 현행 선거법은 선거 공영제를 실시하여 선거 자금을 줄이고, 광범위한 사전 선거 운동을 철폐하고, 돈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과도한 기탁금 제도를 개선하며, 시민 단체의 선거 운동 자유를 보장하여 국민의 참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이제 선거와 정치의 시민 참여를 독려하는 방향으로의 선거법 개정 방향 두 가지를 소개한다.

 

4. 사전 선거 운동 제한 규정 폐지

 

법정 선거 운동 기간 이외에는 선거 운동을 금지하는 포괄적인 제한은 선거 운동의 과열과 혼탁을 방지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무소속 출마자와 정당 출마자, 신규 후보자와 기성 정치인 사이의 실질적인 차별을 만들어 낸다. 또 사전 선거 운동 제한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한 유권자 운동마저 일부분 제한되어 시민들의 선거 참여,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다. 따라서 후보 출마자의 선거 운동의 공정성은 '무조건 제한하는 것보다 선거 운동 비용이나 그 방법을 제한하는 것'으로 담보되어야 하고, 시민 단체의 선거 운동(유권자 운동)을 허용하여 선거를 국민 모두의 축제이자 미래에 대한 고민과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5. 시민 단체의 선거 운동(유권자 운동) 자유 보장

 

선거가 정치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고 유권자의 축제로 승화되려면, 선거 과정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고, 해결 방안이 함께 모색되는 과정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 문화는 이제껏 당선을 목표로 한 후보자 간의 상호 비방과 정치 공방이 극심해지면 정책 선거는 온데간데없고 해결이 급한 사회 문제에 대한 후보자의 대안 제시와 유권자 간의 상호 토론 기능은 마비되고 만다. 따라서 공익적 차원에서의 시민 단체 유권자 운동의 자유를 보장하여 유권자의 선거 감시와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질 높은 선거를 만들어 가야 하겠다. 이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지난 2000년 4·13 총선 당시 시민 단체들이 펼친 '낙천 낙선 운동'이 불법성 논란에도 국민들에게 큰 지지와 호응을 얻었던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6. 인터넷을 통한 선거 혁명의 가능성

 

인터넷 사용 인구가 2천 4백만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자간, 쌍방향 간의 신속한 의견 개진과 정보 유통을 이룬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한 정치 참여가 참여 민주주의를 확대시킬 유력한 방안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나아가 정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 있는 대안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크다. 또 이와 같은 환경 변화는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끌 매개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을 통한 정치 참여 (선거 참여) 시도가 참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있어 많은 긍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도 인터넷을 통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활발히 펴는 수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막상 선거일에는 투표소에는 가지 않는 모습에서 적지 않은 우려가 생긴다. 사이버 정치 참여가 선거 개혁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상에서 후보 개인과 정책을 지지, 반대, 비판, 격려할 뿐 아니라 네티즌이 힘으로 정책도 생산하고, 후보들에게 개혁의 과제들을 하나둘씩 약속받는 노력과 역할도 동시에 강조되어야 한다. 조건의 변화(문명의 발전)가 반드시 진보를 수반하지는 않는다. 조건의 변화를 모든 주체들이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가상 공간에서만 논객으로 남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천과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보이는 것을 지나쳐서는 안 되겠다.

 

7. 새로운 정치, 희망의 정치를 위해 유권자가 나서자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었더니 학생들이 어른들이 욕하고 싸우는 곳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의 눈망울에 비친 우리 정치의 현실일까?

 

우리는 이미 불신과 냉소로는 현실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경험을 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만으로 바뀌지 않을 정치 풍토, 선거 풍토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려면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니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여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지역 감정 조장, 흑색 선전, 무책임한 폭로, 인신 공격 등 유권자를 얕잡아 보는 저질 선거 운동을 용납하지 말자. 국민에게 꿈을 심어 주는 사람, 그 꿈을 이루어 낼 역량과 의지를 가진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자. 국민이 주인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분명히 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저질 경쟁은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선거 문화의 성숙은 국민의 정치적 수준에 달려 있다 하겠다. 수동적인 투표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주권자의 자세를 확립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선 후보의 적극적인 인물 검증과 정책 검증을 통해 소중한 표를 행사하여 2002년에는 낡은 정치, 구태 정치를 꼭 바꾸자. 유권자가 변화해야 정치도 변화하고, 정치 시스템도 변화한다.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망국적인 지역 감정 조장 분위기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이 또 다시 낡은 권위주의 정치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모든 후보가 지역, 계층을 불문하고 국민 통합을 실현하겠다고 공헌하면서도 막상 선거전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언행을 일삼고 이를 당선의 유력한 전술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환멸스럽기까지 하다. 이제는 유권자가 먼저 정치인을 향해 '이제 더 이상 그런 폐습에 좌지우지될 유권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결연할 의지를 보이고 그들이 정책 대결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지난 10월, 전국에 300여 개 시민 단체는 '2002 대선 유권자 연대'를 결성하여 낡은 정치 청산 국민 운동과 10대 개혁 의제 선정과 공약 검증 운동, 100만 유권자 위원회 결성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2002 대선 유권자 연대' 참여 문의 : 02-754-1219, http://ivote.or.kr).

 

참여 연대는 사이버 매체 '사이버 참여 연대'를 통해 '대선 출마자 인물 및 경력과 정책 검증' 기사를 연재한다. 사이버 참여 연대에 접속하면, 각 후보측과 정책 질의와 좌담회에서 입수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100여 개의 후보측 입장과 후보별 상호 비교 분석 자료를 볼 수 있다. 또 '나와 대선 후보와의 정책 궁합'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참여 연대 웹사이트 : http://peoplepower21.org).

 

[사목, 200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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