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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공학의 발전과 우리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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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74

생명 공학의 발전과 우리들의 자세

 

 

생화학(Biochemistry)과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생명 공학이 눈부시게 발달하여 이들 학문 연구 결과들이 의학, 농업 등 산업적으로 응용되어 인류 복지 증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과학 기술의 편리함을 즐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 문명에 대한 소외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핵폭탄 또는 자연 파괴와 같은 과학 기술의 오남용으로 인류 사회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허용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대부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 밝혀진 생명 공학 관련 인간 게놈 계획(Human Genome Project, HGP)과 줄기 세포(Stem cell) 연구와 생명체 복제 연구 결과들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윤리적, 법적, 사회적 문제들을 몇 가지 살펴보고 우리들 특히 가톨릭 신자들이 이 문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야 할지에 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자.

 

 

1. 인간 게놈 계획(HGP)

 

2001년 3월에 Nature와 Science라는 유명 학술지에 인간의 모든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46개 염색체(Chromosome)의 DNA 염기(base) 서열이 발표되었고, 인간의 유전자가 생각보다는 적은 4만 개 이내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제 인간 게놈 계획의 1단계 사업이 끝난 것이다. 이것은 다만 어떤 큰 건물이 4가지 벽돌로 지어졌다는 사실만 확인한 것이지 그 건물의 내부 시설이나 기능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과 같다. 이제까지 인간 유전자 구성의 기초만 알았다는 것이다. 다음 2단계는 밝혀진 유전자들에 의하여 생성되는 단백질들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이다. 2단계 연구가 어느 정도 진척되면 인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많은 기전이 밝혀질 것이고 이에 따라서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이 제기한 윤리적, 법적, 사회적 문제들이 대두될 것이다. 인간 게놈 계획의 1단계 사업이 완성되어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었기에 이 연구 결과들은 질병의 진단에 곧 이용될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들을 각종 질병 치료에 도입하려면 아직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고, 또 영원히 풀지 못할 수도 있다.

 

마태오, 마르코, 루가 복음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맨손과 말씀 한마디로 모든 환자들을 치료해 주셨다. 그럼 현실은 어떠한가? 발달된 모든 최신 진단법과 치료법을 동원해도 예수님과 같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의료인들은 단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고 치료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렇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관장하는 것은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고유한 몫이다. 이는 생명 공학 관련 학문 연구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사실이고, 인간의 한계성을 느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 게놈 계획의 1단계 계획이 완성되었다고 하여 이 결과들이 곧 인류 복지 특히 질병 치료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침소봉대하는 것도 자숙해야 할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옛 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생활 환경이 향상되고, 인간 게놈 계획 1단계 사업이 완성되었고, 향후 게놈 기능 연구가 계속되면, 노화 관련 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지고 이에 따른 치료법이 개발되어 인간 수명은 더욱 연장될 것이다. 곧 노인 복지에 관한 사회적 문제들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어떻게 노인 복지 문제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풀어, 사회를 안정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모든 사람이 걱정하고 미리미리 대처해야 할 문제이다.

 

 

2. 줄기 세포(Stem cell) 연구

 

인간 수명의 연장으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교통 사고를 포함한 각종 사고 증가와 질병에서 비롯한 조직 손상들의 치료 요구가 증가하면서 줄기 세포를 이용한 생명 공학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줄기 세포란 분화(differentiation)되지 않은 세포로써, 증식(proliferation)되고 분화되어 어떤 특정 조직(tissue)이나 기관(organ)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줄기 세포를 크게 구별하면 성인 골수(adult bone marrow)에서 얻는 중간엽 줄기 세포(mesenchymal stem cell)와 같은 성인 줄기 세포(adult stem cell)와 배자(embryo)와 태아(fetus)에서 얻는 배자, 태아 줄기 세포(embryonic & fetal stem cell)로 대별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줄기 세포에서 연골(cartilage), 지방(fat), 근육(muscle), 조혈(hematopoietic) 그리고 신경 세포인 성상 세포(astrocyte)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배자, 태아 줄기 세포에서는 성인 줄기 세포에서보다 더 쉽게 더 다양한 인체의 각종 조직과 기관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앞으로 줄기 세포 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환자들의 요구도 증가할 것이며, 환자 치료 응용도도 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성인 줄기 세포는 성인의 골수에서 얻기에 이를 이용한 연구는 허용할 수 있을지라도 배자, 태아 줄기 세포는 배자나 태아에서 얻어야 하기에 여기에 윤리적, 법적, 사회적 문제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한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 것이며, 수정으로 생성된 수정란은 이미 새로운 개체로써 그 생물학적 주체성이 인정된다고 한다. 이미 구미 일부 국가에서는 배자, 태아 줄기 세포 연구를 허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일부 생명 공학자들도 14일 이내의 착상 전 수정란은 분화되기 전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줄기 세포 연구는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체의 시작은 수정된 순간부터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년에 약 200만에 가까운 생명들이 인공 유산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배자·태아 줄기 세포 연구를 허용한다면 이에 따른 윤리적, 법적, 사회적 문제는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욱더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인간 배자, 태아를 이용하여 그것을 치료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곧 인간을 치료하기 위하여 한 생명체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이에 우리들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상기하면서 배자, 태아 줄기 세포 연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3. 생명체(인간) 복제

 

생명 공학의 발달로 핵 이식 기법을 이용한 생명체 복제 기법들은 현재 수의, 축산 분야에서는 유용 동물의 대량 생산, 희귀 동물의 보존, 내병성 동물의 생산에, 그리고 의학 분야에서는 치료용 단백질 생산, 장기 이식용 동물 생산과 질환 모델 동물의 생산 등에 응용되고 있다. 여기에 장기 이식술의 발달로 각종 장기의 필요성이 증가되고, 또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이 일회성인 인간 삶을 망각하고 자신의 삶을 계속하려고 하면서 생명체 복제, 인간 복제라는 말을 조금씩 하고 있다. 일부 외국에서는 인간 복제를 하고 있다느니, 앞으로 허가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고 있으나 대체로 세계 모든 국가에서 인간 복제는 금지되어 있고 실험 자체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각종 세포들과 같은 생명 공학 관련 연구 기자재들이나 기법들은 모두 국제 특허가 되어 있어 어느 연구자가 국제 특허된 생명 공학 기자재나 기법들을 특허권자 허락 없이 사용하면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생명 공학자들이 연구의 한계성을 느끼고 있는 것도 이 국제 특허 때문이다.

 

아무리 생명 공학이 발달해도, 사람의 조직이나 기관을 구성하고 있는 단 하나의 세포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고, 더욱더 난자(ovum)와 정자(sperm)를 인위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학자들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후부터 세포나 조직을 이용하여 연구할 뿐이다. 인간 생명체의 시작인 난자와 정자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고, 이 능력은 창조주이신 하느님만 가지고 계신 고유 능력 곧 비유하자면 하느님의 특허품이다. 이를 망각하고 하느님의 허락 없이, 허락도 안 하시겠지만, 하느님의 특허품을 함부로 이용하다가는 지금까지의 과학, 기술의 오남용보다 더 큰 벌이 인간에게 내릴 것이다.

 

인간 복제 가능성으로 인간 기술의 개가, 인체 부품 시대의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듯하나 현세는 지나가는 것이며 현실 생활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을 일구어 내지 못한다면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요절한 사람이 반드시 불행한 사람이고 장수 자체가 행복은 아니다. "노인은 오래 살았다고 해서 영예를 누리는 것이 아니며 인생은 산 햇수로 재는 것이 아니다. 현명이 곧 백발이고, 티없는 생활이 곧 노년기의 원숙한 결실이다"(지혜 4,8-9).

 

[사목, 2001년 5월호, 김인경(가톨릭대학교 교수,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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