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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사형제도에 관한 교회의 양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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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396

사형제도에 관한 교회의 양심교육

 

 

그리스 신화에 나타난 인간의 오만

 

성서에 나타난 인간 생명 존중 사상에 입각하여, 본당에서는 다시 격렬해지는 사형제도 논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본당 신자들의 양심교육으로서, 영화 데드맨 워킹과 라스트 댄스에 초점을 맞춰 보아도 충분히 성인 신자 교육 과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본당의 성인 신자 교육 계획을 구체적으로 상술하기에 앞서, 그리스 신화는 도끼, 천칭, 쐐기, 배의 돛, 구멍 뚫는 연장을 천재적으로 다루는 유명한 장인인 다이달로스의 인격과 어두운 면을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다른 긴박한 살인 이야기처럼, 이 이야기는 다이달로스가 자신의 재능에 필적하는 조카 테일러를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아테네에서 도망쳐서 크레타 섬에 정착한다.이곳엔 그가 왕 미노스를 위해 만들어준 악명 높은 감옥이 있었다. 이 감옥은 복잡한 미로로서 몸은 인간이나 머리는 소 모양을 한 인육을 먹는 괴물 미노타우르스가 갇혀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 감옥에 갇혀 있던 아테네 사람들의 탈옥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자 왕 미노스는 다이달로스가 그들을 도와주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후 왕명으로 다이달로스와 아들 이카로스는 붙잡히고, 그들은 다이달로스 자신이 만든 바로 그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설계자 다이달로스조차도 그 미로의 출구를 찾지 못한다. 그는 필사적으로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새 모양의 날개와 밀랍을 만든다. 그리고 자신과 이카로스의 등에 그 날개를 밀랍으로 붙인다.

 

한시름 놓은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부자는 자유를 찾아 감옥 위로 높이 날아간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늘 그렇듯이 이카로스는 일단 자유로워지자마자, 가까이 붙어서 따라오라고 분명히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서 다른 길로 향하게 된다.

 

찰스 가일리는 1893년도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 그 소년은 자신의 체험을 만끽하며 더 높이 날아갔다. 작열하는 태양열로 밀랍이 녹아서 날개가 떨어졌고, 결국 그 젊은이는 바다로 떨어졌다. 그 지역은 오늘날까지도 이카리아라고 불린다.

 

이 비극적인 사건을 상기하려는 의례적인 행위로서 다이달로스는 자신의 날개를 신께 바치는 제물로 걸어놓았고, 다시는 날지 않았으며, 신의 뜻을 거역하지 않았다.

 

날마다 우리는 하느님을 대신하여 인간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행동들을 목격하는데, 이는 대중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인간의 자만심과 오만은 이런 이야기, 즉 그리스 신화, 창세기와 같은 고전에서부터 나타난다. 누가 죽어야 하고, 누가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 사회의 판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류가 나날이 태양을 향하여 날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회가 반성을 거듭하여 살인, 폭행에 대해 사형이라는 간단한 해결책을 넘어서 더 나은 해결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나타난 인간 생명의 존엄성

 

본당 지도자들은, 성인 종교 교육자 토마스 그룸이 개발한 자료 제공, 성찰 그리고 나눔의 방법론을 적용한 두 시간짜리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성인 신자들의 양심을 형성하도록 도와야만 한다.

 

120분간 실시하는 이 교육의 목적은 우리 가톨릭교회 2000년 역사 동안 몇 차례 시도되고 검증된 지혜와 모든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깨달음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가톨릭교회 교리서」, 성서, 그리고 다른 유용한 자원들을 자료로 삼고, 이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사형제도에 대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의 초점을 맞춘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른 종류의 자료로서 영화 데드맨 워킹과 라스트 댄스 같은 것을 포함시킬 수 있다.

 

교육 기간 초기나 중간쯤에 기도회가 형성되어, 좀더 진보된 입장을 지적한, 특히 원수를 사랑하라., 죄인을 용서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담긴 성서의 구절을 자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런 기도회는 교리서에 나오는 독서에 따라 서로 마음을 열고 솔직한 대화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완화된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때에 교리서에 포함된 내용을 요약한 요약지 한 장과, 두세 장의 성찰 질문지가 있다면 좀더 솔직한 대화로 이끄는 데 수월할 것이다.

 

교리서는 인간 존엄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것을 가르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모상을 간직하고 있다. 이 하느님의 모상은 하느님 위격들의 일치를 닮은 인간들의 친교 안에서 빛을 낸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702항).

 

교리서의 또 다른 부분(27항)에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을 인용하여 인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인간 존엄성의 가장 숭고한 이유는 인간이 하느님과 결합되기 위하여 불리었다는 데에 있다. 인간은 날 때부터 하느님과 더불어 대화하도록 하느님께로부터 초대받는다. 사실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되지 않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지탱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도 없고, 하느님의 이 사랑을 자유로이 인정하며 자신을 창조주께 맡겨드리지 않고서는 인간이 진리를 따라 산다고는 할 수 없다(사목헌장, 19항).

 

특히 사형죄에 대하여서, 교리서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만일 공격자에 대항하여 인명을 수호하고 공공질서와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에서 무혈적인 방법으로 충분하다면, 공권력은 다만 그러한 방법만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법들이 공동선의 실제 조건에 더 잘 부합하기 때문이며, 인간의 품위에 더욱 적합하기 때문이다(2267항).

 

살인죄, 유괴 또는 부모를 업신여기는 것과 관련된 성서 구절은 출애굽기 21,12-17에 포함되어 있으며, 다른 신들에게 제사를 드리는 자, 짐승과 교접하는 자, 요술장이에 대한 내용은 출애굽기 22,17-19에 나와 있다. 신약성서에서 적절한 구절은 루가 11,1-4; 마태오 6,9-15; 마태오 18,21-35에 포함되어 있다.

 

사형죄에 대한 교육을 마치기 전에, 참석자에게 데드맨 워킹이나 라스트 댄스 중의 하나 또는 둘 다 볼 것을 추천한다. 두 명이나 서너 명이 그룹을 지어 이 영화를 본 후 사형제도에 대해 대화할 때, 서로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토론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헬렌 프레전 수녀가 쓴 책을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한 데드맨 워킹에서, 수녀는 루이지애나 사형수에게 영적인 조언을 해준다. 수잔 새런든이 프레전 수녀 역할을 맡아서, 그해 오스카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믿음이 충만한 한 여성, 프레전 수녀가 예수님 이름으로 행하는, 은총에 찬 사목활동으로 인해 죄수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직시하게 되고, 이를 깊이 참회한다. 헐리우드는 한 여성의 종교생활 및 직업을 아름답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모든 수녀들의 사목활동이 지닌 가치를 입증하였다.

 

교육 참가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죄수에 대한 프레전 수녀의 사목활동을 보았을 때 당신은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들었습니까? 오늘날 죄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톨릭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샤론 스톤이 주인공을 맡은 라스트 댄스는 한때 광폭한 마약 중독자였던 사형수 이야기이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어떻게 이런 사람들에게 구체적이고 영성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끝으로 참가자들은 그들이 살면서 생각해 왔던 사형제도에 대한 의견(설사 그 견해가 수년 동안 바뀌었을 수도, 바뀌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을 서로 나눌 수 있다. 사형제도에 관해 자신들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과정만으로도 그 토론은 이미 유익한 것이다.

 

어떤 본당 지도자들은 사형제도를 본당 차원에서 연구하기에는 너무 민감한 문제라고 결론짓기도 하지만, 그 교육 기간은 참가자들에게 모든 사람은 존경받을 가치가 있으며,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라는 교회의 정통적 가르침이 와닿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본당은 「가톨릭교회 교리서」, 성서, 영화 데드맨 워킹과 라스트 댄스 등의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신자 양심교육의 의무를 더 잘 이행할 수 있다. 그 양심은 사형제도처럼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단순한 해결책이나 좋다, 나쁘다라는 느낌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견고한 가톨릭의 가르침 안에 근거하는 것이다.

 

* 원문:Lawrence M.Ventline, A Response to the Death Penalty, in The Priest, Vol.53, No.3(1997.3), 16-17면, 박성희 편역.

 

[L. 벤틀린(미국 디트로이트 대교구 사제)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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