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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가톨릭 의료활동을 위한 윤리적 종교적 지침(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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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6 ㅣ No.305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가톨릭 의료 활동을 위한 윤리적 종교적 지침

ETHICAL AND RELIGIOUS DIRECTIVESFOR CATHOLIC HEALTH CARE SERVICES

2002. 6. 15.

 

 

머리말

 

미국의 의료 활동은 두드러진 변화를 겪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의료 시술이 꾸준히 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의료 체계 자체가 제도적 사회적 요소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또한, 가톨릭 교회 안에서도 수많은 발전이 이루어져 교회의 보건 사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한 발전 가운데에는 수도회의 현저한 변화, 평신도의 참여 증대, 세상에서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 증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윤리 신학의 발전 등을 꼽을 수 있다. 가톨릭 보건 직무의 현대적 의미를 이해하려면 교회와 미국 사회의 변천에 따른 새로운 과제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수세기에 걸쳐, 다른 학문의 도움을 받아, 의료와 윤리 문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표명하는 윤리 원칙 체계가 등장하여, 그 체계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보건 환경 속에서 보건 서비스를 전달하는 데에 적절하고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 오늘날의 도전에 대응하여, 이러한 가톨릭 가르침의 윤리 원칙들은 「가톨릭 의료 활동을 위한 윤리적 종교적 지침」(Ethical and Religious Directives for Catholic Health Care Services)의 이러한 개정안을 위한 근거와 방향을 제시한다.

 

이 지침은 1981년에 발표된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성명 「건강과 보건」(Health and Health Care)을 전제로 한다.1) 그 성명에서 우리는 교회의 의료관의 지침이 되는 신학적 원칙들을 제시하고, 모든 가톨릭 신자에게 교회의 치유 사명에 동참하도록 촉구하였으며, 보건 직무에 대한 우리의 성실한 노력을 알리고, 의료 활동에 종사하는 모든 이를 격려하였다. 현재 훨씬 더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의 의료 활동과 관련하여, 우리는 보건 직무에 대한 교회의 노력과 교회의 제도적 의료 사업의 뚜렷한 가톨릭 정체성을 재확인한다.2) 그러므로 이 「윤리적 종교적 지침」의 목적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인간 존엄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서 비롯하는 의료 행위의 윤리적 기준을 재확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날 가톨릭 의료 활동이 직면하고 있는 특정한 윤리 문제들에 대하여 권위 있는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윤리적 종교적 지침」은 일차적으로 제도적 기반을 갖춘 가톨릭 의료 활동에 관한 것이다. 이 지침은 이러한 기관과 시설의 후원자와 이사, 관리자, 원목, 의사, 보건 종사자, 환자와 그 밖의 거주자들을 위한 것이다. 이 지침은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다른 환경에서 의료 사업에 몸 담고 있는 가톨릭 전문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말하는 윤리적 가르침은 주로 그리스도께서 당신 교회에 맡기신 계시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자연법에 근원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회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 행동, 인간 활동을 결정짓는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지침은 주교와 신학자, 후원자, 관리자, 의사, 그 외의 의료 제공자들과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 다듬어져 왔다. 이 지침은 기준이며 길잡이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가톨릭 의료 활동이 직면하고 있는 모든 복잡한 문제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또한 이 지침은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교회의 정통 가르침에 비추어 정기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신학과 의학 연구의 새로운 전망이나 공공 정책의 새로운 요구들을 반영할 것이다.

 

이 지침은 가톨릭 보건 직무의 신학적 바탕을 알리는 ‘소개’로 시작한다. 그 뒤에 나오는 여섯 개 부는 각각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설명 형태로 되어 있는 앞 부분은 서론 역할을 하며, 가톨릭 신앙의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들의 배경을 제시한다. 뒷 부분은 규범의 형태로 제시되며, 이 지침들은 구체적인 보건 문제들과 관련이 있는 가톨릭 신앙의 진리들을 증진하고 보호한다.



소개

 

교회는 언제나 병자들에 대한 우리 구세주의 관심을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다. 예수님의 활동을 전달하는 복음 이야기는 그분의 치유 활동을 특별히 관심 있게 다루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고쳐 주시고(마태 8,1-4; 마르 1,40-42), 두 소경의 눈을 뜨게 해 주시고(마태 20,29-34; 마르 10,46-52), 벙어리의 입을 열어 주시고(루가 11,14), 하혈병을 앓던 여자를 고쳐 주셨으며(마태 9,20-22; 마르 5,25-34), 죽은 소녀의 목숨을 다시 살려 주셨다(마태 9,18.23-25; 마르 5,35-42). 사실, 복음은 주님께서 갖가지 질병을 어떻게 고쳐 주셨는지 보여 주는 예들로 가득하다(마태 9,35). 마태오 복음서의 이야기에서, “그분은 몸소 우리의 허약함을 맡아 주시고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셨다.”고(마태 8,17; 이사 53,4 참조) 한 이사야의 예언이 예수님의 활동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예수님의 치유 사명은 육체적 질병의 치유 그 이상이다. 예수님께서는 인간 존재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어루만져 주시며, 인간을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치유해 주고자 하셨다(요한 6,35; 11,25-27). 예수님께서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오셨다”(요한 10,10).

 

그리스도의 신비는 가톨릭 의료 활동의 모든 측면에 빛을 비추어 준다. 이 신비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의료 활동을 고무하는 원칙으로 삼고, 치유와 연민을 그리스도 사명의 연장으로 여기며, 고통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구원 능력에 대한 동참으로 받아들이고, 부활로 변화되는 죽음은 그리스도와 결정적으로 친교를 이루는 기회로 보게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의 구원 능력을 통하여, 고통과 죽음에 대해서 남과 다른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바오로 성인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결국 드러나는 것은 예수님의 생명이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2고린 4,10). 이러한 진리가 고통과 두려움을 줄여 주지는 않지만, 고통에 짓눌리지 않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도록 하는 자신감과 은총을 준다. 가톨릭 보건 직무는,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고통과 죽음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산고(産苦)라는 진리를 증언한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하느님이 되셔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이다.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묵시 21,3-4).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 병들고 고통받고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봉사해 왔다. 개인과 단체들의 정성어린 봉사는 나그네에게는 안식처를, 병든 사람들에게는 진료소를, 그리고 어린이와 어른, 노인들에게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다.3) 미국에서는 가톨릭 의료 기관과 시설을 후원하고 그 곳에 직원을 두는 교구들과 여러 수도 공동체들이 보건 분야에서 가톨릭의 현존을 효과적으로 확립하였다. 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본보기로 삼아(루가 10,25-37 참조), 이러한 남녀 수도 공동체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참된 이웃 사랑을 몸소 보여 주고 있다. 교회는 지금까지 해 온 봉사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수도 공동체들이 보건 직무에 계속 투신하고 있는 가운데, 평신도 가톨릭 신자들도 점차 이 직무에 대한 협력을 증대시켜 왔다. 그리스도의 모범에 감화를 받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명령에 따라, 평신도들은 이전보다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더욱 활발히 봉사하도록 권유받고 있다.4) 평신도들은 그들이 받은 세례 덕분에 교회 생활과 사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5) 보건 직무에서, 가톨릭 의료 기관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후원과 관리를 통한 평신도의 참여와 주도는 교회가 이러한 치유와 연민의 직무를 계속해 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평신도들과 함께 가톨릭 신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도 교회의 보건 사명에 동참하고 있다.

 

가톨릭 의료 활동은 그리스도의 치유 직무를 지역 교회 안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여기에서 교구장 주교는 목자이고 스승이며 사제인 자신의 직무에 뿌리를 둔 책임을 행사한다. 교구 일치의 중심이며 지역 교회 교역의 조정자인 교구장 주교는, 의료 분야 지도자와 의료 제공자, 의료인, 신학자, 다른 전문가들의 협력을 이끌어 냄으로써 가톨릭 의료 사명을 증진한다. 목자로서 교구장 주교는 신자들이 교회의 치유 직무에서 더욱 큰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격려할 수 있는 독특한 지위에 있다. 스승으로서 교구장 주교는 교구 안에서 보건 직무가 어떤 환경에서 수행되고 있더라도 그 직무의 윤리적 종교적 정체성을 보장한다. 사제로서 교구장 주교는 병자들이 성사적 배려를 받고 있는지 감독한다. 이러한 책임 때문에 교구장 주교는 그의 주의가 필요한 윤리적 사목적 문제들에 관하여 가톨릭 의료 제공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가져야 한다.

 

새로운 의학적 발견, 급속한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것은 인간 문화를 위한 참된 진보의 기회가 될 수도 있으며 인간의 참된 존엄과 소명을 거스르는 정책과 행동으로 이끌 수도 있다. 교회 지도자들은 의료 전문가들과 협의하여 이러한 발전을 검토하고, 올바른 이성의 원칙과 계시된 진리의 궁극적 기준에 따라 평가하며, 그리스도교 신앙에 따르는 윤리적 사목적 책임들에 관한 정통 가르침과 지침을 제시하여야 한다.6) 교회는 모든 윤리적 딜레마에 준비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규범적 지도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이 있다. 교도권의 결정 사항이 없고 교회의 가르침에 전혀 어긋남이 없다면, 공인된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이 윤리적 의사 결정을 위한 적절한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류 가족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치유 직무에서 보여 주신 지배권을 나누어 갖는다. 여기에는 모든 유형적 창조물에 대한 관리직도 포함되므로(창세 1,26 참조), 자연 자원을 남용하거나 낭비해서도 안 된다. 학문을 통하여 인간은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며, 기술을 통하여 자연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보존하고 보호하며 완성해 나가야 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생명을 주시고 치유하시는 하느님의 활동을 함께 수행할 특별한 소명을 추구한다.

 

의학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대화는 무엇보다도 모든 인간의 공동선을 그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말은, 과학과 신앙이 서로 대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둘은 모두 진리와 자유에 대한 존중에 바탕을 둔다.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기술이 확대됨에 따라, 각개인은 적절한 의료 활동을 위한 윤리 규범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의식을 형성하여야 한다.

 

 

제1부 가톨릭 의료 사업의 사회적 책임


서론

 

미국의 가톨릭 의료 사업은 그리스도의 치유 사명을 받아들임으로써 미국 보건 체계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 되었다. 오늘날, 이러한 복잡한 의료 체계는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윤리적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과제들에 대한 가톨릭 의료 기관과 시설들의 대응은 교회의 치유 직무를 특징짓는 규범 원칙들에 따른다.

 

첫째, 가톨릭 보건 직무는 인간 존엄을 증진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에 뿌리를 둔다. 이것은 임신[受精]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 생명의 거룩함을 존중하려는 관심의 바탕이 된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생명권에는 생명의 적절한 발달을 위한 수단들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며, 그러한 수단 가운데에는 충분한 의료를 들 수 있다.7)

 

둘째,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라는 성서의 요구에 따라, 모든 차원의 가톨릭 의료 활동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를 드러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이 요구에 따라, 미국의 의료 전달 체계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가톨릭 기관들에서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 의료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장 범위가 적은 보험 가입자들의 보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8)

 

셋째, 가톨릭 보건 직무는 공동선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조건이 모든 개인의 근본 권리를 보장하고 모든 사람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도록 도와 줄 때에 공동선이 실현된다.9)

 

넷째, 가톨릭 보건 직무는 사용 가능한 의료 자원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일을 수행한다. 공정한 의료 체계는 의료의 공평성을 증진하며 -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의료권이 존중되도록 하는 일 -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과 관련된다. 의료 자원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는 보조성의 원칙에 따르고 기관들과 개인의 지침이 되는 윤리 원칙들을 존중하면서, 사회의 모든 사람과 나누는 대화 안에서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

 

다섯째, 다원주의 사회에서 가톨릭 의료 시설들은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에 반대되는 의료 절차를 요청받을 수도 있다. 가톨릭 의료는 교회의 교도권이 윤리적으로 그르다고 판단한 의료 절차를 제공하지 않거나 허가하지 않음으로써 개인의 양심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다.

 

지침

 

1. 가톨릭 의료 시설은 의료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를 제공하는 공동체이다. 이러한 의료 행위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고무되어야 하며, 교회의 윤리적 전통을 따라야 한다.

 

2. 가톨릭 의료 활동은 보건 종사자들 사이의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특징지어져야 한다. 이들은 그러한 정신으로 병자들과 그 가족들을 그리스도의 연민으로 대하며, 병약하여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그들의 상태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3. 가톨릭 의료 활동은 자신의 사명에 따라,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특히 차별받기 쉬운 사람들, 곧 가난한 이들, 의료 보험이 없거나 보장 범위가 적은 보험의 가입자들, 어린이와 태아, 편부모, 노인, 불치병 환자들과 화학 약물 의존자들, 소수 민족들, 이민과 난민들에게 봉사하고 이들을 옹호하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 특히, 정신적 육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이유나 정도에 상관 없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생명권과 적절한 의료 혜택을 받을 권리를 가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하나뿐인 인간으로 대우하여야 한다.

 

4. 가톨릭 의료 기관, 특히 의과 대학 부속 병원은 의료 혜택을 제공할 사명과 의료 자원의 책임 있는 관리를 위한 관심에 부합하는 의학 연구를 장려할 것이다. 그러한 의학 연구는 가톨릭의 윤리 원칙을 따라야 한다.

 

5. 가톨릭 의료 시설들은 이러한 지침들을 정책으로 삼아, 그 지침들을 기관에서 의료 특권과 고용의 조건으로 따르도록 요구해야 하며, 관리자들과 의사와 간호사, 다른 직원들에게 이 지침에 관한 적절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

 

6. 가톨릭 의료 기구들은 사용 가능한 의료 자원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인이 되어야 한다. 가톨릭의 사회 교리와 윤리적 가르침을 손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른 의료 제공자들과 협력하는 것은 그러한 관리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10)

 

7. 가톨릭 의료 기관은 직원들을 존중하고 공평하게 대하여야 한다. 이러한 책임에는 인종, 성별, 나이, 국적, 장애 유무에 상관 없이 적임자에 대한 공평한 채용 기회, 직원의 참여를 장려하는 직장, 직원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는 근무 환경, 공정한 보상과 혜택, 공동선을 해치지 않고 단체를 조직하고 교섭할 수 있는 직원의 권리 인정 등이 포함된다.

 

8. 가톨릭 의료 기관들은 교회뿐 아니라 자신이 봉사하고 있는 더 넓은 그 지역 공동체와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관계의 교회적 성격 때문에, 새로운 가톨릭 의료 기관의 설립, 기관이 맡고 있는 사명의 실질적 변경, 기존 기관의 매매, 후원 변경 또는 폐쇄 등과 관련하여 교회법의 요구 조건들을 따라야 한다.

 

9. 가톨릭 의료 기관의 직원들은 기관의 종교적 사명을 존중하고 지지하며 이 지침에 따라야 한다. 직원들은 직업 기준을 지키고,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위한 기관의 노력을 증진하여야 한다.

 

 

제2부 가톨릭 의료 활동의 사목적 영성적 책임


서론

 

인간 생명의 존엄은 하느님의 모습에 따른 창조와(창세 1,26 참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에페 1,10; 1디모 2,4-6 참조), 불멸의 하느님 생명을 나누어 가질 우리의 공동 운명에서(1고린 15,42-57 참조) 비롯한다. 가톨릭 의료 활동은 인간 존엄과 모든 사람의 영원한 운명을 존중하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돌볼 책임이 있다. “내가 병들었을 때에 너희가 돌보아 주었다.”(마태 25,36)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은 가톨릭 의료 활동에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이러한 보살핌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존엄과 가치를 느끼도록 도와 주며, 특히 질병의 고통이나 눈앞에 다가온 죽음에 대한 걱정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빼앗을 때에 더욱 그러하다.

 

가톨릭 의료 기관은 치유와 연민의 공동체이므로, 여기에서 제공하는 보살핌은 질병 곧 육체의 병에 대한 치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차원까지 모두 포함한다. 가톨릭 의료 활동을 통하여 제공되는 의료 기술은 건강을 증진하고 인간의 고통을 덜어 주려는 다른 형태의 보살핌들과 결합된다. 그러므로 가톨릭 의료 활동은 인간의 영적 본성에까지 미친다. “정신의 건강이 없다면, 육체에만 중점을 둔 고도의 기술은 온전한 인간의 치유에 단지 제한적인 희망만을 줄 수 있다.”11) 흔히 병에 걸렸을 때에 더욱 깊이 느끼게 되는 영적인 요구에 맞춘 사목 활동은 가톨릭 의료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한 부분이다. 사목은 환자 곁에서 함께하며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 무기력이나 고통, 정신 불안을 이겨 나가도록 돕는 일, 더욱 큰 기쁨과 평화로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거기에 응답하도록 돕는 일 등 모든 차원의 영적인 봉사를 포함한다. 물론 의학의 기술적 발전 덕분에 병원에서 치료하는 기간이 상당히 짧아진 것은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환자 사목, 특히 성사의 집전은 입원 기간 전이나 후에 본당 차원에서 자주 제공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목 부서의 직원들과 지역 성직자들과 봉사자들의 우호적이고 협조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사제와 부제, 수도자, 평신도 들은 이러한 사목에서 다양하고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여러 사목 분야가 이러한 사목 활동 제공자들에게 환자나 그 밖의 병원 거주자들의 특별한 요구에 독창적으로 대응하도록 요구하므로, 다음의 지침들은 단지 한정된 특정 사목 활동들만 다루고 있다.

 

지침

 

10. 가톨릭 의료 기구는 그것이 보살피는 모든 이의 종교적 영적 요구를 채워 줄 사목 활동을 제공하여야 한다. 사목 일꾼들은 - 성직자든 수도자든 평신도든 - 이 지침을 이해하고 적절한 전문적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11. 사목 일꾼들은 지역 본당과 공동체 성직자들과 긴밀히 협조하며 일해야 한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소속에 따라 모든 사람이 적절한 사목적 봉사나 관심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12. 가톨릭 신자인 환자나 그 밖의 병원 거주자들에게 성사에 관한 규정은 가톨릭 보건 직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병원이나 의료 기관들의 원목 신부들이 성찬례를 집전하고 환자와 직원들에게 성사를 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13. 환자나 그 밖의 병원 거주자들이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알릴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14. 교회법과 지역 교구의 정책에 따라, 적절한 교육을 받은 평신도 가톨릭 신자들을 예외적인 성체 분배자로 봉사하도록 임명할 수 있다. 이들은 사목 일꾼 -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 들을 도와, 병 문안을 가고, 고해성사를 줄 수 있는 사제들을 환자들에게 알려 주며, 신자들의 요청에 따라 성체를 분배한다.

 

15. 환자의 소망과 상태에 따라, 모든 사목 일꾼은 그리스도께서 병자성사를 통하여 중병에 걸렸거나 노환으로 쇠약해진 사람들에게 은총과 도움을 주신다는 것을 깨닫고, 이들이 언제든지 사제들에게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보통, 병자성사는 환자의 의식이 온전한 상태에서 집전된다. 그러나 환자가 자신의 기능이 통제되는 상태에서 이 성사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의식을 잃었거나 이성을 사용할 수 없더라도 병자성사를 줄 수 있다.

 

16. 성체를 받을 수 있는 모든 가톨릭 신자는, 죽음의 위험에 있지만 기능을 완전히 유지하고 있을 때에 노자성체를 받아야 한다.12)

 

17. 위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말하자면 죽음의 위험), 성인이나 유아의 세례 요청은 해당 의료 기관의 원목 신부에게 알려야 한다. 유산된 아기를 포함하여, 죽을 위험에 있는 신생아는 가능하다면 세례를 받아야 한다.13) 위급한 상황에서 사제나 부제가 없을 때에는 누구나 유효하게 세례를 줄 수 있다.14) 대세를 주었으면 원목 사제나 사목 지도자에게 알려야 한다.

 

18. 세례를 받았지만 견진을 받지 않은 가톨릭 신자가 죽을 위험에 있으면 어느 사제라도 견진성사를 줄 수 있다.15)

 

19. 세례성사나 견진성사를 준 기록은 해당 의료 기관이 있는 지역의 본당 사목구로 보내서, 세례 대장 또는 견진 대장에 등록하여야 한다.

 

20. 가톨릭 규율은 보통은 가톨릭 신자들만 성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교회법 제844조 3항에 따라, 가톨릭 교회와 온전한 친교가 없는 동방 교회의 신자들이나, 사도좌의 판단에 따라 동방 교회와 같은 조건에 있는 다른 교회의 신자들이 성체성사와 고해성사, 병자성사를 자진하여 요청하고 또 올바로 준비했다면 가톨릭 교역자들은 이들에게 적법하게 성사를 집전할 수 있다. 가톨릭 교회와 온전한 친교를 이루지 못한 다른 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는, 죽음의 위험이나 다른 중대한 필요가 있으면, 교회법 제844조 4항의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곧 그들이 자기 공동체의 교역자에게 갈 수 없고, 이 성사들을 자진하여 청하며, 이 성사들에 대하여 가톨릭 신앙을 표명하고, 올바로 준비했을 때에만 성사를 줄 수 있다. 교구장 주교는 이러한 사목 실천을 감독할 책임이 있다.

 

21. 가톨릭 의료 기관의 사목 임원으로 사제나 부제를 임명할 때에는 의료 기관 운영진의 협력 아래 교구장 주교의 명시적인 승인 또는 확인을 받아야 한다. 사목 임원들을 감독할 사람은 교구장 주교와 협의하여 임명하여야 한다.

 

22. 올바른 교회 일치와 종교간 관계를 위하여, 가톨릭 의료 기관의 사목 임원에 비가톨릭 신자들을 임명하는 문제와 관련한 교구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가톨릭 의료 기관의 사목을 감독할 사람은 가톨릭 신자이어야 하며, 이 규정에 대한 예외는 어떤 경우라도 교구장 주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3부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


서론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과 그 사람을 환자로 받아들이는 전문 의료 제공자는 무엇보다도 상호 존중과 신뢰, 정직, 충분한 비밀 보장을 요구하는 관계를 맺게 된다. 이에 따른 자유로운 정보 교환에 조작과 협박, 은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관계를 통하여 환자는 효과적인 치료에 필요한 개인 정보를 알려 주고, 의료 제공자는 환자의 건강을 유지 또는 회복시키려고 자신의 전문 능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의료인도 환자도 서로 무관하게 행동할 수는 없으며, 치유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

 

오늘날, 특히 현대의 단기 치료를 위한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여러 의료 제공자로 구성된 의료팀에게 치료를 받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이에 따라 관계가 다각화되더라도 의료 제공자와 환자 사이의 인격적인 상호 작용의 특성에는 변함이 없다. 치료를 바라는 사람과 치료하는 전문가의 관계는 진찰과 치료가 이루어지는 토대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진찰과 치료는 윤리적 의학적 차원에서 일련의 결정들을 포함한다. 의료인은 환자의 신념과 영적 요구, 모든 관계자의 윤리적 책임을 고려하면서, 환자의 치유와 건강을 추구하고 임종자들을 연민으로 보살필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생명을 유지하고 몸과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의료 제공자의 기술에 의존한다. 반대로, 환자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윤리적 정신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에 이러한 육체적 정신적 자원들을 사용할 책임이 있다.

 

의료인과 환자가 가톨릭 의료 기관을 이용할 때에는 해당 기관이 인간 존엄에 대한 교회의 이해와 증언에 공적으로 투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보건에 관한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은 의료인과 환자가 참된 인간 관계를 맺도록 도와 준다. 의료인과 환자의 이러한 관계는 의료 기관의 가톨릭적 정체성과 결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가톨릭 의료 활동에 힘을 불어넣는 신앙은 인간 존엄과 의료인과 맺는 관계를 온전히 존중하는 방식으로 의료 결정을 내리도록 이끌어 준다.

 

지침

 

23. 인간의 고유한 존엄은 건강 문제나 사회 신분에 상관 없이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은 가톨릭 의료 기관이 봉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24. 연방법에 따라, 가톨릭 의료 기관은 각 주의 법 안에서 환자들이 자신의 의학적 치료에 대하여 미리 지시할 수 있는 권리를 알려 줄 것이다. 그러나 의료 기관은 가톨릭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전 지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지시가 가톨릭의 가르침과 상충될 때에는 그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에 대하여 설명해 주어야 한다.

 

25. 각개인은 치료에 관련된 결정을 내릴 능력을 상실했을 경우에 자신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려 줄 대리인을 미리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된 대리인이 내린 결정은 가톨릭의 윤리 원칙과 환자의 뜻과 가치관을 충실히 따라야 하며, 환자의 뜻을 알 수 없을 경우에는 환자의 가장 큰 관심사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미리 남긴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의 뜻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 대개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 - 이 치료 결정을 내릴 능력을 상실한 사람을 대신하여 치료 결정 과정에 참여하여야 한다.

 

26. 환자의 동의를 얻을 수 없으며 환자가 치료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는 위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치료나 의료 절차에서 환자나 환자 대리인의 자유 의사에 따른 사전 동의가 요구된다.

 

27. 자유 의사에 따른 사전 동의를 위해서, 환자나 환자의 대리인에게 제시된 치료법의 본질적인 특성과 이점, 위험, 부작용, 결과, 비용, 치료를 아예 중단하는 것을 포함하는 적절하고 윤리적으로 정당한 대체 요법 등 모든 정보를 알려 주어야 한다.

 

28. 환자나 환자의 대리인은 자신의 양심 형성을 돕는 의학적 윤리적 정보를 구할 수 있고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치료와 관련하여 환자나 환자 대리인의 자유 의사에 따른 사전 결정은 가톨릭의 원칙들과 상충되지 않는 한 따라야 한다.

 

29. 가톨릭 의료 시설에서 돌보는 모든 환자는 신체 기능의 완전성을 보호하고 보존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16) 윤리적으로 가능한 다른 방법이 없다면, 환자의 건강이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신체 기능의 완전성을 단념할 수 있다.17)

 

30. 살아 있는 기증자의 장기 이식은 윤리적으로 허용 가능하다. 단, 기증자의 필수적인 신체 기능이 희생되거나 심각하게 손상되지 않아야 하고, 수혜자가 장기를 받음으로써 누릴 혜택이 기증자에게 미칠 피해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기증 예정자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하며, 기증자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31. 치료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환자나 그 대리인이 먼저 자유 의사에 따른 사전 동의를 하지 않는 이상, 인간이 의학적 또는 유전학적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치료 목적이 아닌 실험이라면, 그 실험이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주지 않는 경우에만 대리인이 이러한 동의를 할 수 있다. 또한 환자가 무력하고 약하면 더더욱, 의학적 실험 특히 치료 목적이 아닌 실험을 할 수 있는 더욱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32. 모든 이는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반적인 치료법들을 사용하여야 하지만, 설명을 미리 듣고 자유로운 양심에 따른 판단을 통하여, 어떤 치료 절차가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충분한 기대를 주지 못하고 과도한 위험이나 부담을 주거나 가족이나 공동체에 과도한 비용의 부담을 줄 것 같으면 그러한 절차를 감수할 의무는 없다.18)

 

33. 치료적 개입이나 기술의 사용을 결정할 때에는 언제나 환자의 건강과 행복을 고려하여야 한다. 해롭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 같은 치료 절차는 그에 상당하는 환자의 유익을 기대할 수 있을 때에만 정당하게 사용될 수 있다.

 

34. 의료 제공자는 환자의 진찰과 치료, 간호와 관련한 정보에서 환자의 사생활과 비밀을 존중하여야 한다.

 

35. 의료인은 학대와 폭력의 증상들을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러한 학대 사례들이 발견되면 지역의 규범에 따라 해당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36. 성폭행의 피해자들을 연민과 이해로 보살펴야 한다. 의료 제공자들은 경찰과 협력하여 이런 피해자들에게 정확한 의료 정보를 알려 주고, 정신적 영적으로도 도와 주어야 한다. 강간을 당한 여성은 성폭행에 따른 임신 가능성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적절한 테스트를 거친 뒤에 이미 임신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면 배란, 정자의 수정 능력 또는 수정을 막는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수정란의 제거나 파괴, 또는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할 의도나 직접적으로 그러한 효과를 가진 치료를 제안하거나 권유할 수는 없다.19)

 

37. 구체적인 윤리적 상황에 관한 조언을 하거나,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정책을 검토 또는 권장하는 윤리 위원회나 이를 대신할 만한 다른 형태의 윤리 협의회가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개별 교구에는 의료 윤리 협의회를 위한 적절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이는 교구장 주교의 사목 책임을 존중하고, 윤리 위원회 위원들이 가톨릭 의료 윤리, 특히 이 지침을 숙지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제4부 생명의 시작을 돌보는 문제들


서론

 

인간 존엄에 대한 교회의 헌신은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인간 생명의 거룩함에 대한 관심, 또한 혼인과 인간 생명을 전달하는 부부 행위의 존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교회는 혼인과 가정의 바탕이 되는 생물학적 정신적 윤리적 유대를 해치는 의료 시술을 인정할 수 없다.

 

가톨릭 보건 직무는 “임신[受精]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20) 생명의 거룩함을 증언한다. 교회의 생명 수호는 태아, 산모, 임신 중과 출산 후의 아기에 대한 보살핌을 포함한다. 생명에 대한 교회의 헌신은 높은 영아 사망률의 원인을 경감시키고 출산 전후에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적절히 돌보고자 다른 이들과 기꺼이 협력하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교회는 가정과 혼인 서약, 부부를 하나로 묶어 주는 사랑을 깊이 존중한다. 여기에는 남편과 아내가 그들의 사랑을 표현하고 새 생명을 만드는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협력하는 부부 행위에 대한 존중도 포함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확언하였다.

 

“이 사랑은 가장 인간적인 사랑으로서 …… 인간 전체의 행복을 다 포괄한다. …… 부부가 친밀하고 정결하게 서로 결합하는 행위는 아름답고 품위 있는 행위이다. 참으로 인간다운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그러한 행위는 상호 증여를 뜻하고 북돋우며, 기쁘고 고마운 마음으로 서로 풍요롭게 한다.”21)

 

“혼인과 부부 사랑은 그 본질상 자녀의 출산과 교육을 지향한다. 자녀들은 참으로 혼인의 가장 뛰어난 선물이며, 부모의 행복에 크게 이바지한다. …… 인간 생명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의무는 부부의 고유한 사명으로 여겨야 한다. 부부는 이 의무에서 자기들이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의 협력자이며 또한 그 사랑의 해석자라는 것을 안다.”22)

 

책임 있는 부모 역할을 위한 정당한 이유로, 부부들은 자연적인 방법으로 자녀들의 수를 제한할 수 있다. 교회는 “부부 행위에 선행하거나 동반하거나 그 필연적인 결과로서 피임을 목적으로 하거나 방법을 강구하는 모든 행위를 배격하여야 한다.”23) 그러한 개입은 “하느님께서 제정하신 부부 행위의 두 가지 의의, 곧 일치의 의의와 출산의 의의를 결부시키는 불가분의 연관성”24)을 침해하는 것이다.

 

생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사회는 불임에 대처할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여러 가지 기술에 내재된 유익한 가능성을 반기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언제나 윤리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부부 행위를 대신하는 출산 기술은 인간 존엄에 어긋난다. 부부 행위가 본래 출산과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출산 또한 부부 행위와 하나로 묶여 있다. 교황 요한 23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간 생명은 인격적으로 의식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므로, 이는 하느님의 확고한 신성 불가침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이 법칙은 누구나 인정하여야 하고 또 준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 일에서 그 누구든 동식물의 번식에나 허용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25)

 

“윤리 규범은 온전한 인간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인간은 자신의 영적 목표에 대한 현명한 성찰을 통하여 창조주의 계획을 발견하고 거기에 협력할 수 있다.”26)

 

지침

 

38. 부부 행위의 성관계가 출산의 목적에 이를 수 없을 때에는, 부부 행위의 일치의 의의와 출산의 의의를 분리하지 않고 또한 부부 행위 자체를 대신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여 임신을 도울 수 있다.27)

 

39. 성관계의 일치의 의의와 출산의 의의를 존중하면서 임신을 돕는 기술은 불임에 대한 치료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단, 이 방법은 인간 배아를 해치지 않아야 하며, 모든 배아가 착상될 수 없음에도 단지 다른 배아의 착상 가능성을 높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배아를 과다 생산하지 말아야 한다.

 

40. 부부 외 인공 수정(배우자가 아닌 다른 기증자[들]의 생식 세포를 이용하여 임신하게 하는 모든 기술)은 혼인 서약과 배우자들의 일치, 부모와 자녀의 고유한 존엄에 위배되므로 금지된다.28)

 

41. 부부간 인공 수정(혼인으로 결합된 두 배우자의 생식 세포를 이용하여 임신하게 하는 모든 기술)이 일치의 의의를 가지는 부부 행위와 출산을 분리시킬 때에는 금지된다(예를 들면, 체외 수정에 사용되는 모든 기술).29)

 

42. 대리모 계약을 맺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자녀와 혼인의 존엄, 그리고 어머니`-`자식 관계의 유일성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대리모 제도의 상업화는 여성, 특히 가난한 여성들의 존엄을 손상한다.30)

 

43. 불임을 치료하는 가톨릭 의료 기관은 불임 부부에게 기술적 도움만 줄 것이 아니라 그러한 부부들이 다른 해결책(예를 들면, 상담이나 입양)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44. 가톨릭 의료 기관은 자신의 사명에 맞게, 출산 전이나 분만 중에, 또한 출산 후에도 산모와 아기를 돌보아야 한다.

 

45. 낙태(태아가 살 수 있게 되기 전에 임신 상태를 직접 고의로 종료시키거나, 생존 가능한 태아를 직접 고의로 제거하는 일)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태아가 살 수 있게 되기 이전에 임신 상태를 종료시키는 것이 그 유일하고 직접적인 효과인 모든 시술은 낙태이며, 윤리적 맥락에서, 배아의 수정에서 착상 사이에 임신을 종료시키는 것도 낙태이다. 가톨릭 의료 기관은 구체적인 협력의 원칙에 입각한 경우에라도 낙태 시술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가톨릭 의료 기관은 낙태 시술자와 조금이라도 연루되는 추문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46. 가톨릭 의료 제공자들은 낙태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가엾게 여겨 육체적 정신적 윤리적 영적으로 보살필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47. 산모의 심각한 병을 치료하는 것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는 산모에 대한 수술과 치료와 투약은, 그것을 태아가 생존 가능하게 될 때까지 미룰 경우 산모가 위험해진다면 그 결과로 태아가 죽게 되더라도 허용할 수 있다.

 

48. 자궁외 임신의 경우, 직접 낙태가 되는 모든 개입은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31)

 

49. 적절한 이유가 있다면, 태아가 생존 가능하게 된 이후에 유도 분만을 할 수 있다.

 

50. 산전 태아 진단은 태아나 산모의 생명과 육체의 완전성을 위협하지 않고 크게 위험하지 않다면 허용할 수 있다. 태아 진단은 산모를 위한 예방 조치, 출산 전후에 태아에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정보를 주어야 하며, 부모 또는 적어도 산모의 자유 의사에 따른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 태아가 심각한 기형아일 경우 낙태하려는 의도로 이루어지는 산전 태아 진단은 허용되지 않는다.32)

 

51. 부모의 동의가 있다 하여도, 살아 있는 배아나 태아에 대한 치료 목적이 아닌 실험은 허용되지 않는다. 치료 목적의 실험은 부모의 자유 의사에 따른 사전 동의가 있고 적절한 이유가 있다면 허용할 수 있다. 아버지와 연락할 수 없을 경우에는 적어도 어머니의 사전 동의라도 있어야 한다. 태아의 생명이나 신체의 완전성을 해치지 않는 의학 실험은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허용할 수 있다.33)

 

52. 가톨릭 의료 기관은 피임 시술을 장려하거나 묵과할 수는 없지만, 부부들과 그들의 상담 의사들에게 책임 있는 부모 역할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자연 가족 계획법을 가르쳐야 한다.

 

53. 가톨릭 의료 기관에서는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직접 불임 시술을 할 수 없다. 불임을 유도하는 시술은, 그 직접적인 효과가 현재의 심각한 병을 치료 또는 완화하려는 것이고 그 병을 치료할 더 쉬운 방법이 없을 때에만 허용할 수 있다.34)

 

54. 책임 있는 부모 역할을 증진하고 유전적 기형이 있는 자녀를 적절히 치료하고 돌볼 준비를 위한 것이라면 유전학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그 내용은 가톨릭의 윤리적 가르침, 또한 생명을 전수하는 부부의 고유한 권리와 의무에 알맞아야 한다.

 

 

제5부 임종자들을 돌보는 문제들


서론

 

그리스도의 구속과 구원 은총은 특히 병을 앓고 있거나 고통받고 있거나 죽음을 앞둔 인간을 온전히 끌어안는다.35) 가톨릭 보건 직무는 신앙의 확신을 가지고 죽음의 실재를 직시한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인 죽음 앞에서, 교회는 하느님께서 영원한 삶을 위하여 각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믿음을 증언한다.36)

 

무엇보다도, 신앙의 증인으로서 가톨릭 의료 기관은 죽음의 실재 앞에서 환자와 그 밖의 병원 거주자, 또 그 가족들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지원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맞아들이기 가장 어려운 것으로서, 특히 말기 병에 따르는 의존성, 무력함, 고통 때문에 더욱 힘들다. 임종자들에게 처방되는 약물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통증과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임종자들을 적절하게 돌보는 일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모든 형태의 고통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이라는 진리는 인간 생명에 대한 관리의 문제에서 깊은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우리 생명의 소유자가 아니며, 따라서 생명에 대한 절대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생명을 보존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생명을 사용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생명을 보존하는 의무는 절대적이지 않다. 우리는 그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과도한 부담을 안겨 줄 뿐인 생명 연장 치료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과 안락사는 결코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다.

 

병을 고칠 수 없을 때에도 치료를 하는 것이 의학의 임무이다. 의사와 환자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차원의 인간 생명의 고유한 존엄과 의학적 치료의 목적에 대한 성찰은, 생명 유지 기술의 사용에 대한 참된 윤리적 판단 기준을 세우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생명 유지 기술의 사용은 생명과 고통과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관점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극단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환자가 정당하게 거부할 때에도 효과가 미미하고 부담만 주는 치료를 계속할 위험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죽음을 앞당기려는 의도로 치료를 중단할 위험이 있다.37)

 

몇몇 주(州)의 천주교 협의회와 개별 주교들, 그리고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위원회는 의료 보조 수단으로 수화(水和)와 영양 공급에 관한 윤리적 문제들을 다루어 왔다. 주교들은 안락사, 곧 “모든 고통을 제거하려고, 저절로 또는 고의로 죽음을 초래하는 행위 또는 부작위(不作爲)”38)를 금지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른다. 이 성명들은 수화와 영양 공급이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거나 환자의 몸에 맞지 않을 때에 그러한 방법이 윤리적인 의무가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또한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위원회의 보고서는 교도권에서 이미 결정한 문제들과 더 숙고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들을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의사가 ‘영구적인 식물 인간’으로 판정한 환자에게서 의료 보조 수단으로 수화와 영양 공급을 중단하는 문제의 윤리성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39)

 

지침

 

55. 질병이나 사고, 노령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이와 비슷한 상태에 있는 환자들을 돌보는 가톨릭 의료 기관들은 이들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듣고, 가족이나 자신을 보살피는 사람들과 함께 이를 의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환자들이 내릴 수 있는 윤리적으로 정당한 선택들을 알려 주는 의학 정보들도 적절히 제공하여야 하며,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성사를 받는 기회는 물론 영적인 도움도 주어야 한다.

 

56. 환자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일반적인 수단이나 무리 없는 수단을 사용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무리 없는 수단이란, 환자가 판단하기에 결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충분한 희망을 주며 가족이나 공동체에 과도한 부담이나 비용을 안겨 주지 않는 치료법들을 말한다.40)

 

57. 환자는 생명을 유지시키는 예외적이거나 과도한 수단의 사용을 거부할 수 있다. 과도한 수단이란, 환자가 판단하기에 결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충분한 희망을 주지 않으며 가족이나 공동체에 과도한 부담이나 비용을 안겨 주는 치료법들을 말한다.41)

 

58. 의료 보조 수단으로서 영양 공급과 수화(水和)가 필요한 환자들을 포함하여 모든 환자에게 영양 공급과 수화를 제공할 것을 가정하여야 한다. 단, 그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환자에게 돌아갈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커야 한다.

 

59. 생명 유지를 위한 치료 절차의 사용 또는 중단에 관하여, 법적 능력이 있는 성인 환자의 자유 의사에 따른 사전 동의는 가톨릭의 윤리적 가르침에 위배되지만 않는다면 언제나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60. 안락사는 고통을 완화하려고, 저절로 또는 고의로 죽음을 초래하는 행위 또는 부작위를 말한다. 가톨릭 의료 기관은 어떤 식으로도 안락사나 자살 방조에 참여하거나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안락사를 요청하는 임종자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서 그들이 정신적 영적 도움과, 통증이나 다른 증상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존엄을 지니고 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42)

 

61. 환자들은 가능하면 고통이 없는 상태로, 편안하고 품위 있게, 자신이 바라는 곳에서 죽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온전한 의식으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권리가 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면 의식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환자의 생명을 간접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더라도 죽음을 앞당기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통증을 완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을 임종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완화시킬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는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구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62. 사망 판정은 의사나 자격 있는 의학 권위자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책임 있는 과학적 기준에 따라 내려야 한다.

 

63. 가톨릭 의료 기관은 희망자에 한하여, 윤리적으로 정당한 목적일 경우, 사후에 이식이나 연구용으로 쓰일 수 있도록 장기나 조직을 기증할 수 있는 방법을 장려하고 그 수단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64.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의학적 판정을 받을 때까지는 기증받은 장기를 떼어 낼 수 없다.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사망 판정을 하는 의사는 이식 수술을 위한 의료진이 아니어야 한다.

 

65. 사망 판정을 받은 후이고 부모나 보호자의 사전 동의가 있다면 유아의 조직이나 장기를 이용하는 것도 허용할 수 있다.

 

66. 가톨릭 의료 기관은 연구나 치료 목적일지라도 직접 낙태에서 얻은 인간 조직을 사용할 수 없다.43)

 

 

제6부 의료 기관과 의료 제공자들과 새로운 협력 관계 형성


서론

 

최근까지 대부분의 의료 제공자들은 서로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누려 왔다. 가톨릭 의료 제공자들은 다른 의료 기관이나 의료 제공자들과 점점 더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예를 들면, 가톨릭 의료 조직과 기관들은 다른 시설이나 의사 협회들과 기술과 서비스를 교류하고 있다. 또한, 점점 더 많은 가톨릭 의료 조직과 기관들이 보험 가입자들이나 그 밖의 의료비 부담자들과 계약을 맺고자 전송망 통합이나 보건 조직 운영에 동참하거나 공동 후원하는 현상이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가톨릭 의료 조직들이 보건 계획이나 보건 단체들을 후원하기도 한다. 여러 교구에서, 새로운 협력 관계가 형성되어 의료 제공자의 수가 줄어서 때로는 가톨릭 기관들이 유일한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되기도 한다. 어느 차원에서든 새로운 협력 관계는 다양한 기관들의 협력, 의료 제공자와 공동체 사이의 협력, 의사와 의료 시설 사이의 협력, 의료 시설과 의료비 부담자들 사이의 협력 등 다양하게 얽힌 관계를 만들어 낸다.

 

한편 새로운 협력 관계는 가톨릭 의료 기관과 시설들이 자신의 종교적 윤리적 신념을 증언하고 의료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협력 관계는 교회의 사회 교리를 이행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새로운 협력 관계는 지속적인 의료 활동을 공동체에 제공할 수 있도록 지역 전송 체계를 재편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한정된 의료 자원의 책임 있는 관리를 증언할 수 있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더욱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새로운 협력 관계는 가톨릭 의료 기관과 시설들의 정체성의 존속과 이러한 지침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능력에 심각한 과제를 던질 수 있다. 특히, 가톨릭 윤리 원칙들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과 그러한 협력 관계를 형성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공통된 가치와 윤리 원칙 위에 협력 관계를 세우지 않는다면 물의를 일으킬 위험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재정적인 면만 고려하고 협력 관계를 맺는다면, 일부 가톨릭 의료 제공자들에게 이러한 협력은 다른 가톨릭 기관과 시설들의 존속을 위협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협력 관계에 따르는 잠재적인 위험 때문에 가톨릭이 후원하는 의료 기관들 사이의 협력 증대가 더욱 중요하므로 다른 형태의 협력 이전에 이를 추구하여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협력 관계가 가져오는 중요한 과제들이 반드시 윤리적 이유에서 그러한 협력 관계를 가로막는 것은 아니다. 잠재적인 위험은 새로운 협력 관계가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윤리 분석을 거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분석은 흔히 의료 기관이나 시설들에 가톨릭 협력자의 자주성과 직무를 손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도록 강요하기도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다음의 지침들은 이러한 분석 과정에서 가톨릭 의료 기관들을 도우려고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주교와 보건 분야의 지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보건 문제와 교회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였다.이번에 내놓는 「윤리적 종교적 지침」은 1995년 지침에 있던 협력에 관한 부록 부분을 생략하였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1995년 지침에 있던 협력 원칙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오해의 소지를 막기에 충분하지 못하였으며, 실제로 그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였다. 협력에 관한 원칙들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에는 믿을 만한 신학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여야 한다. 단, 일반적으로 가톨릭 협력자들은 다른 의료 제공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협조하게 되는 협력 관계는 맺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지침

 

67. 가톨릭 의료 사업의 정체성이나 명성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거나 물의를 일으킬 위험이 높은 결정은 교구장 주교나 주교의 의료 담당자와 협의하여 내려야 한다.

 

68. 가톨릭 의료 기관의 사명이나 종교적 윤리적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협력 관계는 교회의 가르침과 규율을 따라야 한다. 그러한 협력 관계 형성이 진행될 때에는 교구장 주교와 다른 교회 권위자들이 개입하여, 협력 관계가 완결되기 전에 교구장 주교가 적절히 허가해 주어야 한다. 교구장 주교가 관할하는 기관들의 후원을 받는 협력 관계에는 교구장 주교의 승인이 필요하다. 교황청립 수도회의 후원을 받는 협력 관계에는 교황의 인가가 있어야 한다.

 

69. 가톨릭 의료 조직이 교회가 윤리적으로 그르다고 판단한 활동에 관여하고 있는 다른 조직과 계약을 맺고자 하는 경우, 협력에 관한 윤리적 원칙에 일치할 때에만 그러한 활동에 참여하여야 한다.

 

70. 가톨릭 의료 조직들은 낙태, 안락사, 자살 방조, 직접 불임 시술과 같은 본질적으로 비윤리적인 행위에 직접적인 유형적 협력을 해서는 안 된다.44)

 

71. 협력에 관한 원칙들을 적용할 때에는 추문의 위험을 고려하여야 한다.45) 모든 측면에서 윤리적으로 정당한 협력도 추문을 일으킬 수 있으면 거부하여야 한다. 때때로 가톨릭 산하 의료 시설에서 실제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하여 적절한 설명을 함으로써 추문을 막을 수도 있다. 교구장 주교는 자신의 교구 상황뿐 아니라 자신의 결정이 국가와 지역에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추문의 사건을 판단하고 이에 대처할 최종 책임이 있다.46)

 

72. 협력 관계에서 가톨릭 협력자는, 합의 사항이 준수되고 가톨릭의 가르침에 맞게 이행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할 책임이 있다.

 

 

결론

 

몸이 아플 때 우리는 인간의 한계와 연약함을 깨닫는다. 질병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오는 노환일 수도 있고, 젊은 활기가 충만하여 입은 부상일 수도 있다. 또한 일시적이거나 만성적일 수도 있으며, 단지 몸을 쇠약하게 하거나 심지어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들은, 우리 주님께서 언제나 약자들을 가엾게 여기신다는 것을 알고 인간의 질병과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약자들을 가엾게 여기도록 가르치셨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특별한 연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가르침 다음에는, “너는 잔치를 베풀 때에 오히려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 같은 사람들을 불러라.”(루가 14,13)고 하신,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잔치의 비유가 나온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치유하시고 사랑하셨다.

 

가톨릭 의료 활동은 예수님과 같은 길을 가고 예수님처럼 행동하라는 과제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가톨릭 의료 시설들은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연민어린 치유가 되라는 과제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또한 자신들의 직무를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볼 뿐만 아니라, 언젠가 예수님의 직무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궁극적 열매인 새로운 창조를 가져올 최종 치유의 징표이며 영적인 봉사로 여긴다.

 

<원문 : Ethical and Religious Directives for Catholic Health Care Services, Fourth Edition, United State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 http://www.nccbuscc.org/bishops/directive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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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건강과 보건: 미국 주교들의 사목 서한」(Health and Health Care: A Pastoral Letter of the American Catholic Bishops), 워싱턴, 미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1981., 이하 「건강과 보건」.

2. 가톨릭이 운영하는 의료 사업은 다양한 제도적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예를 들면, 병원, 클리닉, 외래 환자 시설, 응급 센터, 호스피스, 요양원, 본당). 이 지침에서는 문맥에 따라 ‘기관’ 또는 ‘시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가톨릭 의료 활동이 제공되는 다양한 환경을 포괄적으로 가리킬 것이다.

3. 「건강과 보건」, 5면.

4.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Apostolicam actuositatem), 1965., 1항 참조.

5. 요한 바오로 2세, 교회와 사회에서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에 관한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ifideles laici), 29항 참조.

6. 예를 들어, 신앙교리성, 「인공 유산 반대 선언문」(Declaration on Procured Abortion), 1974.; 「안락사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Euthanasia), 1980.;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생명의 선물」(Donum Vitae) 참조.

7. 요한 23세,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1항; 「건강과 보건」, 5.17-18면; 「가톨릭 교회 교리서」(Catechismus Catholicae Ecclesiae), 제2판, 2211항 참조.

8.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민족들의 발전」 반포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회칙 「사회적 관심」(Sollicitudo Rei Socialis), 43항 참조.

9.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모든 이를 위한 경제 정의: 가톨릭 사회 교리와 미국 경제에 관한 사목 서한」(Economic Justice for All: Pastoral Letter on Catholic Social Teaching and the U.S. Economy), 워싱턴, 미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1986., 80항 참조.

10. 책임 있는 관리직의 의무는 책임 있는 협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협력 노력에서 가톨릭 의료 기관들은 다른 기관들의 정책과 관습이 교회의 정통적인 윤리적 가르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에는 주의하여야 한다. 그러한 경우, 가톨릭 의료 기관들은 협력을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허용 가능한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한 판단을 할 때, 가톨릭 의료 기관의 이사회는 협력에 관한 윤리 원칙들을 따라야 한다. 제6부 참조.

11. 「건강과 보건」, 12면.

12. 교회법 제921-923조 참조.

13. 교회법 제867조 2항; 제871조 참조.

14. 위급한 상황에서 세례를 줄 때에는, (교회가 세례로써 뜻하는 바를 수행하려는) 합당한 의향을 가지고, 세례 받을 사람의 머리에 물을 부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 하고 말한다. 

15. 교회법 제883조 3항 참조.

16. 예를 들어, 한쪽 신장을 기증하게 되면 생물학적인 완전성은 깨어지지만, 그러한 기증이 기능의 완전성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인간은 한쪽 신장으로도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 지침 53항 참조.

18. 「안락사에 관한 선언」, 제4부; 지침 56-57항도 참조.

19. 성폭행 피해 여성에게 가톨릭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금지하고 있는 윤리 규정에 대하여 알려 주는 것이 좋다. 펜실베이니아 천주교 협의회, 「성폭행 희생자들을 돌보는 가톨릭 병원들을 위한 지침」(Guidelines for Catholic Hospitals Treating Victims of Sexual Assault): Origins 22, 1993., 810면 참조.

20. 요한 바오로 2세, 제35차 세계 의사 협회 정기 총회에서 한 연설, 1983.10.29.: 「사도좌 관보」(Acta Apostolicae Sedis) 76(1984년), 390면.

2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1965., 49항.

22. 같은 곳, 50항.

23. 바오로 6세, 산아 조절에 관한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 14항.

24. 같은 곳, 12항.

25. 요한 23세, 회칙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 1961., 193항. 「생명의 선물」(Donum Vitae) 4항에 인용됨.

26.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진리의 광채」(Veritatis Splendor), 50항 참조.

27. “결혼 안에서 남편의 정자를 인공적으로 부인의 생식기 안에 주입시켜서 임신을 유도하는 이른바 부부간 인위적 정자 주입 행위는 그것이 부부 행위를 대신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촉진하고 도와 줌으로써 그 행위가 본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 주는 일이 아닌 이상은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생명의 선물」, 제2부, 부부간 인공 수정, 6항; 제1부, 1.6항도 참조).

28. 「생명의 선물」, 제2부, 부부 외 인공 수정, 2항 참조.

29. “인위적인 정자 주입이 부부 행위를 대신하는 일인 경우에는 부부 행위의 두 가지 의미, 곧 일치와 출산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거스르는 일이 되기 때문에 이는 마땅히 금지되는 것이다. 정자를 모으려는 수음 행위 또한 그것이 임신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 하여도 또한 부부 행위가 갖는 일치의 의미에 위배됨으로써 결국 부부 행위의 의미를 거스르는 일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도덕 규범에 따른 부부의 성관계, 곧 부부의 참 사랑 안에 인간 출산과 서로 자신을 내어 주는 충만한 의식 상태의 관계를 이루어 주지 못하는 것이다’”(같은 곳, 제2부, 부부간 인공 수정, 6항).

30. 같은 곳, 제2부, 부부 외 인공 수정, 3항 참조.

31. 지침 45항 참조.

32. 「생명의 선물」, 제1부, 2항 참조.

33. 같은 곳, 제1부, 4항 참조.

34. 교황청 신앙교리성, 「자궁 분리 관련 문제들에 대한 답변」, 1993. 7.31.: Origins 24, 1994., 211-212면 참조.

35.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서 「구원에 이르는 고통」(Salvifici Doloris), 25-27항 참조.

36.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장례 예식서」(Order of Christian Funerals), Collegeville, Minn., 1989., The Liturgical Press, 1항.

37. 「안락사에 관한 선언」 참조.

38. 같은 곳, 제2부, 4면.

39.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위원회, 「영양 공급과 수화: 윤리적 사목적 성찰」(Nutrition and Hydration: Moral and Pastoral Reflections), 워싱턴, 미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1992. 양심을 형성하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과 관련하여 권위 있는 가르침을 따르는 것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진리의 광채」, 63-64항 참조.

40. 「안락사에 관한 선언」, 제4부 참조.

41. 「안락사에 관한 선언」, 제4부 참조.

42. 위와 같음.

43. 「생명의 선물」, 제1부, 4항 참조.

44. 윤리적 중요성은 다르더라도 본질적으로 악한 것으로 규정될 수 있는 행동이 여러 가지 있지만, 현재로서 현대 보건 환경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는 낙태, 안락사, 자살 방조, 직접 불임 시술을 들 수 있다. 사도좌 정기 방문을 한 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제10지구) 교구 주교들에게 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연설: Origins 28, 1998., 283면 참조. 또한 「가톨릭 병원의 불임 시술에 관한 신앙교리성성의 답변」(Quaecumque Sterilizatio), 1975.3.13.: Origins 10, 1976., 33-35면도 참조. “그 자체로, 곧 본질이나 정황을 보았을 때, 낙태의 목적을 가진 행동에 협력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승인되었거나 용인되었더라도 절대 금지된다. 직접 불임 시술의 공식적인 승인, 또는 흔히 그 관리와 시행은, 병원의 규정에 따른 것이더라도 객관적 질서에서 볼 때 본성상(본질적으로) 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침은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1977년 9월 15일, Origins 11(399-400면)에 발표한 ‘가톨릭 병원의 불임 시술에 관한 신앙교리성성의 답변에 대한 해설’을 대체한다.

45. 「가톨릭 교회 교리서」 참조. “악한 표양(스캔들)은 악을 저지르도록 타인을 이끄는 태도나 행위이다”(2284항). “다른 사람들이 악을 행하도록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을 사용하는 사람은 악한 표양을 보이는 죄를 짓는 것이며, 직접으로든 간접으로든 자기가 조장한 악에 책임이 있다”(2287항).

46. 「가톨릭 보건 직무에서 교구장 주교의 사목적 역할」(The Pastoral Role of the Diocesan Bishop in Catholic Health Care Ministy): Origins 26, 1997., 703면 참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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