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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모자보건법 제14조는 폐지되었다: 모자보건법과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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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6 ㅣ No.314

“모자보건법 제14조는 폐지되었다” - 모자보건법과 인권

 

 

서론

 

“모자보건법은 이미 폐지되었다.” 이 말은 2000년 대희년에 한국 교회가 청주교구를 주축으로 모자보건법 폐지 100만인 서명 운동을 할 때 한 사제의 입에서 나온 인상 깊은 말이다. 임신한 사실을 모른 채 약물을 복용하여 임신된 아기가 기형의 위험이 크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고민 중인 한 자매가 있었다. 낙태를 선택하려다가 결국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 그 자매에게 출산을 권유했던 신부님이 “당신 안에서는 이미 모자보건법은 폐지되었습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렇다. 모자보건법은 그 법을 단죄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폐지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실제로 “모자보건법 제14조가 폐지되었습니다.”라고 말할 때가 올 것이다.

 

세상의 역사와 문화는 인간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인간화의 과정에서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법들이 생기곤 하였지만 결국 사라졌고 앞으로도 사라질 것이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SOFA나 남북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 보안법 등도 앞으로 개정되고 철폐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낙태 일반화를 가져온 낙태 허용법, 곧 태어난 이들과 태어날 이들의 불평등 조항이요 폭력적 살인 조항인 모자보건법 제14조도 폐지되어야 하고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다. 그러면 모자보건법은 과연 어떤 법이고 왜 폐지되어야 하는가?

 

 

1. 모자보건법

 

1) 모자보건법 제정 경위

 

모자보건법은 1973년 2월 8일 제정되고, 1986년과 1987년 그리고 1999년 2월 8일에 최종 개정되었다. 관련 법률로는 모자보건법 시행령(1978.5.28. 제정, 1986.1989.1999년 개정)이 있다. 이 시기는 국가의 경제 건설이 사회, 정치의 모든 가치를 압도했던 때이다. 모자보건법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제정된 법률이다. 곧 인구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 경제 정책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유신 체제에서의 비상 국무회의가 이른바 가족 계획 사업을 위하여 만든 법이고, 그 가족 계획 사업의 핵심은 태아 살인의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낙태는 피임의 도구가 결코 될 수 없음1)에도 인공 피임의 실패율로 인구 억제 정책에 차질이 생기자 낙태2)를 합법화한 것이다. 이 의도는 제1조 목적3)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나는데, 태아의 생명을 이 법률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하였고, 자녀의 출산을 ‘건전한’이라는 수식어로 제한하고 있어 실제로 동법 제14조4) 1항과 2항에서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 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와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2) 모자보건법의 의도적 함정

 

모자보건법은 의도적으로 교묘한 함정을 만들어 놓았다. 문제가 있는 다섯 가지 정당화 요건 자체도 지켜지지 않도록 모자보건법 스스로 법률에 결함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는 당시의 세계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화 사유에 따른 낙태 해결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낙태를 완전히 자유화하여 형법의 금지 규정을 사문화하고 있다. 왜 그런가?

 

① 절차 규정이 없다.

 

모자보건법 시행령은 그 허용 범위가 매우 넓고, 일률적으로 28주 내까지 사유별로 낙태하게 했으나, 모자보건법 제14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조항이 일반적 낙태 허용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나아가서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는 경우, 태아가 기형인 경우, 강간이나 혼인할 수 없는 혈족 간 임신의 경우 등 4가지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러한 가능성을 지녔을 경우에도 임신 중인 여자와 의사의 결정만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고, 아무런 안전 장치도 없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곧 아무런 절차 규정 없이 임신 중인 여자와 시술 의사의 판단에 따라 낙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낙태죄의 규범적 효력을 잃게 하고, ‘낙태의 정당화’와 사실상 낙태죄 폐지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 낙태를 원하는 사람과 의사의 담합은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피해자인 태아는 말없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낙태를 원하는 사람과 의사는 이 상황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악용할 수 있다. 환자와 의사의 그릇된 담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은 확인 의사와 시술 의사를 분리하는 길이다. 그래야 의사의 경제적 관심을 차단하여 정당한 사유를 객관적, 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② 처벌 규정이 없다

 

사유를 확인하지 않거나 또는 허위로 판단하여 낙태 시술한 의사는 처벌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 정당화 사유의 객관적 확인을 위해서는 위반 의사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규정이 강제력을 가질 수 없다. 강제력이 있어야 규범이 효력을 갖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이다. 지키지 않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규범이 지켜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자보건법에는 제14조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제28조에서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자와 수술을 행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제2항 및 동법 제270조 제1항5)의 규정에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처벌 면제 조항만을 두고 있다.

 

규범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제재가 있게 마련이고, 또 있어야 한다. 현재 인공 임신 중절 수술에 다른 전문가의 통제나 관계 당국의 신고 등 법률상 아무런 사후 통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의료인들 사이에서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이 무제한 허용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6)

 

3) 모자보건법 시행령(최종 개정:1999.5.21. 대통령령 제16315호)의 주요 내용

 

제1조 [목적] 이 영은 모자보건법(이하 “법”이라 한다)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5조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의 허용 한계]

① 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은 임신한 날로부터 28주일 이내에 있는 자에 한하여 할 수 있다.

② 법 제14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 장애나 신체 질환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유전성 정신 분열증

2. 유전성 조울증

3. 유전성 간질증

4. 유전성 정신 박약

5. 유전성 운동 신경원 질환

6. 혈우병

7. 현저한 범죄 경향이 있는 유전성 정신 장애

8. 기타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현저한 질환

③ 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은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풍진 · 수두 · 간염 · 후천성 면역 결핍증 및 전염병 예방법 제2조 제1항의 전염병을 말한다.

 

 

2. 모자보건법 제14조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위법성 조각 사유(違法性阻却事由)인 낙태의 허용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곧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거나 태아가 기형 등 유전적 소질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또는 혼인할 수 없는 혈족 간의 임신 등에 한하여 일정한 기간 내에 일부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낙태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를 보통 ‘정당화 사유’라고 한다. 낙태의 정당화 사유(正當化事由)는, 헌법 제10조7)의 인간 존엄에 태아의 생명뿐만 아니라 임부의 생명, 신체에 대한 보호도 당연히 포함된다는 점에서 나온다. 곧 국가는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생명도 보호해야 하지만, 태어난 사람인 임부의 생명도 지켜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생명, 신체, 인격권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어느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법에 따르면, 태어난 사람의 생명 보호에도 예외가 인정된다. 교전 중인 군인의 적군 살해 행위, 정당방위 상황에서 위법한 공격자를 살해하는 행위 등은 형법적으로 불법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말하자면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태어난 사람’의 생명이 이러하다면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생명 보호에도 어떤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정당화 사유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지침으로 마련된 것인데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정당화 사유는 과연 올바른지 고려대 법대 배종대 교수의 의견8)을 참조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적 정신 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제14조 1항 1호)

 

유전적 또는 특수 사정에 의하여 저능아나 기형아의 출산이 확실한 경우는 이른바 ‘우생학적 정당화 사유’에 해당한다. 태아의 손상은 임신 중의 잘못된 약물 복용, X선 촬영, 질병 등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상도 포함한다. 기형아 출산은 누구에게나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고, 실제로 설문에 따르면 80-90%가 이러한 경우에는 낙태를 하겠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자연법(自然法)과 신정법(神定法)은 물론이고, 헌법 제10조 인간 존엄이 전제하는 생명권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출생한 사람의 생명 보호(生命保護)가 생명의 질(質)을 문제 삼지 않는 것처럼, 태아(胎兒)의 생명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태어난 생명,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가릴 것 없이, ‘생존할 가치가 없는 생명’이라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 생명에 대한 가치 판단이 가능하다고 믿은 사람이 바로 히틀러이다. 그는 1923년의 한 연설에서 유태인은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후에는 유태인들이 600만 명이나 살해되었다. 불구자이든 백치이든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모든 생명은 생존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태아의 생명을 우생학적, 인구학적 이유 때문에 침해하는 것은 극히 유물론적 사고방식이며, 생명의 질을 위해 생명 자체를 희생시키는 결과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의사의 오판도 배제할 수 없다.

 

2.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제14조 1항 2호)

 

마찬가지로 넓은 의미의 유전학적 정당화 사유이다.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 3항에 따른 전염성 질환은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풍진·수두·간염·후천성 면역 결핍증 및 전염병 예방법 제2조 제1항의 전염병(제1종: 콜레라,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등 9종; 제2종: 백일해, 홍역, 일본 뇌염, 유행성 출혈열, 파상풍 등 14종; 제3종: 결핵, 나병 등 3종)을 말한다. 법정 전염병은 무려 26종이나 된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풍진, 수두, 간염만 결려도 아이를 낙태해도 좋다는 것이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이런 질병에 걸렸어도 태아도 같은 질병에 걸리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설사 태아가 그러한 질병에 걸린다 해도 얼마든지 치료하여 나을 수 있다. 질병으로 틀림없이 죽게 될 생명일지라도 그 생명은 죽는 순간까지 생존할 권리와 가치가 있다.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제14조 1항 3호)

 

이른바 윤리적 정당화 사유를 규정한 것이다. 성폭력의 직접 피해자인 여성의 행복 추구권이나 여성 결정권을 고려할 때, 강간에 의한 임신은 임신한 여자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요된 임신이므로 태아의 생명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론은 호소력이 있는 듯하다. 더구나 14세 미만의 소녀에게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문제도 우리는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임신된 이상 그 태아는 고유한 생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녀의 인격권과 태아의 생명권은 비교되지 않는다. 만일 부녀의 인격권 때문에 낙태를 인정할 경우, 생명권은 다른 낮은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도 괜찮다는 혼돈된 가치 질서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엄연히 또 하나의 범죄이다. 이 문제는 생명을 파괴하는 낙태로써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예방적 성교육, 성폭력의 미연 방지와 미혼모 보호 대책, 그리고 입양 사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제14조 1항 4호)

 

근친상간에 의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민법의 동성동본 금혼 규정(제809조)은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았고,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이미 효력이 상실되었으며, 대신 근친혼 금지 제도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여성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어떻든 태아의 생명을 이러한 사유에 좌우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생명권은 생래적(生來的)인 것으로서 법률에 앞서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적법한 혼인 여부에 태아의 생명권이 좌우되지는 않는다. 생명은 법률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사이라 하더라도, 이미 태어난 생명은 법률의 보호를 받고, 그 생명에 대한 침해는 살인죄로 처벌된다. 그러므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태아)의 생명권도, 법률상 혼인할 수 있는 사이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인정되어야 한다.

 

5.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제14조 1항 5호)

 

임신 중독이나 자궁 외 임신처럼, 임신으로 모체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이것은 태아의 생명권과 모체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경우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생명과 생명의 비교란 있을 수 없다. 그러함에도 입법자는 어쩔 수 없이 하나의 법익을 위하여 다른 법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때 모체의 생명을 위하여 태아의 생명을 간접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승인되어 있다. 곧 예외적으로 임신과 관련되지 않은 병이나 자궁 외 임신으로 생명이 위독한 어머니가 자기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나 수술로 간접적으로 태아의 희생이 따르는 긴급 조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태아를 직접 죽일 수는 없다. 이와 같이 모체의 생명을 우선시키는 결정으로 낙태의 예외적 허용을 인정할 때, 그 사유를 일컬어 의학적 정당화 사유라고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임신에 따른 일반적 위험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신을 계속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모체의 구체적 생명 위험)만을 의학적 정당화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동 조항의 문제점은 ‘모체의 건강’이란 말이 매우 넓은 개념이라는 점이다. 비록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지만 자의적 법 적용(法適用)의 위험이 농후하다. 그 내용은 모체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신체에 대한 위험은 여기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임신의 지속은 원래 부녀의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임신과 결부된 일반적 위험으로, 출산을 위하여 거쳐야 할 필수적 과정에 속한다. 그리고 그 부담은 부녀가 부담하도록 운명지어져 있다. 그러므로 위의 요건이 임신에 따르는 모체의 신체적 건강에 대한 일반적 위험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건강’이라는 개념 표지가 이와 같은 확대 해석의 위험을 안고 있고, 특히 ‘해할 염려’는 그것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3. 생명의 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노력

 

죽음의 문화가 하루아침에 생성된 것이 아니기에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법적 차원은 물론이고, 교육적 차원, 의학적 차원, 홍보적 차원 등 참으로 전반적이고 지속적이며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1) 모자보건법 폐지를 위한 법적인 노력

 

교회는 모자보건법 제정 이전부터 모자보건법의 부당성을 경고하고, 몇 번의 성명서9)를 통하여 모자보건법의 죄악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1992년 모자보건법을 모태로 한 형법 개정안 제135조 낙태 허용 범위가 입법 예고되고 국회에 상정되었을 때에 100만인 서명 운동을 통하여 그 법의 삭제를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2000년 대희년에 청주교구 주축으로 실시된 모자보건법 폐지 100만인 서명 운동의 결과로 124만 명의 서명과 함께 국회에 청원서가 2000년 12월 27일 제출됨으로써 모자보건법 폐지에 대한 교회의 공식 청원이 이루어졌으며, 이로써 신앙인들과 시민들의 의식 변화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2002년 12월 4일 폐지 불가라는 통보를 하여 왔기에 이 운동은 또 다른 형태의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형법에서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고(형법 제269-270조), 낙태가 가족 계획 수단으로 용인될 수 없음(대법 1965.11.23., 65도 876)에도 1962년 정부 인구 정책 이후, 특히 1973년 이른바 ‘모자보건법’ 이후 낙태 건수는 급증하여 1985년에는 150만 건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행되는 낙태 건수는 정상 출산의 2배가 넘는 150-180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10) 이는 인구 비례로 볼 때 미국의 6배에 해당하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높은 수치이다. 이 중에 모자보건법 적용 범위에 해당되는 낙태는 1984년 7.3%, 1988년 8%에 불과할 뿐이고, 그 밖에 90% 이상의 비적용 사유(非適用事由) 낙태가 법에 따라 기소되거나 처벌된 건수는 거의 없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가족 계획 사업이란 미명 아래 이 범죄를 방조 또는 조장했으며, 법령을 철저히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공공연한 낙태, 용인된 낙태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모자모건법의 폐지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11) 우선 모자보건법만이라도 지켜지도록 보건복지부 당국과 검찰 당국의 엄정한 법 적용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12)

 

2) 낙태를 줄이기 위한 의료 제도적 노력

 

의료인들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톨릭계 의과대학에서부터 철저한 의료 윤리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근본적인 의료 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67%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종교적, 도덕적 이유로 하지 않고 있다.13) 그러나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료인들의 거의 98% 이상14)이 낙태를 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의료 수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20-30분 경과하여 생기는 낙태 비용과 2-3일 고생 끝에 얻는 분만 비용이 같은 것이다. 그러니 현행 의료수가 제도는 산부인과 의료인들이 제도적으로 낙태를 선호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고, 보건복지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의료인들이 양심과 도덕, 그리고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피하더라도 경제적인 문제가 없어야 한다.

 

3) 시민의 의식 변화를 위한 노력

 

“낙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의 질서 있는 공동 생활을 위한 법적 규범의 중요성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만으로는 어렵고 비참한 경우들을 해결할 수 없다. 모든 인간 생명, 특히 미생아의 그것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 앞에서 강한 인간적, 그리스도적 양심을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더욱 넓고 깊은 교육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법과 낙태법 17항). 30여 년에 걸친 가족 계획 사업에 관한 정부의 교육, 홍보로 마비되어 버린 국민 일반의 낙태에 관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곧 종교와 사회 지도층은 물론이고 언론과 사회 각계각층에 낙태에 관련된 문제점을 정확히 홍보할 필요성이 절실하다.15)시민의 의식 변화에 종교 단체의 연대가 필요하며, 성직자의 역할은 매우 크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교회의 성직자들은 태어난 사람들의 인권과 한국의 민주화를 위하여 앞장을 섰었다. 이제는 태어날 아이들의 인권을 위하여 앞장을 설 때이다. 지금으로서는 개신교 낙태반대 연합(www.prolife.or.kr)을 제외한 불교계와 개신교 등 이웃 종교인들이 태어날 아이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매우 적게 보이고 있다. 성직자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동안 교우들은 세속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리하여 신자들의 마음 안에 예수님이 아닌 레닌이나 히틀러 등이 살아 있게 된다. 고해소에서 낙태죄를 고백하는 여성들을 훈화하며 강론대에서 용감하게 낙태의 실상을 가르치고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의 출산을 장려하는 사목적 노력이 불가피하다.

 

4) 여성의 존엄에 대한 의식과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들을 위한 노력

 

여성의 인권이 소홀히 되는 사회 현실에서 여성의 존엄 의식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성 또한 자기 이해를 새롭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의 신체적 변화에 여성 대부분이 무지한 상황에서 오로지 인공적인 피임에만 의존하는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남성의 일방적인 성생활이 아닌 여성의 신체적 변화를 존중하는 절제 있고 균형 있는 성생활이 되도록 정부와 교회는 함께 보조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처에 널린 퇴폐적이고 극도의 이기적인 쾌락 만능적 행태는 가정을 파괴하고 국민의 올바른 윤리와 건전한 정서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나라의 낙태 현실과 퇴폐적 향락주의를 직시하여 체계적인 청소년 성교육, 미혼모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보호 시설 확충16) 등 정부의 대책 수립을 촉구함과 동시에 가톨릭 교회 스스로도 더욱더 적극적으로 생명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하여야 한다. “오히려 법이 해야 할 것은 언제 어디서나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를 인간답게 잘 받아들이도록 가장 불우한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시작하여 생활 조건과 사회 여건을 부단히 개혁해 나가는 일이다”(「인공 유산 반대 선언문」, 23항).

 

 

결론

 

낙태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를 파괴하는 살인이요 최대의 폭력이다. 이 윤리적 파괴는 사회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윤리적 가치들에 대한 손상은, 경제학적 및 인구학적 질서에 끼치는 어떠한 손실보다도 언제나 사회 공동선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명 경시 풍조는 이미 출생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명 경시의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뿌리는 이미 출생 대기 중 또는 생성 중인 생명에 대한 경시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자연법과 헌법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아무런 절차 규정 없이 임부와 시술 의사 1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어 사실상 낙태 일반화를 조장하고 있으므로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태아의 생명권은 천부적(天賦的)이고 절대적인 것으로서 여성의 행복 추구권이나 자기 결정권 등 여러 다른 인권에 앞서는 것이며 부모나 국가의 권리를 넘어서는 인간 기본권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 입법자의 의도적 법률 흠결, 검찰권의 무관심 또는 묵인, 이에 대한 사법권의 동조 그리고 이에 따른 불처벌(不處罰)의 오랜 관행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완전히 보호의 사각 지대에 놓여 왔다. 그 결과 생명 경시 풍조의 확산은 물론이고 출산 성비의 심각한 불균형과 저출산에 따른 노동 인구 감소의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머지않아 안락사법에 따른 현대판 고려장이 문제가 되리라는 우려는 결코 헛된 과장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생명의 복음 전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고귀한 존재임을 가르치고 있는 교회는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 증진하고 생명의 문화와 사랑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하여, 모자보건법의 폐지를 위하여 모두 투신하며, 종교 간의 협력은 물론이고 법조인, 의료인, 교육인 등이 함께 연대하여 시민의 의식 변화를 위하여 지속적이고 전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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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이 설혹 본건 낙태 행위가 가족 계획의 국가 시책에 순응한 행위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국가 시책에 의한 가족 계획은 어디까지나 임신을 사전에 방지하는 피임 방법에 의한 것이고 임신 후의 낙태 행위를 용인함이 아니다”(대법 1965.11.23. 65도876).

 

2) 모자보건법에서는 낙태를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이라고 완곡 어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이라 함은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을 말한다.

 

3) 제1조 [목적] 이 법은 모성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건전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도모함으로써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4) 제14조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의 허용 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얻어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 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② 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행할 수 있다. ③ 제1항의 경우에 본인 또는 배우자가 심신 장애로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없는 때에는 부양 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에 갈음할 수 있다.

 

5) 제269조 [낙태]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70조 [의사 동의 낙태, 부동의 낙태] ①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전 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한다. 의료법 제19조 [비밀 누설의 금지] 의료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서 특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료 행위 또는 간호에 있어서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6) 1991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의사가 임산부에게 질문 없이 시술하거나(기혼 46.7%, 미혼 60%), 질문 후 그냥 시술한 것(기혼 46.7%, 미혼 26.7%)이 대부분이고, 출산 권유 후 시술한 것(기혼 6.6%, 미혼 13.3%)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 보장]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8) 배종대, “모자보건법의 근본 문제와 인간의 존엄성”,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모자보건법과 태아의 생명권」, 1992년, 13-26면 참조.

 

9) 한국 천주교 주교단, ‘인구 문제와 산아 제한’(1961.9.26.); 김수환 추기경, ‘모자보건법 제정을 반대한다’(1970.6.21.);한국 천주교 주교단, ‘모자보건법의 독소를 고발한다’(1973.2.18.); 한국 천주교 주교단, ‘인공 임신 중절에 대한 우리의 태도’(1976.6.14.); 한국 천주교 주교단, 사순절 사목 교서(1982.2.24);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인공 유산과 불임 수술에 관한 담화문’(1988.5.8.); 한국 천주교 주교단, ‘인명 존중의 새 문화를 창조합시다’(1991.12.8.); 한국 천주교 주교단, ‘태아의 생명을 죽이지 말라’(1992.7.13.).

 

10) 한 보건 사회 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미혼 낙태는 100만 건, 기혼 낙태는 16만 건으로 추산된다.

 

11) 미국의 경우 그러한 노력이 서서히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1973년 1월 22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로우 대 웨이드(Roe vs. Wade) 사건 및 도우 대 볼톤(Doe vs. Bolton) 사건에서 여자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권리를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에까지 확대하여, 임신 3개월까지 임부가 의사와 상의하여 낙태를 결정하는 것을 주법이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 입장에서 그때까지 모체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던 텍사스 주 주법을 위헌이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1989년 7월 3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른바 웹스터 사건 판결에서, 1986년 미주리 주가 새로운 낙태법을 제정하면서 “태아의 생명은 임신 초기부터 시작된다.”라는 내용을 법문에 삽입하고 주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의사나 병원은 낙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이 합헌이라고 함으로써 낙태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를 인정했던 1973년 판결을 뒤엎었다. 대법관 9명 중 4대 4의 팽팽한 대결 속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대법원장은 “모든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순간부터 시작되며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과 특권은 태아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라고 판시했다.

 

12) 1992년 7월 21일자 한국 리서치 사회 조사에 따르면, “낙태 시술을 하는 경우 처벌한다면 낙태는 얼마나 줄어들까”라는 질문에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다”(48.0%), “지금보다 약간 줄어들 것이다”(28.4%)라고 응답하고 있다.

 

13) 「가톨릭신문」 1997.4.13.: CNS Graphics

 

14) 현재 종합 병원 281개, 산부인과 의원 2,166개 중 낙태를 하지 않는 병원은 가톨릭 종합 병의원 33개, 산부인과 의원 10여 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15) 1973년 Roe vs. Wade 사건에서 임신 3개월 이내의 낙태 자유화를 위해 소송을 제기했던 Jane Roe로 알려진 Norwa McCorvey 여사가 낙태 자유화 모임인 ‘여인들을 위한 선택’(A choice for Women)의 간부직을 사임하고 낙태 반대 운동 모임인 ‘Operation Rescue’의 지도자 Philip Benham 목사에게 세례를 받고 최근(1995.8.10.) 낙태 반대 운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16) www.sawoman.or.kr

 

[송열섭(주교회의 사무총장, 신부)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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