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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불임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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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6 ㅣ No.319

불임 수술

 

 

1.“부부 관계에 관한 근본 규범들”

 

부부 행위

 

불임 수술을 통하여 새 생명을 출산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상실시킴으로써 각 개별 행위뿐만 아니라 전체 유기체 자체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한다면, 이를 기꺼이 생명에 봉사하려는 단순한 소망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교회의 가르침에는 인간의 행위를 내적 외적으로 규제하는 확실한 규범들이 있다. 수단으로든 또는 목적 자체로든 출산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직접 불임 수술은 도덕 규범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합법적이지 못하다. 어떠한 ‘징후’를 이유로 내세우는 불임 수술이라 하더라도 공공 권위가 이를 허가할 권리는 없으며, 무고한 인간 생명에 해를 끼치는 불임 수술을 지시하거나 수술할 권리는 더더욱 없다. 이러한 원칙은 이미 교황 비오 11세의 혼인에 관한 회칙 “Casti Connubii” (1930. 12. 31.)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불임 수술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10년 전에 교황청은 이미, 남편 또는 아내 쪽의 직접 불임 수술은 영구적이든 일시적인 것이든 합법적이지 못하며, 이는 모두 주지하듯이 교회의 면제권이 미치지 못하는 자연법에 따르는 것임을 명확하고 엄숙하게 선언해야 하였다.

 

[출처:교황 비오 12세, “부부 관계에 관한 근본 규범들”(1951.10.29.), The Human Body: Papal Teachings, 161-162면.]

 

 

2. “가톨릭 병원의 불임 수술”

 

본 신앙교리성은 치료적 예방적 목적의 불임 수술의 문제와 이 문제의 해결책에 관하여 제시된 다양한 의견들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 또한 가톨릭 병원에서 그러한 불임 시술에 대한 협력 요청으로 제기되는 문제들도 검토하였다. 이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제시한다.

 

1) 생식 능력을 생식 불능으로 만드는 것이 그 본질상 유일하고 직접적인 효과인 모든 불임 수술은 직접 불임 수술로 간주되어야 하며, 이는 비오 12세를 비롯하여 교황 교도권의 문서들에서 설명해 온 것과 일치한다. 그러므로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임신 결과 예견되거나 염려되는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려는, 주관적으로는 올바른 의도나 동기라 하더라도 불임 수술은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또한 생식 능력 자체에 대한 불임 수술은 언제나 거의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 개별 행위에서 이루어지는 불임 시도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금지된다. 불임 수술은 인간의 존엄과 불가침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어떠한 공공 권위도 불임 수술을 공공선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정당화할 수 없다. 또한 인간의 더 큰 선익을 위하여 장기에 손을 대는 것을 정당화하는 원칙인 전체성의 원칙을 이 경우에 적용할 수도 없다. 이런 식으로 유도되는 불임은 개인의 완전한 선익, 다시 말해 바른 판단력과 가치관 안에서 올바르게 이해되는 선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임 수술은 오히려 자유롭게 선택되는 성행위의 본질적인 요소를 박탈하기 때문에, 개인의 윤리적 선을 손상시킨다. 따라서 1971년에 열린 회의에서 펴낸 윤리법 제20조는 올바른 가르침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며, 이를 준수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2) 본 신앙교리성은 이러한 전통적인 가톨릭의 가르침을 재확인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러한 가르침에 따르지 않는 신학자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러한 사실 자체가 마치 신자들이 의지할 신학적 근거라도 되는 것처럼 어떠한 교의적 중요성을 가진다고 보지는 않으며, 그러한 신학자들의 사적인 견해 때문에 진정한 교도권을 저버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3) 가톨릭 병원들과 관련하여, 

 

(1) 그 자체로(본질상) 피임의 목적을 가진, 다시 말해 신중한 성행위의 자연스러운 결과를 방해하는 행위에 협력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승인 또는 허가되었더라도 절대 금지된다. 병원 규정에 따라 직접 불임 시술을 공식적으로 승인하거나, 또는 더 나아가서 이를 집행하거나 시술하는 것은 본질상 객관적으로 악한 것이다. 가톨릭 병원이 그러한 시술에 협력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한 협력은 가톨릭 병원에 맡겨진 사명에 거스르는 것이며, 도덕률의 본질적인 선포와 수호에 반대되는 것이다.

 

(2) 유형적(물질적) 협력에 관한 전통적인 가르침은, 요구되는 협력과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협력, 직접적 협력과 간접적 협력 사이의 적절한 구분을 고수하면서 그 유효성이 유지되며, 상황에 따라 매우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3) 상황의 요구에 따라 유형적 협력의 원칙을 적용할 때에는, 진행 상황을 적절히 설명함으로써 추문이나 오해를 불러올 소지를 신중하게 피해야 한다.

 

본 신앙교리성은 본 문서에서 설명한 기준이 미국 주교회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를 바라며, 이로써 주교들이 신자들의 의구심을 없애고 사목 임무를 더욱 쉽게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신앙교리성, “가톨릭 병원의 불임 수술”(1975.3.13.), Vatican Council II, 제2권, 1982년, 454-455면.]

 

 

3. “가톨릭 병원의 불임 수술에 관한 신앙교리성의 답변에 관한 해설”

 

병원 정책에 대한 지침

 

신앙교리성의 문서의 전체 내용을 반복하는 대신, 우리는 가톨릭 의료 기관들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시한다.

 

1) 신앙교리성의 문서에 진술되었듯이, 가톨릭 병원은 직접 피임에 다름 아닌 모든 불임 수술의 시행을 어떠한 식으로도 승인할 수 없다. 그러한 피임 절차에는 앞으로의 임신을 막는 수단으로서 심장과 신장, 순환계, 또는 다른 심각한 기능 이상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우려되는 모든 불임 수술이 포함된다. 직접 불임 수술을 기꺼이 승인하는 것은 죄악에 공식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며 “도덕률의 선포와 수호에 반대”될 뿐만 아니라 병원의 “사명을 거스르는” 것이다.

 

2) 가톨릭 의료 기관들은 어떠한 의료 절차를 제공할 것인지 판단할 도덕적 책임(법적으로도 인정된)이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객관적으로 봤을 때 비윤리적인 절차를 위한 봉사는 할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일종의 협박이나 압력 때문에 병원이 자신의 자율권을 합리적으로 발휘할 수 없을 경우에만(말하자면, 이롭기보다는 해가 될 때) 유형적(물질적) 협력을 제공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3) 유형적 협력에 관한 결정이 가지는 예외적인 성격상, 곧 윤리적 종교적 지침에 대한 예외나 잠재적 추문의 위험 때문에, 교구장 주교나 그의 대리인이 이 결정에 반드시 관여하여야 한다.

 

4) 협력의 도덕성을 판단할 때에는, 불임 수술의 동기와 협력의 동기를 분명히 구분하여야 한다. 병원이 불임 수술의 이유 때문에 협력한다면, 곧 의료적 목적으로 협력한다면 그러한 협력은 유형적이라고 여겨질 수 없다. 다시 말해,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은 자신이 의료적 목적으로 행해지는 불임 시술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 협력은 공식적인 협력이 되는 것이다. 유형적 협력이 되려면, 협력의 동기가 불임 수술의 동기보다 우세하고 앞서야 한다. 그러므로 위에서(2항) 언급한 것처럼, 병원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일이 빈번히 있어서는 안 된다.

 

5) 협력의 도덕성을 판단할 때에는, 각 사안에 따라 사례별로 판단하여야 한다. 병원 상황과 개별 사례들이 매우 다양하므로, 한 병원이나 한 사례에 해당되는 결정을 다른 사례에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

 

6) 신앙교리성의 문서에서 지적하였듯이, 가톨릭 의료 기관들은 필요할 경우 적절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직원이나 환자, 일반 대중에게 오해나 추문을 불러오지 않도록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병원들이 직접 불임 수술을 승인하지 않으며, 유형적 협력은 어떤 점에서도 승인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직접 불임 수술은 중대한 죄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유형적 협력을 허용하는 것은 훨씬 더 심각한 죄의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상황에서는 병원 문을 닫는 것이 더 큰 악이 될 수 있다.

 

이상이, 불임 수술과 관련한 가톨릭 의료 기관들의 유형적 협력에 관한 신앙교리성의 답변에 대한 해설이다. 본 문서는 유형적 협력의 적용에 관한 일반적인 논의는 아니며, 따라서 다른 영역에 확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출처:미국 주교회의, “가톨릭 병원의 불임 수술에 관한 신앙교리성의 답변에 관한 해설”(1977.9.15.), 미국천주교중앙협의회, Washington D.C., 1978년, 6-8면.]

 

 

4. “난관 결찰 시술에 관한 성명”

 

미국 주교회의는 가톨릭 의료 기관들에서 피임적 불임 수술의 수단으로서 난관 결찰 시술(tubal ligation)의 도덕성에 관한 정통 가톨릭 가르침의 이해와 적용에 혼란이 있는 것을 주시하고(미국 주교회의, “가톨릭 의료 기관들을 위한 윤리적 종교적 지침”, 18. 20항 참조), 다음과 같은 설명을 제시한다.

 

1) 1975년 3월 13일 신앙교리성이 재확인하였듯이,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은 의료적 목적일지라도 피임을 위한 (직접) 불임 수술의 객관적 비도덕성을 분명하게 단언한다.

 

2) 전체성의 원칙은 피임을 위한 불임 수술에 적용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를 정당화하는 데에 사용될 수도 없다.

 

3) 의료적 이유로 피임을 위한 불임 수술을 승인 또는 묵인함으로써 이러한 중대한 죄에 공식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금지되며, 이는 교회가 가톨릭 의료 기관들에게 맡긴 사명에도 전적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4) 신앙교리성의 답변에 관한 미국 주교회의의 해설에 설명되어 있듯이, 유형적(물질적) 협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는 불임 수술을 위한 의료적 목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례에 본질적이지 않은 중대한 이유들을 말하는 것이다. “윤리적 종교적 지침”에 따르는 미국의 가톨릭 의료 기관들은 미국 수정 헌법 제1조(First Amendment; 언론, 출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함)에 따라, 피임을 위한 불임 수술에 대한 유형적 협력의 요청 압력에서 보호받는다. 유형적 협력의 원칙이 정당화될 수 있는 아주 예외적인 드문 경우에도, 주교나 그 대리인과 상의를 하여야 한다.

 

5) 교구 직권자는 가톨릭 의료 기관들이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을 알고 이에 따를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다. 이 중대한 문제와 관련하여, 주교와 의료 기관, 후원 종교 단체 사이에 지속적인 협력이 증대되어야 한다. 지역 상황에 따라 이러한 협력을 보장하는 데에 필요한 실제적인 기구들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6) 미국 주교회의는 가톨릭 교회의 윤리적 원칙들과 관련하여 교회의 가르침과 실천을 충실히 따르는 가톨릭 의료 기관의 여러 의사와 관리자들,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출처:미국 주교회의, “난관 결찰 시술에 관한 성명”, Origins 10, 11호(1980.8.28.), 175면.]

 

 

5. “자궁 분리 관련 문제들에 대한 답변”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추기경들은 정례 회의에서 검토한 문제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답변들을 내놓는 바이다. 

 

질문 1:자궁이 심각하게 손상되어(예를 들면, 출산 또는 제왕 절개 중에)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에 즉각적이고 중대한 위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의학적 판단으로써 자궁을 완전히 제거(자궁 절제)해야 할 경우, 그 결과로써 생길 수 있는 여성의 영구 불임에도 이 수술을 감행하는 것이 정당한가?

 

답변:정당하다.

 

질문 2: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에 당장은 위험이 없다 하더라도 장차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 산모에게 위험이 미칠 만큼, 어떤 경우에는 매우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을 만큼, 자궁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예를 들면, 여러 번의 제왕 절개 수술 때문에), 임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미래의 위험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하여 자궁을 제거하는 것(자궁 절제)이 정당한가?

 

답변:정당하지 않다.

 

질문 3:위의 2번에 진술된 상황에서, 자궁 절제 수술 대신에, 의사에게는 한층 더 간단하고 여성에게는 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임신 가능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불임을 돌이킬 수도 있는, 역시 ‘자궁 분리’라고 불리는 난관 결찰을 하는 것은 정당한가?

 

답변:정당하지 않다.

 

설명

 

첫 번째의 경우, 자궁 절제가 영구 불임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예상된다 할지라도 직접적인 치료의 성격을 지니므로 정당한 것이다. 사실 이는 의학적 판단으로써 자궁을 제거하여야 하는 자궁 질환의 상태(예를 들면, 다른 방법으로는 멈출 수 없는 출혈)이다. 자궁 제거는 미래의 임신 가능성과 관계없이 여성에게 닥칠 현재의 심각한 위험을 피하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윤리적 관점에서 2항과 3항에서 진술된 상황의 외과 수술과 ‘자궁 분리’의 경우는 다르다. 이 경우들은 교황청 신앙교리성 문헌 “가톨릭 병원의 불임 수술”(“Quaecumque Sterilizatio” AAS 68(1976년), 738-740면, 1항)에서 “그 유일하고 직접적인 효과는 생식 능력을 생식 불능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는 직접적 불임 수술의 윤리 범주에 들어간다. 이 문헌은 또한, “임신의 결과로써 예견되거나 염려되는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려는, 주관적으로는 정당한 의도와 동기를 가지는 것이라 하더라도 직접적 불임 수술은 절대적으로 금지되고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사실 2항에서 진술하고 있는 자궁은 그 자체로서 또 그것으로 인해서 여성에게 어떠한 현실적 위험도 되지 않는다. 동일한 상황일 때 자궁 절제를 ‘자궁 분리’로 대체하자는 제안은 자궁이 그 자체로서 또 그로 인해서 여성에게 어떤 병적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진술된 방법은 적절한 치료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차후의 자유로운 성행위가 불임이 되게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윤리적으로 정당한 다른 방법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에도, 임신 가능성으로 인해 산모에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자체가 윤리적으로 부당한 직접적 불임이라는 수단이 추구되고 있는 것이다.

 

2항과 3항에서 진술된 외과 수술이 어떤 조건에서는 정당한, 간접 불임 수술이라고 생각하는 반대 의견은 유효한 것으로 간주될 수 없으며, 가톨릭 병원들에서는 그러한 시술이 용인될 수 없다.

 

[출처:신앙교리성, “자궁 분리 관련 문제들에 대한 답변”, Origins 24, 12호(1994.9.1.), 211-12면.]

 

 

정리

 

그리스도교적 전통 윤리신학에서는 직접 피임과 간접 피임을 분명히 구분해서 가르쳐 왔다. 곧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불임을 유발시키는 직접적인 의도를 가지는 모든 피임 방법은 명백히 비윤리적이라고 가르쳐 왔다. 반면 유기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는 피임 방법은 결과적으로 불임을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치료의 한 방법으로서 의도적 피임은 정당하다고 가르쳐 왔다.

 

앞서 여러 문헌들에서 가톨릭 교회의 불임 수술에 관한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기에, 여기서는 정리해 보는 차원에서 불임 수술에 대한 윤리적 평가만 제시하겠다.

 

첫째는 인격의 불가침해성이다. 곧 인간은 거저 받은, 선물로 받은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자신의 육체에 대해서 절대적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주인이 아니라 단지 충실한 관리자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인간 존재의 단일성이다. 곧 인간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영혼과 육체가 일치된 하나의 단일한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의 육체는 자신이 객체로 취급할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육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당한 치료 목적 외에 자의로 자신의 육체에 상해를 준다면 그것은 자신의 본성을 스스로 거스르는 행위이다.

 

셋째는 성의 이중적 의미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분명 불임 수술은 성의 일치의 의미와 출산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분리시키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곧 성의 의미에서 출산의 의미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직접적으로 거스르는 행위인 것이다.

 

넷째는 인간의 윤리적 선은 인간의 가장 큰 선이다. 무엇보다도 불임 수술의 문제를 단지 생물학적 육체적 관점에서만 보아서는 안 되며, 전체 인간적인 관점, 곧 인간 존엄성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불임 수술은 육체적 선을 거스르는 행위일 뿐 아니라 인간 고유의 실재를 희생시키는 행위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면서 인간의 윤리적 선을 파괴시키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행위자(불임 수술을 의도하는 부부)의 의도와 상황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객관적 규범을 결코 소홀히 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지속적 불임의 상태가 주는 심리적 영향(성의 남용 등)을 고려해 볼 때 영구 불임 수술의 죄성은 더욱 크다 하겠다.

 

[사목, 2002년 5월호, 이창영 엮음(본지 주간, 주교회의 사무차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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